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2
012화
“개구리라고?”
라크락도 개구리라면 잘 알고 있었다.
미끈미끈하고 헤엄을 잘 치고, 폴짝 뛰어오르며, 어떤 놈들은 독이 있다.
‘신께서 축복을 내린 이후로는 독이 있는 놈들도 잘 먹을 수 있었지만.’
연못에도 꽤나 살고 있었고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이 끝날 무렵 땅을 파고 나오는 것들을 잘 집어 먹곤 했다.
발자국 모양을 보니 닮긴 했지만 크기가 달랐다.
“프로그맨. 두 발로 걷는 족속이지.”
“말을 할 줄 아나?”
“우리만큼.”
프로그맨의 서식지는 강가나 호수로 제한적인 만큼 넓은 활동 반경을 가진 리자드맨이라고 해도 만나기 힘들었다.
라크락은 수풀을 뒤집으며 발자국 개수를 세었다.
“하나가 아니군. 꽤 많아. 다섯?”
“놈들도 정찰을 하는가 보군.”
“호전적인가?”
“먼저 터전을 잡고 있었으니 그럴지도. 하지만 꼭 그렇진 않소. 다른 두 발로 걷는 족속과 비슷하지. 나쁜 놈도 있고, 좋은 놈도 있지.”
정찰을 마친 라크락과 별잡이는 임시로 가꾼 마을로 돌아가 회의를 시작했다.
사실상 내정을 관리하는 자올과 전사 중 으뜸인 유르가 포함된 회의였다.
“프로그맨이란 종족이 이 주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얼마나 많은지 확신할 수 없고, 당장은 모습을 드러내길 꺼리니 좋은 놈들인지 나쁜 놈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놈들이라 장담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자 의견을 말해 봐라.”
유르가 말했다.
“저는 부족장님 의견대로 하고 싶습니다.”
자올이 한숨을 쉬었다.
“유르 너는 사냥 기술은 따라올 이가 없지만 지혜를 더 갖춰야겠구나.”
“무슨 말입니까, 자올?”
“우리는 어차피 부족장님 말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부족장님의 말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 안 그러냐?”
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를 묶어 둘 때 부족장님 매듭보다 제 매듭이 더 낫긴 했죠. 실제로 부족장님도 이후로 제 매듭을 쓰셨고.”
그 말에 라크락은 콧김을 흥 하고 뿜었다.
자올이 살짝 웃고 말했다.
“우리는 부족장님 의견을 존중할 테니, 부족장님이 먼저 의견을 꺼내시면 우리는 달리 생각하지 않겠지. 그러니 부족장님이 우리에게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주신 거다. 그래야지 더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별잡이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유르도 이제야 깨달은 듯 작은 탄성을 냈다.
“아, 알겠습니다. 사실 말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뭐지?”
“딱히 말씀하시지 않고 계셔서 가만히 있었는데, 상대에 대해 더 정확한 전력을 알면 좋을 거 같습니다. 제가 정찰대를 꾸려 더 깊숙하게 가면 어떨까요?”
자올은 신중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반대야.”
“왭니까?”
“이 땅은 위험할지 어떨지 몰라도 풍족한 곳이다.”
유르는 그게 뭐 어떠냐는 듯했지만 라크락과 별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프로그맨들이 우리와 비슷한 종족이라면, 우리가 풍족한 환경에서 지낸 만큼이나 강성하겠지. 우리 무리는 300이 넘지만, 상대는 더 클 수도 있다. 상대가 우리 무리보다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상대가 적대적이거나, 적대적이지 않다고 가정을 해야 하지.”
유르는 자올의 말을 반쯤 수긍했다.
“하지만 저희에겐 신께서 함께하시지 않습니까? 놈들의 능력이 저희와 비등하다면, 저희 뼈의 전사가 더 강할 겁니다.”
“그건 장담할 수 없다. 더 강하더라도, 상대의 숫자가 더 많다면 싸움에 유리하지 못하다.”
라크락이 자올의 말에 동의했다.
“전사들은 무리를 지키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상대를 모른 상태로 있을 수도 없다. 그럼 깊이 보내는 대신 넓게 보내자. 놈들을 만나고 직접 들여다보기보다 어디까지 지역을 점하고 있는지, 또 다른 놈들은 없는지, 다른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리를 지켜야 하니 한 번에 너무 많이, 너무 멀리 보내지 않아야 한다. 정찰 방법은 유르, 니가 전사들과 회의를 해서 내일까지 정한 다음 내게 설명해라.”
“알겠습니다, 부족장.”
부족에 있는 뼈의 전사는 현재 모두 마흔 명 정도로, 기존 무리에 있던 전사들 말고도 푸른 거죽 중 성운이 직접 축복을 내린 이들도 있었다.
무리의 크기에 비하면 전사 계급의 숫자가 많은 편이지만, 직업의 분화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유동적이기도 했다. 전사 개개인을 잘 알고 있는 유르에게 일을 맡기는 건 성운이 보기에도 합리적이었다.
다음으로 의견을 제시한 건 자올이었다.
“부족장, 상대를 관찰하는 것만큼이나 상대가 우리를 관찰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자올. 좋은 생각이 있나?”
자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모르는 만큼, 나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만약, 저들이 우리를 작고 약한 부족이라 업신여긴다면 당장에 공격해 올지도 모르지요.”
“그렇지.”
“그러니 우리는 저들을 겉보기로 속여 무리의 숫자가 많다고 과장을 해야 합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곳엔 나무가 많으니 불을 피우기 쉽습니다. 밤에도 불 지킴이를 여럿 두어 당장은 쓸모없더라도 더 많은 불을 피우면 저들은 저희 무리의 규모를 배로 생각할 겁니다. 밤에 경계를 서기도 좋겠지요. 전사들이 정찰을 나가는 것도 염두에 두고요.”
다른 이들도 자올의 의견에 동의했다.
경계를 더 세우면 낮에 피곤한 이들이 좀 더 많아지겠지만, 그 정도의 역량을 소비하는 것치고는 이익이 컸다.
“그 말대로 하자. 하지만 경계를 서는 인원들은 불만 없이 공평하게 일을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별잡이가 말했다.
“난 별다른 의견은 아니고.”
“부담 없이 말해도 좋다.”
“집을 짓는 방식을 좀 바꿨으면 좋겠소.”
현재 라크락의 무리는 땅을 판 다음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나무 뼈대를 세워 올린 다음 더 얇은 나뭇가지나 나뭇잎. 갈대 등으로 비가 새지 않도록 덮어 두는 형식이었다.
이렇게 땅을 파 두면 보온이 잘되기 때문에 이전 푸른 거죽 무리에서부터 답습하던 방식이었다.
“이유는?”
“이 땅은 전에 있던 곳보다 따뜻하오. 그리고 땅 아래 식물 뿌리가 많고, 습하지. 게다가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비가 전보다 자주 올 거요.”
라크락은 눈앞의 외팔이, 별잡이이자 길잡이, 현명하게 늙은 리자드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별잡이는 본래는 달랐던 비늘색도 이제 라크락처럼 검게 변하고 있었다. 신의 축복을 받은 덕일 것이다.
“좋다. 그대는 내 이름을 빌려 무리가 집을 짓는 걸 감독하라.”
별잡이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
새로운 터전에서의 며칠이 지났다.
물소들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고 풍부한 먹이에 만족하는 듯했다. 덕분에 물소치기에 일손이 덜 갔고 무리의 수렵 채집에도 탄력이 붙었다.
리자드맨들 또한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착실히 만들어 나갔다.
라크락은 자신이 얼마 전 발견한 ‘문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라크락은 정찰에 나갔던 전사들이 돌아오면, 언제나 마을 가운데 있는 크고 넓적한 바위 위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쪽으로 가니 해가 떠오를 쯤 출발해서, 해가 하늘 가운데 있을 때 작은 강에 도착했습니다.”
“어디서 어디로 흐르지?
“해가 뜨는 방향으로 기준으로 하면… 이렇게… 사선으로 흐릅니다.”
“얼마나 넓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여기서 저 나무 정도 됩니다.”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창날에 망치를 들고 넓적한 바위 위에다 강의 모양을 표시했다.
바위 위에는 중심에 마을을, 거리에 따라 나름의 축척을 적용해 주변의 지형이 드러나 있었다.
정확히는 사냥 표식에서 발전된 ‘지도’인 셈이었지만, 문자처럼 영구적인 기록을 한다는 아이디어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었다.
이 기록은 실제로 쓸모가 있어서, 라크락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몇 개 조로 나눠진 전사들이 바위 위에 새롭게 기록된 정보를 보고 주변 지형을 더 자세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것은 기록과 문자의 효용에 대해 무리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생활이 안정되니 무리에 여가 시간이 생긴 덕이기도 했다.
라크락은 무리하게 일을 지시하지 않는 대신에 여러 일을 할 때 문자를 사용하도록 권했다.
이를테면 날마다 채집한 과일을 작성해 두면, 누가 일을 덜하고 누가 일을 더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일러 둔 것이다.
자올은 걱정했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손이 느리고 둔한 이들이 책망받지 않겠습니까?”
“그럴지도.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른걸.”
실제로는 기록을 시작하자 누가 누구를 책망하기 전에 부지런한 이들은 적당히 일손을 줄였고, 부족했던 이들은 채집량을 늘렸다.
라크락이 예상한 결과였다.
하지만 라크락은 스스로 예상한 것 이상의 깨달음을 얻었다.
‘기억에 의존할 때는 적당히 타협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때문에 그 사이에 누군가는 게으르고 누군가는 성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명백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지 못해 감정의 골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다들 주의한다.’
아직 게임 시스템을 통해 드러날 정도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성운은 라크락이 가진 아이디어의 씨앗을 알아차렸다.
단순한 발견은 의미가 없다.
기록 문화, 문자 문화가 시작되면 그 이전과는 다른 더 다채로운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 중요성을 깨닫는 것부터가 첫걸음이라 할 만했다.
‘생각보다 더 잘해 주고 있어.’
사실 성운은 최근 라크락의 무리에 통 관심을 쏟지 못했다.
현재 성운에 속한다고 할 만한 부족은 라크락의 무리 밖에 없긴 하지만, 게임 로스트 월드에서도 그렇듯 신이 하는 일이 부족을 관리하는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성운은 세 개나 되는 거대한 벌레 떼를 가지고 있었다.
이 벌레 떼는 단순히 성운이 조종할 수 있다기보다, 각각이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하나는 서쪽에 있는 메뚜기 떼로, 라크락과 그 무리가 간접적인 이득을 얻도록 만든 무리였다.
그리고 이 메뚜기 떼는 라크락의 무리에게 위협이 될 만한, 또는 불필요한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요소를 방해하고 지워 내는데 주력했다.
다른 하나는 라크락과 그 무리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동떨어진 남쪽의 숲 속이었다.
게임 로스트 월드에서는 일명 ‘소영역 경험치 파밍’을 위한 작업 방식이 있었는데, 이곳은 그것을 위한 장소였다.
이곳에는 성운은 온갖 종류의 곤충을 창조하고 창궐시켜 벌레들이 득실거리는 둥지로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덕분에 현재 성운이 가진 ‘벌레의 소영역’은 3레벨을 넘어 4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덕분에 새로운 스킬도 얻었다.
물론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가 가깝게 있다면 이런 종류의 파밍을 눈뜨고 볼 리 없지만, 성운의 시작 지점은 비교적 외딴 반도에 자리 잡은 덕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아직 발견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플레이어가 적은 지역에서 시작한 이점을 어떻게든 챙겨야 하니까.’
주변에 플레이어가 있으면 푸른 거죽과 라크락의 무리가 만났을 때처럼 문명 충돌 이벤트로 얻는 기술적 이득이 많기 때문에 성운이 앞서가고 있다기보다 손실을 보충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아직은 말이지.’
세 번째 벌레 떼 또한 라크락과 그 무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 번째의 ‘둥지’와는 달리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었다.
성운이 최근에 창조한 벌레 떼로, 성운이 이 땅으로 라크락의 무리를 유도한 이유가 있었다.
‘흉물이 나타났을 때는 좀 놀랐었지.’
고대 갑충은 예외 상황이었지만 자올 덕분에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이후 며칠 사이의 라크락의 지도력도 훌륭했다.
‘덕분에 준비를 마칠 수 있었어.’
사실 라크락이 조우하게 될 프로그맨 부족은 성운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부족이었다.
‘바로 첫 부족을 선택할 때 라크락의 무리와 두고 고민했던 그 프로그맨 부족.’
당시에도 500명에 이르는 강성한 부족이었기에 성운으로서도 간간이 지켜보았다. 필요하다면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부족으로 삼을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프로그맨 부족은 로스트 월드에서도 가끔 보이는 ‘특별한 이벤트’가 걸려 있었다.
‘덕분에 두 번째나 세 번째 부족으로 삼기에는 미묘해졌지.’
현재 프로그맨 부족은 예의 이벤트 덕분에 1천 500명에 이르는 큰 부족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성운에겐 이런 큰 부족과 라크락의 무리를 조우하도록 둔 이유가 있었다.
‘성장하기 위해선 부족과 부족은 교류하고 부닥쳐야 하니까.’
성운은 두 부족의 첫 번째 조우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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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장! 프로그맨들이 저희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마을 가운데 움막에서 전사 하나의 전갈을 받은 라크락은 침착하게 되물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연락을 전할 때는 숫자가 얼마인지, 무장을 했는지, 얼마나 빠르게 함께 전달하라고.”
“죄송합니다. 무리는 모두 여섯… 아니 일곱이고, 모두 무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그게…”
라크락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놀랐지만, 직접 보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장은 했으나 걸어온다는 건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말. 숫자도 적다.’
라크락은 무장한 전사 열을 이끌고 프로그맨들이 마을에 도달하기 전에 만나기로 결정했다.
전사의 숫자가 열인 까닭은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숫자를 데려가되, 대화에 있어 너무 위압적으로 보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숲 공터에서 두 부족이 만났다.
전사들이 프로그맨을 관찰하고 그 정보를 전달했기 때문에 처음 보는 프로그맨도 완전 낯설지는 않았다.
피부는 미끈거리고 체구는 리자드맨들 보다 다소 작다.
커다란 눈에 눈꺼풀이 투명한 것이 특징이고, 목이 짧고 단단해 보이는 체구가 평균적이다.
‘그리고 저건···’
라크락은 전사가 전달한 ‘특이사항’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여섯 명의 프로그맨, 그리고 그 옆에는 회갈색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도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