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89
289화
옛신들을 상대하는 계획의 전반적인 부분은 사도들과 검토를 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다.
옛신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공격해올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옛신들이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야 그 가능성들을 좁혀볼테고, 그 모습이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난 안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위즈덤이 몸을 돌리자, 노아가 말했다.
“기다리세요. 위즈덤.”
“음?”
“제 생각엔 햇볕을 좀 쬐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그런가?”
위즈덤은 특별히 거부할 생각은 없다.
단지 성소 밖의 노출된 공간에서 기다리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노아는 킁킁대며 위즈덤의 머리를 가리켰다.
“나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나무?”
“위즈덤의 머리요.”
“…그런가?”
“은빛이니 태양 전지처럼 온도나 빛을 저장할 것처럼 생겼잖아요? 생명은 에너지를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어요. 아직 햇볕이 따듯하니, 좀더 밖에 있죠.”
위즈덤은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위즈덤은 자신의 몸에 음식 등의 에너지를 섭취할 요소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노아의 판단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알디라던가 걱정되는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위즈덤이 가장 걱정이 되더라구요. 신이 아니게 되어도 먹고 마시는 일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군.”
위즈덤은 자신에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신으로 오랜시간 자리에 있었는데도,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다.
“좋아, 그럼…”
한때 신이었던 두 사람이 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30분 쯤 뒤, 멀리서 헬기 한 대가 급하게 날아왔다.
그저 훈련용 헬기 같기도하지만, 방향은 확실히 두 사람이 있는 가름 성소를 향하고 있다.
위즈덤이 다가오는 헬기를 보며 말한다.
“네뷸라가 걱정이군.”
눈을 감고 햇볕을 즐기던 노아가 눈을 떴다.
“네뷸라요? 왜요?”
“우리가 걱정했던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이…”
“‘아바르틴에 우리가 나타났을 때 생기는 여러 문제 중에 하나.”
“열광자들이요?”
위즈덤이 헬기를 가리킨다.
“저들이 열광자에 가깝지. …물론 저건 제국의 특수역할군 소속 운송 헬기다. 저 헬기에 올라탄 이들은 선택받은 자도, 고위 사제도, 성기사도 아니지만, 그렇지. 유감스럽게도 지금 그들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든. 그래서 그런 신앙적 능력이 없음에도 고된 훈련으로 제 능력을 키워온 이들인 특수부대가 우리에게 오는 거지. 현재로선 제국군에서 저들이 가장 뛰어난 부대니까.”
“다른 플레이어들도 저런 부대에 보호를 받지 않나요? 그건 사전 설명 때 들은 것 같은데.”
“네뷸라는 아니야.”
“아, 사도가 보호를 약속한 이들도 있지요.”
“네뷸라는 거기에도 속하지 않지.”
노아가 갸우뚱한다.
위즈덤이 말했다.
“물론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만?”
“아바르틴에는 세속주의자들이 있지.”
“현실의 힘은 해체된 것 아닌가요?”
“가장 강경한 단체였지만 그들만이 세속주의자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야, 그렇죠.”
“세속주의자는 아주 많다. 현실의 힘은 악신의 지휘를 받아 극단적이었다지만, 꼭 악신의 뜻을 따르지 않아도 극단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수 있지.”
각각의 성소는 저마다의 이유로 안전하다고 할만한 장소들이 선정되었다.
다만 안전하더라도 위험 요소가 잔존하는 지역도 있었다.
성운이 간곳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바우스탄에는 구시대의 혁명군 게릴라들이 남아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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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은 손바닥의 피를 흘리게 두었다.
이 작은 상처가 주는 고통이 아찔하지만, 그것이 괴롭기만 할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였다.
‘인간따개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우둔해졌어. 하지만 여전히 만신전의 신으로 있을 때와 이어지는 감정적인 연속성을 따르고 있다. 여전히 나는, 나다.’
성운이 예상한 바와 같이, 피는 조금 흐르다가 멎었다.
고통에 대한 신경 반응과 혈액 응고, 통증으로 미루어보아 성운은 자신이 필멸자가 되었고 언젠가의 과거에, 즉 지구에서 인간으로 있던 그때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다만 성운은 자신의 정신적 상태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 외부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바우스탄 성소의 뒤쪽에서 숨을 죽인 일군의 무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저자인가?”
“예.”
대답한 관측병이 몇 번이고 손에 든 자료와 대조했다.
“저자가 마신 야천입니다. 모든 자료에서 일치합니다.”
관측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은 바우스탄 혁명군 사령관인 올라브 도란이었다.
바우스탄 혁명군의 역사는 깊다.
제국과 연합왕국 전쟁 시기, 연합왕국에서 시작된 혁명 중 한 갈래로 빠져나온 바우스탄 혁명은 주변 일대를 집어삼켰다. 이들은 강력한 세속주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고 제국만이 아니라 연합왕국의 후손들과도 불화했다.
연합왕국 몰락과 함께 주변 지역을 혁명군 군 사령부가 흡수 통일했고 바우스탄은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했다.
물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력 투쟁이 이어졌지만 제국에겐 연전연패, 결국 땅을 거의 다 내어주고 만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올라브 도란은 바우스탄 혁명군의 공식적인 열 한 번째 사령관이었으며, 바우스탄 주변의 험준한 정글과 산골짜기에서 게릴라전을 이어갔다.
프로그맨인 올라브는 연고를 제 머리 위로 바르며 말했다.
“상황은 어떤가?”
“주변 제국군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허, 참.”
올라브는 일이 이상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국군은 아직 야천을 찾아내지 못했고, 반면에 혁명군인 자신들은 제국의 내부 정보를 빼돌리는데 성공해서 야천을 찾아냈다.
뭔가 오류가 있거나, 정말 이상한 우연이 겹친 것이다.
‘신들이 땅으로 내려온다는 게 진짜였다니.’
제국군의 내부 첩보는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긴 힘들었다.
사도들은 물론이고 만신전이 직접 개입되어 있어서, 혁명군의 첩자들은 아주 단편적인 사실들만 가로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 중에 진짜가 있었다.
정말로 야천이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대로 접근한다. 지원 부대는 철저 경계하라.”
“예.”
통신을 마친 올라브는 3개 분대를 이끌고 성소로 내려가는 협곡을 천천히 이동했다.
거친 산길이지만 이보다 험준한 길도 혁명군에게 있어서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들은 제국을 상대로 기나긴 싸움을 이어왔다.
‘힘을 잃었다는 것도 사실인가?’
올라브는 쨍쨍하게 내려쬐기 시작한 햇살에 눈쌀을 찌푸린다.
꽤 가까워졌는데도 야천은 성소 앞에서 가만히 앉아 볕만 쬐고 있다.
물론 무음 이동을 하고 있으므로 아직 들킬 거리는 아니지만, 뒤를 돌아본다면 탄로날 수도 있다.
‘경계심이 너무 없군.’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라브와 그 혁명군이 이십 여미터를 앞두고서, 사실상 소총으로 완전 제압이 가능한 거리에서야 야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올라브는 성소로 내려가는 언덕 위에서 자신의 부대에게 말했다.
“이대로 사주경계 하며 대기해라.”
“예.”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경거망동 말고.”
“알겠습니다.”
올라브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야천을 향해 걸어내려갔다.
프로그맨 올라브가 몇 보 앞에서, 야천에게 말했다.
“그대가 야천이오?”
성운이 올라브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
올라브는 마르는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과연, 진짜였나.”
올라브는 두근대는 가슴 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라고 생각했지만, 눈 앞에 있는 신이었던 자는 딱히 더위를 타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로 신이었던 이가 맞나?’
올라브로서는 모를 일이다.
그런 구분에 대해서 올라브는 모른다.
바우스탄 혁명군은 자주적인 독립을 위해서 싸워왔다.
혁명군 올라브는 자신의 전우와 가족들을 위해서 싸워왔다.
그런 일 와중에 신을 직접 마주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올라브는 손을 움직여,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집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성운은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올라브는 조금 당황스럽다.
저런 반응은 총이 뭔지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거나 백치같다.
하지만 올라브는 야천이 정말로 나타났을 때부터 이미 마음을 굳혔던 일을, 해내기로 한다.
올라브는 자신의 권총집에서 권총을 꺼내, 천천히 성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 손으로 권총을 고쳐잡아 총구를 잡고 손잡이 방향으로 성운에게 내밀었다.
“자, 받으시오.”
“날 주는 건가?”
“그렇소.”
성운은 조용히 올라브의 얼굴을 보았다.
“왜지?”
“…여긴 위험한 곳이오. 거대한 벌레 떼가 득실거리지. 한몸 지키려면 권총 정도는 있어야 하오. 어서 받으시오.”
성운이 천천히 권총을 건네받는다.
그리곤 이리저리 돌려본다.
올라브가 말한다.
“쓸 줄은 아시오?”
“안다.”
“아니, 이럴 게 아니지…”
올라브는 자신의 허리춤의 권총집과 벨트를 풀어본다.
“음, 허리를 좀 줄여야겠군. 가만히 계시오. …오, 잠깐.”
올라브는 벨트를 줄이다말고 성운의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이런 제길, 상처가 난거요?”
“가시에 긁혔다.”
올라브가 급하게 뒤로 외쳤다.
“위생병! 빨리 내려와라! 소독제 들고!”
고블린 위생병이 사령관의 부름에 허겁지겁 언덕을 내려왔다.
위생병이 말했다.
“저, 그, 뭐냐… 상처 좀 보겠습니다.”
성운은 말없이 손바닥을 내보인다.
고블린 위생병이 의료 키트를 꺼내 성운의 손바닥을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인다.
올라브가 옆에서 투덜거린다.
“그걸로 되겠느냐? 붕대는 어디 두고?”
“저, 그… 상처가 너무 작아서…”
“그걸로 낫는 건 확실한 거냐?”
고블린 위생병은 당황한다.
신을 치료해본 위생병은 아직 자신 뿐일 것이다.
성운이 말한다.
“괜찮다. 그걸로 되었다. 고맙다.”
고블린 위생병은 땀을 잔뜩 흘리고 언덕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선 다른 혁명군 병사들과 무언가 재잘거린다.
올라브는 그쪽으로 눈을 흘기며 혀를 찬다.
올라브가 권총 벨트를 내민다.
“받으시오.”
“고맙다.”
“…고마울게 있소? 그대는 신인데. 원하는 건 뭐든 받지 않소?”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지.”
올라브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부루퉁 내민다.
“제국의 첩보를 봤소. 그게 전부 사실이오?”
“어떤 첩보를 보았지?”
“옛신들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성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다.”
올라브는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지만,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다.
“제길, 왜 이런 곳에 온 거요?”
“무슨 말이지?”
“여긴 위험한 곳이오.”
“벌레 떼 말인가? 그건…”
“아니, 그것 말고도.”
올라브는 감히 신이었던 자의 말을 끊는다.
그리곤 자신의 어깨 견장을 탕 친다.
혁명군을 상징하는 적색 패치도 가리킨다.
“모르겠소? 우린 세속주의 혁명군이오. 신들과 불화하오.”
“안다.”
“내가 아니었으면 엄한 놈한테 총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단 말이오. 왜 하고많은 성소를 놔두고 여기로 온 거요?”
성운이 말했다.
“너희 바우스탄 혁명군은 제국과는 휴전중이지 않은가?”
“허, 그걸 다 믿소? 얼마나 순진한거요? 방금 제국군에게서 첩보를 얻었다는 말 못들었소? 휴전이 종전은 아니오. 겉보기로나 쉬는 거지.”
성운은 가면 아래에서 미소를 짓는다.
“나는 널 안다.”
“날 안단 말이오?”
“넌 신의가 있으니, 휴전을 파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날 공격할리도 없지.”
정확하게는, 성운은 올라브의 능력치를 알았다.
올라브는 특수 능력치 ‘신의’가 있는 개체였고, 특별히 높기도 했다.
올라브가 협상을 깨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다.
물론 개인적인 계산이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를 설득하기 보다는, 자신이 직접 이곳에 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굳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불안하게 둘 이유는 없으니까.
그와 별개로, 올라브는 조금 눈을 크게 뜨고 몇 번 깜빡였다. 어쩐지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다.
올라브는 성운을 바라보았다.
“신의라니. 혹시 내가 바보라는 뜻이오? …내가 그런 걸 가지고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성운이 말한다.
“그게 그대를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었던 힘이다. 그대의 장점이지.”
올라브는 잠깐 눈을 감는다.
무언가 생각한다.
눈을 뜬 다음 올라브가 말했다.
“제국군이 오기 전까진, 혁명군이 그대를 보호하겠소. 그래도 되겠소?”
성운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