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19
019화
피조물 창조.
소영역이 4레벨에 달하면 특정 소영역을 제외하면 신의 뜻을 따르는 피조물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이 피조물의 힘과 지능, 스킬은 소영역과 초기에 투자한 신앙, 플레이어의 신성 레벨, 그리고 투자한 재료 등 여러 가지 영향을 받고 그에 비례해서 능력치가 상승했다.
현재 성운은 처음 피조물을 만들 수 있는 단계에서 최고 능력치의 피조물을 만들 자원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나보다 빨리 피조물을 만든 플레이어가 그리 많진 않겠지.’
일단 성운은 흉물인 고대 갑충을 죽여 ‘흉물의 정수’를 획득했기 때문이었다.
「흉물의 정수: 고대 갑충(흉물 Lv. 9)
이 정수는 피조물을 창조할 때 사용됩니다.
추가 되는 능력치: 잊힌 신의 축복(알 수 없음)」
‘무슨 능력치가 추가 될까? 어차피 첫 번째 피조물이라 큰 기대는 없는데. 그래도 스킬 쪽이면 좋겠다.’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해 나가다 보면 피조물은 계속해서 늘어나게 된다.
아무리 신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인식할 수 있는 한계선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신의 뜻을 대신하는 존재들을 필요로 하게 되고, 신의 피조물 또한 그런 심부름꾼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걸 만들어도 되나?’
성운은 시스템에서 지원하는 ‘피조물 창조 도우미’를 켜다가 멈칫했다.
이 보조창은 여러 가지 3D 모델로 플레이어가 만들고 싶어 하는 피조물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피조물 창조 도우미가 지원하는 여러 파트를 그냥 더하는 것으로도 무수한 모양새의 피조물을 만들 수 있었고, 원한다면 두리뭉실한 모양에서 시작해 플레이어가 직접 형태를 잡아 나갈 수도 있었다.
‘부족 하나를 뒤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단 말이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존재라는 건 감정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성운은 고개를 가로젓고 승리에 대해 생각했다.
감정적인 부분을 밀어 두고 목표를 위해 맹목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 성운이 랭킹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했다.
‘뭐 어때. 난 이제 진짜 신인데.’
피조물 창조 도우미는 현재 재료가 없어도 형태를 미리 만들어 둘 수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피조물의 형태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성운이 게임 로스트 월드를 할 당시에 미리 만들어 뒀던 형상들도 모두 저장되어 있었는데, 성운은 나중에 재료가 모이면 써먹어 보자 싶었다.
‘이번에는 벌레의 소영역에 쓸 만한 형태가 없어서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지만.’
피조물의 외형.
사실 피조물의 형태는 피조물의 능력치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왜냐하면 외형이 중요해지면, 피조물의 형태를 만드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냥 기본으로 주어지는 스탠더드 모델이나, 다른 사람이 만든 멋진 외형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랭커쯤 된다면 나름 특색 있는 피조물의 형태로 어필을 하고 싶어 했다.
‘어필이라기보다는, 어그로인가.’
그래서 랭커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피조물을 보면 우습게 생기거나, 기괴하게 생기거나, 아니면 아주 귀엽게 생기거나. 보통 세 가지 외형으로 나뉘는 편이었다.
‘뭐, 그건 게임이었으니까.’
사실 성운은 귀엽게 생긴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차이라고해도 이번에는 실용성에 모든 걸 걸어야지.’
성운은 벌레의 소영역에서 통계적으로 봤을 때 가장 강한 물리 능력치를 가진 외형을 알고 있었고, 적지만 추가적인 능력치를 얻는 부속지나 겉날개, 단단한 다리 등을 추가했다.
일단 전투에서 유리한 것은 엎드린 형태보다 설 수 있는 형태가 좋았다.
그리고 무기로 쓸 수 있는 날카로운 앞다리, 그리고 턱니를 단다.
기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더듬이와 전방위 시야를 볼 수 있는 커다란 겹눈까지.
‘다 만들고 보니… 사마귀 같군.’
물론 사마귀와는 전혀 다른 생물이었다.
이 덩치로 비행은 안 되지만 추락에 대비한 활공,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방어로 쓰일 겉날개가 두 쌍 더 있었고, 무기로 쓸 다리 말고도 필요에 따라 움켜쥐거나 상대를 꺾을 수 있는 손과 유사한 기관도 한 쌍 있었다.
‘포인트 컬러는 파란색으로 할까. 라크락에게 계속 암시를 줄 때 파란색 나비로 줬으니. 조금 어두운 채도로. 달빛을 받으면 영롱하게…’
마지막으로 이름을 설정해야 했다.
“이름은 어…”
성운은 적당히 게임 속에서 사마귀 하면 생각나는 이름 두 개를 합쳤다.
“‘스라티스’ 정도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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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스라티스는 무로부터 창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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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둘 달린 흉신 님께서 오셨다! 모두 머리를 조아려라!”
아울로이가 남은 힘을 짜내 외쳤다.
호숫가에 서 있던 프로그맨들이 넙죽 절했다.
슈넨 또한 물가에서 일렁거리는 머리 둘 달린 흉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제 저 리자드맨들은 모두 죽었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은 서펜트를 베이스로 하는 흉신으로, 일종의 물뱀이었다.
서펜트 자체는 땅 위의 드레이크에 비견될 정도로 강한 생물로, 물속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라고 불릴 만했다.
게다가 신성을 얻은 ‘흉신’으로서, 분명 괜찮은 지능과 신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 흉신은 성장할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알지 못했고,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것들을 이용했다.
슈넨은 머리 둘 달린 흉신이 제물들을 향해 다가가다, 주저하는 것을 보았다.
-크르르르르…
제물 앞에서는 언제나 몇날 며칠을 굶은 것처럼 탐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의 두 머리 모두, 슈넨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흉신께서 뭘 보고 있단 말인가?’
슈넨은 오랜 시간 새겨진 흉신에 대한 복종심조차 무시하고, 흉신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았다.
키가 큰 나무들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슈넨의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다.
거대한 눈을 가진 그것은 나무를 가볍게 밀어냈다.
생나무 찢어지는 소리에 엎드려 있던 프로그맨들이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불경하게 외쳤다.
“시, 신이다!”
몸길이라면 머리 둘 달린 흉신도 그리 모자라지 않지만, 땅 위에 우뚝 선 스라티스의 존재감은 큰 차이를 보였다.
스라티스는 일렁거리는 횃불의 빛을 받아 외골격이 푸른색으로 일렁거렸다.
누가 보더라도 머리 둘 달린 흉신은 누추한 물뱀에 불과했고, 스라티스는 신의 모습으로 보일 터였다.
-크르르르르!
머리 둘 달린 흉신은 저것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것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고, 그대로 둔다면 자신은 저 미개한 생물들과 그것들이 주는 제물을 포기해야만 할 터였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었다.
비록 상대가 거대하고 강해 보일지라도 흉신은 자신이 모든 생물 위에 강림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임을 알았다.
-캬오오오!
머리 둘 달린 흉신이 해안을 밀어내며 땅 위로 기어 올라왔다.
서펜트의 15미터 체구가 모두 오르자 그 모습 또한 기이했다.
하지만 스라티스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다음 걸음을 내딛었다.
또 다시 나무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프로그맨 몇 마리가 깔리자, 프로그맨들은 두 괴물이 격돌할 것을 알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은 그런 프로그맨들을 비집고 들어가며 깔아뭉갰다.
목표는 스라티스의 머리였다.
거대하게 벌린 입이, 그저 걸어오고 있던 스라티스의 머리통에게 날래게 꽂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신을 자처하는 물뱀아…
스라티스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는 호수 저편의 리자드맨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캬오오… 옥!
스라티스가 가슴 앞에 접고 있던 움켜쥘 수 있는 팔이, 먼저 달려든 주둥이 하나를 움켜쥐었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이 기다렸다는 듯이 두 번째 입을 벌렸지만, 그 또한 허사였다.
스라티스의 날카로운 윗다리 칼날이 흉신의 두 번째 주둥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너는 그저 미물에 불과함을 깨달으라…
스라티스는 그저 첫 번째 주둥이를 주욱 당겼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은 저항했으나 그 힘에 딸려 갈 따름이었고, 두 번째 주둥이가 그대로 반으로 갈려 나갔다.
주둥이는 스라티스의 팔 길이인 대략 10미터 가량이 도륙됐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의 등골이 젖히며 그대로 드러났다.
-커, 커, 커, 컥…
흉신은 경련을 지속했지만 숨이 붙어 있었다.
-내 너를 내 창조주에게 바쳐, 그대의 속죄를 돕겠다. 그대의 아둔함은 죄가 아니니…
이미 전투가 성립하지 않았다.
스라티스의 다음 작업은 도축에 불과했다.
-피와 살로 죄를 사하노라.
스라티스는 흉신을 쥐고, 거대한 살덩이를 산 채로 자르고 분리했다.
거대한 살덩이들이 프로그맨 주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운도 조금 놀랐다.
‘레벨과 능력치 차이 때문에 이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스킬 때문인가?‘
『머리 둘 달린 흉신(서펜트 Lv. 4, 흉신 Lv.3)
힘 163(d+2)
지능 32(d+2)
사회성 8(d+2)
음모 4
소영역:(알 수 없음)』
흉신의 능력치는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흉신도 일단은 신.
소영역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플레이어들이 처음에 가지고 시작하는 ‘메이저 소영역’이 아닌 ‘마이너 소영역’의 것이라, 흉신을 잡는 건 이른바 소영역 파밍에서 꽤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전투에서 소영역을 전혀 사용 못했지. 그럴 틈도 없었던 걸로 보이지만… 스라티스가 너무 셌나?’
『스라티스(피조물 Lv.11)
힘 220(d+3)
지능 32(d+3)
사회성 22(d+3)
스킬:괴력』
d가 하나 더 붙은 이상 능력치 차이는 압도적이라고 봐야 했다.
여기에 붙은 스킬이 너무 이상적인 결과물이긴 했다.
‘괴력… 전투용 피조물에 붙을 스킬로는 1티어긴 해. 동급 피조물이랑 치고받으면 압도할 수 있으니까. 전투용 창조물 쓰임새가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밀리는 건 아쉽지만… 운을 이상한데 써 버린 건 아니겠지?’
성운은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목표로 했던 머리 둘 달린 흉신을 죽였고, 프로그맨들은 완전히 패닉에 빠져서 리자드맨 제물을 놔두고 상위 계급 마을로 전원 도망쳤으며, 리자드맨들은 환희에 차서 신을 부르짖고 있었다.
라크락이 외쳤다.
“우리를 위해 내려온 저 ‘푸른 벌레신’의 수호자를 보라! 수호자에게 감사를 보내라! 푸른 벌레신에게 광명을!”
라크락의 전사들은 신의를 다해 절했고, 기적을 지켜본 회갈색 가죽의 리자드맨들, 그 누구보다도 오웬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몸을 바닥에 부닥쳤다.
성운은 흐뭇해졌다.
사실 흐뭇한 이유에는 눈앞에 떠오른 창 때문이기도 했다.
「머리 둘 달린 흉신을 죽였습니다!」
「’흉신의 정수’를 획득했습니다!」
「’소영역:(알 수 없음)’을 획득했습니다!」
흉물처럼 흉신 또한 정수를 얻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흉신 쪽이 더 레어도가 높지만, 육체적 능력에서 어드밴티지를 받는 건 흉물 쪽이라 흉신으로 피조물을 만들 때는 좀 더 주의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번 파밍에서 제일 중요한 소영역…’
「’소영역: (알 수 없음)’을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성운은 재빠르게 ‘네’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