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
006화
리자드맨 뷰에는 자신의 부족과 습지에서 오랜 시간 군림하였다.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거체였던 그는 다른 리자드맨들조차 겁에 질릴 포악한 성질을 겸비해 다른 리자드맨들을 온순하게 복종하도록 만드는 재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이었다면 뷰에가 ‘푸른 거죽’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부족에서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거칠고 사납기만 해서는 300명이나 되는 거대한 부족의 부족장 자격을 얻기 어렵다.
뷰에는 산수를 잘했다.
이를테면 300명의 리자드맨은 반나절 정도면 돌 수 있는 작은 습지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300명이 아닌 310명, 320명이 되면 그렇지 않다.
습지는 조금씩 소진된다.
뿌리 식물을 모두 파먹고, 작은 동물들을 모두 사냥하고, 이윽고 나무 껍데기까지 벗겨 먹을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때문에 뷰에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부족에서 약한 것, 병에 걸린 것, 늙은 것을 골라서 땅 밖으로 내쫓았다.
적게는 한 번에 열 명, 많게는 서른 명.
그렇게하면 남은 리자드맨들은 조금의 유예 기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리자드맨들이 순순히 떠나는 법은 없다.
때문에 무리를 내쫓아 보낼 때는 늘 피를 봐야 했다.
그런 순간마다 뷰에를 도운 것은 드레이크 마눈이었다.
뷰에의 또 다른 재능이었다.
뷰에는 젊은 시절 드레이크의 알을 주웠고, 마눈이 태어나는 순간을 보았다.
마눈은 포악하지만 자신에게 먹이를 주며 길러 준 뷰에를 따랐고, 기꺼이 등을 허락했다.
이 사족 보행 도마뱀은 검치호를 우습게 볼 정도로 거대하게 자랐고, 거대한 덩치의 뷰에를 태우고도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언젠가 뷰에가 다른 리자드맨들을 떠나보내라고 결정하기 전에, 뷰에를 공격한 이들이 있었다.
뷰에의 산수를 감당하지 않기 위해선 뷰에가 죽어야만 했으니까.
하지만 5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드레이크 마눈이 뷰에를 지켰고, 뷰에와 마눈은 배신자들을 기꺼이 처단해 냈다.
이후 뷰에는 마눈의 힘으로 자신의 작은 영토를 철저히 지켜 내었다.
뷰에는 황야 밖으로 내쫓은 리자드맨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뷰에는 지금까지 생에 다섯 번 동안 리자드맨들을 나누어 내쫓았고, 그들 중 다시 본 무리는 없었다.
뷰에가 보는 것은 남은 300명의 리자드맨들이었다.
뷰에는 자신의 산수가 부정할 수 없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
풍족하진 않아도 메마르지 않았던 습지는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았다.
오래 살아남은 뷰에로서도 처음 보는 메뚜기 떼였다.
습지의 하늘을 시커멓게 덮어 해를 가릴 만큼 거대한 메뚜기 떼.
처음에는 보기 드물게 배를 든든하게 해 주는 고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길조가 아닌 흉조였다.
메뚜기 떼는 습지의 들풀과 나무를 죄다 갉아먹었고, 그런 들풀과 나무와 조화롭게 살던 다른 동식물들을 말려 죽였다.
메뚜기 떼 몇몇은 약한 리자드맨들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습지의 절반이 사라지는데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이 기이한 일에 더 이상 뷰에의 산수는 통하지 않았다.
뷰에는 자신의 푸른 거죽 무리가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메뚜기 떼가 날아온 반대 방향으로.
자신이 그렇게나 많이 쫓아냈던 리자드맨들이 떠난 그 황야로.
─┼
라크락은 뷰에를 알아보았다.
부족에게서 떠밀려 나올 당시와 크게 달라 보이진 않았다.
뷰에의 키는 2미터 50센티미터를 넘는, 다른 리자드맨이 어린아이로 보일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뷰에의 강점은 단순히 큰 덩치뿐만이 아니었다.
“드레이크 마눈… 더 커졌나?”
뷰에는 드레이크 마눈 위에 올라타 있었다.
비록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드레이크라면 이 황야에서 적대자를 찾아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평범한 리자드맨 무리라면 서른, 아니 쉰 마리가 덤벼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자올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기어코 저 도마뱀이 푸른 거죽의 습지를 다 뜯어먹은 모양이군요.”
“그건 모를 일이지. 언젠가는 그리 되었겠지만.”
라크락은 푸른 거죽의 무리에 있을 때에도 저 마눈이 너무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저 스스로 사냥해서 음식을 구하긴 해도, 황야에는 먹을 음식이 그리 많지 않다.
저 드레이크가 없었더라면 부족은 약자들을 내보내지 않고 더 오래 유지할 수도 있을 터였다.
뷰에는 드레이크를 손에 두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다른 리자드맨들을 황야로 내쫓았던 것이다.
“지금도 저 혼자 살쪘군. 멍청한 욕심쟁이.”
시간이 지나자, 뷰에를 앞서 정찰을 나갔던 유르와 그 친구들이 달려왔다.
라크락이 본 것을 그대로 설명했다.
늙고 뚱뚱한 뷰에와 뷰에가 올라탄 거대한 드레이크 마눈,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300명의 리자드맨들.
뷰에는 이곳 이름 없는 딱정벌레 신의 성역을 보고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자올이 걱정하며 말했다.
“저들이 오면 숲의 생명은 얼마 가지 않아 동날 겁니다.”
“나도 안다.”
“그럼 저들을 내쫓을 겁니까?”
“내쫓길 바라느냐?”
“우리는 힘이 있습니다. 저들의 숫자는 많고 강대한 드레이크 마눈도 있다지만, 이름 없는 딱정벌레 신의 가호 아래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내 생각에, 저들은 분명 신께서 보내셨다.”
“예? 신께서 저희를 왜 시험에 들게 합니까?”
“우리는 버림받았지만, 구원받았다. 저 무리가 모두 움직인 걸 보면, 저들 또한 마찬가지다. 저들은 땅에게서 버림받았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저들을 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이름 없는 딱정벌레 신의 위명을 더 많은 이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당연히 내쫓는 것보다 복속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더 이상 싸울 자들이 없으면 저들은 분열하며 도망치겠지.
하지만 숫자는 저쪽이 더 많고, 도망치는 모두를 굴종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감히 신의 뜻을 헤아리지 않겠다. 행할 수 있는 바를 행할 뿐.”
─┼
성운은 라크락과 자올의 대화를 들으며 흥미를 느꼈다.
‘내가 원한 의도를 다 알고 있잖아?’
반대로 말하자면 성운이 라크락을 완전히 컨트롤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의지력이 높은 개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긴 했지.’
의지력이 높다는 건 개별적인 행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통제 밖의 행동을 한다면 곤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의지 자체는 무언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통제 밖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좋은 행동을 내놓기도 하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이 생리적으로 마음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았다.
성운은 달랐다.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해서 항상 플레이어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지는 않아. 그 의지력을 내가 원하는 방면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단순히 조종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내 뜻을 펼치게 되는 거지.’
어쨌든 성운이 바라는 것이 바로 부족을 합치는 것이었다.
라크락의 부족은 성운을 통해 강해졌지만, 기술 수준은 낮다.
이미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푸른 거죽 부족은 성운이 좋다고 판단하는 기술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술이 향후 부족 전체를 먹여 살리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요소로 쓰일 예정이었다.
‘결국은 라크락의 부족이 푸른 거죽 부족을 피해 없이 집어삼켜야 한단 말이지.’
성운이 내려다보니 라크락은 부관이라고 할 만한 자올, 그리고 라크락을 제외하면 젊고 강건한 정예 전투원인 유르와 친구들만을 데리고 뷰에에게 접근했다.
언덕 아래에 대기한 뷰에는 정지한 다음 이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늙은 뷰에는 마눈을 끌고 앞으로 나와 라크락에게 말했다.
뷰에는 이 검은 리자드맨들이 과거에 자신이 내쫓은 무리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어린 리자드맨, 너는 여기 사느냐?”
“그렇다.”
“이 위에 무엇이 있지?”
“수풀과 나무. 사냥감.”
뷰에는 자신의 많은 무리에 겁에 질려 순순히 답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잘됐구나. 우리는 허기지다. 너희가 이 언덕을 떠난다면 우리는 공격하지 않겠다.”
“여긴 우리의 땅이다.”
“그래서? 떠나지 않겠다는 건가?”
“우리는 전사다. 우리는 땅을 지킨다.”
“너희는 이길 수 없다. 얼마나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희 앞에 있는 우리만으로 막을 수 있다.”
그 말에 뷰에는 컥컥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넌 산수를 모르는구나.”
“너는 신을 모르는군.”
뷰에가 그 말에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신?”
“지금 무릎을 꿇고 나에게 굴종하라. 그럼 나는 신의 뜻대로 너희를 살펴 배불리라.”
“미치광이군. 죽어라.”
뷰에는 그렇게 말하며 드레이크 마눈의 허리를 발로 쳤다.
마눈의 눈동자가 희번덕 빛나며 라크락에게 달려들었다.
라크락이 창을 꼬나 쥐었다.
성운은 위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신이 된 이후로 시간의 흐름은 성운에게 그리 다급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드레이크 마눈이 라크락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단지, 라크락이 이 정도로 믿음을 보내 준다면 그에 맞는 결과를 보여 주고 싶단 생각이었다.
팝업이 하나 떠 있다.
「문명 충돌!」
「서로 다르게 분화된 두 부족이 접촉했습니다. 두 부족 모두 경험치가 크게 오릅니다.」
성운은 팝업을 끄고, 자신의 상태창을 체크했다.
「신성 레벨」
「4」
「신앙」
「482/500」
「소영역:벌레」
「Lv. 3」
이번 전투를 위해 신앙을 조금 모아 뒀고, 메뚜기 떼를 컨트롤하는 동안 벌레의 소영역이 성장한 편이었다.
‘그리고…’
아래로 두 개의 리자드맨 부족이 접촉하며 드러난 새로운 능력치가 드러났다.
「당신은 하나의 부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제 이들 부족은 당신의 영역에 속합니다.」
「영역:리자드맨」
「Lv. 1」
로스트 월드에선 게임 시작 시 최초의 소영역을 얻은 이후, 행동 여하에 따라 여러 가지 영역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단지 그 소영역을 얻기 전까지 표기가 안 되기 때문에 답답한 측면이 있지만, 성운은 경험상 이쯤하면 리자드맨을 영역으로 넣을 수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이걸 얻지 못했다면, 피해 없이 승리하긴 불가능하겠지.’
종족의 영역은 다른 소영역과 달리 극적인 효과를 만들 수는 없었다.
이를테면 벌레의 소영역은 허공에서 벌레를 창조해 낼 수 있지만, 리저드맨의 소영역이 있다고 해서 리자드맨을 맨땅에서 창조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역이 쓸모가 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로스트 월드에서 초반 빌드는 이 종족의 소영역을 얼마나 빠르게 얻느냐로 갈리는 편이었다.
종족의 영역은 단순하고, 강하다.
‘그 말인 즉…’
「이제부터 스킬 ‘강신(降神)’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성운은 ‘네’를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