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마즈다리는 다소 머쓱하게 바센 라크 오라즌의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센과 모험단원들이 내려오자 마즈다리가 말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가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바센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힘이군.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마즈다리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했다.
마즈다리는 들어본 적도 없는 하늘과 땅을 뒤집는 마법 덕분에 성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저 뒤집혀져 드러난 젖은 흙과 잔해, 부러진 나무와 재수 없게 휘말린 라크샤사의 시체들 따위 위로, 드래곤 위대한 아슈라다가 서 있었다.
다행히 아슈라다는 곧장 마법을 쏴 대거나 하지 않았는데, 잠깐의 행동만으로도 이제 막 몸이 뒤집힌 헤캅 때문인 것 같았다.
이 검정색의 집채만 한 장수풍뎅이는 언제라도 아슈라다를 들이박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고르디우스, 정확히는 흑표범의 신수 코프릭의 몸을 빼앗은 고르디우스가 서 있었다.
고르디우스는 이 싸움의 최중요 변수였다.
고르디우스는 바센과 마즈다리, 그리고 다른 야천의 창조물인 헤캅과 힐로브를 제외하면 그 정체를 여전히 아슈라다의 부하인 코프릭으로 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체는…’
적의 몸을 산채로 빼앗는 괴물.
성운이 스라티스가 헤캅을 내려 보낸 까닭은 첫째로 스라티스의 레벨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신앙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성운의 목적이 아슈라다를 죽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고르디우스가 아슈라다의 몸을 빼앗는 것.
고르디우스의 정체를 듣고 공포심이 느껴졌지만, 적이 아니라면야 다행이었다.
마즈다리가 보기엔 그조차도 쉬워 보이진 않지만 우선 그 정도라면 해 볼 만한 싸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반대쪽 옆에는 마즈다리 자신을 받아 낸 힐로브가 있었다.
‘모두 야천이 직접 창조에 관여했다고 알려진 수호자들. 하지만…’
위대한 아슈라다는 100미터가 넘는 몸길이다.
반면 각각의 창조물들은 커도 20여 미터를 넘지 않는다.
아슈라다의 길이 절반 이상이 꼬리와 목 길이에 할애 되어 있긴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체적을 감안하면 셋을 모두 합쳐도 아슈라다에 비하면 작은 덩치다.
물론 이 세 수호자를 제외하고도 다른 병력이 더 있었다.
바로 바센과 모험단.
마즈다리는 힐끗 언덕 뒤를 돌아보았다.
당장의 모인 병력은 100여명 정도였지만, 힐로브와 고르디우스가 도착한 것을 보면 나머지 본대도 곧 도착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 봤자 사람의 군대.’
바센의 예측대로 탄환에 대해 드래곤이 타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방금과 같은 거대한 마법이라면 한순간에 휩쓸려 나갈 것이다.
마법 앞에서는 병력의 숫자가 그리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신들은, 야천은 정말 이것으로 저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마즈다리는 하늘을 노려보았다.
아슈라다와 헤캅이 말한 것과 같이 신들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에 대한 화답이 있듯, 푸른 나비가 허공에서 퍼덕이는 걸 볼 수 있었다.
파란 나비가 야천의 길조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그 나비를 발견한 모험단원들이 수군댔다.
‘믿으라는 말인가.’
마즈다리는 마음을 다잡고, 그러기로 했다.
그가 아는 한 야천은 패배한 적이 없었다.
질 것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
마즈다리가 말했다.
“바센.”
“뭐지?”
“내 마법 시료들이 도착했는지 궁금한데.”
바센이 무어라 외치자, 후열에 서 있던 모험단원 둘이 끙끙대며 가방을 들고 왔다.
마즈다리는 그 가방을 지팡이를 들지 않은 한쪽 어깨에 둘러맸다.
바센과 모험단도 화승에 불을 붙였다.
“준비 끝났나?”
─┼
“드래곤을 상대하는 법, 첫 번째.”
“나 알아.”
성운의 말에 룬다가 손을 들었다.
성운이 손으로 정중히 가리켰다.
룬다가 답했다.
“쪽수.”
크람푸스가 투덜거렸다.
“아니, 그야 쪽수가 많으면 당연히 유리하지. 네뷸라가 말한 건 좀 더 전략적인…”
“정답.”
“그럴 줄 알았지.”
크람푸스가 황당하다는 듯 돌아보자 성운이 뭐 어떻냐는 듯 대꾸했다.
“개체 단위로 따지면 제일 강하잖아. 소수로 상대하는 건 최대한 피해야지.”
─┼
성운이 말한 대로, 이동성 위에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헤캅이 달려들자, 드래곤이 양손을 모았다.
그것이 좋지 않은 징조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바센은 재빨리 모험단원들에게 엄폐를 명령했다.
하지만 마법은 시작되지 않았다.
헤캅보다도 빠르게, 고르디우스가 흑표범의 몸을 이용해 아슈라다의 뒤를 노렸다.
아슈라다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취소하며, 고르디우스의 목덜미를 손으로 낚아챘다.
-코프릭…!
고르디우스는 아슈라다에게 정체를 들킬까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크게 연기할 것은 없었다.
고르디우스가 알고 있기에 코프릭은 생전에 아슈라다에게 늘 반발하던 사이였다.
-이날을 기다렸다, 아슈라다!
-이놈…!
아슈라다가 반대쪽 손날을 세웠다.
‘그래, 날 죽이고 목을 베어 물어라!’
하지만 아슈라다는 잠깐 고개를 기울이더니, 코프릭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 진행 방향에는 헤캅이 있었고, 헤캅은 속도를 늦추며 고르디우스를 받아 냈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 마즈다리는 뭔가 잘못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우연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화승총으로 충분히 아슈라다를 공격할 수 있는 범위에 든다.’
그럼 기회가 날 터였다.
드래곤은 재차 손을 모았지만, 이번에는 힐로브가 쏘아 낸 거미줄이 손에 엉켜들었다.
아슈라다는 화가 난 듯 으르렁거리며, 긴 목을 빼내며 힐로브에게 들이댔고, 힐로브는 뒷걸음질 치면서 자신의 두 앞발을 들어 위협했다.
아슈라다는 칼날이 눈 가까이 향하자 놀라며 한 발 물러났다.
-귀찮게 하는구나…!
순간 헤캅이 들이박으며 아슈라다의 양손을 봉쇄했다.
아슈라다는 숨을 들이키며 볼을 부풀렸다.
양쪽 볼과 입가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환한 빛으로 빛났다.
콧구멍에선 불길까지 솟고 있었다.
마즈다리가 아슈라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드래곤의 숨결 주문은 동작이 필요 없다.’
헤캅이 밀어붙이며 말했다.
-그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거늘!
아슈라다는 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헤캅을 향해 쏘는 것이 아니라, 마법에 가장 취약한 이들, 바로 바센과 모험단에게 쏘아 내려는 것이었다.
─┼
“드래곤을 상대하는 법, 두 번째.”
룬다가 되물었다.
“두 번째도 있어?”
“있다.”
크람푸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알겠다.”
“뭐라고 생각하지?”
크람푸스가 화면 한쪽을 가리켰다.
“주문 해제.”
성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
아슈라다가 숨결을 내뱉기 직전, 마즈다리의 지팡이가 움직였다.
‘숨결 주문은 드래곤만큼 오래 살며 신체에 숨결 주문을 새겨 넣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어려운 만큼 마법의 구성 자체는 간단해. 숨을 들이키는 것, 즉 대기를 치환하는데서 시작한다. 그럼 간단하지.’
마즈다리가 지팡이를 들고 아슈라다가 들이키고 있는 대기의 구성을 변경시켰다.
아슈라다는 순간 숨이 막힌 듯 콜록하더니, 자신의 아래에 있는 헤캅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붉은 불꽃이 쏟아졌지만 헤캅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우습구나!
헤캅이 그대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아슈라다는 이전과 같이 그대로 힘 싸움에 당하진 않았다.
아슈라다는 헤캅이 뿔을 치켜들며 자신을 내던져 버리기 전에, 헤캅의 몸을 타넘으며 가볍게 굴렀다.
그 덩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탄력과 유연함이었다.
-마법을 봉쇄하겠다? 너희 신들이 옛신들과는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겠군.
아슈라다는 뿌리째 뽑혀 있는 나무를 집어 들고, 나무 밑동을 망치 머리 삼아 쥐었다.
그리곤 그대로 달려드는 고르디우스를 후려쳐 올렸다.
코프릭의 몸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갔다.
그리곤 나무뿌리가 쥐고 있던 흙이 모두 떨어져 나가자, 남은 나무를 그대로 힐로브에게 내던졌다.
힐로브는 펄쩍뛰어 피했지만, 나무뿌리가 다리에 엉키더니 함께 작은 언덕 뒤로 굴러가 버렸다.
아슈라다가 양손에 또 나무 두 그루를 감아쥐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드래곤이다. 마법에만 기대고 있다면, 드래곤이 될 수 없었겠지.
그리곤 곧장 돌아서서, 달려드는 헤캅의 턱을 올려쳤다.
헤캅은 첫 공격엔 버텼지만, 두 번째 공격에는 두 앞발이 바닥에서 떨어질 정도로 몸이 떠올랐다.
바센이 외쳤다.
“드래곤이 등을 보인다! 발사!”
-콰과광!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총사들이 아슈라다의 등을 쏘았다.
헤캅을 걷어차려던 아슈라다는 몸을 움찔했다가,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차례대로 쥐고 있던 나무를 집어던졌다.
“…엎드려!”
바센의 외침에 모험단원들이 재빨리 은폐했다.
하지만 나무에 직격당한 모험단원들의 비명 소리가 퍼져 왔다.
아슈라다는 제 몸에 수 십 개의 박힌 탄환 중 일부가 비늘을 뚫고 관통했음을 알았다.
옆구리에서 주륵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 확인한 아슈라다가 으르렁댔다.
-망할… 필멸자들이! 그 저주받은 무기를 쓰는 자들은 용서할 수 없다!
아슈라다의 양손이 흙바닥 안으로 쑥 들어갔다.
마즈다리가 급하게 주문을 해제하려 들었다.
‘무슨 마법이지? 우선 토양 조성을 바꾸면…’
아슈라다가 짚은 흙 주변이 순간 청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한쪽 손 만이었다.
오른쪽 손에선 아슈라다가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있었다.
‘저건… 검인가?’
회백색 돌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엉성하게 구조화된 돌에선 흙이 잔뜩 묻었지만, 그 길이는 20미터 쯤 되었다.
검의 모양을 했다지만 날이 없으니 사실상 몽둥이.
하지만 마즈다리는 검이 가진 무게와 드래곤의 힘으로 만들어 낼 운동량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날이 있나 없나 따위는 상관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그 길이였다.
총사들은 드래곤과의 거리가 한참 멀다고 생각했지만, 아슈라다가 검을 휘둘렀을 때야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악!”
바닥을 긁으며 반원으로 휘두른 검에 모험단원 몇 명이 그대로 들이박았다.
그 밖의 거리에 있던 모험단원들도 하늘을 새카맣게 덮는 흙과 잔해 무더기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것을 봐야만 했다.
바센이 외쳤다.
“뒤로 후퇴해라!”
아슈라다가 말했다.
-내가 가만히 볼 것 같으냐?
한걸음 성큼 걷는 것만으로도 모험단원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때 고르디우스가 달려들어 아슈라다의 팔을 휘어 감았다.
-흥, 기다리고 있었다.
아슈라다는 그대로 검을 바닥에 꽂고 그대로 고르디우스를 바닥에 메쳤다.
-네놈이 코프릭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
-코프릭을 비롯한 모든 신수들에겐 복종의 마법을 걸었지. 나는 그 마법을 어떻게 풀었는지를 물었는데, 넌 이해도 하지 못한 모양이군.
고르디우스는 몸이 접촉한 이때 코프릭의 몸 밖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바닥에 처박힌 충격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신들이 만들어 낸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모양이지. 옛신들이 그런 방법을 자주 사용했던 것처럼…!
아슈라다는 고르디우스가 코프릭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이, 입천장을 밟고, 아래턱을 양손으로 잡았다.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아슈라다가 양손을 그대로 치켜 올렸다.
-부욱!
생살이 찢기는 소리가 나면서 코프릭의 몸이 아래턱을 기준으로 가죽과 가슴께까지 떨어져 나갔다.
아슈라다는 드러난 가슴뼈 사이로 손톱을 쑤셔 넣어 짓이겼다.
-흥.
그리곤 더러운 것을 만지기라도 한 듯 황급히 손을 빼내고 코프릭 시체를 걷어찼다.
분노한 헤캅이 뒤에서 달려들자, 아슈라다는 다시 검 손잡이를 쥐더니, 그 거대한 체구로 재주를 넘었다.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이 크리에이터가 생기며 흙과 잔해가 솟았다.
헤캅은 시야를 가로막는 잔해의 벽을 뚫고 뿔을 쑤셔 넣었다.
-멍청한 벌레 놈!
그리고 나타난 것은 위대한 아슈라다가 양손으로 검을 쥔 모습, 전력으로 휘두르는 스윙 자세였다.
-퍽!
분명, 헤캅의 껍데기는 그 공격을 받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헤캅의 다른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