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신이 깃든 강신체를 물리적으로 죽이는 건 아주 어렵다.
단순히 검으로 찌르거나 활로 쏘는 것으로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 대포알을 정면에서 받아도 신성이 깃드는 정도가 낮은 옷가지에나 상처를 낼 뿐이다.
대부분의 전쟁 무기들은 효율적이다. 총탄은 그 이상으로 빨라질 필요가 없고, 더 커지게 되면 지니고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에 총기는 현재의 크기가 되었다.
보다 단단한 것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더 큰 무기를 필요로 하고 그런 무기를 지니고 다니는 것은 병력의 일부 뿐이다.
전차나 보행 기갑 또한 다르지 않다.
전차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탄환에서 탑승자를 보호할만큼만 단단하면 되고, 보행 기갑 또한 신들의 창조물에 대적할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이런 거대한 것들끼리 싸우기에 더 강한 무기와 더 단단한 외피를 두르도록 발전했지만 일정한 파괴력 이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여럿 죽이는 중화기라고 해도 더 이상 강해질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물리적인 피해만 주는 무기들로 강신체에 타격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헤게모니아는 자신을 향해 직격해오는 오크의 몸뚱이만한 포탄을 바라보았다.
‘…로스트 월드에서는 사도와 신들에게 타격을 줄만한 무기가 사용되지.’
헤게모니아는 신성 레벨이 허락하는 가속화된 사고를 통해서 포탄을 알아보았다.
제국 이동성의 초대형 포대에서 쏘아보낸 그 탄환이었다.
‘포격이 잠시 없는가 싶었더니 그사이 해안 깊숙한 여기까지 포탄을 쏴댈 정도로 가까워진건가?’
헤게모니아는 자신이 이 오크의 몸에서 빠져나가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다.
’56초.’
시간이 많이 남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냥 오크의 몸에서 빠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피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다.
신성 레벨은 신들의 사고 능력을 직접적으로 가속화 시키긴 하지만, 육체능력, 물리력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
‘저 포탄은 직접 받아내야만 하겠군.’
헤게모니아는 포탄 자체는 쉽게 생각했다.
오크의 본래 몸은 물론이고, 제국과 연합왕국에 있는 어떤 전차와 보행 기갑이라도 단번에 꿰뚫릴 것이다. 애초에 그런 건 저 포격이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다.
연합왕국의 천공성에는 미미한 타격을 줬을 뿐이지만, 저 크기라면 가장 큰 신수급 전함 조차도 한 번의 포격으로 박살낼 수 있다.
‘그래도 강신체를 죽일만한 힘은 없지.’
헤게모니아는 아르에가 롭이 성운에게 포격 당하며 상처를 입은 것을 알고 있었다.
위험한 무기임은 틀림 없다.
하지만 현재 강신체인 헤게모니아는 늑대인간 사도 아르에가보다도 강한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신체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그 무기도 비슷한 수준의 ‘신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신성은 신성을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사이에 강력한 격차를 두는데, 먼 과거에 만들어진 소수의 유물들, 신들이 만들어내는 창조물, 그리고 신들의 사도, 사도들이 사용하는 무기, 그리고 신이 깃든 강신체와 신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현신체 정도가 신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신성도 어느 정도 격차가 있기 때문에 낮은 신성을 가진 것들은 보다 높은 신성에 대적하기 어려웠다.
신을 상대하기 위해선 적어도 사도 정도의 신성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의아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정확히 쏜 거지?’
네뷸라, 성운이 가진 바람의 힘이라면 목표를 향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헤게모니아가 어디에 강신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헤게모니아가 오크의 몸에 강신한 것은 불과 수 초.
포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기 위해서는 이미 수 십 초 전에 쏘아졌을 것이다.
‘운이 좋았던 건가?’
헤게모니아로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경우는 떠올리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 우연한 행운.
‘그뿐… 인가?’
헤게모니아는 그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헤게모니아는 포탄에 대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말았다.
‘좋아, 포탄을 양손으로 받아낸다음 바닥에 처박자. 그럼 이 오크의 몸으로 받아들일 수준의 데미지로 떨어질 거야. 반발력을 이용해서 몸을 튕겨내서 반대편 전선으로 뛰어들 수도 있겠지. 그럼 자세는…’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헤게모니아는 오크의 몸을 불수의근과 신경계, 근섬유 한가닥까지 조작하며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는 전투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헤게모니아는 날아오던 포탄에게서 이상한 낌새, 즉 테두리에 희미하게 있는 실루엣을 뒤늦게 포착했다.
‘…설마?’
그것은 포탄이 신성을 두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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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대제(天命大帝) 카일 라크 오라즌은 병으로 죽었다.
마흔 셋, 비교적 단명이라 할만했다.
연합왕국과의 전쟁이 시작되어 수도 오라즌의 시민들도 삶이 팍팍해져가는 시기였기에 행여나 자객이 드나든 것은 아닌가 많은 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카일은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이 약했고, 의학 기술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시간 안에 치료는 커녕 진단도 불가능했다. 플레이어들은 그저 지상의 존재들이 카일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기 위해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내려다만 보았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당시에 위즈덤은 무리를 해서라도 카일을 더 오래 살리는 방향으로 갔어야지 않느냐 따져 물었다.
“네뷸라,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카일을 발견했던 40여년 전부터라도 시작했으면 지금쯤엔 외과 수술로 심장 이식도 가능했을텐데.”
“그대신 제3 대륙 통일은 꿈도 못 꿨겠지. 모든 신앙을 기술 증진에 투자해야 했을테니까.”
“그건 그렇겠지. 하지만 카일은 너무 뛰어난 개체지 않나? 살아만 있었으면 뒤늦게라도 세상을 바꿨을걸. 이대로 카일이 20년, 아니지. 10년만 더 살아있어봐. 카일이 연합왕국으로부터 승리하는 걸 볼 수도 있지 않겠나?”
성운은 그 사실을 담담히 인정했다.
위즈덤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성운의 손길을 타서 왕이 되었다지만, 왕의 자리에 그만한 능력치를 가진 이가 있다면, 일반적인 로스트 월드 게임이었다면 필승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는 거야. 당시의 내가 보기에 카일과 카일을 둘러싼 환경, 제국의 위치 등등은 그런 모험을 시도하기에 적절하지 못했어. 초기 능력치가 높더라도 얼마나 상승하느냐는 다른 문제니까.”
플레이어라고해도 능력치는 볼 수 있지만 특정 개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성장도라고 불렀는데, 라크락과 휘경, 카일 같은 개체들이 성장도가 높다고 할만했다.
그러니 당장 조종할 수 있는 개체라면 성장도가 높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조종하게 된다. 성운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위즈덤은 성운이 처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아쉽군. 사도로 수행할 수 있다곤 해도 만신전에서 지상에 영향을 줄 때는 인과율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저 천재가 이대로 끝난다니.”
성운은 의아하게 되물었다.
“누가 끝낸다고 말했어?”
위즈덤의 머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음?”
성운 자신의 말대로, 카일의 죽음으로 카일을 통한 제국의 성장을 끝내진 않았다.
물론 위즈덤의 말대로 직접적인 관여는 어렵다.
위즈덤의 말대로 카일이 대단한 과학적 지식과 놀라운 아이디어, 온갖 능력에 뛰어난 재능을 보일지라도, 카일이 지상에 관여할 때는 인과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신앙을 소모해야 한다.
하지만 성운은 다른 방안을 알고 있었다.
“위즈덤.”
“뭐지?”
“이 세상이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철학적인 질문인가? 시뮬레이션 우주? 전문 분야는 아니군. 아주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성운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위즈덤은 아는 게 많았고 생각을 말하면 성운 스스로도 몰랐지만 학계에서는 사용되는 어휘 따위를 가져와서 적절히 호명했다.
“그건 잘 모르겠고. 이건 내 생각인데, 한 번 들어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성운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세계와 게임이었던 로스트 월드. 이 둘을 결정적으로 가름할 수 있는 요소가 뭐라고 생각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군. 우선 시간의 흐름이 생략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나 모든 요소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컨트롤 할 수 있고…”
“하지만 지구에서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잖아. 이론적으로. 그렇지 않겠어?”
“가상현실이나 대체현실을 말하는 건가? 멀티버스? …불가능하다고 하진 않겠어.”
“그럼에도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닌 것 같지.”
“관점에 따라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뭐, 일단 나는 아니다, 네뷸라. 나는 이 세계가 실재하고, 여기 있는 생명 모두가 존재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내 생각에 결정적인 요소는 하나야.”
뜸을 들인 성운이 말했다.
“이 세상이 게임이라면, 이 세상을 복제해낼 수 없어.”
“시뮬레이션 우주 이야기가 맞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용량 문제라고 생각해.”
위즈덤의 머리 회전이 멈췄다.
“맞다, 네뷸라. 모든 것은 데이터로 존재한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양자 컴퓨터라고 하더라도 이런 무수한 데이터를 넣으려면 엄청난 크기로 만들어져야 하지. 계산에 따라 다르지만, 불가능하다고 보는 쪽이 옳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증명을 하려고 해.”
“어떤 증명?”
성운이 말했다.
“사실, 이 세상은 게임이라는 것.”
“…흐음. 어떻게?”
“우리는 신이고, 원하는 건 뭐든 창조해낼 수도 있지. 공간이 필요하면 늘리면 그만이고, 기초적인 원소 덩어리들은 원하기만 하면 만들어낼 수 있어. 그러니, ‘이 게임’을 다시 창조할 수도 있지.”
“하지만…”
성운이 검지로 위즈덤의 머리를 가리켰다.
“바로 그거지, 위즈덤. ‘용량’. 우리가 똑같은 세계를 시뮬레이팅했을 때,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해서 이 세계가 유지가 된다면, 사실 이 세계는 일종의 게임일 확률이 높지. 그렇지 않아? 이 엄청난 용량을 버텨주는 건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지. 물리 법칙을 위배해.”
“말한 것처럼 ‘증명’되진 않는다만. 무엇보다도… 창조를 하는데에 아무것도 소비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 무엇보다도 귀한 신앙이 소비되지.”
“그건 알아.”
“대단히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걸 증명해내는 것이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에 무슨 도움을 줄지 의아하군.”
성운이 가로저었다.
“오히려 반대야. 사실 세상이 게임인가 아닌가는 상관없는 문제야. 내가 하려는 건 세계를 시뮬레이팅할 수 있을 때의 이득 때문이니까.”
“어떤 이득?”
성운은 위즈덤이 설마 그런식으로 되물을줄은 몰랐다는듯 잠시 멈칫했다.
“정말 몰라서 묻는건가?”
“음?”
“수 많은 게임을 돌려서 지금 여기까지 진행시켰다고 치자고.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는 거지. 이건 예지야. 아니면 우리가 해야할 일을 먼저 연습해볼 수도 있지. 이건 예측이고.”
“아.”
“예를 들어서 지금처럼 제국의 모든 방면에 적이 있으면 어느 전선에서 누가 나타날지 모르지. 그래서 모든 전선에 대비를 강화해야 하고. 하지만 어느 전선에 누가 나타날지 안다면 소규모 병력으로도 적절히 대비할 수 있어.”
위즈덤이 천천히 말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읽어볼 수 있다는 말이군.”
“가능만 하다면 말이야.”
위즈덤이 답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네뷸라.”
“프로그래머라는 거 알고 너한테 하는 말인데.”
“오해가 있을까봐 하는 말이지만, 프로그래머라고해서 컴퓨터에 대해서 모든 걸 아는 게 아니다. 나도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이론적 지식 밖에 모른다.”
“아, 그래?”
“그리고 나는 말한 일의 전문 분야도 아니고.”
성운이 말했다.
“모든 게 똑같을 필요는 없어. 최종적으로는 실재 현실 수준을 원하지만, 실재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면 거기까진 필요 없지. 우리가 플레이 했던, ‘로스트 월드’ 수준이면 충분해. 많은 요소를 생략하더라도 큰 궤는 비슷하니까. 미래의 기술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우리 기술 정도면 충분해.”
위즈덤이 가로저었다.
“그것도 어렵다.”
“무수한 학자들이 있어.”
“그래, 언젠가 컴퓨터를 만들어내긴 하겠지.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50년 이내라면?”
“불가능하다. 거기에 신앙을 소모하는 게 생산적이진 못하다고 조언하고 싶군.”
성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가능할지도 몰라.”
성운은 모니터를 통해 태초의 땅에서 깨어나는 카일 라크 오라즌을 가리켰다.
“우리에겐 천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