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나선 날개는 나무로 이루어진 둥근 동체에, 동체의 균형을 잡기 위한 꼬리날개, 그리고 동체 양옆으로 있는 보조날개로 이루어져 있다.
동체 가운데에는 고무 동력기가 꽂히는데, 이 고무 동력기의 고무줄은 나선 날개에 양력을 부여하는 중앙의 나선형 모양으로 이어지는 넓은 피막으로 이어진다.
그 아래 나선 날개의 조종석이 위치하는데, 이 조종석에선 양옆의 보조 날개를 조종해 선회 기동을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고무줄에 마찰을 주어 고무 동력기를 서서히 정지시켜 착륙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이착륙 조절기도 위치했다.
오구리이자 파비랑 연합의 남작, 바센 라크 오라즌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입을 가진 사내’ 골트 테바리의 말에 따르면, 최초로 비행에 성공했던 나선 날개의 경우, 이착륙 조절기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거기 타고 있던 사람은?”
“나선 날개의 제작자 미치광이 툴보 말인가?”
“그래, 그 사람.”
“하늘로 승천했지.”
“…음.”
골트는 상당히 협력적이었다.
바센은 그런 골트를 수상하게 여겨 다른 오구리 포로들과 혹시 다른 말을 하지는 않는지 확인했는데, 오히려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던 건 다른 병사 오구리였다.
골트가 잠시 오구리들의 영웅에 대해 말했다.
“툴보는 평생 두두바 나무에 쳐 있었지. 그전까지 두두바 나무는 적당히 뭉쳐서 공으로 걷어차고 놀거나 부서진 지붕에 흠집을 메우는 용도로만 쓰였거든.”
“그런데 그 툴보가 유용하게 쓸 방법을 찾은 거군?”
“그래. 물론 툴보도 처음부터 유용한 물건만 만든 건 아니었어.”
바센은 흥미를 가졌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역사와 문물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야기를 들으면 뭐가 되었든 도움이 될 터였다.
“예를 들면?”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과부들을 위한 모조 성기.”
“뭐라고?”
“여기서는 달리 부르나? 사내들 가랑이 사이에 달린…”
“아니, 넘어가지. 그 다음에는?”
“그 다음? 그다음 툴보가 만든 건 일찍 아내를 여읜 사내들을 위한…”
“다음.”
골트는 잡다한 미치광이 툴보의 발명 목록을 나열하다가 말했다.
“그때 툴보는 다들 미치광이라고 욕했지만 단 한 분만이 그를 지켜봐 주고 있었지.”
“그게 누구였지?”
“그야 당연히… ‘날개 접은 황금새’ 님이지.”
바센이 듣기로는 바로 그 날개 접은 황금새가 파비랑 연합의 신인 듯했다.
미치광이 툴보는 파비랑 연합의 사제들 모두를 제치고 날개 접은 황금새의 애호를 받아 성자의 자리에 올랐다.
날개 접은 황금새의 사제들은 물론 연합을 이끄는 삼두정조차도 툴보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툴보는 과거와 달리 파비랑 연합이 지원 한도 안이라면 대부분의 금전적, 인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날개 접은 황금새 님이 옳았던 거지. 그렇게 해서 고무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거니까.”
바센은 굳이 그 고무 동력을 사용하는 기계들이 흑린의 총사들에게 무너질 거란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았다.
“우리는 미치광이 툴보가 최초의 나선 날개를 타고 날개 접은 황금새 님에게 도달했을 거라고 믿고 있지.”
그리고 그 미치광이 툴보가 하늘에 도달하긴 했겠지만 결국 어딘가에 추락한 거 아니냐고 되묻지도 않았다.
골트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흑린에도 승천한 영웅이 있다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파비랑 연합과 흑린 제국도 닮은 구석이 있군.”
“입조심 하는 게 좋을 거다, 오리주둥이.”
“…어라? 왜?”
골트는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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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팽골리안들의 도시 시올로부터 이틀 떨어진 장소.
1차 원정대와 2차 원정대를 합친 흑린의 총사 5백 여 명, 그리고 팽골리안 2천이 작은 바위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센이 확인한 결과 이 이름도 붙지 않은 작은 언덕이 파비랑 연합을 막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시올은 성벽이 있긴 하지만 나선 날개를 상대로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나선 날개에 의한 돌 투척이 큰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도시의 시민들에겐 아닐 터였다. 게다가 나선 날개는 그 자체로 배후 침투가 가능한 수송 수단이기도 했다.
바센의 기대와 달리, 골트의 말에 의하면 파비랑 연합의 오구리들은 그런 쓸모를 잘 활용한다는 것 같았다.
때문에 바센은 나선 날개들이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야트막한 고도에서도 적을 격추할 수 있을 언덕 위에 총사들을 배치한 것이었다.
바위 언덕 꼭대기에 망원경을 들고 올랐던 병사 하나가 바센에게 달려 내려왔다.
“단장님, 놈들의 나선 날개가 떠오르는 걸 확인했습니다.”
“알겠다. 직접 봐야겠군.”
바센은 망원경을 들고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다.
기대했던 것과 같이 낮은 고도로 날고 있는 나선 날개들이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략 100여기.
상당한 숫자였다.
나선 날개들은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맞바람에도 날아갈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걸 선호했고, 그렇게 하더라도 다른 하늘을 나는 새 따위와 비교해 속도가 잘 나진 않았다.
‘하지만 지형지물을 무시하고 이동한다는 건 대단한 이점이지. 처음에는 우습게 봤지만 좀 더 연구를 하면 분명 다른 쓸모도 많을 거다.’
물론 당장은 아니었다.
바센은 전투에 집중했다.
눈에 당장 관측되지는 않지만 나선 날개들은 지상군과 함께 이동하고 있을 터였다.
골트가 밝힌 일반적인 오구리들의 전투 방법이었다.
‘나선 날개로 선제공격을 해서 혼란하게 한 다음, 지상에 있는 병사들이 주력이 되어 쳐부순다고 했던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전투 방법이었다.
일반적인 전투는 지상에서, 그것도 한쪽 방면의 적만 상대하면 된다.
그런데 양면, 그것도 양옆이 아닌 위에서 오는 입체적인 공격은 어설프더라도 숙련되지 않으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골트의 말대로라면 지난번 돌 투척은 생포를 염두에 두었던 것. 병종에 따라 화살이나 창날을 들기도 한다고 했지. …명중률은 떨어지지만.’
전쟁에 있어 무기라는 것은 실질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위협만 할 수 있으면 충분히 쓸모가 있다.
대응하기 어려운 하늘의 적이라면 허둥지둥하게 된다.
‘다만 그 모든 게 먹히기 위해선 그만큼 새로운 기술에 낯설어할 상대를 골랐어야 했다.’
바센이 덧붙여 생각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충의를 가지게 할 수 있으면 더 좋고.’
나선 날개가 충분히 다가오자, 바센은 병사들에게 화승에 불을 붙이도록 명령했다.
기습이었기 때문에 이 명령은 각각의 병사들이 자신의 옆 병사에게 알리는 식의 릴레이로 이어졌다.
곧 총사들의 화승총에 불이 붙고 연기가 피어오를 테지만, 바센은 걱정하지 않았다.
‘알아차릴 때쯤엔…’
나선 날개는 바센이 예측했던 것과 같이, 기류를 타기 위해 언덕을 넘지 않고 동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바센의 원정대원들이 잠복하고 있는 바로 그 자리였다.
나선 날개에 올라탄 병사가 언덕 옆을 지나며 급히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바센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발사!”
언덕 곳곳에 앉아 쏴 자세로 대기하고 있던 총사들이 나선 날개를 향해 일제 사격을 가했다.
-콰과과광!
나선 날개 중 이십여 기가 즉시 추락을 시작했고, 또 이십여 기 정도는 완만한 낙하를 이어갔다.
일부는 급히 선회하거나 날아올랐다.
그 때문에 나선 날개끼리 들이박거나 허공으로 솟아오르다 연약한 축이 부서지며 또 추락의 낌새를 보였다. 오구리 조종사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떨어졌다.
스무 기 가량만이 첫 공격에서 살아남아 그대로 빠져나갔다.
‘같은 표적을 노린 경우가 많았군.’
어느 정도 분대를 나누어 지시했지만 단 한 방으로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바센은 안타까워하진 않았다.
‘어차피 총에 의한 공격은 파손율이 높으니까.’
나선 날개들은 화승총에 의한 공격이 어느 정도 지연시간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때문에 화승총이 닿지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는 대신, 반격을 가하고 지상군이 있는 본대로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 그대로 선회해 달려들려고 했다.
등을 돌리고 수풀에 숨어 있던 팽골리안 석궁 부대가 장전된 석궁을 들고 쏘았다.
마치 되감아 올려지는 비처럼 화살들이 솟아올라 나선 날개 부대에 쏟아졌다.
남은 나선 날개 모두가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숲에 오구리 조종사 중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다음 지상군을 대비해야지.’
골트의 말대로라면 나선 날개는 일종의 정찰대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지상군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총성을 들었을 터였다.
부대가 재차 정비를 끝내자 정찰병이 바센에게 달려와 말했다.
“적의 지상 병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북쪽 정글에 비하면 그 밀도가 낮긴 하지만, 여전히 나무가 가득한 숲이라 적의 판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드문드문 오구리들과 오구리들이 자랑으로 여긴다는 톱날 전차가 보였다.
파비랑 연합은 크게 세 개의 종족으로 나뉘는데, 고무 동력 기술의 제작자가 바로 미치광이 툴보였던 덕택에 그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것도 오구리들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 체구가 작고 몸무게가 가벼운 만큼 기계에 탑승할 때도 효율적이야. 그리고 이런 효율은 나선 날개만이 아니라 톱날 전차에도 적용되겠지.’
톱날 전차는 바센으로서도 처음 보는 것이지만, 골트의 설명 덕분에 아주 익숙했다.
차고만 하더라도 리자드맨의 키에 가까운 이 전차는, 그 어떤 짐승도 아닌 제 안의 고무 동력으로만 앞으로 전진했다.
하나의 고무 동력기로 솟아오르는 나선 날개와 달리, 톱날 전차는 무려 다섯 개나 되는 고무 동력기가 들어가며, 그 덕분에 나선 날개와는 다른 육중함으로 무장해 있었다.
양쪽에 달린 네 개의 바퀴에는 뫼비우스 모양으로 이어져 끝없이 이어지는 두텁고 단단한 고무로 감아져 있었고, 전방에는 맹렬하게 회전하는 나선 기둥이 달려 있었다.
이 나선 뿔은 황동으로 만들어졌고 각 나선 끝은 작은 톱날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국의 꽃봉오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작은 나선 뿔들은 각 바퀴의 중심축에도 박혀 있어, 전면이 아니라 그 옆으로 공격을 나설 보병들도 글자 그대로 갈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흠, 아무 생각 없이 온 건 아니군.’
이 또한 골트가 예상했던 바지만, 나선 날개와 달리 톱날 전차는 여유롭게 무게를 더할 수 있었다.
파비랑 연합의 오구리들은 상대의 무기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외부의 공격을 막을 필요성을 느꼈는지, 톱날 전차의 전면과 측면 등에 황동 판을 덧대고 있었다. 본래라면 나무판으로만 이어져 화살 정도를 막는 것으로 족했을 부분이었다.
‘짐승이 끌지 않는 무겁고 육중한 전차. 이전 전쟁에서라면 대포와 같이 전쟁의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줬겠지.’
분명 두 번째 상대할 때는 파훼법이 나올 테지만, 바센이 생각하기에 이전의 전쟁은 한 번 한 번의 싸움에서 나온 새로운 화약 무기들이 판도를 쥐고 있었다. 이 동력 전차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지만… 시기는 둘째치고. 장소가 안 좋지 않나?’
바센은 톱날 전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린 모양이었다. 바센의 적들은 바센이 생각한 것보다 자신들의 무기를 더 좋아한 것 같았다.
병사가 외쳤다.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언덕 위에 진열을 갖춘 바센의 원정대와 마고가 아낌없이 빌려준 팽골리안 부대를 발견하고, 파비랑 연합이 전면으로 톱날 전차를 앞세웠다.
그 수는 대략 2천.
숫자는 적지만 톱날 전차의 숫자가 열 대였다.
바센은 일반적인 평지에서 같은 무기를 들고 기병도 없이 싸워야 한다면 같은 숫자로는 힘들 거라고 보았다.
“각자 무기를 장전하고 전열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전하도록.”
“예!”
이윽고 톱날 전차들이 전진했다.
‘톱날 전차의 강점은 말 탄 기병도 어찌하지 못할 육중함.’
바센은 기다렸다.
숲을 벗어나 맹렬하게 달리기 시작한 톱날 전차들은 말이 느린 속도로 달리는 것과 비슷했다.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적의 보병 부대를 거침없이 깔고 지나갈 수 있는 속도였다.
‘그리고 톱날 전차의 약점…’
하지만 톱날 전차들은 바센의 진영을 백보 가량 앞두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아니었다.
바퀴가 헛돌고 있었다.
‘…그 또한 육중함.’
이윽고 가장 앞서 달리던 톱날 전차의 바퀴가 땅 속으로 쑥 빠져들었다.
늪이었다.
바센은 원하는 장소에서 싸울 수 있다면 패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