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오빈 마브루가 비행선 함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엄청나게 빠르게 왔다고 생각했더니… 알만하군요.”
일반적으로 연합왕국의 비행선은 제국의 비행선보다 느린 편이다.
기술 발전 양상 자체는 비슷한 편이지만, 결정적으로 제국의 고급 비행선 기종들에는 마법사들이 올라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합왕국의 일부 비행선 함대는 제국의 비행선 보다 훨씬 빠른 편이었고, 일부는 마즈다리가 탑승하고 있지 않은 천둥지기보다도 빨랐다.
“연합왕국의 4번 함대입니다.”
연합왕국의 3번 함대까지는 일반적인 군함대지만 4번 함대는 달랐다.
4번 함대는 수호자나 사도의 출전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전선에 대처하기 위한 고기동 함대였다.
비행선에 높은 기동성을 부여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동력이 있어야하는데, 이 4번 함대의 동력은 특이했다.
특별한 기술을 더한 것이 아니라, 창조물이 비행선을 끌고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4번 함대의 모든 비행선 앞에는 하늘을 헤엄치는 거대한 뱀장어가 있었다.
미치광이 툴보가 그 뱀장어들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에! 마즈다리 님이 고생하셨다던 그놈들 아닙니까?”
“그것 보다야 훨씬 작죠. 제가 알기론 저것들은 하늘을 잽싸게 헤엄치는 것 말고는 별 능력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안전한 겁니까? 가까이가서 봐도 됩니까?”
“그건 아니죠. 저희를 한 입에 꿀떡 삼킬테니.”
4번 함대는 본래 일반적인 함대에 비해서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오빈은 비행선의 숫자를 보고 증편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기 덩치가 큰 놈들은 수송선일 겁니다.”
“몇 명이나 타고 있을까요?”
“저 크기면 한 척에 몸집이 작은 군인이라면 300명 가량이 탑니다. 여덟 척이니 한 개 사단에 가깝겠군요.”
“…으음.”
“하지만 수송선은 그렇다치고, 구축선에 지휘선까지, 연합왕국의 공군만 상대해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툴보는 울상이 되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언제나처럼 해야지 않겠습니까?”
오빈이 단도를 꺼내들었다.
툴보가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고 오빈을 올려다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엥?”
“갑판으로 내려오십시오.”
“네?”
오빈은 그때까지도 다리로 붙잡고 있던 툴보를 놓아주었다.
툴보가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다가, 비행선 기낭 위로 떨어져 통통 튀어 올랐다.
해당 비행선 위에는 경계병이 없었지만, 이미 다른 비행선에서 오빈과 툴보를 발견해 깃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다음 오빈은 낙하산 줄을 조종해서 비행선 옆으로 바짝 붙으며, 낙하산 줄을 끊어냈다.
-…핑!
그다음 기낭과 선체를 연결하는 밧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 뒤 갑판 위에서 구르며 낙법했다.
“…?”
이 구축선은 옆 비행선으로부터 기낭 위로 경계병을 올리라는 신호를 확인했고, 이제 막 경계병을 소집한 모양이었다.
오빈 앞에는 열 명이나 되는 무장한 병사들이 도열해 서 있었다.
“이런.”
갑판에서 누군가 외쳤다.
“침입자다!”
“적이다!”
“어디서 들어온 거야?”
공군 병사들이 소총을 오빈에게 겨누었다.
오빈은 연합왕국과의 전쟁 중기,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던 요새 습격전을 떠올렸다.
말단 병사, 훈련병으로 징집된 오빈은 최전선에 배치되었다.
몇 번의 전투 패배로 제국의 전선은 넓어져있었고 제3 대륙의 사람들도 소집되고 있었다.
진지에 숨으면 박격포탄이, 일어나면 기관총 탄환이 쏟아지는 장소에서 오빈은 자신의 소대와 함께 돌격했었다.
오빈은 운이 좋았다.
마주보고 있던 참호 요새까지 돌격해서 통로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운이 나쁘기도 했다.
적의 참호로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 자신의 분대는 물론 소대원 중 그 누구도 오빈만큼 전진하지 못했다.
돌격 중 전멸한 것이다.
‘퇴각 했다가는 등에 총을 맞는다. 하지만 참호 안의 적을 모두 죽일 수 있을까?’
해당 참호에는 중대급 규모의 병력이 있을 터지만, 오빈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오빈은 백병전을 각오하고 참호 안의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오빈이 제국군에 의해 발견 된 것은 다음날이었다.
참호 진지에서의 포격이 멈췄기 때문에 해당 위치의 제국군은 어렵사리 진격에 성공했던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르나르라 체구가 작았고 들키기 전까지는 칼로 멱을 딸 수 있었다. 수류탄을 열심히 집어 들어서 되는대로 까댔지. 적을 만나기 전에 탄창에 탄이 걸리지 않았는지, 탄에 여유분이 있는지 확인했었다. 운도 좋았어. 나한테 권총을 겨눴던 장교 하나는 불발탄이어서 총을 나한테 던졌지.’
물론 그 모든 것이 참호전을 해내기 위한 재능이었다.
오빈은 단독으로 참호 진지를 점령했다.
그날 2계급 특진했으며 세 개의 훈장을 받았다.
그 위명으로 말미암은 「백병전의 달인」 오빈은, 그를 사도로 만든 이야기 안에서 무적이었다.
“일할 시간이군.”
─┼
“다리가 안 닿잖아!”
툴보는 정신을 차리고 비행선 기낭을 내려가기 위해 줄사다리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제국과 연합왕국 모두 어느 종족이든 호환할 수 있는 물건들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섬세한 제국과 달리, 연합왕국은 꽤나 단신인데가 팔다리도 짧은 편인 오구리에 대해서 그리 생각하진 않은 것 같았다. 실제로 연합왕국의 종족 평균 신장이 좀더 크기도 했다.
“이렇게 사다리칸을 넓게 하면 나 같은 오구리들은 어떻게 쓰라는 거야?”
툴보는 투덜대면서 힘겹게 줄사다리를 내려왔다.
갑판 위에서는 이미 총소리와 고함, 폭발음이 번갈아 들리고 있었다.
간간이 비명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악! 참호 귀신이다!”
“저 불여우 좀 어떻게 해봐!”
“엎드려!”
툴보는 허겁지겁 갑판에 내려섰다.
툴보가 내려왔을 때는 이미 잠잠해진 뒤였다.
피와 재, 시체로 가득찬 갑판 위에 오빈이 툴보에게 걸어왔다.
“오, 생각보다 빨리 내려오셨군요.”
“이게, 참…. 사다리 간격이 너무 넓어서 말이죠.”
“압니다. 연합 놈들 만드는 물건이 다 그렇죠.”
오빈이 말했다.
“이제 갑판 아래로 내려가려는 참인데, 툴보 박사님은 우선 여기에서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시지요.”
“제, 제가 안 도와드려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툴보는 어째서인지 오빈의 웃는 낯이 ‘방해되니까 여기 계세요’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에휴.’
툴보는 자신이 사도에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은 했다.
만신전의 사도들은 모두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강했다.
뇌룡대제라 불리는 첫 번째 사도 라크락부터 땅을 뒤집는 대마법사 마즈다리, 제국 돌격 교리의 상징이 된 적기사 레딘…
강한데다 멋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겨우 오구리잖아.’
오구리가 특별히 멸시 받는 종족은 아니지만 평등주의가 퍼진 제국에서도 오구리만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생전에 툴보가 물어보니 그냥 생긴게 웃기다고 말했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지.’
툴보가 말했다.
“아루나 님은 가버리신 걸까요?”
오빈이 말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아무리 아루나 님이라도 야천께서 직접 명하신 걸 거절하진 않겠죠. 아마 사정이 있을 겁니다.”
“네에…”
오빈이 툴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제가 보기에 이번 작전의 성패는 툴보 박사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하, 그럴리가요.”
“전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기 선상 함교까지는 비워뒀으니 복잡한 기계 따위도 있을테고, 여기 제 만능 군장도 두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평소처럼 ‘위대한 발명’을 하시면 됩니다.”
“아, 넵.”
“그럼 전 갑판 아래를 비우고 오겠습니다.”
오빈이 경례를 붙이자, 툴보가 어색하게 경례를 받았다.
사도가 된 순서는 오빈이 먼저지만, 먼저 태어나고 만신전에 들어왔던 것은 툴보이니 이상한 것은 아니다.
‘오빈은 정말 참군인이란 말이지.’
오빈이 갑판 아래로 뛰어내려가자 다시 폭음과 비명이 이어졌다.
툴보는 선상 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종종 걸음으로 함교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물건을 꺼냈다.
사도가 되어서 좋은 점은, 몸도 튼튼해지고 힘도 좋아졌다는 점이다.
툴보는 함교를 이루던 기계 장치와 조종간 따위를 후다닥 해체해서 선상 위로 집어던졌다.
「기계 해체자」는 생전 툴보가 고대 유적에서 발견된 수 많은 기계를 부순 과거에서 비롯되었다.
‘음… 뭘 만들면 좋을까? 여기 있는 비행선들이 제국 땅에 도달하기 전에 떨궈버려야 할 텐데. 그럼…’
고민하던 툴보는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눈치채지 못했던 사이에 비행선 옆으로, 또 다른 연합 왕국 비행선이 근접한 것이다.
툴보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재빠르게 기계들을 집어서 ‘집음기’를 만들어냈다.
아직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툴보가 방금 만들어낸 발명품이었다.
‘이렇게 하면 멀리 떨어진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
툴보는 집음기로 옆 비행선을 가리켰다.
“전멸! 전멸 입니다! 피와 시체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참호 귀신은 어디갔나?”
“갑판 위에선 참호 귀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다음 말은 비명에 가까웠다.
“으아악! 저건 미친 오구립니다!”
“미친 오구리? …설마?”
“예! ‘그 오구리’ 입니다!”
“거리를 벌려라! 전 함대 함포 사격 준비…!”
툴보가 그 소리를 듣고 비행선을 다시 바라보았다.
“헉, 지휘선이었잖아!”
지휘선 바로 아래에 있던 함포가 툴보를 향해 고개를 틀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를 어떡한담?”
툴보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다.
고도를 올리던 지휘선이, 어째서인지 더 높게 솟았다.
잘 보니 선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음?”
지휘선을 이끌고 있던 하늘 뱀장어가 화들짝 놀라 치솟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휘선의 갑판 위에 있던 병사들이 튕겨져 하늘 아래로 추락했다.
하늘 뱀장어를 쫓아서 솟아 오른 것은 거대한 불새였다.
불사조 아루나는 재빠르게 하늘 뱀장어를 뒤쫓아 부리로 목을 뜯어내버렸다.
하늘 뱀장어가 하늘에 더이상 떠있을 수 없게 되자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지휘선이 천천히 추락을 시작했다.
아루나를 노린 것인지 툴보를 노린 것인지 모를 지휘선의 함포 사격이 모두 빗겨나갔다.
불사조 아루나가 툴보가 탄 비행선을 따라잡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오구리야!
“아루나 님!”
-뭐하는 거냐? 빨리 할 일을 해라! 야천이 널 왜 보냈겠느냐?
“죄, 죄송합니다.”
-빨리 하라고!
아루나가 짜증을 내자 툴보가 허둥지둥 발명을, 「위대한 발명」을 시작했다.
─┼
“불새였습니다!”
“사도가 셋이라고?”
4함대 제독은 이를 드러냈다.
“라이틀라 님은?”
“아직 연락을…”
“됐다!”
제독은 엉망이 된 함교 내부를 돌아보고 말했다.
“하늘 뱀장어와의 연결은 끊어냈나?”
선체 앞에서 작은 폭발음이 들린 뒤, 병사 하나가 뛰어들어왔다.
“하늘 뱀장어 끊어냈습니다!”
지휘선의 추락은 피한 셈이다.
“전 함대에 다시 알려라! 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무조건 저 함선을 추락시키라고!”
“예!”
각 비행선 간 신호를 담당하는 연락관이 빠르게 움직였다.
“평행과 고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고도 맞추는대로 선상 확인 해!”
지휘선의 속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망원경으로 충분히 제국의 사도들이 올라탄 비행선 위를 확인할 수 있다.
“…뭔가, 있습니다.”
관측병의 말에 제독이 화를 냈다.
“뭔가라고 하지말고 설명을 해!”
“…기계, 입니다.”
“그리고?”
“다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리? 그럼 위에는?”
“세모… 아니, 원뿔이군요. 원뿔 모양이… 회전을… 잠깐만요.”
관측병은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하지 못했는지 뜸을 들였다.
“뭐야?”
“동체를 돌려서 저희 쪽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속이 답답해진 제독이 관측병의 망원경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 망원경을 빼앗은 순간, 관측병이 중얼거렸다.
“오, 온다.”
─┼
-쾅!
갑판을 박살내는 것 같은 소음.
선창 아래에서 마지막 병사를 죽인 오빈이 고개를 들었다.
“아, 시작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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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다 끝냈다.”
툴보는 만족스러워하며 자신의 발명품 위에 올라탔다.
갑판 위의 단단한 두 다리가 이번 발명품의 핵심이었다.
이 다리는 마치 토끼를 닮았지만, 다리 위의 동체 부분은 곧장 조종석이다.
엉금엉금 기어오른 툴보는 조종석에 앉았다.
“…시작해볼까?”
툴보는 오빈이 자신의 발명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다려볼까 생각했지만, 화를 내는 아루나가 무서웠기 때문에 곧장 기계를 사용하기로 했다.
오빈에게는 싸움이 끝나고 구경시켜줘도 될 것이다.
이 토끼 기계의 머리 부분에는 머리 대신 원뿔 모양에 나선형 홈이 파여진 드릴이 달려있다.
툴보가 레버를 당기자 그 드릴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툴보가 자신의 스킬로 만들어낸 것은 두 다리와 드릴 머리가 달린 로봇이었다.
툴보가 조작하자 로봇은 몸을 틀어, 멀리 떨어진 지휘선을 바라보았다.
로봇은 금세 튕겨나갈 것처럼 두 다리를 접어 바짝 조였다.
툴보가 고글을 내려썼다.
“자, 가자! 깡총 3호!”
툴보가 레버를 밀었다.
깡총 3호의 두 다리가 곧게 펴치며 갑판을 박차올랐다.
하늘로 도약한 깡총 3호의 드릴이 연합왕국의 지휘선을 향해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