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아바르틴에는 ‘드래곤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그 이름처럼 역사상 등장했던 각종 드래곤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확인하고 드래곤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지에 대해서, 드래곤 그 자체에 대한 앎을 추구한다.
물론 그 쓸모가 대단히 한정적이므로 사람들은 그렇게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작은 학계에서 활동하며, 보통은 드래곤을 전공으로 하기 보다는 여타 생물학과 고생물학, 생태학, 마법학 등에 느슨하게 발을 걸치고 있기 마련이다.
과거, 제2 대륙이나 제4 대륙처럼 드래곤들의 숫자가 제법 있었던 시기에는 드래곤학도 중요한 학문 중 하나였다.
당시의 드래곤은 신에게 대적할 수도 있는 두려운 존재였다.
실제로 고대 유적을 통해 드러나는 오래된 신화에서 드래곤들은 집단을 이루고 자신의 둥지와 그 주변의 영역을 지배하고 수 많은 종족들을 노예로 삼았다.
이것은 옛신들의 시대는 물론이고 악신들이 나타나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던 시기에도 마찬가지라, 드래곤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각 신들에게 몸을 의탁하거나 신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했지만, 자신들의 존엄을 지킬 힘 정도는 있었다. 감히 신들조차도 저 고귀한 생명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다만 드래곤학에는 오랜 난제가 있다.
드래곤이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아바르틴의 드래곤은 단 하나도 똑같은 생물이 없으므로, 드래곤이 단일한 하나의 생물종인가부터가 의문이었다.
최근 분노하는 자에게 살해 당했던 드래곤들의 유전자들을 찾아내 연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드래곤들이 서로 다른 생물종이라는 것임이 확인되었다.
의문은 더 깊어진다.
모두가 다른 생물종이라면 생식은 어떻게 되는가? 이들은 결국 신들에게서 창조된 생명인가?
하지만 고대 유적에 따르면 옛신들도, 악신들도 드래곤의 조물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드래곤의 지배자라고 자칭하는 이들은 있어도 드래곤의 어머니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은 이름 있는 드래곤들의 개인사를 탐구했다.
하지만 많은 드래곤들이 너무나 오래 살았고, 그 과거는 불투명했다.
거의 신화에 가까운 탄생 설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살아있는 드래곤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신, *플레이어*들은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드래곤이란 무엇인지.
특별히 탐구한 것은 아니다.
로스트 월드 설정 탭에서 드래곤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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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크라켄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지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크라켄에게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촉수와 촉수를 잇는 거대한 신경다발의 연결은 무척추동물의 의식을 내재화했고, 그것은 척추동물의 그것과 비길만 하였다. 땅살이들의 기준 따위 크라켄에겐 관심도 없었다.
그럼에도 크라켄은 자신을 동요하게 만드는 존재에 대해서 직감했다.
‘신’이라고 불리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자들은 아니었다.
다가오는 존재는 그 힘을 알수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크라켄은 쉽게 굴복할 수 없었다.
바다와 땅, 흔들림과 안정됨, 흘러오는 곳과 내려앉는 곳.
-나의 대적자로구나.
크라켄은 땅 위의 존재가 어디에서 왔고 그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크라켄 자신이 물 가장 깊은 곳에서 왔으므로, 저것 또한 땅 위 가장 높은 곳에서 왔으리라.
이것은 바다와 땅의 운명을 가르는 싸움이 틀림 없었다.
크라켄의 촉수 하나하나 필연에 전율했다.
-오너라, 네 발로 기는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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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된 이, 네 발로 걷고 하나의 산과 같이 거대한 존재.
드레이크라고 불리는 두려운 마수이자 오라즌의 수호룡 ‘마눈’이 오라즌의 강둑으로 걸었다.
마눈의 크기는 몸길이가 이제 2백미터를 넘었다.
드레이크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마눈이 이미 300년을 넘게 살았다고해도, 마눈의 크기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길이였다.
일반적인 드레이크들은 300년을 살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안되지만, 그나마 가깝다고 할 수 있는 180살의 드레이크들과 비교했을 때 마눈은 15배 이상 컸다.
생물학자들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드레이크의 성장 속도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줄어듭니다. 계속 자라긴 하지만 어느 정도 크기에서 수렴할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죠.”
‘오라즌의 수호룡’이라는 제목의 마눈을 주제로한 다큐에선 마눈의 신비에 대해 떠드는 학자를 어느 장면에서든 볼 수 있었다.
“고대 드레이크 화석 중 연령이 300살이 넘는 드레이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마눈이 열 배는 더 큽니다.”
“마눈의 생물학적 크기는 이미 중력을 버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 정도 크기라면 몸을 일으키는 것만으로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마눈은요? …움직임이 뒷방 늙은이처럼 느릿하긴 하지만, 뭐, 저 정도 늙은이라면 정정하다고 봐야겠죠.”
“마눈이 또 허물벗기를 한다는 증거가 포착 되었습니다. 필요하다면 황궁에서 허물벗기를 돕긴 하겠지만, 제 견해로는 마눈은 이번에도 별다른 부담없이 허물을 벗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마눈은 건강합니다.”
연합왕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기가 도래하자 마눈은 오라즌의 수호룡이라기 보다는 오라즌의 명물이 되었다.
오라즌의 높은 빌딩에서 마눈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고, 마눈은 자성도시 오라즌을 둘러싸고 있는 국립공원 여기저기를 조심스럽게 돌아다니거나 기지개를 펴거나 밥을 먹거나, 대체로 잠을 잤다.
거대한 신비가 도시 외곽에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였다.
“마눈이 어떻게 저렇게 크냐고요? 뭐, 마법 아닐까요?”
“마눈의 신비는 그야 당연히 신들의 힘 덕분이겠죠. 황궁에서 직접 마눈을 관리하는데, 분명 마눈의 덩치를 키우기 위한 어떤 음식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마눈 식단표가 공개 되어있긴 하지만, 덩치에 비해 양이 너무 적지 않나요?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청 커요!”
“마눈 인터뷰? 할 말이 많습니다. 마눈과 관련된 상품의 판매 수익이 황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마눈은 황궁의 것이라기 보다 우리 오라즌 시민, 넓게 보자면 제국의, 모든 제국민들의 친구죠. 세금이라면 이미 충분히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품을 사면, 마눈에게 오롯이 돌아갔으면 합니다. 네? 크기요? …중요한 문제인가요?”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마눈을 보았고 마눈의 모습을 정의했다.
오라즌에서 마눈은 그저 거대한 파충류가 아니었다.
오라즌과 제국을 위해 몇 번이나 싸웠고 황궁을 지켰으며 그 존재만으로 오라즌의 상징이었지만, 그 이상의 역할이 있었다.
오라즌이 자성도시라 불리기 이전, 새로운 건축 양식의 바람으로 거대 빌딩들이 시범적으로 축조되었으나 그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때가 있었다.
세상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신들이 미처 신경을 쓰지도 못한 사이, 부실하게 지어진 빌딩 하나가 옆으로 쓰러졌다.
본래라면 수 백 명이 죽고 다칠 큰 사고였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는 그 누구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 달려온 마눈이 쓰러지는 빌딩을 몸으로 받아내어 인명과 건축물들을 지켜냈다.
그 일이 마눈의 이름값을 올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건이지만, 마눈은 이후로도 산의 조난객들을 찾아내거나 보호하는 등 드레이크의 생태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유명해져갔다.
“생물학적으로 이제 마눈이 드레이크인가 하는데 의문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야 같지만 이론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황궁 쪽에서 좀더 제대로 된 조사를 허가 해주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동물행동학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네요. 사람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드레이크는 마눈 뿐이겠죠. 잘은 몰라도 마눈이 전쟁 동안 잡아먹은 사람 보다, 이제는 구해낸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마눈이 사람들을 사람들을 구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타면 팬클럽 명의의 특식이 마눈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마눈은 사랑받는 드레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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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눈의 거대한 몸이 강 하구로 뛰어든다.
이미 넘쳐오르던 강물과 역류하던 바닷물이 높이 떠오르고, 크고 두꺼운 크라켄 촉수들이 마눈의 목을 휘감았다.
미끌거리는 점액질 때문에 마눈은 한 번 휘감겨들지만, 네 개의 사지를 가진 마눈의 몸은 비할 바 없이 튼튼하다.
으르렁 거리는 마눈이 양 앞발을 움켜쥐는 것만으로 촉수가 그대로 뭉그러져버린다.
마눈은 자신의 목을 휘감았던 촉수를 물어뜯는다.
크라켄은 한 번도 자신의 몸이 여리다고 느낀적 없지만, 자신이 상대하는 것이 그야말로 심해의 절벽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너는 그저 다리 넷 달린 생물일 뿐이지.
크라켄은 계속해서 자신의 촉수를 더해낸다.
마치 파도와 같이, 물살이 마른 땅을 씻겨내듯 마눈은 촉수에 휘감긴다.
크라켄은 땅살이들의 약점을 안다.
저 거대한 힘도 허공을 들이키지 못하면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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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저는 마눈이 드레이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다소 초췌해보이는 인상의 켄타우르스다.
몇 대에 걸쳐서 드래곤학에 대해 공부하는 집안이라는, 아주 수상쩍어보이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내내 학자가 의견을 낼 때마다 관련 학계 의견이 아닌 독자 연구라고 자막이 뜬다.
“저는 마눈이 이미 드래곤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켄타우르스 학자가 드래곤에 대해 이야기한다.
“드래곤의 신비는 각각의 드래곤들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는데 있습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기존 생물과도 닮지 않았죠. 때문에 저희 집안에선 이에 대해서 ‘모든 생물은 드래곤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봤습니다. 드래곤은 애초에 드래곤으로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드래곤들끼리 서로 다르게 생긴 거죠.”
그렇게말하며 켄타우르스 학자는 직접 그린듯한 여러 드래곤의 삽화를 보여준다.
학자적 능력은 몰라도 그림 실력만큼은 수준급이다.
“수 많은 드래곤들이 어떤 생물의 단초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크고 거대한 몸집과 결코 뚫을 수 없는 비늘, 고유한 숨결 주문까지 얻게 되지만, 그건 결과적으로 드래곤이 되었을 뿐입니다. 어떤 드래곤은 와이번으로 태어났고, 어떤 드래곤은 상어였으며, 어떤 드래곤은 저희가 잘 알지 못하는 고생물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마눈은, 드레이크로 태어났던 거죠.”
이어 마눈에 대한 삽화 기록과 사진들이 이어진다.
300년에 걸친 기록이기에 상당히 양이 많고 빠르다.
“‘어떻게’라고 물으면,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크고 거대한 존재가 된다는 걸 제외하면, 드래곤으로 호명 될 때 가장 특이한 점은 숨결 주문 정도인데, 이 행성에서 아바르틴에서 숨을 오래 들이키는 것이 드래곤이 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죠. 결국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건데, 이 부분은 마법사들이 어떤 비밀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마법사들은 비의에 목숨을 거니 저희가 모르는 비밀도 알고 있겠죠.”
결국 마눈은 드래곤인가 하는 의문으로 끝나는 ‘오라즌의 수호룡’은 완성도 면에서 수상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코어한 인기를 이끌며 다시 한 번 마눈에 대한 인기를 끌어올렸다.
기대 이상의 수익에 외주 제작을 맡겼던 황궁은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었다.
“마눈은 아직 숨결 주문을 쓰지 않았으니, 드래곤이라고 볼 수 없다고요? 아, 맞는 말입니다.”
다큐의 끝은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마눈에겐, 그걸 쓸 기회가 없었을 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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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촉수로 꽁꽁 싸맸을 대적자의 머리통에서, 불쾌하고 기묘한 열기가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히 촉수를 잃어버리는 위험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선명한 직감이다.
크라켄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
-…위험하다!
크라켄은 황급히 촉수를 풀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마눈이 오히려 촉수 뭉치들을 움켜쥔다.
마눈의 가슴이 터질듯이 부풀어오른다.
-…!
마눈의 입에서 섬광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