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카일 라크 오라즌의 현재 직업을 칭한다면 황제라고 해야할 것이다.
두 개의 대륙을 아우르는 대제국의 지배자였고, 신들이 가장 주목하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일 것인지 말할 것도 없다.
혹자는 비록 신들의 전쟁에 낀 장기말에 불과하다 말하기도 했으나, 스물이 되기도 전에 대륙을 통일했고 많은 전쟁의 직접적인 입안자였고, 군대를 직접 이끌었던 대장군 바센의 조언자였다.
게다가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고 개척지를 넓혔다.
신들의 시련을 받들어 모험단을 구성하고 결국엔 성취했다.
이제 교류를 시작한 서쪽과 동쪽 대륙에서도 이제는 대제국 흑린의 이름을 알아가고 있었다.
대양을 오가는 상인들은 서로 각자의 나라가 대국이라고 허풍을 떨며 말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흑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제 아무리 라크락이라는 사도가 일군 기틀이 있었다지만, 대제국으로 키워낸 카일의 업적 또한 그에 비견할 수 있었다.
한편,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젊은 황제에게 더 이상의 업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일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을 뿐이었다.
성운이 보기에 카일이 보다 발전된 문명에서 태어났다면, 학자가 되었을 거라고 보았다.
평범한 학자가 아닌, 저 혼자서도 세계를, 어쩌면 몇 세기에 이르는 긴 세월을 끌어 당겨 눈 앞에 놓을 발견과 발명을 해낼 문명에 몇 없을 거인이었다.
‘하지만 카일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지.’
그렇기에 카일은 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카일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뜻하는대로 사람과 자원을 주무를 수 있는 왕의 자리에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신의 총애를 받았으며 조상들의 축복을 내리 받았다.
잠들면 과거의 현인들이 카일에게 비밀을 속삭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야천이 별빛으로 계시를 보여주었다.
카일은 단순히 신의 뜻을 따르는 것을 넘어섰다.
신의 뜻을 헤아리고, 어쩌면 신 스스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의도를 찾아내 그 진의에 가장 쉽게 도달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로서 증기기관을 제작하도록 지원하고, 기술자로서 자동 방직기를 설계했던 것처럼, 미래학자의 시선으로 이 기계가 만들어낼 미래를 포착해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임에도 카일은 그것을 백지 위에 그려낼 수 있었다.
‘결국 기계가 모든 것을 바꾸겠구나.’
카일이 발명된 증기기관과 방직기를 포함한 수 많은 기계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제4 대륙에서 모험의 세기가 이어지는 동안, 제3 대륙에는 수 많은 공장들이 들어섰다.
황제의 명령으로 각 지방에서 학교가 세워져 학자가 육성되었고, 상인들에게 공장을 세우도록 했다.
그리고 기계를 배운 기술자들이 충분히 대우를 받도록 했다.
또한 도시의 과밀을 막기 위해 효율을 포기하면서 지역마다 공장의 숫자에 제한을 두었다.
넘쳐나는 부는 세금으로 거두었고 부를 적게 생산하는 지역에 지원되었다.
각 지방의 귀족들은 부족해진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이제 소수 종족을 탄압하기 보다 그들을 회유하려고 들었다.
소수 종족들을 회유하기 위해서 만신전의 사제들이 제3 대륙, 문명의 손길이 아직도 닿지 못한 지역으로 들어갔다.
사제들은 만신전의 신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뜻을 가지고 싸웠었는지, 그러나 결국 어떻게 하나의 뜻으로 합쳐졌는지, 이들이 함께 모인 덕분에 어떤 역사를 이룩하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몇 세대에 걸쳐 문명을 거절해왔던 이들이 사제의 손을 잡고 숲에서 길로 걸어나왔다.
자동성에 있는 네 개의 수차를 비롯한 수차 동력은 과거의 유물로 전락했다.
엄청난 양의 석탄이 소비되었다.
코볼트 광부들은 황제가 제시하는 엄청난 금액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조상들이 발견하고 묻어둔 지도를 다시 펼쳐야 했다.
엘프들은 자신들의 꼼꼼함과 특유의 명석함을 잘 살렸다.
물질이 빚어내는 엄청난 대량 공정 뒤에는 숫자가 있었다.
다른 종족이라면 골머리를 썩히는 행정과 회계 업무는 엘프들의 편집적인 성격에 알맞았다.
오우거들은 항구와 공장에서 배와 마차를 오가며 짐을 날랐다.
켄타우르스 짐꾼은 상인들에게 언제나 인기가 좋았다. 솔직히 말해서, 말과 마부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켄타우르스 하나를 고용하는 쪽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하프빈 좀도둑들이 설쳤다. 하지만 누군가 그 작은 몸집이 공장의 빽빽한 기계들 사이를 오가는데 유리하며, 날렵한 손재주가 잔고장이 잦은 기계들을 달래는데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
닉스의 꼼꼼함은 엘프들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그들은 신문 인쇄소의 오자를 찾아내고, 이따금 있는 욕심많은 부호들이 회계 장부에 쳐둔 장난을 발견해냈다.
위협이라면 오히려 목숨을 들이미는 오크들이 기자로 나섰다.
그리고 제3 대륙이 일으킨 바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산업 전반을 뒤집은 거대한 변혁의 바람이 제4 대륙으로 이어졌다.
모험의 세기가 이어진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3 대륙의 관점.
팽골리안과 라크샤사들을 비롯한 온갖 소수 종족들은 자신의 세대에서 처음 발견해낸 놀라운 지식과 가치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제4 대륙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바세니올에도 공장이 세워졌다.
처음엔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갓 만들어진 도시답게 바세니올은 불충분한 부분이 많았고, 나선날개와 와이번을 통한 운송 시스템은 하자가 있었다.
나선날개는 자주 고장이 났고, 와이번은 호기심이 많아 아직 기사의 말을 듣지 않곤 했다.
그런 한편 과거 모험단이었던 공장주는 석탄 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납품해야 하는 물건이 있었던 공장주는 가장 가까운 만능 해결사를 찾아갔다.
바로 마법사 마즈다리였다.
공장주는 마즈다리와 안면이 있었고, 마즈다리는 마법이 석탄을 대신할 수 있을지 학문적인 흥미를 보였다.
마즈다리는 십 여년 전, 추락하는 바센을 살려냈던 회전의 마법을 다시 사용했다. 그 시간 동안 마즈다리는 새로운 대륙의 지식을 흡수했고, 그것은 젊은 마즈다리가 부렸던 기교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 증기기관이 아닌 마동기관이란 이름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문명을 이루는 두 개의 축이 상호보완하면서, 카일이 불러온 바람은 단순히 거세다고 표현하기 힘든 하나의 폭풍이 되었다.
기계가 대륙과 그 위의 모든 삶을 완전히 뒤집어냈다.
그런 폭풍이 한참 일어나던 때, 약 20년간 전성기를 이루었던 모험의 세기는 천천히 져물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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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은 제4 대륙의 남쪽 끝에 이른 모험가들이 발견해낸 것을 보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도시였다.
작은 항구도시로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었으나, 놀란 것은 그 문명을 이루는 이들이 자신을 칭하는 이름이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도시는 단리 연합왕국의 땅이었다.
그 이전에도 존재는 제3 대륙 출신이 아닌 모험가들로 빈번히 관찰되었지만,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는데 그 진원지를 발견해낸 셈이었다.
성운에게 귓속말이 왔다.
성운은 화상 채팅으로 그것을 받았다.
쇳소리가 더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인데, 네뷸라.”
성운은 상대를 확인했다.
머리 위로 솟은 강철의 뿔투구, 안쪽으로는 붉은 안광이 빛나는 외형.
인상적인 모습 때문에 잊으려고해도 잊기 힘들었다.
최종 랭킹 2위, 이 땅에 오기전에 라이벌이라고 할만했던 로스트 월드의 플레이어, 오래전에 성운이 플레이어를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두었던 헤게모니아였다.
성운도 잘 알고 있었다.
성운이 고개를 까딱 기울이며 말했다.
“누구더라?”
헤게모니아가 짜증냈다.
“장난쳐?”
“150년 쯤 지났으면 까먹을만 하지 않나?”
“기억하고 있잖아. 아니, 우리 간간히 연락도 했잖아.”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빨리 기억한다고 해라. 내 해묵은 150년의 복수를 되갚아줘야 하니까.”
성운이 생각했다.
‘그럼 내 입장에선 떠올리지 않는 게 좋지 않나?’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아니, 됐다. 안 떠올려도 상관없다.”
“결국 지 마음대로 할 거면서…”
성운은 대꾸하면서 헤게모니아가 성운의 뒤쪽을 바라보는 걸 느꼈다.
성운은 회의실의 교단 위로 올라와 있었고, 뒤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앉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잡동사니를 좀 붙여둔 거 같군. 힘이 좀 부쳤나보지?”
“잡동사니? 말이 심한데. 듣는 잡동사니들 기분 나쁘게.”
크람푸스가 중얼거렸다.
“니가 젤 나쁜놈이야.”
성운은 등 뒤에서 수근거리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말했다.
“너는? 혼자인가?”
“당연하지. 난 팀 같은 거 필요 없거든. 지금까지 플레이어 다섯을 해치웠지.”
그러면서 헤게모니아는 인벤토리에서 봉신상 다섯 개를 꺼내서 자신의 손에 쥐었다.
“다섯?”
성운은 뒤를 슥 돌아봤다가, 다시 헤게모니아를 보았다.
“나는 일곱에 악신 하나 더해서 여덟. 내가 이겼군.”
헤게모니아가 손을 내쳤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
성운 뒤에서 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저 새끼 지금 우리 트로피 취급한 거야?”
“어디 하루이틀이야?”
크람푸스와 룬다가 한마디씩 주워섬겼다.
앞뒤로 신경을 긁어댔지만 성운은 태연했다.
성운이 말했다.
“아무튼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상대를 잘못 찾아왔군. 그냥 농담 따먹기라면… 나쁘진 않지.”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아니야! 어차피 너희들과 싸우면 내가 이길테니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고 싶어서 대화를 건 거지.”
“확신의 이유는?”
흥분하며 주먹을 내질러대던 헤게모니아는 언제 그랬냐는듯 침착해져선,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난 ‘전쟁’을 가졌어.”
이부분에 와서는 성운도 조금이지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로스트 월드를 여러번 하면서, 상대가 유력한 고유영역을 가지고 있었을 때의 그 감각.
‘재수도 없지.’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헤게모니아가 전쟁과 같은 고승률의 고유영역을 가진 경우, 패배한 게임은 없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성운이 바로 그랬으니까.
하지만 성운은 담담하게 자신이 가진 전력을 검토했다.
포기해야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성운이 말했다.
“일단 궁금한 점.”
“말해.”
“추측 되는 건 있는데, 어떻게 제4 대륙 남쪽에서 나타난 거지?”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제2 대륙의 북쪽을 내가 점령했거든. 행성은 둥글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제2 대륙에서 출발하는 북대양 항로가 아마 제4 대륙에 제일 빨리 도착할 거야. 이렇게…”
헤게모니아는 가볍게 로스트 월드의 모습을 창조해서는, 각 대륙이 이어지는 최단 경로를 그렸다.
헤게모니아의 말대로였다.
성운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러니까…”
성운이 답했다.
“너만 박살내면 제2 대륙은 물론이고 제1 대륙으로 가는 길도 열린다는 말이군.”
헤게모니아의 눈가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할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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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대륙에서 발발한 흑린 제국과 단리 연합왕국의 전쟁으로부터 83년 후…
두 나라는 아직 전쟁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