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정체를 알아차렸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라민의 몸이 위험에 먼저 반응했다.
튕겨져 나가듯 달려간 라민의 칼날이 늑대인간의 숙여진 뒤통수를 내리쳤다.
하지만 칼날은 ‘캉!’하는 소리와 함께 막혔다.
이미 변신을 마친 늑대인간이, 인간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뻣뻣한 털로 뒤덮인 야수의 모습을 되찾은 뒤였다.
제3 대륙에서 뱀파이어와 함께 나타났던 플레이어 「癤우삤瑜쇰씪」와 같이, 제1 대륙의 플레이어들에게 「?뷀듃留?
」로 알려진 미지의 플레이어는 늑대인간과 함께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족이 뱀파이어에 전염될 수 있었던 반면, 늑대인간은 그 전염에 있어 플레이어들이 소위 ‘인간형’이라고 부르는 인간과 엘프, 드워프 같은 종족으로만 전파되었으며, 여러 나라가 힘을 합쳐 재빨리 제압한 덕분에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제1 대륙의 늑대인간 또한 제국의 뱀파이어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하는 뱀파이어와는 달랐지만, 늑대인간이 가진 야수성과 폭력에 대한 욕구는 뱀파이어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할만했다.
마신의 죽음 이후 뿔뿔이 흩어졌고, 일부는 제2 대륙으로 흘러들어갔다.
연합왕국 또한 종족 차별이라면 그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지만, 이들의 기준은 다른 나라와 달랐다.
분노하는 자는 늑대인간의 힘을 눈여겨보았고, 그 폭력성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증명한다면 거둬들이리라 약속했다.
‘그리고 눈 앞의 늑대인간은, 그 약속의 결과물이겠지.’
긴 주둥이에 빡빡히 박힌 이빨들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늑대의 얼굴이 라민에 눈에 비쳤다.
늑대인간이 한 손으로 라민의 검을 쥐고 있었고, 칼날은 늑대인간의 발톱에 걸려 있었다.
“겨우 이거냐? 제국의 뱀파이어?”
라민은 두 손, 늑대인간은 그저 한 손.
라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힘의 격차였다.
라민은 힘겨루기를 포기하고 곧장 다음 검을 뽑기 위해 한쪽 손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퍽!
나무 둥치에 후두려맞는 충격과 함께 라민의 몸이 치솟았다.
라민은 돌로 만든 통로 천장을 부수면서 허공으로 날았다가 다시 땅에 처박혔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건데?’
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팔뚝이 시큰거리고 등이 화끈거렸다. 부러지거나 금이간 것이다. 뒤늦게 통증이 찾아왔고 라민은 신음을 삼켰다.
늑대인간의 주먹에 맞은 것이었다.
‘아무리 늑대인간이라고 해도 이정도 힘일리는…’
라민은 빠르게 몸을 굴리며 일어났다.
누워있던 자리의 통로 천장이 비산하면서 다시 쏟아져내렸다.
제자리 점프로 통로 위로 솟아오른 늑대인간이 햇볕아래 제 모습을 드러냈다.
라민은 늑대의 은색 털을 보고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재액의 늑대?”
어느새 덩치가 두 배 이상 커진 은빛 털의 늑대인간이 두 발로 걸어왔다.
늑대인간이 말했다.
“그래, 내가 바로 분노하는 자의 일곱 번째 사도, 아르에가 롭이다.”
라민은 뒤늦게 목 뒤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아르에가 롭, 마왕의 후예로 늑대인간 무리를 이끌고 제2 대륙으로 와, 분노하는 자에게 굴종한 늑대인간 왕.
‘결국 들켰던 건가?’
분노하는 자는 수 많은 부대를 직접 지휘하는 도중에도 천공성의 침입자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부대를 직접 운영하기엔 빠듯할테니 대리자를 보냈다.
사도가 아닌 침입자를 잡기 위해 사도를 보내는 것은 과해보이지만, 분노하는 자로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도전했다.
‘사도를 상대해야 하다니.’
오웬이 있었다면 모를까, 라민은 사도를 혼자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냐, 달리 생각해야 해. 사도 하나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건 적의 전력이 잘못된 편중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최대한 목숨을 걸고 버티면…’
목숨을 걸고 버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르에가는 연합왕국의 사도지만 그 명성에 대해서는 라민도 들어본 바 있었다.
이 늑대인간은 자신의 동료 무리와 함께 연합왕국에 들어오기를 거부한 소국에 진입해 하룻밤만에 왕성을 점령한 적이 있었고, 비록 상처 입었었다지만 단신으로 드래곤을 죽인 적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생전의 위업이다.
‘나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될테지.
라민은 등골이 으슬으슬 해지는 걸 느꼈다.
이제 라민에겐 익숙한 감각이었다.
벼랑 끝에 섰을 때, 그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시야가 확장되는 자극.
단지 보여지는 풍경만이 아니라 보다 더 깊고 어두운 것을 발견해낸듯한 성취.
죽음을 각오할 때의 느낌이었다.
‘이것이 만신전에서 희생하고자 했던 이들이 느꼈던 최후의 감각.’
라민은 그 감각을 긍정했다.
라민이 두 번째 검을 뽑아내며 말했다.
“덤벼라, 이…”
라민은 도발을 하기 위한 문구를 고민했다.
“강아지.”
“…강아지.”
아르에가는 늑대의 얼굴 위로도 느껴질 정도로 당황한 것 같았지만, 잠깐 고민한 뒤 라민의 의도대로 모욕이라고 느낀 것 같았다.
“…하, 너 따위에게 시간을 많이 허비하진 않을 것이다.”
아르에가가 달려들었다.
‘빠르다. 빠르지만…’
라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보인다.’
라민은 속도와 힘에서는 아르에가를 따라잡을 수 없었으나, 드러나는 몸의 형상과 근육의 움직임으로부터 그 움직임을 예측해냈다.
양쪽 앞발을 내지르는 두 번의 공격을 교대로 피해낸 순간,
라민은 칼을 경계하느라 주의가 흐트러진 아르에가의 턱에다 무릎을 차넣었다.
‘묵직해…!’
돌덩이를 찍어올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라민에게는 자신의 부족한 힘을 더해낼 다른 능력이 있었다.
-…파지직!
라민의 무릎이 아르에가의 턱을 후려친 순간 번쩍이는 전기불꽃이 아르에가의 턱과 머리통을 관통하듯 번쩍였다.
아르에가가 전기 충격의 고통 때문에 눈을 번쩍 떴다.
“…이놈이!”
하지만 아르에가는 전기 충격을 받고도 라민이 기대했던 경직이 없었다.
아르에가는 그대로 양쪽 앞발을 짚고 몸을 허공에 띄우는가 싶더니, 배를 당기며 양쪽 다리를 모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이한 움직임.
늑대인간의 두 다리가 라민의 가슴을 뻥 차올렸다.
‘…숨이!’
폐에서 공기가 단숨에 빠져나가고, 첫 공격에 받았던 손상이 더해지며 가슴을 쪼개는듯한 통증이 일었다.
라민의 몸은 붕 떠올라서 수 십여미터를 그대로 날아간 뒤 바닥에 닿고도 그대로 뒤로 몇 바퀴 굴렀다.
대자로 하늘을 보고 누운 라민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아르에가가 단번에 점프해서 라민의 앞까지 뛰어내렸다.
-쿵!
‘이대론 죽는다.’
라민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느닷없이 피와 함께 쇠기침이 쏟아졌다.
가슴께가 스스로 토해낸 피로 젖었다.
아르에가는 전기불꽃으로 그슬린 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깜짝 놀라긴 했다만… 이정도인가? 아직도 살아있는 건 신기하군. 역시 뱀파이어는 튼튼하단 말이지.”
아르에가가 걸어오며 말했다.
“이대로 고통을 끝내주도록하지.”
라민은 격통을 감내하며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복부 부근 근육이나 힘줄이 상한 것 같았다.
‘아직 싸울 수 있잖아? 일어나!’
라민은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어째서인지 감겨지는 눈에 힘을 줘서 부릅떴다.
그때 라민은 시야의 한쪽에서 떨려오는 대기를 보았다.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처음에는 너무 작았기 때문에 의아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굉장한 속도로 구름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디도 아닌 정확히 아르에가의 등을 노리며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저건 설마…’
라민은 한 가지 사실을 이해했다.
분노하는 자가 자신을 들여다본 것처럼, 만신전도 라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추락 때.’
낙하산 없이 뛰어내렸지만 거센 바람이 세 사람을 깃털을 받아내듯 가볍게 천공성 위로 착지시켰다.
‘그 다음은 총알을 빗겨나게끔 했어.’
너무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이해하지 못했지만, 복병을 만났을 때 라민은 한 발의 총격도 맞지 않았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모종의 힘이, 라민 주위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천공성이 라스다실 폐허로, 제국의 땅에 가까워질수록 그 힘이 강해지고 있는 거야.’
그 말대로였다.
이제 만신전의 세 번째 기적이 라민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라민이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서 입가에 미소를 띄자, 아르에가 롭이 말했다.
“뭐가 웃기지?”
라민은 가볍게 가로저었다.
라민의 태도를 무시하고 접근하려던 아르에가는, 느닷없이 자신의 동물적인 본능이 ‘뒤를 돌아보라’고 하는 것을 느꼈다.
분노하는 자의 전사로서 적을 눈 앞에 두고 돌아서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다.
하지만 아르에가는 늑대인간이었고, 자신의 본성을 믿었으며, 그 믿음 덕분에 사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
아르에가가 보게 된 것은 끝부분이 뾰족한 납탄환이었다.
단지 그 직경이 1미터에 이를뿐.
“…!”
피할시간은 없었다.
아르에가는 반사적으로 막기 위해 두 앞발을 뻗었고, 라민은 그 이후의 광경을 보지 못했다.
-쾅!
아르에가는 탄두과 함께 라민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고, 그 뒤로 비산하는 파편, 탄두가 만들어낸 마찰열, 그리고 탄두를 뒤쫓아온 찢긴 대기가 만들어내는 소음을 느낄 뿐이었다.
라민은 몸을 일으켜 탄두가 아르에가를 치고 간 자리를 돌아보았다.
천공성의 복잡한 돌담 사이로 처박혀 먼지가 치솟고 있었다.
‘이동성의 주포, 이 정도였구나.’
─┼
룬다가 질문해왔다.
“맞았나?”
“맞았어.”
이동성에서 날아온 주포 탄환은 그 명중률이 형편없다.
하지만 그 탄환은 하늘로 솟아올라 바람을 타고서 대기를 가로지른다.
즉, 하늘을 움직일 수 있다면 주포를 어디에 어떻게 맞힐 것인지 정할 수 있다.
하늘의 대영역을 얻은 성운은 이동성이 쏘아낸 탄환을 위한 바람길을 재정렬했다.
그리고 이동성의 탄두를 그대로 가장 요주의해야할 적, 즉 헤게모니아의 사도를 향해 날렸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도를 요격할 수 있는 무기가 존재한다는 건 전략적 가치가 컸다.
“죽었나?”
“그랬으면 좋겠는데.”
성운은 흙먼지가 거치길 기대하며 잠시 전장의 다른 부분들을 조정했다.
옆에서 성운의 화면을 보던 룬다가 말했다.
“안 죽었네? 이동성의 다음 탄두가 도달할 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어야할텐데.”
성운이 가로저었다.
“상관없어.”
─┼
폐허 속에서, 아름다운 은빛 털에 먼지와 피를 잔뜩 묻힌 아르에가 롭이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상체만한 거대한 탄환을 막아내고 피해내느라 왼쪽 어깨는 살이 파여내진듯 마찰로 인해 거죽이 찢어져 생살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아르에가 롭은 코를 한 번 풀어 콧속의 피를 짜낸 다음, 훌쩍 뛰어서 가까운 감시탑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서 라민을 발견했다.
라민 또한 아르에가를 발견하고 검을 고쳐 잡았다.
‘분명 강한 충격을 받았어. 피해를 입은 정도를 따지자면 아르에가가 훨씬 심하다. 사도가 아니었다면 분명 죽었을 거야.’
하지만 라민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보긴 힘들었다.
아르에가의 상처는 타고난 늑대인간의 회복력과 사도의 힘 때문에 재생되고 있었다.
게다가 사도라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더라도 제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라민과는 달랐다.
‘다음 포탄에는 끝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기 위해서는 이 천공성 위에서 그때까지 살아 있어야 해.’
아르에가 또한 도망칠 생각이 없어보이긴 했지만, 그 이유는 빠르게 라민을 죽인 다음 포탄에게서 도망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였다.
찢어졌던 어깨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아르에가는 라민 앞까지의 수 십 미터를 훌쩍 뛰었다.
-쿵!
아르에가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군.”
“이대로 있으면 다음엔 머리통이 찢겨져 날아갈텐데?”
“그때까지 내가 이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라민도 아르에가의 말에 동의하고 싶었다.
그다지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해볼 수 밖에.’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싸움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라민의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민 솔로스트 무엘, 이쪽을 보시오.”
그곳에 검은 옷에 가벼운 무기로 무장을 한 고블린 무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