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322
별잡이는 자신이 본 미래를 설명한다.
만성전의 가호 아래, 아바르틴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에 대한 수요로 아바르틴은 달을 넘어 우주로 그 영역을 확장한다.
식량과 자원, 환경 위기가 닥쳐오지만 결국 극복해낸다.
화합을 이룬 아바르틴의 필멸자들은 우주의 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인공중력으로 만들어진 콜로니를 건설한다.
태양으로부터 직접적인 에너지를 받는 차양이 건설되고, 그 차양으로부터 송출되는 에너지 덕분에 아바르틴 태양계는 사실상의 무한 동력을 얻게 된다.
전쟁도, 폭력도, 계급도, 착취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아바르틴 태양계에선 수 많은 종족들의 잠재력이 폭발하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문화가 번성한다.
오랜 시간 지지부진했던 필멸자들의 행복 지표가 느슨하게나마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린다.
새로운 기술 혁명이 일어나고, 아바르틴 태양계는 세대선을 만들어 태양계 밖으로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떠난다.
문명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입니까?」
그 물음에 대하여 별잡이가 답한다.
“···그리하여, 그때가 되면 아바르틴에서 만성전을 믿고 기대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만성전의 기적을 기억하는 이들을 그저 옛 이야기로 취급한다. 만성전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며 믿음으로 선 저 높은 첨탑들도 서서히 무너진다.”
문명의 번성과 만성전은 반비례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더이상 만성전을 믿을 필요가 없다.
더는 고통 속에서 도움을 구가할 일이 없으므로.
“이것이 만성전의 미래인가?”
성역이 그 물음에 답했다.
「우선, 먼저 알려드릴 사실이 있습니다, 별잡이.」
“뭐지?”
「외삽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떤?”
「외삽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아우터 스페이스*, 외우주 뿐입니다. 별잡이 당신에게도 마법의 지식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것을 간과하였지요.」
“성역이여, 내 예측은 틀리지 않는다. 마계는 닫힌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만성전은 그대가 생각치 못한 새로운 길을 열 것입니다.」
성역이 별잡이에게 비의를 속삭인다.
별잡이는 헤아릴 수 없는 무한한 미래를 스쳐보았다.
별잡이는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음을 깨닫고, 그 맹점이 성운으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별잡이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미래를 보고 있다 자신했지만 그 수가 얕았다.
“그것이 만성전의 진정한 미래인가?”
「그렇습니다, 별잡이. 그러니 더는 성좌들을 걱정하게 하지마십시오.」
─┼
별잡이는 눈을 깜빡이며 자신과 성역이 나누었던 과거의 대화로부터 빠져나왔다.
외삽의 힘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볼 뿐만 아니라, 미래와 현재를 이어 과거를 다시 들여다볼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런 일에 별잡이는 어떠한 혼란도 느끼지 않는다. 외삽은 망상이나 신기루가 아니기에, 오히려 명료해진다.
“별잡이.”
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다.
별잡이가 돌아보았다.
게임의 성좌가 별잡이를 향해 걸어온다.
“준비는 끝났나?”
별잡이가 예를 갖춰 몸을 숙인다.
“‘만성전의 주인’이시여, 끝났습니다. 언제든지 만마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지.”
성운은 시스템 창을 띄우며 말했다.
“다른 성좌들로부터 승인을 받을테니.”
성운은 모든 성좌들을 호출한다.
성역이 성운의 뜻대로 각 첨탑에 자리한 성좌 모두를 불렀다.
성좌들은 자신들이 성운에게 호출될 것을 알고 있었다.
성좌들은 각자 첨탑이나 만성전의 기반 위, 어찌되었든 만성전의 하늘이 보이는 자리에 있다.
자신이 아끼는 사도 또는 창조물과 함께한 성좌들도 있고, 다른 성좌와 모여 있는 이들도 있으며, 자신만의 자리를 가진 이들도 있다.
성좌들만이 아니다.
성운은 첨탑 아래로 만성전의 거의 대부분의 구성 인원들이 첨탑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음을 안다.
각각의 종족들과 여러 대륙의 출신들이 모이거나 따로, 아니면 흩어져서 각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만마경에서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검은 비늘 부족 출신의 리자드맨들이 모여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걸 확인한다.
마눈은 옆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가운데 단상 위에서 라크락이 다른 리자드맨들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다. 분명 시시한 농담일 것이다.
일이 끝나면 성운도 저 축제에 들릴 생각이었다.
성좌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성운이 채널을 통해 말했다.
“만성전의 성좌들에게 만마경 사용 승인을 받고자 한다. ···어, 뭐. 반대하는 사람?”
성좌들은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다만 겁을 먹은 오븐렌지가 눈치를 보며 손을 들려고하자, 옆에 있던 룬다가 허겁지겁 끌어안았다.
성좌 중 누군가 웃는다.
“없는 걸로 알겠어. 성역?”
성역은 각각의 성좌들에게 직접 사용 승인을 받고자 한다.
「만마경 사용을 허가 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성운은 손을 들고 ‘네’를 누른다.
그리고 성운을 따라 호쾌하게, 또는 조심스럽게 각자의 방식으로 만성전의 성좌들이 만마경의 사용을 승인한다.
「만성전 성좌 33인, 만마경 사용 승인 완료.」
드디어 별잡이의 앞으로도 시스템 창이 떠오른다.
「별잡이, 때가 되었습니다.」
별잡이는 고개를 끄덕이곤, 만마경의 접안경 렌즈 옆 손잡이를 내린다.
찰칵 하고 기계음이 나면서 접안경 렌즈가 교체된다.
그리고 밤하늘이···
우주가 교체된다.
하늘에 보이는 것은 검은색에 백색과 금빛, 푸른빛의 별들이 아니다.
하늘은 여전히 검게 보이지만 옅은 마젠타빛을 머금고 있고, 별들은 녹빛과 분홍빛, 하늘빛으로 빛난다.
은색 구름이 느슨하게 움직이고, 아주 멀리엔 거대한 생물 하나가 희끄무레한 그림자로 보이다가 별 뒤로 숨는다.
이너 스페이스, 마의 공간이다.
만마경.
이 위대한 도구는 하늘을 관측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하늘을 바꾸기 위한 도구였다.
이로써 만성전은 아바르틴의 마계가 아닌, 마계로부터 이어지는 우주 밖의 우주, 마의 공간 사이로 위치를 옮겼다.
‘이것이 새로운 길.’
별잡이는 성역에게 만성전의 미래를 들었다.
하나의 물리적 세계에 경유하게 된다면 만성전은 결국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옛신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발전에 대한 균형을 잡아야만 했다. 필멸자들이 외우주의 지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막았다. 그러면 중력을 이겨내고 대기권을 빠져나갈 것이므로.
그것은 옛신들이 최초의 온정적 시선을 가졌을 때의 판단이었다.
암월, [13.08.21 10:15] 그들은 필멸자들이 외우주로 뻗어나가, 자신들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멸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저 외우주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저 공허한 공간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성운과 다른 성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속주의자들은 틀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신 또는 성좌와 같은 초월적 존재는 필멸자와 마땅히 이별해야만 한다.
충분히 발전한 문명에서 초월적 존재의 도움은 그만큼 가치가 떨어진다.
초월적 존재에 비해 필멸자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또는 문명의 편리함이 초월적 존재의 도움을 넘어서기 때문에.
성운이 생각했다.
‘역할이 끝났다면 떠나야하는 법이지.’
로스트 월드는 문명을 재건하며 끝이 난다.
성운의 게임도 그랬다.
아바르틴은 회복 되었으니, 더는 아바르틴에서의 만성전은 역할이 없다.
물론 모든 것이 선을 그어내듯 끝나진 않을 것이다.
아바르틴에는 아직까지도 열광자들이 있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만성전에 대한 믿음을 이어갈 것이다.
때문에 아바르틴과 태초의 초원으로부터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다.
적어도 먼미래에 아바르틴에서의 만성전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길이 열려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닫히겠지.’
성운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서 미련은 없었다.
번성이 있다면 자연히 쇠퇴도 있는 법이다.
만성전은 아름다운 문명을 이루었으니, 후회할 것은 없다.
다만, 미련이 있는 이도 있었다.
악신들이 말했다.
“‘별을 쫓는 자’여. 저 마의 공간에 수 많은 아바르틴이 있다.”
마성의 정령들이 노래했다.
“‘만성전의 주인’이여. 저 우주 밖의 우주에 헤아릴 수 없을만큼 옛신들이 있나니.”
장완이 말했다.
“저 우주에 우리가 구해내지 못한 빛들이 명멸하고 있어.”
희생의 성좌가 말했다.
“저 별들은 우리가 구해낼 수 있는 빛이야.”
성운은 오랜시간 보아온 사촌동생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편으론 또 다른 걱정을 한다.
알딘이 도래자를 찾아 헤매었던 것과 같이, 어쩌면 성운 자신도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
‘그럴지도 모르지.’
성운은 부정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은 건 나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이 뭐 어떻단 말인가?
성운은 플레이어였다.
플레이어는 찾아오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운은 고개를 올려다 마의 공간을 바라본다.
성운처럼 그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는 성좌들도 있지만 어떤 성좌들은 시끌벅적하다.
시끄럽게 감탄사를 내지르는 기사의 성좌 리처드, 하늘을 향해 축포를 쏴대는 치스트카, 손뼉을 치는 미물의 성좌 노아, 옆에서 RD도 따라 박수를 치려고 시도한다. 쉽진 않다.
성좌를 따르는 사도들, 그리고 그 사도들을 따르는 만성전의 수행자들, 그리고 저 태초의 초원의 수 많은 영혼들이 만성전이 이루어낼 새로운 가능성으로 기대에 차올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술을 마시고 고함을 치고 내달린다. 물을 끼얹고 불을 흔들고 땅을 굴렀다. 문명으로 가꾼 오래전의 야만을 슬쩍 비추었다가 사라진다.
이 축제의 가운데 별잡이는 고개를 바짝 들고 이 새로운 밤하늘을 들여다본다.
이제 별잡이는 만성전이 도달할 미래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우주 밖의 우주, 마의 공간은 무한한 가능세계로 길이 열려 있다.
성역이 성운에게 말했다.
「’거듭하는 분투’여, 머지않은 곳에 억압받고 고통받는 세계 하나가 검색 됩니다.」
성운이 질문했다.
“적은?”
「소수의 존재들이 초월적 존재로 올라섰고, 수 많은 필멸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게임화’가 가능한가?”
「예. 속임수는 없습니다. 인과율에게 있어 시스템의 편리함은 매력적으로 보일테고, 부정이 없는 공평한 룰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성좌 중 일부는 공평한 룰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특별히 유리할 것이 없다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은 절반이다.
하지만 성운은 게임의 성좌였다.
룰이 존재하고, 그것이 공평하다면, 지금의 성운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패배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게임화’에 걸리는 시간은?”
「글쎄요. 축제를 즐기고 오시면 끝날지도요.」
성운은 성역의 배려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성역이 말했다.
「자, 그럼 ‘끝없이 승리할 이름’이여···」
성운은 새롭게 떠오르는 창을 내려다보았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문장이다.
「새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성운은 검지를 들어올린 다음, ‘네’를 누른다.
이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끝
ISBN : 979-11-969119-7-3(322)
정가 : 100원
작가의 말
고들빼기 님, 고들빼기 님(2회에 걸쳐), 위래가지마 님, 위래가지마 님(2회에 걸쳐), 상아이모 님, 야천믿어야 님, 위래펀치 님, 마눈특식비 님, 비버는비버 님, 외전좋아요 님, 슬문생더줘 님, 외전오천편 님, 38204325 님, QnA해줘요 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암월, [13.08.21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