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올도르는 환한 불길에 타오르며 비명을 내지르려 했다.
“…!”
하지만 안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길은 올도르의 폐 안에서도 타올랐고 팽창한 공기는 성대를 울릴 만큼 힘을 가지지 못했다.
때문에 올도르는 손을 뻗어 어떻게든 마즈다리를 공격하려 했다.
마즈다리는 그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올도르의 공격을 피했다.
올도르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걱정 마라, 올도르. 그 불은 마법으로 만들어져서 배에 옮겨 붙지 않으니까.”
마즈다리의 썩은 손이 말했다.
-조금 이르지만, 시작해야겠군.
‘어차피 이것만 그리면 끝이었어.’
올도르가 밟은 마법진은 속선의 사제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둔 것이었다.
현재 마즈다리가 그려 놓은 ‘눈속임’ 마법진은 신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신의 사제까지는 아니었다.
‘아직 올도르가 죽은 것도 들키지 않은 것 같군.’
마즈다리는 배를 점령하기 위해 며칠 동안 시간을 들여 배 여기저기에 마법진을 그려넣었다.
속선과 속선의 사제를 속이기 위해서 눈속임 마법을 곳곳에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주문을 시작하겠나?
‘그래.’
마즈다리는 썩은 손과 함께 주문을 외웠다.
돌탄 섬에서부터 돌아온 이후 꾸준히 준비한 안배가 뜻을 이루는 시간이었다.
마즈다리의 방 안 마법진들은 마즈다리가 만들어 낸 규칙을 다른 마법진으로 옮기며 발동시켰다.
가장 마지막에 발동된 마법진은 배의 바닥에 있었다.
이따금 보존된 물과 식량을 챙겨 가기 위해 내려오는 보급 담당을 제외하면 빛도 들지 않는 어두운 선창.
그 선창 구석 보이지 않는 자리에 마법진이 붉게 빛나더니, 그 위에 쓰러져 있던 쥐 시체가 꿈틀대며 움직였다.
시체 쥐는 배가 크게 부풀었고 움직일 때마다 구멍에서 체액이 흘러나왔지만, 살아 있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호기심을 가지고 코를 킁킁댔다.
허기가 진 것처럼 보였다.
시체 쥐는 배를 채우기 위해 선창에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나무를 갉았다.
본래라면 몇 시간은 갉아야 할 테지만, 어째서인지 시체 쥐의 힘은 생전보다 몇 배나 강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저장된 곡식을 입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체 쥐는 곡식으로는 자신의 허기를 채울 수 없음을 알았다.
시체 쥐는 본래 가지지 못했던 대담함을 가지고 별빛이 닿는 선창 위의 선원들의 공간으로 올라갔다.
곤히 잠든 선원들 사이를 누비던 시체 쥐는 이불 삼아 덮은 얇은 천 가지 밖으로 솟은 트롤 선원의 발을 발견했다.
시체 쥐는 신이 나서 달려가 트롤 선원의 새끼발가락을 그대로 우직 뜯어먹었다.
비명과 함께 트롤 선원이 깨어났고, 동료들이 불을 밝혔다.
시체 쥐는 도망간 뒤였고, 트롤 선원의 새끼발가락이 있던 자리에선 피가 뚝뚝 떨어졌다.
선의 겸 고참 선원은 상처를 지혈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고, 우선 부위를 동여맨 뒤 날이 밝으면 다시 보자며 발가락이 잘린 선원에게 독한 술을 먹였다.
하지만 트롤 선원은 다른 이들이 다시 눈을 붙이며 잠들 무렵 다시 깨어났다.
잠들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킨 트롤 선원의 심장은 멎어 있었다.
죽은 트롤 선원은 이지적 사고를 하지 못했다.
뇌는 이미 혈류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기능을 정지했고 박테리아와 세균이 과하게 활성화되면서 체세포를 뜯어먹고 있었다.
선원은 잠들었을 때 자신의 발가락을 뜯어먹은 고통도, 잠들기 위해 먹었던 독한 술의 맛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 공허를 가득 채운 것은 식욕이었다.
트롤 선원은 자신을 봐주기 위해 방금까지 새끼발가락을 지혈해 준 고참 선원을 발견했다.
그는 옆자리에 목을 내놓고 잠들고 있었다.
다시 일대에 소란이 일었다.
고참 선원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흘렸고, 기사들이 내려왔다.
트롤 선원을 묶어 두는 과정에서 몇 명의 선원과 기사들이 물렸다.
야수같이 울부짖기만 하는 트롤 선원이었지만 사실 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이상 즉각 처벌할 수는 없었다.
기사들이 주변 선원들이 사정 청취를 듣는 사이 고참 선원이 과다 출혈로 사망하자, 트롤 선원을 바로 처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사 하나가 올도르를 찾아 올라갔지만, 올도르는 깨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명령 보고는 마즈다리에게 전해졌다.
“군법이 있는데 임의로 처리하다니? 그러지 말고 그 선원을 가둬 두고 잘 감시해라. 다음날 올도르 장군이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그 말대로 되었다.
트롤 선원을 가두기 위해 또다시 선원들이 물렸다.
상황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트롤 선원에게 물렸던 이들이 열병으로 앓아누웠다.
얼마 가지 않아 숨이 멎는 이가 또 나왔다.
기사들은 느닷없는 돌림병에 겁을 먹고 갑판으로 올라오는 공간을 걸어 잠궜다.
선원들의 공간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을 물어 죽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선원 중 몇몇이 선체 측면에 포를 쏘기 위해 내놓은 임시 구멍으로 갑판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이미 병에 감염된 이가 있었다.
몇 시간 뒤.
아직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항해가 이어지는 군선 고래수염에는 걸어 다니는 시체들만이 즐비했다.
마즈다리는 이 시체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법진을 두르고서 갑판 위로 올라갔다.
마즈다리가 사용한 것은 ‘좀비 역병’ 마법이었다.
‘탈라진의 손’과 같이 통제할 수 없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위험한 주문이었지만, 마즈다리는 나름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이 주문을 사용할 거라면 반드시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용하라, 고 했던가.’
바다 위의 배라면 그 조건을 충실하게 지킨 셈이다.
마즈다리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그 몸 위에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배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마즈다리는 선장이 무슨 명령을 내리고, 선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유심하게 지켜보았기에 어렵지 않게 흉내 낼 수 있었다.
마즈다리는 항해도를 보고 바다 안개가 드리우는 지역을 확인했다.
대장선인 고래수염은 뒤따르는 군선들을 향해 항로 변경을 명령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유령선을 성공적으로 운용한 뒤 해운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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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법사 마즈다리는 석면을 배신한다’가 성사되었습니다.」
성운은 상태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잘될 거라고.”
그 말에 룬다가 입술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예언이야? ‘나는 오늘 사과를 먹을 것이다’라고 말한 다음 사과 따 먹으면 그게 예언을 성공시키는 거야?”
“…아닌 건 아니지 않나?”
엘다르가 말했다.
“그건 자충적 예언이라고 하옵니다. 예언 그 자체가 예언을 이루기 위한 요소로 쓰이면 말이지요.”
“뭐, 그렇다고 하네.”
룬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되면 신이라 하더라도 그 사고 능력을 다 읽는 건 불가능하다.
마법사는 단순히 마법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또는 없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이 모여 내면에 체계적인 마법학적 지식을 갖추게 되는 걸 의미했다.
이러한 과정은 마법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화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마법사의 행동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마법사가 불손한 행동을 한다면 알 수 있었다.
마법사를 통제하지 못하고 배신하도록 놔두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인 만큼, 자신의 영향권 아래에 마법사가 존재하면 마법사를 요주의 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주된 일과에 포함되는 법이었다.
‘하지만 로스트 월드 자체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게임이야. 이런 요소는 한둘이 아닌데, 마법사에 끊임없이 신경을 쓸 수는 없지.’
게다가 마법사로 인해서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 말은, 다른 플레이어가 방법을 잘 조절한다면 마법사가 성공적으로 배신하도록, 그리고 살아 돌아가 마법사만의 영향력을 가지도록 놔둘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애초에 마법사는 기질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반항적이니까.’
특정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마법사는, 자신만의 공방을 세우고 제자를 들여서 자신만의 권력을 차례차례 세워 나가는 법이었다.
마법사는 단독으로도 수백, 어쩌면 수천의 병사에 필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통제되지 않는 순간 신앙 자원을 갉아먹는 괴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성운은 그렇게 했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 모임을 호출해서 마법사에게 접근했다.
그런 다음 마법사의 히스토리를 확인하고 그 마법사가 배신할 수 있도록 ‘예언’을 내린다.
이 기반 작업이 끝나면 다음은, 마법사에게 배신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느 날 마법사가 홀연히 사라져 버려도 상관없지만, 가능하면 상대 국가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마법사를 섬기고 따르던 개체들이 마법사의 힘에 대해 공포를 느낄 테니까.
또한 플레이어들은 마법사를 주시하고 있으므로, 그런 신들의 시선으로부터 마법사가 피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도 있었다.
다행히 성운은 레벨이 충분히 높아 ‘신성 차단’ 스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스킬에만 의지하지는 않았다.
성운은 마즈다리가 좀비 역병을 퍼트리던 그 새벽 동안 위즈덤을 불렀다.
“왜 불렀지, 네뷸라?”
“아니. 당분간 휴전이기도 하고.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바둑이나 장기나 체스 같은 걸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루함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몸이라지만, 꼭 무용하게 보낼 필요는 없잖아.”
“…엘다르가 있지 않은가?”
“엘다르? 장난해? 내 상대가 되겠어?”
성운은 위즈덤이 자신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엘다르 말고도 너희 전부와 다 붙어 봤는데, 시시하더라고. 근데 뭐, 자신 없으면 됐어.”
“자신 없다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럼 도전할 건가?”
위즈덤이 웃었다.
“도전하는 건 그쪽이겠지. 뭘로 할 건가?”
“바둑으로 할까?”
“잠시 기다려라, 게임 판을 창조해야겠군.”
그리고 실제로 위즈덤의 실력은 우수했다.
성운과 거의 비등한 실력이었는데, 성운의 실수 때문에 마지막 판을 따내며 최종적으로 이겼다.
“그럼 이번엔 내 승리인가?”
“음, 그래. 제3 대륙 바둑왕은 너야.”
“로스트 월드 랭킹 1위께서 인정해 주다니, 영광이군.”
“별 말씀을.”
성운도 실제로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 사이 마즈다리가 배를 완전히 정복했기 때문이었다.
위즈덤은 마즈다리가 탄 배가 사라지기 전까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깨달았겠지만.’
룬다가 말했다.
“네뷸라, 훌륭하게 예언을 성사시킨 건 알겠지만 문제가 있어.”
“뭐지?”
“이제는 마법사가 마즈다리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야.”
그 말은 맞았다.
석면이 제일 빨랐고, 마법적 지식을 가장 많이 축적하는데 성공했다.
그 때문에 마즈다리가 가장 먼저 마법사가 되었다.
하지만 마법을 주목하고 있던 건 위즈덤과 석면만이 아니었다.
금안과 단염 또한 연금술사의 탑에서 도망친 저주받은 자들을 사로잡고 지식을 끌어모았다.
그들의 협력을 받는 마법사가 둘은 더 있었다.
하지만 성운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언제 마즈다리’만’ 배신시킬 거라고 했어?”
“응?”
“방법을 알고 기회가 있는데 구태여 놓칠 이유가 없잖아.”
성운은 조금 전 먼저 떠올랐던 상태창을 다시 켜서 룬다 앞에 내놓았다.
「’예언: 마법사 얀은 금안을 배신한다’가 성사되었습니다.」
「’예언: 마법사 탈레이는 단염을 배신한다’가 성사되었습니다.」
성운이 말했다.
“이미 제3 대륙의 마법사들은 다 독립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