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슈바넬이 속한 콜레고튼은 제2 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해있다.
과거 콜레고튼 공국이라 불렸던 이 지역은 플레이어 오븐렌지가 만들었던 나라에 속했다.
연합왕국에 최후까지 저항했던 공국은 오븐렌지가 패배한 뒤 완전히 해체 되었고 과거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주 종족 중 조금이라도 반항의 낌새가 있다면 숙청되었으며, 그렇지 않은 이들도 대규모로 집단 이주시켜 다른 무리 속에 섞여 살도록 만들었다.
기존의 문화는 완전히 말살 되었고 과거의 왕성은 주춧돌 하나까지 빼서 연합 왕국의 양식에 어울리는 다른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때문에 콜레고튼은 제2 대륙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했음에도 가장 연합왕국다운 곳이기도 했다.
과거의 역사 없이 완전히 연합왕국의 주도하에 새로운 도시들로 편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콜레고튼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계급 격차가 선명했고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공업도시인 슈바넬은 대규모 산업 지원을 받으면서 역사성을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콜레고튼 지역과 슈바넬의 시민들은 그 땅은 물론이고 서로와도 크게 연관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인건가?’
사르쵸는 다인의 지휘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혁명군을 보았다.
사르쵸 스스로도 이렇게나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기 때문에 성공에 이유에 대해서 근거를 찾아보고자 했다.
‘다른 나라… 아니, 연합 왕국의 다른 지역만 가더라도 종족들 사이의 해묵은 원한들이 제법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연합왕국은 자신들이 정복한 땅에 자신들에게 복수심을 가진 이들을 한줌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지. 그 때문에 우리의 조상들이 이 땅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사르쵸가 생각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연합왕국을 향해서 별다른 원한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지. 하지만 그 부조리한 압력이 점차 강해졌고… 마침내 우리가 다시 분노하게 되었을 때, 그 힘의 방향은 단순해진 것이다. 하나의 점으로 모인 힘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거야.’
물론 사르쵸는 혁명을 성공했다기에는 다소 이른 판단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인이 사르쵸를 불렀다.
“사르쵸, 성문을 끼고 싸움이 시작된 모양이야.”
“이제 시작이군요.”
“내가 말했던 거 다 기억하고 있지?”
“예.”
사르쵸가 보기에 다인은 이 싸움을 오랜시간 동안 준비한듯 싶었다.
실제로 다인의 동지 중에는 롤즈라는 이름의 장교 출신 노동자도 있었다.
무미임에도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선까지 갔지만, 비리를 고발했다가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불명예 전역을 한 이였다.
본래 장교 출신이라면 뛰어난 사회적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유미 위주의 군 사회에서 지속되는 공격으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보통의 무미들과 다름없어졌다.
다인이 말했다.
“연합왕국의 군대는 유능한 장교를 내친 걸 후회하게 될 거야.”
“저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작전에 따르면 성문을 끼고 싸우는 전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주 적은 숫자의 혁명군만을 이용해 성벽의 총안 안에서 총구만 내밀며 간신히 저항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숫자가 적더라도 제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연합왕국 군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하나는 성벽을 무너트리는 것인데, 적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런 선택이었다.
콜레고튼 지방군은 결국 콜레고튼을 지키는 군대고, 혁명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데다,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굳이 성을 무너트리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빠른 이동과 혁명군의 규모와 장비 수준을 낮게 보고 별다른 군수송 장비 없이 보병부대만을 끌고 왔기에 정작 성을 무너트릴만한 포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놈들은 우회하겠지.”
서문에 있는 혁명군의 숫자가 예상보다 적다면, 지방군은 주력 병력을 우회하는 것으로 뒤를 치려고 할 것이다. 만약 혁명군의 숫자가 많지 않다면 다른 문에 병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할테니까.
그럼 남은 선택지는 남문과 동문이었는데, 거리가 먼데다 성문의 크기가 좁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터였다.
“뭣보다 남문이 비어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남문으로 오지 않겠어?”
혁명군은 남문을 비워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콜레고튼 지방군은 당연히 남문을 통과할테고, 이것이 혁명군이 바라는 바였다.
과거의 전쟁의 경우 성곽을 통해 싸우는 전투가 유리했다.
대부분의 주력 병기는 검과 창과 같은 날붙이이며, 투사 무기라고 하더라도 활과 석궁. 이런 무기들은 곡사 무기이기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하는 높은 위치를 점하는 것은 전투에 있어 크게 유리했다.
하지만 총기, 정확히는 자동소총이 생겨난 이후 그런 이점은 어느 정도는 줄었다.
자동소총은 직사화기이고 충분히 긴 사거리를 감안하면 몇 미터의 높이가 위력을 감쇄해주진 않는다.
물론 성벽의 총안이나 모래주머니를 쌓아 총탄을 막을 수는 있지만, 유탄과 박격포를 막아줄 수는 없다.
혁명군의 숫자가 적으므로 성벽을 끼고 싸운다고 크게 유리하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롤즈 동지의 말에 따르면, 결국 필요한 건 기만전술이라고 했지.”
현재 혁명군이 콜레고튼 지방군에 비해 유리한 것은 정보뿐이었다.
지방군은 이미 혁명파 시위대의 숫자와 도시 내의 총기 보유량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긴 하겠지만 그 사이의 정확한 혁명군의 숫자를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혁명군이 도시를 거의 다 장악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리 없었다. 혁명군이 귀족들을 잡은 뒤 다음으로 한 일이 전서구 둥지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사르쵸가 총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동지.”
다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르쵸가 맡은 임무가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역할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역할이었다.
콜레고튼 지방군은 도시에 진입하면서 총탄 세례를 받게 될 터였다.
이는 콜레고튼 지방군이 매복 공격을 당했다고 판단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적의 속내를 알아차렸다고 생각한 순간, 제일 속기 쉽다고 했던가?’
사르쵸의 계산대로 남문으로 달려가자 이미 싸움이 개시되었는지 총성이 계속 되고 있었다.
곧 보이는 것은 3층, 4층의 높은 건물들이었다.
이전 세대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은 유미 종족들이 오랜 양식에 맞춰 지은 것으로, 벽면을 회칠하고 목조 구조를 노출시켜 아름다운 미감을 보였다.
현재는 신식 석조 건축물에 밀려 더이상 지어지지 않는 편이지만 여전히 많은 귀족들이 이런 종류의 목조 건축물을 선호했다.
사르쵸가 그 건물들 사이로 걸어들어가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총을 든 혁명군이었다.
“아, 당신은, 그 다인 동지 옆에 있던 사제로군?”
“사르쵸라고 합니다. 제가 마지막까지 남을 겁니다.”
“당신이 그 역할인가.”
“예.”
“꼭 무탈하길 바라지. 이쪽은 우리가 마지막이야. 작업은 끝내뒀어. 유인조가 빠져나가면… 알고 있겠지?”
사르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혁명군이 떠나간 뒤 사르쵸는 가까운 건물 내부로 들어간 뒤, 등에 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거리를 살폈다.
총성이 점차 가까워지자, 사르쵸는 한손에 들고 있던 랜턴의 뚜껑을 열었다.
“이쪽이다! 달려!”
“계획대로 될까요?”
“그런 건 도망친 뒤에나 신경써!”
사르쵸가 잠시 말을 걸어볼 사이도 없이, 대략 백여명에 이르는 큰 무리의 혁명군이 거리를 내달렸다.
그들 중에는 부상자를 업고 달리는 이들도 있고 절뚝이는 사람을 부축하는 이들도 있었다. 단순하게 보자면 싸움의 경과는 좋지 않아 보였다.
총성이 멎었다.
사르쵸는 더 기다렸다.
다인의 작전은 남쪽 지역에 위치한 이 목조 건물 단지로 콜레고튼 지방군을 유인하는 것이었다.
이 지역은 슈바넬의 구 시가지라고 할 수 있고, 덕분에 거리가 좁다.
또한 높은 건물들은 매복하여 적을 공격하기 좋은 것이다.
게다가 혁명군이 얼마나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이상 적을 발견한 지방군은 혁명군을 뒤쫓을 것이었고, 이러한 예상은 모두 맞아떨어졌다.
‘콜레고튼 지방군이 이 목조건물 단지에 완전히 들어서게 되면, 작전을 마무리하면 된다.’
그것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사람이 필요했다.
위험한 일이었다.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지방군이 코 앞까지 왔을 때 일을 결행할만큼 담대하거나 책임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사르쵸 자신이 지원했다.
‘이 도시의 첫 번째 혁명을 몰락시킨 것이 바로 나다. 두 번째 혁명에 손을 보탰다고 한들 그것으론 용서받지 못해.’
조용해진 거리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르쵸는 창문을 내다보았다.
남색 군복을 갖춰입은 콜레고튼 지방군이었다.
어딘가에 혁명군이 숨어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지, 지방군은 각 군인마다 거리를 두고 사주경계를 행하면서 진군 중이었다.
사르쵸는 숨을 참으며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이쪽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러게? 왜 아무도 없지? 저녁이라지만 이렇게 조용할 수는…”
사르쵸는 자신이 들고온 가방 안에 든 물건에 불을 붙이고는, 건물의 뒷문으로 내달렸다.
어찌나 급박하게 달렸는지, 뒷문을 열고 빠져나오는 그 짧은 거리에도 숨이 차올랐다.
‘뭐지? 왜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지?’
사르쵸는 잠시 자신이 달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마, 불량품…?’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르쵸의 가방 안에 들어있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다.
사르쵸는 거대한 진동에 떠밀리듯 다시 내달렸다.
첫 번째 폭발로 목조 건축물 하나가 무너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튕겨져나간 불붙은 나무 파편들이 거리 반대편의 건축물에 틀어박혔다.
본래 목조 건축물만 하더라도 높은 온도의 화염에 쉽게 불타지만, 각 건물 내부에는 혁명군이 건물 안의 사람들을 내쫓으면서 두었던 기름들 때문에 더 쉽게 불타올랐다.
사르쵸가 터트린 폭발의 불꽃이 확인되자, 이 목조 건물촌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혁명군들도 불을 지폈다.
슈바넬의 남쪽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혁명군이 준비한 것은 화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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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에서 콜레고튼 지방군의 비명이 이어졌다.
“사방이 불입니다! 걷잡을 수 없습니다!”
최초의 폭발이 그리 거센 공격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훌륭한 매복 공격이지만, 도시에 진입한 지방군의 전체 숫자에 비하면 미비했다.
하지만 지휘관인 대위가 휘말리면서 지휘 계통에 혼란을 겪었다.
지방군은 무작정 폭발의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곧 불꽃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을 보았다.
병사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해 좁은 골목으로 도망치면서 사기가 바닥을 쳤다.
분명 거리 한가운데라면 불길에 휩쓸리지 않겠지만, 털을 가진 종족들은 제 털이 그슬리는 냄새에 너무 공포심이 커져 있었다.
낡고 오래된 목조 건축물들은 거리 반대편에서 넘실대는 화염에도 쉽사리 불꽃으로 응해주었다.
건물들이 불타며 만들어낸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이미 연기를 너무 들이 마셔서 길바닥에 쓰러지는 병사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동적으로 지휘권을 이어받은 중위가 외쳤다.
“길을 따라 달려라!”
불에 타는 것은 건물 뿐이니, 분명 좁더라도 길을 따라 달리면 불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콜레고튼 지방군 병사들은 중위를 따라 진격했다.
하지만 길 끝에 있는 것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공격할 준비를 끝낼 혁명군의 총구였다.
다인이 외쳤다.
“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