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담당자가 시모에게 물었다.
“그건… 도대체 뭡니까?”
시모는 전기의 발생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시모도 아직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몇 가지 가정에 근거해서 한 말이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두 사실이었다.
시모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눌렀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전지에서 이만한 전기가 나오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
시모가 천장을 힐끗 바라봤다.
담당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따라 올렸다.
천장은 텅 비어있었다.
시모가 들고 있던 전지를 향해 전기를 쏘아보냈던 오웬은 이미 소리도 없이 몸을 숨긴 것이다.
시모가 보기에 정말 놀라운 재주였지만 당장은 이 사기극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서 감탄하기도 어려웠다.
담당자가 말했다.
“정말… 기적이나 다름없는 발명품입니다.”
“아, 네, 뭐… 그런 편이죠.”
“저로서는 당장 얼마나 투자를 해야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더 높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마는…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시모는 심호흡했다.
오웬이 예상했던대로였다.
정말 거하게 사기를 쳤기 때문에 상회의 일개 직원이 담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 것이다.
“좋아요. 하지만 당장 돈이 급하기 때문에…”
“얼마가 필요하십니까?”
시모는 액수를 말했고, 담당자는 흔쾌히 서류를 작성했다.
시모는 담당자와 다음에 만날 약속을 한 뒤, 돈을 받아들고 상회 건물 밖으로 걸어나왔다.
이미 오웬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잘 풀렸나보군. 얼마나 받았지?”
“…일년은 호텔에서 먹고 자면서 연구해도 될 정도로요.”
오웬이 안된다고 하면 깎으면 그만이니 우선 큰 액수로 부르라고 했기 때문에 시모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부른 액수를 “겨우 그 정도로 괜찮겠습니까? 뭐, 어차피 다시 오실테니…” 하면서 쥐어준 것이 그 돈이었다.
오웬이 말했다.
“좀더 부르지 그랬나?”
오웬의 말은 시모에게 들리지 않았다.
“어, 어떻게 하죠?”
“뭘 말인가?”
“약팔이에서 사기꾼이 되어버렸는데요?”
“유감이군.”
“선생님은 왜 남의 일처럼 말하세요?”
오웬이 하하 웃으면서 시모의 등을 두드렸다.
“언제봐도 꼬마 발명가는 재밌는 사람이구만.”
“재밌지가 않은데요?”
“우선 호텔에서 푹 쉬면 재밌어질걸세.”
호텔을 예시로 들긴 했으나 정말로 호텔에 갈 생각은 없었던 시모였지만 오웬은 고생했으니 우선은 쉬라면서 폴리비아에서 가장 큰 호텔로 시모를 데려갔다.
오웬은 가장 큰 방은 아니지만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장소에 시모를 데려다놓고 말했다.
“여기서 푹 쉬면서 연구를 하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 있으면 내가 구해올 거고, 잔심부름은 호텔에 말하면 가져다주겠지.”
시모가 가로저었다.
“이티모 가문에서 다음 시연을 보고 싶어할텐데요.”
“당연히 그때도 내가 힘 써주겠네.”
“하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대단한 발명을 해도 저 혼자서 그런 걸 보여줄 수는 없어요. 그렇게 번쩍번쩍하는 물건은 선생님의 능력이지 제 발명품이 아니라고요.”
오웬이 말했다.
“그 번쩍번쩍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담당자는 그걸 보고 저에게 돈을 빌려주었죠.”
“아니, 자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냔 말이야. 그, 뭐라고했지? ‘과학적’으로?”
그 말에 시모는 인상을 썼다.
“화려하긴 하지만, 그렇지는 않죠. 사람을 죽일 거라면 그냥 총을 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오웬이 말했다.
“바로 그걸세. 내가 보여준 것 보다 시모 양, 자네가 말해주었던 전기를 사용하는 사회의 모습이 더 굉장하다네. 자넨 내가 보여준 재주보다 더 대단한 걸 해낼 거야. 그때가서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지적하면, 자네는 더 뛰어난 물건을 보여주면 그만이야. 알겠나?”
시모는 오웬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다.
오웬의 말대로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실패할 수도 있어요. 그런 건 그냥… 제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고요.”
오웬이 미소지었다.
“난 자네를 믿어.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좋거든.”
시모는 진이 빠져서 뭐라 답하지 못했다.
시모는 자신을 더이상 사기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다음에도 오웬 선생님의 전기를 빌릴 필요는 없을 거야. 사기는 한 번이면 족해.’
둘러댈 말은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전기가 대기중에 방출되는 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였고, 눈으로 보여지는 화려함이 실제의 쓸모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굉장한 걸 보여줘야 해.’
세계에는 이미 고무동력기, 마동기관, 증기기관 같은 에너지를 만들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기관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전기의 강점은… 멀리 갈 수 있단 거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은 고무동력의 축탄기, 마동기관의 마동기, 증기기관과 같은 물건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를 생산해내야만 했다.
이를테면 축탄기의 경우, 폭포수 아래의 수차를 통해서 고무를 감아내는 작업을 한다.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거의 자동화된 수준에 이르렀지만 문제는 이런 축탄기를 마차나 열차에 실어서 다른 곳까지 운반해야 사용할 수 있다.
‘전기는 그럴 필요 없어.’
이 전기라는 에너지는 그냥 길다란 선을 이으면 그만이다.
그 선을 따라 이동하니, 기계의 에너지가 다 떨어졌을 때 축탄기가 떨어진 뒤 올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리거나 사람을 써서 직접 고무를 돌릴 필요가 없다.
마법사들이 직접 손을 대야하는 마동기관은 언급할 필요도 없으며, 많은 양의 석탄을 소비하는 증기기관도, 최신 기술이라고 알려진 내연기관도 그 한계점을 극복하진 못한다.
아무리 많은 톱니바퀴로 기관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옮기려고 해봤자, 결국에는 톱니바퀴를 돌리는데 모두 소모되는 것이다.
‘이전 기술들이 사라져버리진 않겠지. 하지만 모두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될 거야.’
시모는 전기 저항이 낮은 전선을 찾고 축전기를 개선하고 변압기에 대한 구상을 세웠다.
창고를 빌려 제야의 학자들이지만 관심이 있는 폴리비아의 기술자들을 불러들여 임시로 조수로 쓰기도 하고, 오웬이 가져다준 바세니올의 최신 연구자료들을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버거운 작업이었다.
시모가 설계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전깃불을 밝히는 정도가 아니라 전기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일련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발전 장비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난항이 있었다.
지금까지 만들어낸 구조가 생각만큼의 효율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기관들에 비하여 특별히 더 나은 점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거의 다 왔는데…!’
그렇게 창고에서 곯아떨어진 날 밤, 시모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발전 설비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다.
‘키가… 작은데?’
솔로틀과 키가 비슷한 종족은 많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다.
코볼트, 드워프, 하프빈, 팽골리안… 하지만 그런 종족들과는 실루엣부터 달랐다.
비교적 통통한 몸에 넙적한 부리…
“…오구리?”
시모의 혼잣말을 듣지 못했는지 오구리는 시모의 발전 설비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오구리가 손을 대려고할 때, 시모가 일어나서 다가갔다.
“잠깐, 손 대지마!”
그제서야 오구리가 시모를 돌아보았다.
오구리가 말했다.
“형편없는 설계다.”
“뭐?”
“하지만 조금만 고치면 더 나아질 수 있지.”
“너 누구야?”
오구리는 대답하지 않고서 어느새 쥐고 있던 렌치로 나사를 풀고 조이기 시작했다.
“손대지 말라니까!”
시모는 오구리의 행동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어째서인지 그리 넓지 않은 창고인데도 오구리에게 닿지 못했다.
게다가 오구리는 순식간에 작업을 마쳤는지 렌치를 자신의 작업용 앞주머니에 꽂고는 손을 탁탁 털었다.
“이제 됐군. 마음 같아선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지만, 나한테 허가된 인과는 이정도인가….”
“…인과?”
숨을 쌕쌕 쉬던 시모가 오구리를 바라보았다.
시모는 뒤늦게 오구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털이 상하지 않게 온 몸을 덮은 작업복에, 가죽 앞치마에는 기계를 만들거나 고치는데 필요한 공구들이 꽂혀 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눈 위의 고글.
시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다, 당신은?”
“오, 날 알고 있나?”
오구리는 멋쩍게 시모를 보았다.
“…툴보 님?”
구 파비랑 연합, 현 흑린 제국의 유명한 천재 발명가.
모든 발명가들의 우상이자, 나선날개의 제작자, 외로운 밤을 잊게 만든 고무 천재.
만신전의 사도 제8 석, 미치광이 툴보였다.
툴보가 고글을 쓰며 말했다.
“한 발명가의 기도가 날개없는 황금새님께 닿았다. 나는 그 분의 부름을 받고 그대를 도우러 왔지. 많이 손대진 않았다.”
“여, 영광입니다!”
“나는 인과에 묶여 있으나, 그대는 제 뜻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지. 그러니 그 무엇에도 주눅들지 말지어다.”
“…예!”
툴보는 환하게 빛나는 창고의 밖으로 걸어나갔다.
시모가 보았을 때, 언뜻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시모는 잠에서 깨어났다.
시모는 눈가를 비볐다.
“…개꿈?”
창고에서 일어난 시모는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비척비척 자신의 발전 설비로 걸어갔다.
시모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자신이 그토록 오랜 시간 고민해온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어 있었다.
“꿈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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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티모 가문에서 다시 한 번 시모가 자신의 발명품을 시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담당자 한 명이 보았던 그 엄청난 광채를 내뿜는 전기 다발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모가 보여준 것은 이어진 전선, 빛나는 전구,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발전 설비였다.
시모는 간단히 설명했다.
“그건 첫 투자를 받기 위한 눈요기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고요. 너무 위험한데다, 낭비에 불과합니다. 아, 그리고 담당관 님이 좀 호들갑을 떤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강한 전기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자리에 있었던 엘프 담당자는 뭔가 항의하고 싶어했지만, 마음을 단단히 잡은 시모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시모는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약장수로서 꽤나 단련된 언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모의 말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당시의 담당자만은 아니었다.
“이 기계는 너무 시끄럽지 않나?”
“불은 그냥 양초를 피워도 될텐데.”
“저렇게 긴 선… 전선이라고 했나? 전선을 이어야 하는 것도 낭비 같군.”
시모 또한 예상하던 반응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어차피, 단 한 사람의 마음만 돌리면 그만이야.’
시모가 바라보는 것은 상단주인 필리나 이티모였다.
필리나는 잠시 궁리하는듯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회의 다른 사람들도 당연하다는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필리나가 말한 것은 상회의 대다수가 가진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 발명가가 원하는 만큼의 사람과 땅, 돈을 지원하세요.”
“네?”
필리나는 시모에게 걸어와 말했다.
“그리고, 시모라고 했나요?”
“아, 네.”
“따라오세요. 백지수표 따위론 저 물건을 사기 어렵겠군요. 지분에 대해서 상의를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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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현재 발전기 생산국: 폴리비아」
「현재 발전기 특허권자: 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