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공화정 자체는 연합왕국과 제국 양쪽 모두 낯설기만 한 제도는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그리스’라고 부르는 빌드업을 따르는 경우 다양한 종족을 모두 포섭하기 위해 초반부터 공화적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었고, 제3 대륙에선 존재하지 않았지만 제1 대륙, 제2 대륙에는 그 흔적이 남은 도시들이 있었다.
또한 연합왕국과 제국의 일부 도시들은 이미 공화정과 비슷한 제도를 이미 따르고 있기도 했다.
슈바넬만 하더라도 의회제에, 시장이 선출된 권력이긴 했다.
단지 일반적으로 일컫는 민주주의 공화정이 아닌 의회 구성원과 시장에 선출될 자격을 갖춘 것이 귀족으로 제한된 과두정치 공화정일뿐.
물론 제국의 황제가 발표한 ‘의회제’는 국가 단위의 의회제였고, 그 내부에는 민주주의 공화정을 암시하고 있었다.
황족과 귀족들이 여전히 있지만, 이제는 권력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평민들 중에서도 대표자를 뽑아 의회를 구성하여 의회가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표가 소위 말하는 혁명파가 아닌 황제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반향이 있었다.
알마 알로이는 생각했다.
‘연합왕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군.’
연합왕국은 수 많은 영주들과 그들의 왕, 그리고 왕 중 왕인 제왕, 그 외의 구분되는 도시 국가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를테면 콜레고튼엔 별다른 왕이 없고 슈바넬엔 시장이 존재하는 가장 근대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다.
제왕이 느닷없이 공화정을 선포한다고 하더라도 왕들과 영주들, 각 도시의 시장, 섬의 도주, 총독들이 거절한다면 공화정으로 전환되는 지역은 제왕이 가진 토지만 해당될 것이다.
반면 제국의 경우 황제는 모든 땅을 자신의 이름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었고, 제국의 모든 지역에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황제가 그러고자 한다면, 임명직인 현감과 같은 행정구역의 우두머리들이 반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헤게모니아는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간략히 요약해서 제국 황제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에 대해서 알마에게 설명했다.
알마가 보기에 대중이 받아들일 시기를 찾기 위해 미뤄왔을 뿐 대단히 오랜시간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있었다. 제국은 애초에 혁명이 언젠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물론 헤게모니아에게는 익숙하다고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세세한 디테일을 게임 로스트 월드에서 찾을 수는 없겠지만, 대강의 방향만 따진다면 제국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혁명의 반향을 감수할 수 있는 모범적인 정치 제도 형태였다.
‘혁명파가 제일 선호하는 형태는 의회제 보다는 대통령제지만, 황제가 손수 내각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이상 대중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 게다가 제국 황제는 역사적으로 유능한 인물이 많은데다 제국민 대부분에게 애정을 받는 위치야. 황제를 명목상의 최고 권력으로 두고 의회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일 거야.’
헤게모니아가 고민하고 있는데 알마가 머리를 조아렸다.
“분노하는 자여, 죄송합니다.”
“무엇이?”
“…도저히, 현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헤게모니아가 “흥”하고 콧소리를 냈다.
헤게모니아는 사도들에게 대단한 걸 기대하진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도라고 하더라도 경험이 풍부한 플레이어 하나만큼 게임을 잘 풀어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헤게모니아 스스로도 과신한 부분이 있었다.
네뷸라와의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자신은 분열될 수 없는 거대한 하나의 세력, 반면 네뷸라는 만신전이라는 동맹 체제 안에 있으므로 어떻게든 분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갖가지 전략에도 동맹에 금이 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자,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 연합왕국이 분열되고 있었다.
과거에 자신이 벌려놓은 일들이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것도 예상했어야 했어. 당연한 수순인 거야.’
헤게모니아의 사도 중 대부분은 머리를 쓴다기 보다는 몸을 쓰는 이들이였다. 알마가 좀더 특별히 전략을 짜낼 능력이 있을 뿐.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됐다.”
“…하오나?”
“내게도 생각이 있다.”
알마가 올려다보자 헤게모니아가 말했다.
“확실히 야천의 수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다. 자신의 힘을 통하지 않고도,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서 싸운다는 진실만으로도 이런 곤란을 만들었으니까.”
헤게모니아는 처음엔 네뷸라가 보여준 수가 놀라운 수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헤게모니아도 네뷸라처럼 딱히 지구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로스트 월드를 플레이할 때 필요한 지식은 로스트 월드로 배웠다.
지구의 역사를 잘 모르더라도, 로스트 월드에서 수 많은 종족들은 지배 종족을 향해 항거했다.
대부분 플레이어가 손을 대지 않으면 실패했지만, 일부는 플레이어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이윽고 여러 요행이 맞아떨어졌을 때 플레이어를 패배시키기도 했다.
‘결국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방법이었을 뿐이지.’
그런식으로 접근하니 헤게모니아 또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야천은 억압 받는 사람들이 결국 떨치고 일어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지. …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라면 나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지.”
알마가 의아한듯 바라보았다.
“알마.”
“예.”
알마가 대답하자 헤게모니아가 질문했다.
“힘이 없던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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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쵸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중요한 것은 교리 문제였다.
혁명에 대해 분노하는 자의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가까웠다.
배교자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배교자의 뜻에 따른 반란은 마신의 힘에 놀아난 증거라는 것.
대부분의 사제들은 비록 신이 선명한 증거로 혁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곤 했다.
이에 대해 사르쵸는 곤란해하는 사제들과 이야기해서 이 혁명은 루베일과 딜라프의 혁명과는 궤가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정말로 분노하는 자가 이 혁명에 대해 반대한다면, 신벌을 내릴 거라고 말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사르쵸의 말은 힘을 얻어갔다.
덕분인지 루베일과 딜라프의 혁명들이 해당 지역 종족들에게 반감을 사는 부분이 있는 것과 달리 슈바넬의 혁명은 좀더 쉽게 수용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마냥 좋다고 볼 수는 없었다.
사르쵸는 지휘부의 다인에게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루베일과 접촉하려고 해.”
다인이 덧붙여 말했다.
“가능하면 세력을 크게 키운 딜라프와 접촉하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지. 루베일은 좀 떨어져 있긴 해도 공동전선을 펼칠 수 있을 거야.”
사르쵸가 가로저었다.
“안됩니다.”
“사르쵸.”
“그들은 배교자입니다. 마신의 뜻을 따른다고요.”
“그건 나도 알아.”
다인이 말했다.
“하지만 콜레고튼 밖으로 지방군들이 결집하기 시작했어. 당분간은 우리 혁명군의 숫자와 무장 상태를 감안해서 쉽게 덤비진 않겠지. 하지만 우리는 콜레고튼 밖으로 세력을 떨치지 못하면 군대의 크기를 키울 수 없는데 반해, 지방군은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만으로 금새 몸집을 키울 거야. 때가 되면, 밀고 들어오겠지. 동맹이 필요해.”
그 말에 사르쵸가 말했다.
“다인, 제가 감정적으로 말하는 게 아닙니다. 더 정확히 하자면 사제라서 말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제 추론이 맞다면, 분노하는 자께서 저희에게 사도를 보내서 불태워버리지 않는 까닭은, 저희가 아직 배교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인이 사르쵸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가 배교자가 된 순간 천벌을 내리실까?”
“그럴지도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마신 야천이 우릴 도울지도 모르잖아?”
“너무 불경한 말인데요.”
다인이 웃었다.
“알겠어. 그 부분은 재고해보겠어.”
사르쵸는 일단 안도하긴 했지만, 다인의 ‘재고’라는 단어가 신경쓰였다.
“다인.”
“왜?”
“가릴에게 들은 이야기론,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던데요.”
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리자드맨이었어.”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그게 제국의 첩보부 요원 같은 건 아니었을까요?”
사르쵸로서는 리자드맨이라고 하면 연합왕국의 초록빛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 보다 제국의 검은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인은 입을 비죽 내밀었다.
“농담이지? 그 사람은 정말로 떠돌이였어. 옷이 좀 이국적이긴 했지만 떠돌이들은 다 그렇거든. 게다가 아주 노인이었고. 리자드맨들은 티가 잘 안나긴 하지만 비늘에 윤기가 없다던가 동공이 탁하다던가 하는 걸로 알아볼 수 있잖아? 무엇보다 그 사람은 날 부추기거나 한 건 아니야.”
“그럼?”
“그냥 옛날 이야기였어.”
“옛날 이야기라면?”
다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어디선가 누구나 들어볼 법한 옛날 이야기였지. 큰 프로그맨 부족에게 지배 당하는 리자드맨 부족이 있었는데… 하는 걸로 시작하는 이야기지. 괴롭힘 당했지만 결국엔 다른 부족의 도움을 받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용기 있게 좀더 빨리 나섰더라면 더 빨리 지배를 떨쳐냈을텐데 하고 후회하는 교조적인 내용이었지. 하지만 나한텐 도움이 됐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기도 했고.”
그렇게까지 말하니 사르쵸도 딱히 의심스럽게 느낄 구석이 없었다.
다인이 말했다.
“그나저나 다른 혁명파와 동맹을 맺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해.”
“방법이 있습니까?”
“사실, 없지는 않아.”
다인이 말했다.
“우선 혁명군이라고 해도 혼란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특히나 귀족 계층들이 비협조적인 건 두말 할 것도 없고. 이런 시기가 그저 자신들을 스쳐지나갈 뿐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지. 거대한 연합왕국이 훅 하고 불면 꺼져버릴 촛불이라고 말이야.”
“그렇게 되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슈바넬 선언문을 넘어서서 뜻을 하나로 모을 방법이 필요해.”
사르쵸는 수긍했다.
무미라고 해도 하나의 종족이 아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종족들이라지만 공유하고 있는 정서와 문화는 서로 다르기에 갈등도 있었다.
“그리고 자원이 부족해. 돈은 물론이고 각종 자원들을 혁명군이 임시로 관리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불안해. 모든 자본과 자원, 토지에 대한 사안들을 획일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필요하지.”
“장기적으로 볼 때는 분명 그렇겠지요.”
“무엇보다도 병력이 문제야. 현재 혁명군이라고 해도 모두 자진해서 입대한 이들 뿐이야. 실제 콜레고튼의 인구수에 대비하면 지방군 숫자에서 조금 더 더해졌을 뿐이지. 어느 정도 징병을 강제할 근거가 필요해.”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문제가 많군요. 그런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법을 찾긴 쉼지 않겠는데요.”
그러면서 사르쵸는 다인이 다시금 동맹에 관해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인이 준비해둔 대답은 사르쵸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혁명군을 중심으로 여기 콜레고튼에 독립국을 세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