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323
독자 여러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셨겠지만, 난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단 한판도 플레이 해본적 없다. ‘식빵아재’와 같은 유튜버의 방송을 보긴 했었지만 문외한으로서 5분 이상 집중해서 보긴 힘들었다. 이 소설의 보다 직접적인 레퍼런스는 “토탈 워: 워해머2″다. 해당 게임은 유명 RTS 시리즈인 “토탈 워”에 미니어쳐 게임인 “워해머 판타지” IP를 적용한 게임으로, 플레이어블 진영으로 리자드맨이 등장한다(그렇다, 리자드맨이다). 물론 리자드맨이란 모티프를 제외하면 가상의 게임 ‘로스트 월드’와 “토탈 워”, 그리고 플레이해보지 못했지만 몇 번인가 보았던 “시드 마이어의 문명”의 게임 진행은 상이한 편이다. 난 게임 플레이의 느낌을 빌리되, 게임 플레이 그 자체를 재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신과 그 창조물에 대한 모티프는 “블랙&화이트2″인데, 역시 플레이해보진 못했고 언젠가의 게임방송에서 소개 했던 것을 기억한다. 소설 속 이따금 언급되는 상상의 전략을 떠올릴 수 있는 건, 내가 RTS인 “스타크래프트”의 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내가 기억하는 내 최초의 소설은 스타크래프트 팬픽이다). 나는 플레이하고 싶지만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그리고자 했고, 따라서 이러한 게임들을 레퍼런스로 삼되, 존재하기는 힘든 게임을 의도했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 판타지 소설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손희준, 김윤경의 만화 “유레카”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게임 판타지의 세계는 진짜 게임의 재현이 아닌 우리 환상 속 게임을 그려내는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의 레퍼런스는 게임에서만 온 것이 아니다. 이 창작물의 분류는 소설이므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역시 소설이다. 그리고 이제는 독자 여러분이 예측하셨겠지만,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도, 취룡의 “월드 메이커”도 읽어보지 않았다. “시드마이어의 문명”과 마찬가지로 연재를 시작하기 전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글쓰기가 워낙에 바빠 아쉽게도 시간이 없었다. 신들이 등장해 상호작용 하는 것은 분명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에 모티프가 있으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상호간 경쟁을 하는 것은 같은 작가의 “앰버 연대기”에 기대고 있다. “반지의 제왕”은 말할 것도 없으며, TRPG “D&D” 시리즈의 세계 설정 중 하나인 ‘포가튼 렐름’은 ‘로스트 월드’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누군가 이른 것과 같이, 소설의 후반부는 북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나 “요한 묵시록”보다 D&D가 3.5판에서 4판으로 넘어가던 시기의 대형 이벤트인 “타임 오브 트래블”이 더 큰 영향을 주었다. 누가 장르 판타지에서 반지의 제왕에서 포릴로 이어지는 계보를 무시하겠는가? 나는 유산을 존중했다. 작중 비중 없이 등장하는 종족 ‘하프빈’은 “D&D”의 ‘하플링’, “반지의 제왕”의 ‘호빗’, 그리고 “던전밥”의 ‘하프풋’과 같은 선상에 있다.
신들과 이미지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옛신들은 작중에 언급된 바와 같다. 만마의 경우 주요 묘사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에서”, 부분적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성 안토니오의 유혹”, 그리고 출처를 알지 못하는 중세 삽화에서 비롯 되었다. 악신의 경우 당연히 H. R. 기거와 즈지스와프 벡신스키의 그림들이 모티프가 되었다. 플레이어들의 경우 몇몇의 경우 작중에서 언급된 것과 같은 직접적 모티프가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벡신스키와 더불어 현신체 이미지의 경우 피터 모르바허(@bugmeyer)의 일러스트가 이미지를 구상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내 작품의 이미지를 전반적으로 묶어두는 작가도 존재한다. 르네 마그리트다. 작중 많은 모순적이거나 초현실적인 풍경들은 르네 마그리트를 의식했다. 천공성은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 성”, 이따금 뒷모습으로 보여지는 성운의 모습은 “교장”을, 그리고 작중 등장하는 오브젝트 헤드들을 서술할 때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수 없이 등장하는 붉은 넥타이에 검은 정장을 입은 신사들을 내내 떠올렸다.
그 외에도 이 소설에선 다음의 작품들을 연상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부분을 언급하게 되면 스포일이 되기에 언급만 해둔다. 로드 던세이니의 “페가나의 신들”, 류츠신의 “삼체”, 피터 와츠의 “블라인드 사이트”, 차이나 미에빌의 “페르디도 거리의 정거장”, 우로부치 겐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다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 박건의 “올마스터”, 마이크 레스닉의 “키리냐가”, 김보영의 “멀리 가는 이야기”, 듀나의 “대리전”,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 ···그리고 여기서 언급한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언 M. 뱅크스의 “게임의 명수”까지. 모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가와 작품들이다.
사실 이외에도 할 이야기는 많다. 작중 등장하는 다양한 종족들은 나름의 할말이 있다. 리자드맨은 “D&D”의 리자드포크처럼 대체할 수 있는 종족명을 택하려다 그만둔 결과이며, 두 번째로 등장한 종족이 프로그맨인 것은 “워해머 판타지”의 잔재일지 모른다(해당 작품에서 두 종족은 한 팩션이다). 닉스는 다크엘프를 대신하는 종족명이다. 르나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불페라’를, 오구리는 카카오 이모티콘 ‘오구’를, 팽골리안은 포켓몬 ‘모래두지’를 연상하면서 서술했고, 그런 이미지들이 작품에 반영되었다. ‘요정’과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언급되는 여러 종족들은 사실 요정을 대신할 실제 후보였는데, 작품이 너무 잔인해질 수 있어 피했다. 그외에도··· 특정 장면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을 떠올렸다면 정확하게 보았으며, 작중 후반 언급되는 ‘열광’은 마니아, 즉 오타쿠의 번역어로 썼고, 저주받은 이들이 마성의 정령들과 대화하는 것은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에서 착안했고, 작중 주인공이 인상적으로 사용했던 단검의 모티프는 만년필이다.
아마 이 후기에 1년 동안의 연재 동안 사용된 모든 레퍼런스와 모티프, 오마주 또는 패러디를 열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작중에서 나온 역사적 사건들의 모티프가 될 실제 역사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이 부분은 생략하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금번 연재를 시작하기 전 궁금한 것이 있었다. 웹소설에서 나리타 료우고의 작품이나 조지 R. R.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 같은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군상극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 시점에서 나에게는 25화와 75화에서 드러나는 아이디어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고, 부분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한다. 물론 군상극을 실험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쉴 새 없이 등장시키는 것은 웹소설을 좀더 쓰기 쉽게 하기 위한 내 나름의 방편이었다.
300화에서 끝날 예정이었던 이야기는 연착륙을 위해 꽤나 선회를 했다. 이는 연재의 후반부에는 생리학적으로 또는 약학적으로 기이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 때문이었다(지루할테니 따로 설명하진 않겠다). 결과적으로 20여일이나 밀렸던 연재를 2회 연참 또는 최대 6회연참으로 모두 메웠고, 주3.9회까지 떨어졌던 연재일수를 현재 6.6회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250이하로 떨어졌던 최신화의 24시간 구매수는 이제 500 언저리를 보고 있다. 본래 한달에 한 권도 버거워하던 작가가 한달이 안 되는 사이에 두 권 반 정도의 분량을 썼으니, 정말 기이한 일이다.
소설 연재를 하는 사람 중 누군들 그렇게 느끼지 않으려나 싶지만,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다. 작품을 쓰는 내내 내 지식의 한계와 지적 한계에 부닥쳤고, 부닥친 결과가 고스란히 작품에 드러났다. 부끄럽고 민망하다. 작품을 읽으며 잘못 되었거나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다면, 의심할 바 없이 모두 사실이다. 양해를 바란다. 만약 본편을 읽고서 여기 후기까지 온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으나.
암월, [13.08.21 10:15] 무엇보다도 감사의 말을 올린다.
우선은 내 삶에서 소설과 전혀 무관한 반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언젠가부터 소설쓰기가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은 소설이 아닌 삶이 저기 존재한다는 안도 덕분이다. 사람은 소설을 살지 말고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 내 삶의 다른 반편, 내 창작장에도 감사드린다. 내게는 함께 글을 읽고 쓰는 친구들이 있다. 불안을 껴안고 같은 시기 웹소설을 시작했던 서울의 친구들과 지금도 함께 글을 쓰는 대학교 동문들, 또한 내 부족함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나의 장자방, 설단 현상이 있을 때마다 어휘를 찾아 주고 필요한 설정이 있을 때마다 부스러기 같은 아이디어를 아끼지 않은 게임 친구들. 오래전 잊고 지냈으나 여전히 글을 읽어주고 있었던 친구들도 있다. 그 외에도 감사를 보낼 이들이 더 많이 있다. 하나하나 호명하기에는 내가 이룬 창작장이 과분하게도 너무 크고 넓은듯 하다. 지면 밖에서 따로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끝으로 지금까지 소설을 읽고, 앞으로도 읽을 독자 여러분에게 더 없이 감사한다. 사실 나는 누군가 내 소설을 읽고 말고가 내 소설쓰기의 동력이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소설쓰기는 작가 개인의 애씀이어야 하며, 그 어떤 독자도 읽지 않더라도 완성되어야 한다. 긍정적 감정을 동인으로 글쓰게 된다면, 당연히 그 동인을 잃었을 때는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언제나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길 바라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따라서 글쓰기의 진정한 동력은 누군가의 긍정적 피드백이 아닌, 작가 내면의 분투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연재 하는 동안 행복하였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겠다.
소설이 끝난 이후 세계의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세 편의 후일담이 끝났다. 이 후기 이후로 아주 먼 미래를 다룬 (일종의 농담이 될)후일담 한편과, 아직 쓸지말지에 대해 확정되진 않았으나, 생각보다 많은 요구가 있어, 현재 소설 성적이 좋다고 할 수 없음에도, 그리 길지는 않을 외전을 구상했는데, 급히 시작해야 하는 웹소설과 무관한 개인적인 작업이 있어 달리 기약은 없다. 기다리지 않길 바란다. QnA도. 설정집도.
차기작에 대해선 정해진 계획이 없다. 물론 이 작품의 끝이 의도한 것처럼 어느 정도 유연한 설정을 가지고 있음을 의식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일러둔다.
1년 동안의 연재가 끝났다. 연재 도중에 찾아냈으나 마땅히 삽입할 기회가 없었던 두 개의 인용구를 소개하며 이제 내 게임찬가를 끝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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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명은
산을 황폐하게 하지 않고,
강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마을을 파괴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아니한다.”
-다나카 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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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저희에게 셈을 가르쳐주소서.
그럼 저희가 슬기로움을 얻으리로다.”
-“성경”, ‘시편 90:12’
-“시드 마이어의 문명5”, ‘역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