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혁명군의 총탄이 불길 속을 빠져나오는 콜레고튼 지방군 병사들에게 쏟아졌다.
지방군은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했다.
대다수의 병사들이 그대로 사살 당했고, 일부는 도망치기 위해 불길이 치솟는 거리로 되돌아 갔으며, 또 일부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슈바넬에서의 콜레고튼 지방군과 혁명군 사이의 싸움은 혁명군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적은 수의 병력으로 큰 수의 병력을 이겨낸 싸움이 아니었다.
유미 계급이 만들어낸 구 도심지에서 계급 사회를 공고히하는 군 세력을 물리쳤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있어 대단히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사르쵸가 다인에게 말했다.
“이 모든 걸 의도하고 있었던 겁니까?”
“물론이지.”
다인이 말했다.
“목조 주거지라면 사실 부랑자촌이 더 어울리긴 했겠지. 거긴 길도 더 복잡하니까. 하지만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비워야하는데, 부랑자 촌엔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다… 기왕 태워야 한다면 부랑자촌 보다는 부촌이 좋지 않겠어?”
사르쵸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혁명군이 승리를 거두고 도시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 알려지자, 붙잡힌 시장과 귀족들의 태도도 크게 변했다.
단리 연합왕국은 전쟁중이긴 하지만, 콜레고튼과 같이 과거 역사가 깨끗하게 지워진 지역의 경우 지방군의 힘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지방군은 주로 종족 단위의 소규모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서 편제되어 있으므로, 각 지방군들이 협력을 해서 전선을 구축하거나 다른 지방군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등의 작전 계획은 설립되어 있지 않기도 했다.
시장은 콜레고튼 지방군의 첫 번째 부대가 당하고 전서구 둥지가 제압 당한 이상 다음 병력이 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인을 중심으로 하는 혁명군 지휘부는 시장에게서 당초에 의도한 여러 개선안에 더해, 추가적인 선언문에 동의하도록 강압했다.
혁명군 지휘부는 시장이 연합왕국 제왕을 대신하여 슈바넬을 다스릴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 착안해, 이 선언문에 대해서도 연합왕국의 국가원수를 대신하여 찬동하도록 했다.
그 내용을 보고 시장은 덜덜 떨기까지 했지만, 지휘부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지휘부가 시장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을 하려고 했을 때, 시장을 설득해낸 것은 사르쵸였다.
사르쵸가 말했다.
“당신이 여기에 서명한다고해서, 제왕께서 당신을 죽이진 않을 겁니다.”
놀 종족인 시장은 둥근 귀가 축 늘어진 채 말했다.
“그, 그건 나도 안다. 분명 협박인걸 알고 계시겠지. 그것과 별개로 벌을 받긴 하겠지만, 두렵지 않다. 그래. 죽음까지도 각오할 수 있겠지.”
“그럼 뭘 두려워하는 겁니까?”
시장이 말했다.
“죽음 이후지, 뭐겠나?”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분노하는 자였다.
연합왕국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분노하는 자이다.
그리고 현재 연합왕국의 모습이 이렇게 된 것 또한 분노하는 자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계급 사회가 만들어진 것 또한 분노하는 자의 뜻이 아니겠는가.
분노하는 자의 사후 세계는 가혹한 곳이었다.
죄지은 이들은 살면서 지은 죄들을 감하기 위해서 끝모를 노동을 해야만 한다고 알려졌다.
당연히 신의 뜻을 거스른 이들은 가장 가혹한 벌을 받는다.
사르쵸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제일 큰 벌을 받겠지요.”
“그대는 분노하는 자가 두렵지 않은가?”
“두렵습니다.”
사르쵸가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신의 뜻을 거역하는 거라면, 저는 사후세계로 가기도 전에 당장 분노하는 자의 칼날이 제 머리통을 쪼개 놓을 겁니다.”
사르쵸가 자신의 사제복에 덮인 가슴을 때렸다.
“모르시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신의 뜻입니다. 분노하는 자께선 언제나 투쟁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 또한, 투쟁인 겁니다.”
사제인 사르쵸 자신도 무안할 정도의 엉터리 신학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마음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시장은 다음과 같은 서두로 시작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하나, 사람은 꼬리를 가지거나 가지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평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이가 박탈할 수 없는 천부의 권리이다. 평등한 지위라 함은 다음과 같다…』
시장과 혁명군 지휘부가 만든 슈바넬 계약, 또는 슈바넬 선언문이라고 불리는 이 문서는 슈바넬의 혁명 소식과 함께 콜레고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벌어진 사건들도 슈바넬에서의 혁명군 전투와 비길 바 없이 긴박했다.
우선 슈바넬로 진격했던 콜레고튼 지방군이 중대 규모 병력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콜레고튼 지방군 전체는 연대급 병력이었다.
콜레고튼 지방군은 콜레고튼 전역의 주요 거점에 퍼져 있긴 하지만, 슈바넬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이미 알려졌고, 슈바넬 선언문이 퍼지면서 지방군 지휘관이 지방군을 전원 소집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혁명군은 전투를 준비하지 않았다.
바로 그 슈바넬 선언문 때문이었다.
슈바넬에서의 혁명 성공과 선언문이 드러내는 공감대는 콜레고튼 지역 전역에서 폭발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자발적인 봉기와 혁명군에 자원 입대하겠다는 이들이 근교로 몰려들었다.
이전까지 소규모 반군만을 상대로하던 군대로서는 슈바넬을 상대로 하는 전쟁을 벌일 수는 없었고,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는 와중에 혁명군의 몸집은 어느 순간 지방군을 가볍게 웃돌고 있었다.
이미 슈바넬 내부의 군수 공장에서 찍힌 무기들로 혁명군이 무장할 수 있게 되자 콜레고튼 지방군 단독으로는 작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물론 지방군 지휘관은 다른 지역의 지방군과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혁명군 지휘부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혁명군 지휘부는 슈바넬 선언문을 근거로 자신들이 시장에게서 이양받은 혁명 정부를 만들고 있으며, 콜레고튼 지방군 또한 이러한 혁명에 동의하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사실상의 협박이었지만 지방군은 당장 다른 지역 지방군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 되자 혁명군에게 항복했다.
콜레고튼 지방군은 해체되었고, 혁명군 아래에서 다시 편성되었다.
이제 혁명군은 단독 지방군과 견주어도 승리를 가늠할만한 숫자가 되었고, 슈바넬 선언문은 콜레고튼을 넘어 연합왕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혁명군 지휘부는 슈바넬과 콜레고튼을 지배하에 넣고 대리 통치하기 시작했다.
개정 헌법을 제정하고, 임시 혁명 의회를 구성했으며, 본래 처벌을 받아야 했으나 귀족이라는 이유로 벌을 면했던 이들을 손수 처벌했다.
일부에게는 공포스러운 시기였으나, 또 다른 일부에게는 억압에서 해방되는 시기였다.
도시 기능이 정지하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치안을 담당하는 자경단이 도시의 밤을 지켰고, 혁명군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개선된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다.
각 공장에는 노동자의 발언을 대신할 노동자 조합이 신설되었으며, 임금은 상승했고 휴식시간은 늘어났다. 체불되었던 임금들이 지불되고 해고 된 노동자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노동자 조합은 지속적으로 환경을 개선해나가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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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아의 성.
“…따라서 콜레고튼 지역의 슈바넬 발 혁명이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동쪽에서 일어난 루베일 혁명, 남쪽에서 일어난 딜라프 혁명에 이은 슈바넬 혁명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루베일 혁명의 경우 악명 높은 노역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노역장에서 알음알음 알려져 있던 배후자라 불리던 신이 사실은 제국의 마신, 야천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커다란 호응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합왕국이 마신이라고 불러온 것이 무색하게도 핍박 받는 이들에게 마신은 유일한 구원자로 취급되었다.
물론, 헤게모니아와 알마는 그 내용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었지만.
딜라프 혁명의 경우 성격이 조금 달랐다.
노예상들이 거래하던 노예들이 주축이 되었으며 주로 제국 첩보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노예로 잠입해있던 제국 첩보부 요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들의 주장은 평등주의적 경향이 강했다.
슈바넬 혁명의 경우에는 마신도, 제국도 관계가 없었다.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일어났으며 과격한 대응이 불을 지른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섯 번째 사도 알마 알로이가 말을 마치자, 자신 앞의 화면을 보고 있던 헤게모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의미 있는 보고는 아니었다.
알마는 헤게모니아에게 허락받은 신의 힘, 즉 시스템창 조작 권한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고 정말로 빠르고 중요한 연락이라면 그런 조작을 통해서 헤게모니아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헤게모니아는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보고 있었고, 동시에 현재의 난국을 이겨낼 방안을 사도들로부터 듣고 싶어 했다.
현재 전장에 나갈만큼 급하지 않은 것은 알마 뿐이었다.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알마?”
알마는 고민하다 말했다.
“이대로 콜레고튼을 놔둘 수는 없습니다. 분노하는 자께서 직접 힘을 보여줄 수 없다면, 연합왕국의 지방군들을 연합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쪽과 남쪽의 지방군들은 해당 지역의 또 다른 혁명군 부대와 맞서야 한다. 북서쪽의 지방군을 간신히 모은다고 해도 콜레고튼 지역의 혁명을 이길 수 있을까?”
“제가 지휘한다면 반드시…”
헤게모니아가 가로저었다.
“저들이 마신의 힘에 물든 것이 아닌 이상 우리가 가담할 수는 없다.”
“저들도 결국 마신의 힘에 물든 것입니다. 그저 분노하는 자의 이름을 버리지 않았을 뿐….”
“틀렸다, 알마.”
“네?”
헤게모니아는 조금 답답한 심정으로 말했다.
“저들은 신이 없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러니 마신이 있고 없고는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내 힘이 개입된 걸 알게 되면 저들은 나를 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마신에게 들러붙겠지. 그것이야말로 마신이 바라는 바일테고.”
알마로서는 납득되지 않았지만 신께서 그렇다고 하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알마가 말했다.
“하지만, 혁명의 바람이 저희 연합왕국에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연합왕국에서의 소식이 다른 대륙으로도 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지펴진 혁명이 정말로 마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분명 로난테-오로반 동맹은 물론이고 흑린 제국에도 타격을 줄 것입니다.”
헤게모니아가 고개를 들어 알마를 바라보자, 알마가 드디어 관심을 돌렸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했다.
“제국도 소위 평등주의라는 것을 실천하려 한다지만 따지고보면 저희 연합왕국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형편입니다. 비율적으로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리자드맨 귀족들이 많이 있는데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됐다. 본론을 말해라.”
“예. 최근 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빨들을 이용해 저들과 같이 혁명 세력을 키우면 분명 제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헤게모니아가 가로저었다.
“소식이 늦는 건 어쩔 수 없지. 제한된 힘만 가지고 있으니. 하지만 이정도 예측도 하지 못한 건 너의 오판이다.”
“예?”
“조금 전 제국의 오라즌에서 발행된 신문이다.”
헤게모니아는 가볍게 허공을 낚아채 창조해낸 신문을 집었다.
그리곤 그 신문을 알마 앞으로 휙 던졌다.
알마는 신문을 집어들었다.
『황제 폐하가 의회제를 선포하시다.』
『제국에도 평등주의의 파도가 덮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