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56
056화
이어지는 타타르의 말에 젊은 전사는 귀를 의심했다.
“…이들을 도와 거주할 임시 거처를 만들어라. 그리고 마을에 남은 식량을 가져와야겠군.”
전사장의 권위는 왕인 라크락에게서 온다.
전사들은 군말 없이 타타르의 말을 따랐다.
대장 아스타시디안이 타타르에게 감사를 표했다.
리자드맨 전사들이 돕기 시작하자 아스타시디안들의 거처가 재빨리 완성되었다.
식량까지 나누어 주자 아스타시디안들은 안도하면서 리자드맨들에게 호의를 보였다.
자신의 이름을 ‘루보’라고 밝힌 아스타시디안이 타타르에게 말했다.
“타타르라고 했나? 정말 고맙다.”
“당연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라고? 우리 제도에선 이런 경우는 잘 없다. 조난당한 이들이 발견되면 가진 걸 모두 빼앗고 내쫓긴다. 죽는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다.”
“오…”
루보는 감동한 것 같았다.
루보는 타타르에게 궁금한 것을 계속 물었고, 타타르는 민감하지 않은 선에서 모두 말해 주었다.
“이 섬은 얼마나 큰가?”
“여긴 섬이 아니다. 북으로 걸어가면 백일을 넘게 걸어가야 땅의 끝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걸어가면 백일을 걸어도 땅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오.”
루보는 작은 집게손으로 타타르의 소매를 살짝 건드렸다.
“그대가 걸치고 있는 옷은 매끄러운데 난 이런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무엇으로 만든 건가?”
“이건 비단이라고 한다.”
“비단?”
“누에는 나방이 되기 전에 고치를 만드는데, 그 고치를 만드는 실을 뽑아내 만든다. 이곳에서는 누에를 기르지. 북쪽으로 가면 누에를 기르고 실을 뽑아내는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은 돈이나 재물을 받고 비단을 판다.”
“오오.”
그 외에도 루보는 돈이 무엇인지, 문자가 무엇인지, 왕이 무엇이며 리자드맨의 나라 안에 또 다른 종족들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를 물어왔고 타타르는 아는 한도 안에서 성실하게 답을 해 주었다.
며칠 뒤 루보가 떠나갈 때에도 타타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길을 잃었을 때 하늘을 보면 된다고?”
“그렇다.”
타타르는 별잡이에게 별을 보는 법을 성실히 배웠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가르칠 재주가 되었다.
루보는 곧 타타르에게 별을 보는 법과 자신의 바람을 타는 기술을 더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았다.
떠나가는 날 루보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타타르 님. 우리는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타타르와 다른 전사들, 그리고 아스타시디안을 도운 마을의 리자드맨들은 그 감사 인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호의가 꼭 호의로 돌아오란 법은 없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
때문에 아스타시디안들이 상륙한 첫 날 타타르 옆에 있었던 젊은 전사가 타타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저들을 도와준 겁니까?”
“흠.”
“저라면 저들을 내쫓고 라크락 님에게 해안에 침입한 무리를 물리쳤다고 했을 겁니다.”
“음.”
“그런데 전사장님은 그들을 내쫓지 않고 오히려 저들을 도와주어서 마을의 자산이 줄었습니다. 나중에 왕께서 이 일을 알면 화를 내시지 않을까요?”
“…으음.”
이야기를 듣던 타타르는 턱을 긁었다.
“그래서 그대는 불만인 건가?”
“…아닙니다. 단지 궁금한 겁니다.”
“무엇이?”
“저는 전사장님을 위대한 전사로 알고 있었습니다. 피를 봐야 할 때는 볼 줄 아는 분으로요. 하지만 이번 일의 경우엔 싸우기를 두려워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그 전사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저희 모두를 걱정하신 건가요?”
타타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는 나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군. 이야기를 하나 해 주지.”
타타르는 오래전 라크락과 했던 대화를 천천히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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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가 라크락의 명령으로 황야를 지나던 중 떠돌이 무리를 만났다.
타타르의 일화를 잘 모르는 이들은 이 떠돌이 무리가 리자드맨이라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하프빈 무리로 검은 비늘 리자드맨들의 영역을 피해 도망가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하프빈 무리를 트롤 도적들이 쫓고 있었고, 때마침 타타르가 그들과 마주쳤다.
타타르는 싸움을 피할 수 있었지만 부닥쳤다.
타타르는 열 명의 트롤 도적을 모두 죽였지만 그 대신 왼쪽 눈을 잃고 말았다.
타타르는 눈을 잃은 뒤 라크락에게 돌아갔다.
라크락의 천막에 들어서며 타타르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라크락.”
“무엇이 죄송하지?”
“제 욕심 때문에 신의 전사이자 부족장님의 전사로서 아껴야 할 몸을 상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전사에게, 특히 리자드맨에게 눈을 잃는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단두종들과 달리 리자드맨처럼 주둥이가 나온 장두종들은 눈이 두개골의 양옆으로 달려 있어 입체적으로 보기 힘든 반면 시야각이 넓다. 하지만 한쪽 눈을 잃으면 그 넓은 시야각의 이점도 잃어버리는 셈이다.
라크락은 가로저었다.
“아니, 타타르. 넌 여전히 훌륭한 전사다. 눈을 싸움 도중에 잃었다고 들었다. 우리 전사 중에 눈을 잃고 트롤 열 명과 싸워 이길 수 있다 자신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저는 한쪽 눈을 잃었고…”
“나와 다른 전사들이 있지 않은가. 모두가 그대의 왼쪽 눈이 되어 줄 것인데 뭐가 두렵나?”
다른 사람을 믿으라는 말에 타타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타타르, 너야말로 후회하지 않느냐?”
“뭘 말입니까?”
“넌 우리 부족도 아니며, 하물며 리자드맨들도 아닌 것들을 지키다가 눈을 잃었다. 그 때문에 그대의 생활은 불편해지겠지. 본래 그대여야 할 것을 잃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타타르는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저는 라크락 님이 최초의 기적을 발견했던 때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라크락 님의 무리는 황야를 떠돌고 있었고, 굶주렸고, 라크락 님은 상처 입은 채였다고요. 그때 푸른 벌레신께서 딱정벌레로 인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따르면 푸른 벌레신께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라크락이 언성을 높여 말했다.
“너는 감히 신과 같이 행사를 하였다는 것인가?”
“예.”
라크락은 침묵 후에 말했다.
“그대가 옳다.”
라크락은 천막을 덥히기 위해 나무 조각을 던져 넣었다.
“그대는 앞으로도 이번과 같이 행동하라. 누군가 그대가 그르다 하거든 오늘 대화를 기억했다 일러 주어라. 라크락 또한 그대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고지식한 전사 타타르는 라크락의 말대로 했고, 단 한 번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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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가 이야기를 마치자 젊은 전사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제가 미처 전사장님께서 신의 뜻과 같이함을 몰라보고…”
“아니다.”
타타르는 젊은 전사의 어깨를 두드리곤 지나쳤다.
“그대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 단지 이번에는 결정할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것이 나일 뿐이지. 그대가 생각한 것처럼 싸움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니 걱정마라.”
그렇게 말은 했으나 타타르도 이번만큼은 걱정이 없지 않았다.
리자드맨들은 아스타시디안이란 종족을 처음 만나 봤고, 허황된 상상이지만 이들이 타고난 거짓말쟁이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모든 것이 공격을 위한 계략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타타르는 마을에서 사람을 써서 해안을 경계할 사람을 뽑아서 날마다 배가 오지 않는지 지켜보도록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아스타시디안들이 나타났다.
타타르가 해변에서 만난 것은 지난번 조난당했던 루보였다.
“또 조난당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그 비단과 철이란 걸 사고 싶어서 온 것입니다.”
타타르는 안도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비단과 철은 우리에게도 꽤 비싼 물건들인데 굳이 자네들한테 필요할까? 게다가 자네들은 물속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비단은 젖을 테고 철은 금세 녹슬 텐데.”
아스타시디안들의 대장 루보는 더듬이를 흔들었다.
목이 있는 종족이 가로저은 것과 같은 의미였다.
“젖고 녹스는 건 생활 방식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말리고 기름을 칠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비단은 아름답고, 그것으로 옷을 해 입으면 다른 아스타시디안 사이에서 돋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철과 같은 단단한 재질의 무기를 사용하면 적들을 더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적이라고?”
“예. 저희는 전쟁 중입니다.”
루보가 큰 집게를 접었다 폈다.
타타르는 마을에 남는 비단들을 팔았다.
주로 받은 물건은 해조류와 어패류 같은 먹을 것과, 각종 희귀하게 생긴 해양 생물의 뼈, 그리고 진주라는 보석이었다.
타타르는 진주의 가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대단히 낮게 평가했고 루보도 자기네 제도에선 많이 나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잡았다.
타타르는 다소 실망스러운 거래가 될지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장사꾼이 아니었다.
타타르가 비단을 넘겨주고 받는 물건들에 대해 실망스러워하자 루보 또한 초조해했다.
타타르가 고심 끝에 말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도 저런 배가 있으면 좋겠는데.”
“음… 배는 만들기가 무척 어려운데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인들만 기술을 공유합니다.”
“난 상인이 아니라 그런 것까진 몰라. 그럼 이번 거래까지만 하고…”
“으으음… 아닙니다. 다음 거래까지 배를 만들 시간은 없지만, 적들의 것을 빼앗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배 한 척을 비워서 오는 약속으로, 비단과 철을 넘겨주시겠습니까?”
“그러지.”
그렇게 몇 번의 거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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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락은 슬슬 오라즌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내 생활은 좁고 답답했다.
그나마 만족할 만한 크기의 성은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중이어서, 라크락은 성 안이나 집보다 오라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때문에 언덕에는 라크락의 유목 시절 쓰이던 천막이 그대로 설치되어서 사실상의 집무실로 쓰이고 있었다.
라크락은 자신의 나라 각지에서 올라오는 심부름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비단에 목탄으로 작성된 글들을 읽고 그에 대한 대답을 주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라크락은 이야기를 좋아하므로 마냥 지루하지는 않았다.
특히 최근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배가 몇 척이라고?”
“네 척입니다.”
라크락 눈앞에 있는 심부름꾼은 멀리 마가넨에서 올라온 자였다.
마가넨은 아스타시디안이란 특이한 종족이 계속 나타나는 중이었는데, 전사장인 타타르가 이들과 계속 거래를 하고 있었다.
라크락은 처음엔 타타르가 잡다한 것들과 진주, 배를 받았다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심부름꾼이 들고 온 진주라는 보석은 라크락이 보기에 별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크락이 아는 배라는 건 뗏목뿐이어서, 나무를 엮으면 금세 만들 수 있는 잡동사니를 타타르가 왜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들의 가치는 라크락의 생각과 달랐다.
얼마 전 회의를 위해 자동성에서 온 휘경이 진주를 보고 감탄을 한 것이다.
“그 물건이 가치가 있나?”
“있다마다요. 이렇게 둥글고 광택이 나는 건 처음 보는데요. 대륙 중앙엔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물건은 비싸게 팔리거든요. 이게 얼마나 있다고요?”
“세 주머니 정도 가득.”
“…뭐라고요?”
휘경이 가격을 말하자 라크락은 타타르가 한 번 거래에서 열 배에서 스무 배 정도 이득을 보았다고 판단했다.
배 또한 라크락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라크락은 배를 직접 보고 싶었기에 오라즌으로 가져오라고 명령했고, 타타르는 배에 아스타시디안 선원과 뱃일을 배운 전사들을 태워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도록 명령했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한다지만 첫 항해인 데다 암초 같은 위험이 있었지만 배는 무사히 오라즌까지 항해를 마쳤다.
배를 보고 라크락은 타타르가 거래 한 번으로 얻은 이득을 수정해야 했다.
‘백 배는 넘게 이득을 봤군.’
늘 땅 위에서 살아왔던 라크락이지만, 바다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쭉 바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땅끝에는 바다가 있었다. 따라서 모든 땅은 바다를 접하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이 배는 강을 거슬러 오르기도 편해 보인다.’
배는 걷는 것보다 빨랐고 코카투나 말을 이용하는 것보다 많은 짐을 실어 나를 수 있었다.
라크락은 배가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오라즌의 해안에서 즉시 배를 똑같이 제작해 보도록 했다.
그런 라크락에게 또 마가넨의 심부름꾼이 올라온 것이었다.
라크락은 타타르가 또 어떤 거래를 해냈나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거래가 아니었다.
기묘한 요구였다.
“그 가재들이 비단에 도장을 찍어 달라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