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로스트 월드에서 많은 영역들은 공유된다.
이를테면 소영역에 속하는 수 많은 영역들은, 다른 플레이어들도 똑같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축의 소영역이나, 곡식의 소영역 따위는 문명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플레이어가 그다지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둘 중 하나의 영역은 플레이어가 선택한 종족이 자연히 선택하게 될테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두 영역은 최소한의 레벨에는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종족영역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
한 플레이어가 최초의 종족으로 인간을 택했다고 해서, 다른 플레이어가 또다시 인간을 최초의 종족으로 선택하는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러니 플레이어가 특정한 영역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플레이어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다.
‘다소 희귀한 영역이 있긴해.’
성운은 현재 자신만이 가졌다고 생각되는 희귀 영역은 ‘마성영역’에 속하는 전기가 있었다. 이 영역은 확실히 좋은 영역이었고 성운 또한 잘 이용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덜 희소한 편이지만 들풀의 영역이나 꽃의 영역 따위는 성운도 어쩌다가 얻었을 뿐 다른 플레이어들도 굳이 원해서 얻지는 않는 영역이었다. 오히려 원해서 얻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에 희소했다.
결국 플레이어의 능력의 대부분을 결정짓는 소영역과 종족영역, 심지어 소영역 보다 더 강력한 권능이 뒤따르는 대영역이라 할지라도 독점을 할 수 있는 영역은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특징은 대체적으로는 플레이어가 어떤 방식의 플레이를 해왔는가에 따라 각각의 소영역과 종족영역이 가지는 레벨이 결정짓는다고 봐야 했다.
‘물론… 예외도 있지.’
그 예외가 고유영역이었다.
성운이 알고 있는 로스트 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고유영역은 ‘전쟁’이었다.
글자 그대로 전쟁에 대한 수행 능력과 관계된 영역으로, 플레이어들이 가장 선호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이었다.
얻기만 한다면, 통계적으로 플레이어의 80%가 3위 안에 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영역이었다.
그 밖에도 고유영역은 다른 영역들과 구별되는 강한 영역들이 많이 존재했다.
일반적인 영역들이 신으로서의 기초적인 능력을 결정짓는다면, 고유영역은 그 신이 어떤 신인가를 드러내는 요소인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영역을 얻는 조건이 부정확하다는 것에 있었다.
가장 인기있는 전쟁의 고유영역 또한 얻고 싶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로스트 월드의 플레이어들이 내린 결론은 각 고유영역마다 조건이 수 십가지는 되고, 각 게임마다 랜덤하게 결정된다고 보았다.
전쟁의 고유영역을 얻기 위한 조건에는 분명 전쟁과 관련한 플레이와 행동과 연관이 있었지만, 로스트 월드 플레이 도중엔 누구나 그런 행동을 하는 셈이니 무엇이 명확한 조건인지 알기 어렵기도 했다.
몇 가지 인기 고유영역들은 그 조건들이 거의 추론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각 게임마다 시도하는 건 번거롭고 게임의 승리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성운 또한 수 십 가지, 거기다 랜덤한 값으로 배정되는 조건을 모두 플레이하는 건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했기에 전쟁의 고유영역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성운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자신이 시도해볼 수 있는 최소값만 도전을 해보고 고유영역을 얻을 수 없게 되면 재빨리 포기하는게 게임의 승률에 더 좋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고유영역의 이런 특성 때문인지, 간혹 드물게 얻게 되는 고유영역도 등장하기도 했다.
일례로 ‘질병’과 같은 고유영역이 있었다.
질병은 로스트 월드 플레이어 커뮤니티 역사상 모두 열 번 정도 밖에 등장하지 않았고, 그 조건도 모두 불분명했다. 그리고 그 열 중 일곱 명이 우승했다.
초기에는 이 영역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핵이나 버그 플레이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서 의견이 분분했던 영역이기도 했다.
‘뭐, 질병을 얻으면 제일 좋긴 하겠지만…’
왜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시시한 고유영역도 제법 많았다.
이를테면 성운이 이미 얻은 ‘시체’의 고유영역도 그런 영역으로 생각되었다.
악신 절우비를 죽이고 얻은 이 고유영역은, 아무래도 성운을 믿는 개체들이 계속 사망하므로 영역 레벨은 꾸준히 상승하지만, 그뿐이었다. 별다른 이득이 딱히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성운이 보기에도, 이번에 얻게 된 ‘마법’의 고유영역은 그와 같아보이진 않았다.
‘마법이라… 시체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생전 처음보는 영역이야. 이전 게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긴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얻었다는 사실이지.’
도대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켰는지는 성운도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조건을 충족시켰으니 얻은 것이다.
성운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만신전의 형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을 뒤로하고 영역을 확인했다.
시체의 고유영역과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없습니다.」라는 메세지가 전부였기 때문에, 마법의 고유영역도 마찬가지라면 실망스러울 터였다.
「고유영역:마법」
「Lv. 1」
「마법의 조종(祖宗)」
「존재하는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마법을 사용할 때의 소모 되는 자원은 신앙에 비례합니다.(자세히보기)」
「이 외에 1개의 추가 스킬이 있습니다.(밀어서 확인)」
성운이 다음 스킬을 확인하려고 할 때, 룬다가 말을 걸어왔다.
“뭐해?”
성운은 일단 창을 닫았다.
“확인할 게 있어서. 뭐 중요한 이야기 했나?”
“식당이랑 부엌을 어떻게 만들지 이야기 중이었는데.”
“식당이랑 부엌?”
“응.”
“그, 식당… 만드는 건 확정이 된 건가?”
“응.”
성운은 밥을 먹을 필요도 없는 주제에 왜 식당이 필요한가 따위의 사사로운 부분은 넘어가기로 했다.
본래 로스트 월드에서 만신전을 이루는 내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고, 실제로 코스트도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반면에 지금의 임시가 아닌, 제대로 된 만신전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플레이어가 기거할 장소이니 제대로 결정하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성운은 룬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룬다.”
“왜?”
“식당과 부엌을 만드는데 전권을 위임하지. 알아서 해.”
어떤 이유에서인지 룬다와 투닥거리던 크람푸스가 성운에게 성질을 내기 시작했지만 성운은 룬다에게 상의하라고 이르곤 다시 시스템 창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스킬이 하나 더 있었다.
‘…다른 영역들과 비슷한 셈인가?’
대부분의 영역들은 1레벨에 그것과 관계된 ‘창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기의 영역이면 공기를 만들어내고, 전기의 영역이면 번개를 만들어내고, 벌레의 영역이면 벌레를 만들어낸다.
좀더 복잡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의 영역 같은 경우, 전쟁을 만들어낸다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평화로운 지역에 해당 스킬을 사용할 경우, 소모하는 신앙 자원에 비례해서 비교적 빠르게 분쟁이 일어나고 그 갈등이 커져서 전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법의 영역이 마법을 만들어내는 건 타당한 이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해도 말이지…’
우선은 성운이 가진 수 십 개의 소영역을 통한 창조 능력은 실상 마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마법은 좀더 디테일한 효과를 가진 경우가 있긴 할테고 소영역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 있으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법사들을 홀릴 수도 있을테고.’
성운이 도래자라며 시작한 거짓말은 아직 마법사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여준다면, 어떤식으로든 납득을 할테니 이해시키기 좋을지도 몰랐다.
‘그럼 다음 스킬을 볼까.’
성운은 가볍게 허공을 밀어 다음 스킬을 확인했다.
‘뭐,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ъ꽭怨? 접속 권한」
「?닿납?먯꽌 ?뱀떊??湲곕떎由ш퀬 ?덉뒿?덈떎.」
성운은 인상을 썼다.
‘깨진 글자. 이건 악신들이랑 똑같군.’
존재하지 않던 고유영역과, 그걸 얻자 드러나는 깨진 글자.
그리고 이 마법이라 불리는 힘은 고대의 악과 연관이 있다고하니 성운으로서도 이런 것을 보게 될 거라고 예측은 했었다.
‘하지만 접속 권한이라니, 어디에 대한 접속 권한이라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1레벨 스킬일 뿐이야. 향후 고유영역의 레벨을 올리게 되면 다른 스킬이 등장할지 어떨지도 지켜봐야겠지.’
성운은 이에 대해 그리 오래 집중할 수도 없었다.
만신전의 식당에 대한 잡담 때문이 아니라, 엘다르의 이야기가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새로운 막을 펼치기 위해 준비를 해야했다.
─┼
세 마법사에 대한 엘다르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어 신들 사이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필멸자들이 아둔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제 스스로를 망칠까 두려워했던 속선과, 필멸자들의 약함을 알고 있지만 그 속에 내재된 힘을 믿은 야천의 대결.
엘다르는 속선과 다른 신들에 대한 행동을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면서 동시에 야천의 뜻이 결과적으로 옳았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천이 승리함으로 인해서 모든 것을 독식하는 이야기로 도달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 속에서, 악신을 제외한 모든 신들은 필멸자들을 위한다는 똑같은 동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의 뜻을 알 수 없으므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그에 따른 희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해가 불식되고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너무… 교조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엘다르는 조금 걱정했지만 이윽고 눈물을 터트리는 사제들을 보자 엘다르는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야천의 승리 뒤에 다른 신들의 사제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으므로 이런 이야기가 일종의 안도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 불만족한 사제가 하나 있었다.
“엘다르시여, 참으로 감동적인적인 이야기옵니다.”
-“하지만 너에게만큼은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구나.”
“예. 저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사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제들이 일어난 사제를 보았다.
금안에서 온 닉스였다.
암본이라 불렸던, 더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근원신이라 불렸던 신을 믿었던 사제였으나, 사실 이제는 사제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녀가 믿던 신은 이제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 천 명의 병사들이 죽은 전쟁이 오해에 불과했다면, 지아비를 잃고 허드렛일로 배를 채워야할 아낙들에게 그저 실수라고 해야한다면, 그리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필연적인 고통이라 할지라도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모든 신들이 제 자리에 있음에도 저희의 신께서만 사라져야 했던 것입니까?”
다른 사제들은 아무리 자신이 믿는 신이 아니라고해도 너무 불경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차마 암본의 사제를 말리지 못하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엘다르가 말했다.
-“그래. 응당한 분노로구나. 앞으로도 그리 분노하라. 부당한 일이라 생각된다면.”
막상 받아치는 엘다르의 말이 너무 온화했던 덕인지, 격앙 되어 있던 닉스 사제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엘다르가 말했다.
-“그리고 정확한 지적이니라. 너희를 이 땅으로 부른 까닭은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 신들은 만신전의 빈자리를 알고 있으나, 작물이 자라는데는 대자연의 태양과 온기와 비와 대지만이 아닌 조막만한 사람의 손 또한 필요한 것처럼, 신과 필멸자 사이에 복잡한 인과를 풀기 위해선 신이 아닌 필멸자의 뜻도 필요하다.”
“혹여…”
-“그래.”
엘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암본을 되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