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앞다리 하나가 그대로 부러지며 허공을 날았고, 다리와 몸을 잇는 관절부가 내려앉았다.
강력한 압력에 내장 일부가 그 내려앉은 관절부 사이로 튀어나오고 헤캅은 수십 미터 날아가 버렸다.
마즈다리가 잔해를 털어 내며 기어 나왔다.
“이런 젠장. …바센? 괜찮나?”
“그럭저럭… 좋지 않군.”
마즈다리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바센은 몸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발이 뒤틀려 있었다.
“제길. 부러진 건가?”
마즈다리가 몸을 숙이고 가방에 손을 가져가자, 바센이 가로저었다.
“마즈다리, 할 일이 있다.”
“그래, 치료보다 널 업고 뛰는 게 낫겠군.”
“그게 아니다.”
“그럼?”
바센이 아직 도망가지 못한 탐험단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아슈라다를 보고 말했다.
“상황이 변했다.”
“그건 내가 봐도 알아.”
“아니, 이해를 못했군.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럼?”
“그냥… 상황이 변했다는 말이지. 작전에 수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불과하다.”
마즈다리는 바센이 우선 말하도록 내버려두곤, 가까이 있는 탐험단원을 불렀다.
트롤 탐험단원은 재빨리 다가와 바센을 부축했다.
마즈다리 또한 반대쪽에서 부축하며 후방으로 이동했다.
“뭘 하든, 일단 자리부터 옮겨야 하겠군.”
“너의 일이다.”
“나?”
“그래, 마즈다리.”
마즈다리는 인상을 썼다.
“무슨 일이지?”
“본래 내가 하려고 했지만, 발이 이렇게 되었으니 곤란하게 되었다. 사실 누가 하든 상관은 없는데, 넌 충분히 자격이 있다. 말도 잘하고, 발도 빠르고.”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킬 생각이기에…”
바센은 절뚝거리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마즈다리는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그것이 어떤 계획인지 알아차렸다.
“미쳤나?”
바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친 게 아니군.”
“하겠나?”
마즈다리 또한 대답 없이 바센을 부축 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곤 바센의 등을 잠깐 바라보았다가 그대로 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센이 자신을 부축하는 탐험단원에게 말했다.
“저 위쪽 언덕까지만 올라가면 된다. 그 뒤로는 내가 걷지.”
“단장님, 발이 부러졌습니다.”
“나도 안다. 그러니 조금만 부탁하지.”
하지만 아슈라다는 그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앞서 달려서 도망칠 수 있었던 소수의 모험단원들을 제외하고, 많은 단원들이 아슈라다가 일으키는 자연재해에 휩쓸렸다.
-너희의 문명이 충분히 가 닿았다면, 몰랐을 일이지.
아슈라다가 양손으로 검을 쥐고 번쩍 들었다.
-하지만 너희가 조금만 더 지혜로웠더라면, 훗날 그런 저주에 휩쓸리지 않았음을 고맙게 여길 것이다.
최대의 가속도를 내려는 듯, 아슈라다의 검이 힘껏 젖혀졌다.
-바로 나에게!
하지만 아슈라다는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검은 단단히 박힌 듯, 고정되었다.
아슈라다가 돌아보자, 흰 거미 힐로브가 거미줄로 검과 거대한 바위를 칭칭 감아 뒀음을 볼 수 있었다.
-…그래, 한 마리 더 있었구나.
아슈라다는 재차 힘으로 거미줄을 끊어 보려 했다.
하지만 거미줄을 끊기 전까진 어렵다는 걸 깨닫고, 검을 놓고는 뒤돌아 힐로브에게 다가갔다.
힐로브는 아슈라다를 응시하며 재빠르게 원을 돌았다.
아슈라다가 힐로브의 다리를 낚아채려는 순간, 힐로브가 그대로 드래곤의 팔에 올라탄 다음 그대로 아슈라다의 목 뒤로 올라갔다.
-감히 내 몸을!
힐로브는 아슈라다의 몸에 자신의 발을 꽂아 넣으며 기어 올라가, 그대고 경추를 노리고 다리를 박으려 했다.
하지만 아슈라다의 손이 먼저 목 뒤를 감싸 안았다.
힐로브는 그 아랫부분을 노리기 위해 다리를 빼려고 했는데, 다리 하나가 아슈라다의 손가락뼈에 걸렸다.
아슈라다가 말했다.
-귀찮게 굴지 마라, 벌레.
아슈라다는 반대쪽 손으로 힐로브의 다리 몇 개를 감아쥐어 자신의 앞으로 들었다.
그리곤 반대쪽 손으로도 나머지 힐로브의 다리를 쥐었다.
그것만으로도 힐로브의 다리 몇 개가 바드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신의 뜻대로 살면 영원히 살 줄 알았더냐? 하, 내가 그 반증이지.
힐로브가 말했다.
-내가 가진 여덟 개의 눈에 무엇이 보이는지 아는가?
-뭐가 보이지?
-무언가를 안다고 믿는 무지한 도마뱀.
-유언 치곤 시시하군.
아슈라다가 그대로 입을 벌리며 머리통을 내렸다.
힐로브를 물어뜯을 셈이었다.
-멈춰라, 드래곤!
아슈라다는 자신의 꼬리 끝에서 화끈함을 느꼈다.
분명 장수풍뎅이는 날려 버렸고, 코프릭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무언가도 죽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슈라다는 호기심이 일었다.
아슈라다의 꼬리 끝을 붙잡고 있는 것은 커다란 개미핥기였다.
-…네놈은?
-나는 카튜루! 친우를 돕기 위해 왔노라!
카튜루가 힘껏 꼬리를 잡아당겼다.
아슈라다는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리다 힐로브를 놓았고, 볼썽사납게 넘어졌다.
-이 자식이! 기억났다. 넌 원래 나의 제물 아닌가?
-그럴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아슈라다는 네 발로 기면서 카튜루에게 몸을 돌렸다.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외쳐졌다.
“발사하라!”
아슈라다가 언덕 위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도열한 팽골리안 1천이 화승총을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는 검을 들고 직접 지휘하는 마고가 서 있었다.
-콰과광!
아슈라다는 온몸을 후려치는 듯한 통증, 시야를 가득 가리는 흰 연기, 그리고 지독한 화약 냄새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카튜루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그대로 아슈라다의 목을 팔로 휘감아 조였다.
곧장 눈을 뜬 아슈라다가 목을 들려고 했지만, 몸만 일으켰다.
-잡종이!
-잡종은 드래곤인 너겠지!
카튜루가 맞서 으르렁거렸다.
아슈라다는 반박하기 위해 위협적으로 윗니를 드러냈다.
“발사!”
아슈라다는 다시 폭음과 함께 자신의 옆구리에 쏟아지는 폭발에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빠른 간격으로 사격을 한 것은 흑린 모험단의 본대 500이었다.
티오네 이티모는 재장전을 지시하고 바센을 부축했다.
“라크샤사들을 제압하느라 좀 늦었는데, 좀 더 빨리 왔어야 했네요. 상태가 안 좋은데요?”
“괜찮다. 우리가 그렇게 밀리고 있진 않아.”
“당신 발 보고 한 말인데?
아슈라다는 몸을 잔뜩 굽히더니, 저 멀리서부터 기다란 꼬리를 휘둘렀다.
-헉!
카튜루는 자신의 뒤통수에 가해지는 충격에 놀라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아슈라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머릿수 따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마.
아슈라다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검을 자시 집어 들었다.
2열 사격으로 이미 장전을 끝낸 팽골리안들이 다음 발사를 하려는 순간, 아슈라다의 빈손이 수인을 맺었다.
-콰과광!
폭음이 있었지만 아슈라다가 만들어 낸 투명한 보호의 벽이 탄환과 연기를 모두 막아냈다.
팽골리안 마고가 급히 외쳤다.
“뒤로 굴러!”
아슈라다의 검이 언덕을 훑었다.
이동성 내부의 성벽들과 언덕을 이루던 흙무더기가 우수수 무너져 내리며, 빠르게 구르지 못한 팽골리안들이 잔해에 휘말렸다.
그 모습에 티오네 또한 모험단에게 사격을 지시하지 않고 뒤로 후퇴시켰다.
아슈라다가 카튜루를 내려다보았다.
-우선, 너부터 끝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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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을 상대하는 법, 세 번째.”
룬다가 말했다.
“세 개나 있었나?”
“다른 플레이어들도 다 인정하는 방법이라고. 넌 원래 게임에서 어떻게 드래곤을 잡은 거야?”
“그냥 손해 좀 보고, 직접 현신하거나 사도를 보내서…?”
성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룬다를 가만히 보았다.
룬다도 마주 보다가 잠깐 당황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이놈 욕한 거 맞지? 한 마디도 안했지만 눈빛으로 ‘그러니까 나한테 졌지 한심한 놈아’하고 말한 거 같은데?”
“난 한 마디도 안했다.”
“그럼 내가 한 말이 틀려?”
“흠.”
“이 시점에선 부정을 하라고, 대인관계 파탄 난 놈아.”
위즈덤이 손을 들었다.
“내가 말하지.”
성운이 지적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더니?”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해서 집중하고 싶거든.”
“그럼 답은?”
위즈덤이 답했다.
“드래곤보다 한 수 앞설 것.”
언뜻 보면 말장난에 불과해 보이지만 성운은 이 세 번째 조언이야말로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드래곤은 로스트 월드에서 전략적 행동을 하는 많지 않은 개체 중 하나이다.
단순히 똑똑할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 대적한다는 점 때문에 플레이어를 함정에 빠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드래곤과 플레이어는 시야가 달랐고, 주변에 영향력을 끼치는 방법도 달랐다.
드래곤이 파 놓은 함정을 역이용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드래곤이 피했다고 생각한 함정’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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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다의 입가가 다시 붉어졌다.
카튜루는 당장이라도 튕겨져 나갈 기세로 몸을 잔뜩 긴장시켰다.
-…흠.
숨결 주문을 피해 내더라도 이어 아슈라다의 검을 피해야만 했다.
그런 다음 짓밟으려 드는 아슈라다의 발까지 피해 내야만 아슈라다의 허벅다리라도 긁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카튜루,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아니다.
아슈라다가 불덩이의 숨결을 뱉어내기 직전, 아슈라다가 다시 기침을 해대며 바닥에 불덩이를 내뱉었다.
-…이놈! 마법사! 또 방해하는구나!
카튜루는 자신의 뒤에 누군가 달려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가루다 마법사였다.
마즈다리가 말했다.
“달리십시오!”
카튜루는 그 말에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숨을 헛들이켠 아슈라다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을 휘두르는 것도 엉성했고, 짓밟기도 빗나갔다.
카튜루가 긴 발톱으로 드래곤의 허벅지를 푹 찔렀다.
-가당찮긴!
하지만 카튜루의 발톱은 충분히 날카롭지 못했다.
아슈라다는 언덕 위쪽으로 꼬리를 휘둘러 총사들이 사격하지 못하도록 위협한 뒤, 카튜루를 왼손으로 찍어 눌렀다.
-죽어라!
그대로 카튜루의 목을 움켜쥐어 졸라 죽일 셈이었다.
-그리고 너도!
아슈라다는 오른손으로 마즈다리를 그대로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위대한 아슈라다의 손과 맞먹는 거대한 사람의 손이 솟구치더니, 아슈라다의 손을 맞잡았다.
아슈라다가 그 마법을 알아보았다.
-탈라진인가!
“후회하게 해 주마, 드래곤.”
-내가 손 밖에 부릴 줄 모르는 마법사에게 당할 것 같나?
마즈다리가 지팡이로 재빨리 마법을 그렸다.
-양손이 묶였다고 생각했나?
아슈라다는 왼손으로 카튜루를 놓거나, 오른손의 탈라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기다란 목을 뻗었다.
“…!”
아슈라다가 그대로 마즈다리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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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즈다리는 자신의 몸속에서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두렵지 않은가? 그대에게 있어 나는 무엇인지 이해도 되지 않을 텐데.
‘두렵습니다.’
-그럼 무엇이 그대의 두려움을 잊게 만든 거지? 가루다로서의 용기냐? 아니면 마법사 된 자로서의 오만인가?
마즈다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믿음입니다.’
-믿음.
‘야천과 야천의 자식인 당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믿음.’
목소리는 잠시 말이 없다가 말했다.
-…고민해 볼 화두로군.
‘그리고 저는 평소에도 제 몸에 다른 친구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친구를 받는데 그렇게 꺼릴 것은 없지요.’
마즈다리의 썩은 손이 말했다.
-망할 놈. 이대로 죽으면 누가 알아준다고.
‘난 죽지 않는다.’
마즈다리의 몸 안, 세 번째 목소리, 고르디우스가 말했다.
-그래, 넌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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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즈다리는 눈을 떴다.
아슈라다의 축축하고, 탄내가 나는 입 속.
요동치는 혓바닥이 자신을 목구멍 안쪽으로 집어삼키기 전에.
마즈다리는 혓바닥 살을 움켜쥐며 지팡이로 잠깐이나마 입이 닫히지 않도록 고정했다.
그리곤 자신의 오른손을 번쩍 들어 아슈라다의 입천장에 가져다 댔다.
-몸을 빌려줘서 고맙다, 마즈다리.
마즈다리의 손바닥을 파고 들어갔던 고르디우스가 몸을 펼치며 아슈라다의 입천장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