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대륙 전쟁 동안, 대포는 확실히 그 쓸모를 보였다.
하지만 혼란을 틈타 제국령 곳곳에서 자신의 종족을 독립시키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반란군이 속출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대포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제국의 정규군이 반란군보다 숫자도 많고 기술 수준도 우수했다.
하지만 반란이 일어나는 장소에서는 이미 뜻을 함께하고 모인 반란군에 비해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국군의 징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또 기술 수준으로 따지자면 반란군에게 화약 병기가 넘어갈 것을 우려해 여러 무기와 흑색화약 저장고는 각 제국령의 중앙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무기들을 옮겨 반란군을 상대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 급조된 정규군으로 냉병기를 통해 반란군을 제압해야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이는 오로지 훈련된 군인이라는 우위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카일 라크 오라즌이 손수 짜낸 제국 전역의 제국군 징집 과정과 군수 운반로는 열세인 정규군이라 할지라도 반란군을 제압해 내도록 했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카일은 기술대신 럼프를 닦달하였다.
럼프는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폐하, 반란과 같은 정치적 문제를 제가 감히 입을 담을 게 아니지만… 기술적 문제로 해결이 될 사안일지요?”
카일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기술만 있어도 해결될 사안이지. 반란군 대부분은 각 제국령에서 권력을 얻는데 실패했던 귀족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병을 갑옷과 탈것으로 무장시켰지. 부분적으로는 제국군의 무장보다 뛰어나기도 하다. 아직 문제가 될 정도로 큰 패배를 겪지는 않았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반란을 잠재우는데 성공하고 있지만, 반란군을 제압하는 현장의 지휘관들에게 지워진 부담은 상당한 것이야.”
럼프가 질문했다.
“혹여, 그럼 어떤 방향으로 무기를 개발하면 될는지…?”
카일이 말했다.
“갑옷을 두둑하게 입고 말 위에 올라탄 이를 잡기 위해서는 방진을 짜고 창으로 찌르는 게 유효하다. 이를 화기로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은가 싶은데….”
그 말에 럼프는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른 듯싶었다.
“그렇지요. 화기는 결국 길다란 창일지도 모르지요. 조만간 물건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화승총이었다.
결과적으로 바센 라크 오라즌은 이 화승총이 반란을 제압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 화승총의 시연이 있고 나서 탐험대의 무장에 추가 되었고, 그걸 위한 몇 번의 연습이 있고 난 뒤 곧 원정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했겠지.’
바센에게 라크샤사 전사 하나가 손도끼를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바센은 자신과 라크샤사 전사와의 거리가 화승총의 정확도를 감안했을 때 멀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바센은 서서쏴 자세에서 달려오는 라크샤사 전사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가갔다.
화승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라크샤사 전사는 더욱 속도를 내서 달려들더니, 바센의 머리를 쪼개기 위해 훌쩍 뛰어올랐다.
바로 그때 바센은 개머리판에 어깻죽지를 바짝 붙이곤 방아쇠를 당겼다.
-쾅!
화승이 화약과 맞닿으며 탄알이 쏘아졌다.
탄알은 그대로 라크샤사의 머리통에 박혔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던 라크샤사 전사는 매가리 없이 떨어지더니 관성을 따라 바닥을 굴렀다.
손대포와 화승총의 결정적인 차이는 방아쇠였다.
심지가 모두 타들어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손대포와 달리, 이 ‘총’이라고 불리는 신무기는 방아쇠를 당길 때 이미 불타고 있는 화승이 화약에 닿으며 불을 붙이는 구조였다.
사실,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총알을 쏠 수 있다는 건 개인이 사용할 때가 아니라 군집을 이루었을 때 극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조준!”
멀리 사원의 동쪽에서 티오네 이티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센의 도움으로 조잡한 나무 감옥을 탈출하자마자 재빨리 무장부터 했고, 자신의 선원들을 통솔했다.
바센은 티오네가 팽골리안들을 위해 싸워 줄 것인지 걱정했는데, 그 부분은 기우였다.
“무슨 말이에요? 팽골리안은 둘째 치고 힘든 사람들을 이렇게 묶고 질질 끌고 왔는데 혼쭐을 내줘야죠.”
화승총의 화력과, 처음 대포를 사용해서 전투를 치러 봤던 티오네였기에 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적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발사!”
-콰과쾅!
흰 연기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자욱하게 퍼졌다가 사라지자,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탄환이 박힌 부위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는 라크샤사들이 있었다.
티오네는 자신의 분대를 이끌고 라크샤사 부상자들을 처리하면서 라크샤사들을 소탕해 나갔다.
바센 또한 팔뚝에 감아 둔 새 화승을 제자리에 꽂아 두곤 다음 목표를 노렸다.
“흠.”
멀리 다섯의 라크샤사 전사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지금 쏘고 재빨리 장전하면 한 놈 정도는 더 맞출 수 있겠군.’
다행히 바센은 칼솜씨도 자신이 있었다.
전설적인 타타르처럼 열이나 되는 트롤을 동시에 상대하긴 어렵겠지만, 셋 정도라면 해 볼 만했다.
하지만 바센은 견착했던 화승총을 다시 내려놓았다.
라크샤사와 바센 사이에 커다란 장애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1등 황훼사! 너희 박살 낸다!”
훼사는 건물의 일부로 쓰였음직할 커다란 통나무를 휘둘렀고, 그 한 방으로 라크샤사 둘이 십 미터는 넘게 튕겨져 나가 굴렀다.
전사들이 훼사에게서 도망가기 시작했고, 훼사가 그 뒤를 쫓았다.
라크샤사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아이구, 저분은 밥을 많이 잡수겠네요.”
마고가 종종걸음으로 훼사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바센이 말했다.
“그건 왜?”
“이 난리가 끝나면 아무래도 고맙다 한마디하고 맨입으로 싹 씻긴 그러니, 뭐라도 대접을 해야 할 텐데, 마을에 먹을 것도 없으니…”
바센은 피식 웃었다.
“곤란한 걸 요구할 생각은 없다. 다른 팽골리안들에게도 다 알리고 왔나?”
“예에. 라크샤사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더니 다들 신이 난 것 같네요. 다들 이 난리 통에 ”
“잘됐군.”
팽골리안 마고가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라크샤사들이 물러서진 않을 텐데…”
“그렇겠지. 하지만 당장은 라크샤사 전사들을 거의 물리쳤다. 싸우지 못하는 이들도 다 도망갔고.”
마고가 말했다.
“하지만 옆 마을이 가까운데… 거기도 비슷한 숫자의 전사들이 있으니…”
“흠.”
화승총에 쓸 화약과 탄환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음 라크샤사 부대는 몰라도, 다음, 또 그 다음을 생각하긴 해야 했다.
마고가 말했다.
“저한테 생각이 있는데…”
“뭐지?”
“혹시나 지금 빨리 카튜루를 구할 수 있으면, 그 전사들을 막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네요.”
“아, 너희들의 수호자 말인가?”
“예에.”
바센은 사원 건물을 바라보았다.
내부 구조는 알지 못하지만, 안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라크샤사 전사들이 있을 테니 주변을 소탕한 다음 천천히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수호자가 우리를 도울 수 있다면 부담할 만한 위험이다.’
바센이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우리 탐험대가 너무 바쁜 것 같군. 도와줄 수 있겠나?”
마고가 동그란 눈으로 바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팽골리안들이 사원을 직접 건축했으므로, 라크샤사들의 눈을 피해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
바센은 마고와 단검과 석궁으로 무장한 팽골리안 열을 데리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소수의 라크샤사들을 빠르게 제압한 다음, 사원 중심부에 있는 넓은 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홀에서는 이상한 괴성과 싸움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탐험대에서 사원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었을 텐데?’
바센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홀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긴 주둥이에 마찬가지로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집채만 한 생물이 쇠사슬에 묶인 채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바센으로선 처음 보는 생물이었지만, 일단 외형은 개미핥기였다.
마고가 작게 중얼거렸다.
“카튜루…!”
하지만 카튜루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카튜루를 둘러싼 라크샤사들이 카튜루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창날로 계속해서 찔러 대고 있었는데, 이미 오랜 시간 이어졌는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가 흥건했다.
-이노옴드을…!
운 나쁘게 라크샤사 한 마리가 피에 미끄러지자, 분노한 카튜루가 재빨리 뭉개 버렸다.
하지만 아직 라크샤사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라크샤사 우두머리가 외쳤다.
“어서 이놈을 죽여라! 놈들이 당장에라도 들이닥칠 거란 말이다!”
바센은 한탄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몰랐다.
카튜루라고 불리는 수호자는 하나의 부족을 지켜 줄 만큼 강한 힘이 있다는 말이다.
더 큰 괴물의 제물로 바쳐질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물의 가치를 매기는 것도 결국엔 라크샤사들.
라크샤사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죽일 수 있는 것이다.
마고가 울먹였다.
“아이구… 이를 어떡한담?”
바로 들이닥치기에는 생각한 것보다 라크샤사들의 숫자가 많았다.
그렇다고 싸우는 동안 카튜루의 몸에 묶인 쇠사슬들을 재빨리 풀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최선의 수는 여기서는 일단 후퇴하고, 외부에서 탐험대를 불러오는 것이 답이지만, 이 경우 높은 확률로 카튜루가 죽을 터였다. 바센은 다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센이 초조하게 생각했다.
‘빨리 답을 내야 한다.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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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전.
회의실에 앉아 있던 플레이어들이 죽어 가는 카튜루를 보고 있었다.
크람푸스가 안쓰러운 눈으로 카튜루를 보았다.
“불쌍한데.”
위즈덤이 말했다.
“하지만 당장 저 카튜루라는 이름을 가진 신수는 없어도 되지 않나?”
성운이 답했다.
“그건 그래. 별로 중요하진 않아. 저 카튜루가 없어도 다음 병력, 그리고 그 다음 병력까지도 여유롭게 막을 수 있을걸. 게다가 바센이 팽골리안들을 훈련시키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질 거야. 하지만…”
“하지만?”
성운이 말했다.
“이 상황을 써먹지 않을 수는 없군.”
“써먹는다니?”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신이 개입할 최고의 상황 같은데.”
성운은 자신의 창조물 하나를 불렀다.
“힐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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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거미 힐로브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뜰 필요는 없었다.
힐로브의 여섯 눈동자에는 눈꺼풀이 없으니까.
“힐로브, 할 일이 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렇게 무게 잡을 것까진 아니고. 신수 하나가 묶인 채 공격을 받고 있다.”
-마무리를 합니까?
“아니, 그 신수를 구하고 내 신자 바센과 그 친구 마고, 그리고 다른 팽골리안들을 도와.”
-돕는다는 것은…?
“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라.”
-뜻대로 하겠나이다.
답을 마친 힐로브는 성운이 자신을 집어서 이동시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성운이 가진 ‘창조물 목록’에서 제4 대륙의 ‘미니맵’으로 드래그온 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힐로브로서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자신의 거체를 들어다 차원을 넘나들어 이동시키는 감각에 가까웠다.
‘전능하시도다.’
힐로브는 자신이 익숙하게 느끼는 어둡고, 폐쇄된 장소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피 냄새.
그리고 신수로 보이는 기괴한 생명체.
그리고 그 생명체 앞에서 가느다란 작대기를 휘적대는 하찮은 존재들.
그리고 그 하찮은 존재들을 내려다보는 신께서 어여삐 여기시는 존재와 그 친구들.
힐로브는 천장을 소리 없이 이동해서, 바센에게 다가갔다.
마고와 팽골리안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바센은 저 스스로도 이상할 만큼 힐로브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필멸자야, 나는 야천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 왔다. 뜻하는 바를 말하라.
바센은 눈앞의 존재가 야천의 창조물임을 알아차렸다.
바센은 예법대로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 라크샤사들을 죽여주십시오. 나머지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쉬운 일이구나.
힐로브는 그대로 몸을 뒤집으며 떨어졌다.
거대한 그림자가 허공에서 떨어지자, 라크샤사 우두머리가 의아한 듯 위를 바라보았다.
“응?”
힐로브의 다리 하나가 그대로 라크샤사의 정수리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