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8
그들은 낮게 속삭이면서 우선출이 있는 로마나이트클럽을 향해 움직였다. 부도가 난 로마나이트 클럽은 얼마 전에 법원에 경매가 진행되었고 그것을 광현이파에서 차명으로 입찰하여 다시 낙찰을 받았다. 빚을 다 갚는 것보다 경매로 되찾는 것이 쌌다.
지금은 우선출이 인수받아서 다시 개장을 하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었고 행동대 간부들이 모이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일종의 우선출의 아지트나 마찬가지였다.
현재 그들은 우선출을 징벌하기 위해 안광현 회장의 뒤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행동대 중에 확실히 우선출을 따르는 자들이 모여 있었다. 입구에 일곱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비켜라. 무장해제하고 순순히 투항하면 용서하마.”
안광현 회장과 몇 명의 중간 보스, 그 휘하 조직원이 나서서 행동대원을 위협했다. 명분상 조직의 보스인 안광현이 나선 상황이라 조직원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당장.”
안광현 회장이 고함을 내질렀다.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 직접 나서서 통지를 했다. 아무리 조폭일지라도 적절한 명분을 확보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무작정 개 패듯이 제압을 하면 나중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양아치들이라고 해도 맘대로 우리를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고 순순히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경비를 서고 있는 자들 중에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자가 거부했다. 숫자도 아주 적은데 무슨 배짱으로 버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 3대 유선민 부장 아래에 있는 최홍만 차장입니다.”
“알아. 우선출 이사의 직계 중에 하나이지. 고향 고등학교 직계 후배라고 했던가?”
마태욱과 민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여 장인걸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결국 그 말을 신호로 양쪽에서 주먹들이 나섰고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적인 열세를 감당하지 못해 금방 경비들이 제압되었다.
누군가 뛰어나왔다가 정리가 되는 모습에 뒤를 돌아 도망을 쳤다. 일행이 입구의 경비를 제거한 후에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막는 사람이 없었고 조금 더 들어가자 20여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일명 연장이라고 하는 각종 흉기를 들고 있었다. 사시미라 칭하는 회칼에서부터 몽둥이에 쇠파이프, 심지어는 ‘짜구’라고 하는 자귀, 오함마라고 하는 커다란 망치까지 들고 있었다.
“살벌하네.”
물론 쳐들어온 그들도 각종 흉기를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옷 속에 감춰둔 각종 흉기를 꺼내어서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쪽이 30여 명이지만 중간보스들을 제외하면 실제 싸울 인원은 얼추 비슷했다.
“우선출 이사를 잡아야 끝이 날 것입니다. 우리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그렇게 말을 했다. 안광현 회장 쪽에 있는 사람 중에 우선출과 맞상대할 실력을 가진 사람은 민지훈과 안광현 회장, 그리고 안광현 회장의 경호원 중에 하나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도 우선출보다 기세가 약해보였다. 실제로 싸우면 몇 번 겨루다가 결판이 날 것으로 보였다.
‘이치성 전무도 담이 그리 크지가 않는 것 같군. 싸움에 자신이 없어도 그렇지 안광현 회장의 뒤에 숨어 있는 형상이라니.’ 장인걸의 말에 민지훈이 앞으로 이동하여 안광현 회장 옆으로 이동했다. 장인걸도 민지훈의 바로 뒤로 이동했다.
‘격돌이 벌어지면 우선출이 가장 먼저 앞으로 뛰어 나올 것 같군. 남에게 미루지 않고 자신이 나서서 정리할 생각이군.’ 우선출은 민지훈을 힐끗 보더니 눈을 부라렸다. 화가 잔뜩 난 표정이었다. 아마도 중립을 유지하지 않고 개입한 것에 분노한 것 같았다. 그러더니 시선이 안광현 회장과 민지훈에게 고정이 되었다. 아마도 둘을 향해 돌진할 것 같았다.
‘나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군.’ 장인걸의 키가 크지만 비슷한 키를 가진 사람도 세 명이나 더 있기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장인걸은 그들에 비해 덩치가 작아 왜소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장인걸이 기세를 죽인 상황이라 우선출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순순히 투항해. 험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니. 하지만 이틀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는 명확히 해명하고. 물론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할 거야.”
투항을 하라는 것인지 저항하라는 것인지 그 의도가 애매모호한 통보를 하고 있었다. 안광현은 순순히 우선출이 항복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았다.
우선출은 장내를 쓱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런 모습이 살벌한 느낌을 주었다.
“조져. 말로 될 상황은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돌진했다. 서너 걸음을 떼자 바로 안광현 회장의 앞으로 당도했고 그러자 경호원이 나서서 안광현 회장을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격돌로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놓치고 말았다.
‘이도류 계통의 무술인가?’ 우선출은 양손을 따로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경호원의 무기를 날린 후에 재차 오른손으로 공격을 하면서 한편 왼손으로 안광현 회장을 향해 또 다른 흉기를 휘둘렀다.
그 공격도 적절해 나란히 서 있는 안광현 회장과 민지훈의 움직임을 동시에 견제하는 형상이었다. 결국 안광현 회장이나 민지훈이 나서기 전에 경호원에게 한 방을 먹여 뒤로 쓰러지게 만들었다.
‘무공, 그것도 심법을 익혔다.’ 우선출은 내공을 익혔고 검법이나 도법도 익힌 실력자였다. 민지훈이나 안광현 누구도 상대가 불가능한 고수였다. 기세나 무술에서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다. 평소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요령을 부리는 스타일이다. 그가 익힌 무술은 힘을 바탕으로 하여 상대를 파괴하는 수법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허초로 사용하고 있다. 제대로 배우지 않았거나 중간에 요령이 생겨 허튼 짓을 했을 것이다.’ 장인걸은 판단이 내려지자 우선출이 민지훈과 안광현에게 달려드는 순간 앞으로 나섰다. 그대로 두면 민지훈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날 것이고 안광현은 우선출의 공격에 큰 피해를 당할 것 같았다. 민지훈이나 안광현이 그 공격을 막아도 힘에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들고 있던 무기를 놓칠 것 같았다.
장인걸은 빠르게 민지훈과 안광현의 중간으로 이동을 했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으로 나서면서 들고 있던 50cm 길이의 단봉을 내뻗었다. 그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우선출이 민지훈과 안광현을 공격할 수 있겠지만 역시 장인걸의 공격에 가슴이나 복부를 내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우선출은 두 사람을 포기하고 들고 있던 군용 대검보다 조금 긴 크기의 단도를 회수하여 장인걸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장인걸의 공격을 막은 우선출이 힘에서 밀린 형상이었다.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자 장인걸은 놀라지 않고 재차 앞으로 나서면서 단봉을 검처럼 휘둘렀다. 그러면서 왼손으로 공격을 보조했다. 둘의 공방이 재차 이루어졌고 검과 단봉이 부딪쳤다. 단봉은 검과 부딪쳤지만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내기를 단봉에 두른 상황이라 오히려 검을 튕겨냈다.
물론 그러는 사이에 왼손이 그 사이를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결과는 장인걸의 오른쪽 발로 인해 갈리고 말았다. 양손의 공세를 펼치던 장인걸은 격돌하는 순간 어느새 오른발로 우선출의 복부를 가격했다. 물론 우선출도 왼발을 들어 올려 오른발을 막으려고 했지만 장인걸이 더 빨랐다.
왼발을 들어 올린 상황에서 복부를 가격당한 우선출은 뒤로 밀려났다. 정면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발길질 때문에 사선방향으로 밀려났고 순간 다른 자들과 대치하던 아군을 덮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닥으로 쓰러지던 우선출은 허우적대다가 반동을 주어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이미 장인걸이 쇄도한 상황이었고 재차 단봉이 명치끝을 찔러왔다.
우선출은 피하지도 막지도 못했고 그대로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바닥으로 나뒹군 우선출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몸을 뒤집으려고 했지만 장인걸의 발이 더 빨라 옆구리에 재차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그 사이에 행동대 대원이 장인걸에게 달려들었지만 가볍게 휘두르는 단봉에 흉기를 부딪치다가 오히려 제풀에 뒤로 나가떨어졌다. 단봉에 깃든 힘을 이기지 못한 상황이라 버틸수록 더 크게 뒤로 밀려갔다.
순간 대치를 하던 자들은 중간에서 일어난 상황으로 인해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누가 멈추라고 하지 않았지만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멈추었다.
한 번의 격돌로 장인걸을 공격하던 자들은 뒤로 나가떨어져 공터가 형성되었고 그 안에 축 늘어진 우선출과 그 옆에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를 마친 장인걸이 보였다.
“연장 버려.”
그 사이에 중간 보스 하나가 나서 큰 소리로 투항을 종용했다. 대장이자 최고 고수인 우선출이 제압된 상황이니 이미 승패는 결정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장인걸의 신호에 민지훈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앞으로 나서서 우선출을 결박했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로 준비한 포승줄로 결박을 했다. 무식할 정도로 꽁꽁 묶였고 곧 연락을 받은 자들이 지하주차장에 승합차를 댔다.
적당히 정리가 된 것 같아 장인걸은 뒤로 빠졌다. 문으로 나가서 주변을 살핀 다음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적당히 주변을 우회한 다음에 근처에 대기해둔 차량을 이용하여 집으로 갔다.
최유림이나 안광현 회장이 죽어야 끝날 일을 다른 사람이 병신이 되는 정도로 일이 마무리 될 것이니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하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 일에 개입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폭의 분쟁에 직접 개입한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피한 면도 있었다.
다음날 일요일 오후에 장인걸은 청룡무술도장에서 훈련을 한 후에 지하주차장에서 최유림과 민지훈을 만났다. 물론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태근 부회장도 일이 틀어진 것을 알았는지 오늘 새벽에 자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 보스 둘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고 잠적했습니다. 차태근 부회장이 책임을 지기로 하여 더 이상 추적하지 않고 놓아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태근 부회장이 모든 것을 다 내놓기로 했으며 은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 즉시 은퇴식까지 치룬 다음에 인근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한 상황이었다.
“또한 우선출 이사도 마찬가지로 강제 은퇴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에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당분간 모처에 두기로 했습니다. 그를 따르던 여섯도 마찬가지로 은퇴식을 했고 나머지는 단순가담자들이라 사정을 봐줘 현업에 복귀시킬 것입니다. 아울러 우선출 이사의 자리는 중간 보스 중에 하나인 조민국 사장이 당분간 대행하기로 했습니다.”
민지훈이 전날 대책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장인걸도 결과를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울러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 로마나이트는 내가 맡아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민지훈은 외곽조직이지만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에 그 공으로 큰 업소를 넘겨받았다. 시가로 40억 원이 넘는 건물이었고 권리금까지 더하면 100억 원을 호가하는 업소였다.
장인걸은 민지훈의 설명이 끝나자 최유림을 보았다. 민지훈이 그런 권리를 챙겼다면 자신에게도 뭔가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것은 모두 흔적이 남아 문제가 될 것 같아 그냥 이것으로 정리하기로 했어.”
최유림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뭐죠?”
“차태근 부회장이 차명으로 가지고 있던 재산인데 판교의 땅이야.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땅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공시지가로 10억 정도 될 거야. 매매형식으로 처리할 것인데 모든 비용을 우리가 다 부담할 거야. 나중에 법무사 사무실에서 연락가면 등기관련 서류만 해줘.”
공시지가로 10억 원에 달하는 땅이라면 시가로 30억 가까이 될 것이고 부동산가격이 하락했어도 20억 가까이 될 것 같았다.
“로마나이트나 업소 관련 지분을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골치만 아플 것 같아 내가 이렇게 하자고 했어. 직접 운영에 관여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적자만 볼 것이고.”
“알았어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죠.”
나중에 그 땅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여 챙겨 준 것 같았다.
“지금 내부의 잡음은 없나요?”
“다들 숨을 죽이는 상황이지. 나서다가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면 안정이 될 거야.”
끝ⓒ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