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7
“회장님과 몇몇 중간보스가 나서면 행동대 전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당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소문에 의하면 회장님은 권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우선출이라도 총으로 쏜다면 당할 수가 있었다. 행동대 전체를 동원하여 반기를 드는 것은 사실상 반란을 표명하는 것으로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 자중지란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곤란하게 되었어. 조직의 위기를 수습하면서 전면에 나서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꼬이다니.”
실수를 했더라도 조직을 장악하고 복수를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안광현 회장이 역으로 일망타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구나 이번 일에 경찰이 나서지 말라고 로비마저 했는데 일이 틀어지다니.’ 경찰은 우선출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그저 광현이파의 요청으로 알고 도움을 준 상황이었다.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출동을 늦추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에도 업소에 분란이 발생하면 그런 부탁을 자주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럴 경우에 조폭들이 난동을 부린다고 신고가 들어가도 미적대다가 늑장 출동을 했다. 적당히 시간이 흐른 다음에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경찰이 빨리 출동하여 모두를 다 검거해간 것보다 못한 결과였다. 광현이파 조직원들의 경우에 정당방위가 성립할 요건이 많아 시간이 흐르면 적당히 풀려날 것이지만 일단 입건이 되는 것으로 위축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곤란한 지경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의도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안광현 회장이나 친위조직이 건재한 것이 문제였다.
“일단 경계를 강화해. 그리고 우리 측에 넘어온 자들에 대해서도 단속을 철저히 해. 유인작전에 당했다고 믿도록 만들어.”
회유가 된 자들도 배신이 알려지면 이탈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핵심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진실을 알려서는 안 되었다.
심야의 난투극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중간에 누군가 통제를 했는지 몰라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에도 사건이 입건되지 않았다. 물론 물밑에서 진상조사를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정리했습니까?”
장인걸은 금요일 오후에 실전관에 들러서 운동을 한 후에 민지훈과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사람이 들어서 좋을 것이 없는 내용이라 보안에 신경 썼다.
“우선출 이사가 외부에서 습격한 자들을 정리하려고 출동했던 상황이라 사실상 대비를 못한 것으로 정리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는 우선출 이사가 오자 현장에서 철수를 했습니다. 대신에 이름이 알려진 핵심 인물과 가게 안에 있던 자들을 따로 인수하여 조사 중에 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자들이 몇 명 있습니다.”
“죽은 자는 없습니까?”
“다행히 죽은 자는 없지만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자는 몇 명 있습니다. 회장님의 경호원 중에 둘이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고비를 넘겼다고 합니다. 습격해온 자도 다섯 정도 불구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치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나요?”
“물론 개입하였지만 현장이 정리된 상황에서 출동한 상황이라 나서기 어려울 것입니다. 누군가 손을 써서 출동을 막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부분도 현재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쪽을 제외하고 습격해온 자들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라 들쑤시다 말 것입니다.”
현재 습격해온 자들은 일종의 납치를 당해 감금을 당해 있었다. 누군가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그럴 사람이 없었다.
“이걸로 끝입니까?”
“차태근 부회장이 잠적을 했습니다. 가족들도 버리고 잠적을 했는데 3일의 시간을 주었다고 합니다. 북쪽 염광파 중간보스인 곽상도가 연루되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 것입니다.”
3일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가족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였다. 보통 가족은 건들지 않는 것이 일종의 룰이지만 차태근 부회장 가족은 예외라는 말을 했다. 내부자이고 그 위치 때문에 도주하여 잠적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한 논리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차태근 부회장이 정리되었지만 우선출 이사가 문제이겠군요. 몇 군데나 습격을 당했다고 합니까?”
양동작전에 의해 행동대원들이 외곽으로 출동을 했고 그것이 우선출 이사가 구원하러 오지 못한 핑계였다.
“총 다섯 곳이었습니다. 그저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동네 양아치들 몇몇이 난동을 부렸고 출동했을 때는 정리가 되어 도주했다고 합니다. 전화를 했을 때 받지 못한 것은 마침 그들이 모두 지하주점에 있어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습격할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피한 것이군요. 나중에 일이 마무리 된 후에 나타날 계획이었던 것 같군요.”
“맞습니다. 이찬혁 부장이 습격 사실을 보고받고 바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는데도 행동대장급은 전부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 밑에 있는 자들이나 업소에도 연락을 했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에는 20분이 지난 후에나 나타났습니다.”
우선출 이사가 사실상 배신을 했다는 말이었다. 민지훈이나 장인걸이 나서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안광현 회장은 죽고 말았을 상황이었다. 민지훈이 나섰다고 해도 역부족으로 상황이 끝났을 것이 분명했다.
밖에서 돌파를 하는 동안 모조리 다 제거를 당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인걸이 예상외의 실력을 보이면서 분전한 덕분에 위기를 벗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일 저녁에 시간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말입니까?”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말이지만 둘은 그 의미가 통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민지훈이 실전관에 찾아온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회장님이 내일 저녁에 정리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손을 보태기를 원합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조직원 대부분이 우선출 이사의 휘하에 들었는데 고작 몇 명으로 뒤집을 수 있을까요?”
“일반 행동대원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은 우선출 이사가 배신한 줄도 모릅니다. 행동대장, 부장급 대여섯 명만 정리하면 끝입니다. 나와 회장님을 따르는 중간 보스와 휘하들이 나서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단지 우선출 이사를 상대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혼자서도 전세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또 한 번 개입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야 당연할 수가 있지만 폭력조직 내부의 다툼에 개입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개입한 상황에서 그냥 방치하여 일이 이상하게 되면 전에 했던 것이 헛수고가 되고 나중에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 내키지 않아도 다시 한 번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안광현 회장이 직접 전화를 하여 사전에 만나자고 하여 동정홍 인근의 한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만나게 되었다. 철저하게 주변이 통제가 된 상황에서 둘이 만났다.
“그저께 큰 도움을 받았는데 폐가 될 것 같아 인사도 하지 못했습니다. 장 선생이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쯤 병풍 뒤에서 향내를 맡고 있었을 것입니다.”
안광현은 룸살롱 정민에서 습격해온 자들을 처리한 것이 장인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결코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짐작하는 사람은 알려서 좋을 것이 없기에 함구했고 대부분 누군지 모르기에 모른다고 말해 의문의 인물이 되었다.
“오늘도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숫자로는 우리가 우세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렵게 승리하더라도 양쪽 다 사상자가 많아지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일이 꼬여 누구 하나 죽기라도 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아무리 조폭이지만 공개적으로 사람이 죽게 되면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설사 당장 밝혀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로 인해 사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인대를 끊어 병신을 만들지언정 죽이지는 않았다. 진짜로 죽이려고 한다면 앞에서는 풀어주고 뒤에서 은밀하게 해결사나 킬러를 보내 처리했다.
“이왕에 개입한 것이니 불상사가 나지 않도록 나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까지 숨어 있을 것이고 일이 끝나면 바로 사라질 것이니 그에 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합니다. 제가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장인걸은 자신을 알아보기 어렵게 위장을 할 것이지만 어떤 증거가 남을지 모르기에 재차 부탁을 했다. 물론 신분을 짐작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당분간 함구할 것이고 설사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할 생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단순한 의혹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도록 하겠습니다. 확증이 없으면 외부에서도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사실 공권력만 귀찮게 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없을 것입니다. 나머지 귀찮게 하는 자들은 힘으로 누르면 됩니다.”
주먹의 강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공권력의 개입이었다. 힘이 있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조폭들 사이에도 주먹으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뒤로 공권력을 동원했다. 그럴 경우 정체가 드러나면 공권력이 개입했다.
“당사자가 아닐 경우 공권력이 개입할 여지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당분간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장인걸의 존재를 영원히 감출 수는 없지만 한동안 숨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정리하다가 불상사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지 주력으로 활동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현장에 당도하여 제가 움직일 때까지 보안을 유지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중심이 되어 움직일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할 경우에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큰 충돌 없이 조용히 해결이 되었으면 하지만 워낙 우선출이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는 성향이라 걱정이 됩니다. 평소에는 착실하게 움직이다가도 결정적일 때 이상한 짓을 하여 상황을 어렵게 만듭니다. 모든 것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꼬장을 부리니.”
차태근 부회장을 제거하면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이치성 전무가 부각될 소지가 크기에 직무유기를 통한 차도살인을 시도했다. 그런 음모가 민지훈과 장인걸로 인해 실패했지만 그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면 당했을 상황이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성향이라 조직을 이끌기에는 문제가 있어 이치성 전무를 내세웠는데 이해를 한 것 같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참.”
안광현 회장이 우선출에게 몇 번 설명을 하면서 이해를 구했지만 결과는 면종복배(앞에서 복종하는 척 안심시키고 뒤에서 배신함)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 양반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포기가 되나? 깡패로 나선 자들의 최종 목표는 조직의 두목이 되어 멋지게 폼 잡는 것일 텐데.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누지 않는 것인데.’ 장인걸은 안광현 회장이 너무나 순진한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것처럼 노회한 면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심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주먹이 가장 강한 자에게 깜이 아니라고 포기하라는데 따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차태근이나 우선출이나 모두 두목 한 번 하겠다고 설친 것이다.
‘결국 본인들의 입장에서야 토사구팽으로 느낄 수밖에 없지.’ 누가 배신했는지 따진다면 안광현 회장이 먼저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끝이 좋지 않았다.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끝까지 잘 되는 경우는 없지.’ 장인걸은 언제 배신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니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이참에 뭔가 확실한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명의가 아닌 민지훈이나 다른 사람의 명의겠지만 챙길 것은 챙기기로 했다.
장인걸은 민지훈과 마태욱의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셋 다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검은 점퍼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물론 손을 보호하고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목장갑을 끼고 있었다.
“우선출 이사가 항복하지 않겠죠?”
마태욱이 작은 목소리로 민지훈에게 물었다. 그들은 가장 뒤쪽에서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외곽조직의 일원이니 약간 겉도는 면이 있었다.
“투항을 하기가 쉽지 않지. 그럴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야. 한종구 부장이 분명 보고를 했다고 했지?”
“당연하죠. 혹시 몰라 녹음까지 해놓았습니다.”
끝ⓒ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