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62
062화
성운=라크락의 창날이 룬다=유베이를 노렸다.
“…미친!”
룬다는 갑작스럽게 나타는 성운=라크락을 뒤늦게 발견했다.
급하게 피하려고 했지만, 성운=라크락이 더 빨랐다.
성운이 라크락의 몸으로 창날을 허공에서 내던졌다.
-콰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룬다=유베이는 펄쩍 뛰어올랐지만, 왼쪽 어깨 위로 창날이 스쳤다.
신이 깃든 몸은 강철보다도 단단한 강도지만, 동급, 아니 그 이상의 힘이 깃든 투창에는 어쩔 수 없었다.
“아악!”
룬다=유베이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깨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신 님!
시궁쥐 네지가 펄쩍 뛰어올라 이제 막 바닥에 착지한 성운=라크락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라티스가 허공에서 네지의 살가죽을 움켜쥐고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굉음이 멀리 퍼져 나갔다.
후퇴하는 르나르의 군대와, 돌격해 오는 리자드맨의 군대 모두에게 들려올 정도였다.
대지의 진동 때문에 큰족제비와 코카투들이 웅성거렸다.
성운이 생각했다.
‘창조물부터 먼저 죽여야겠다. 파지직. 내 힘을 빌려주마.’
-때를 말하십시오.
성운=라크락의 등 뒤로 파지직이 떠올랐다.
신에게 편입된 마성의 정령은 개체에게 힘을 내려 줄 수도 있지만, 다른 재주도 있었다.
신이 신앙 자원을 빌려준다면, 그 자원에 비례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성운=라크락이 뒤집어진 네지를 가리켰다.
‘구워라.’
-신의 뜻대로.
즉시 허공에서 벼락이 내리쳤다.
-콰광!
전류가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고 열풍이 황야를 휘감았다.
네지는 번개를 맞은 옆구리가 검게 타 버리고 입에서 침을 뚝 흘렸지만 몸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한 번의 벼락만으로는 신의 창조물을 멈출 수 없었다.
-서, 설사 신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으로는 나를 멈출 수…
“흥.”
다음 순간 하늘이 찢어졌다.
수십 개로 갈라진 번개가 하나의 점을 향해 내리꽂혔다.
바로 시궁쥐 네지의 정수리로.
“네지!”
-으그그그그극!
시궁쥐 네지가 순간 빛덩이로 변했다가, 쓰러졌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네지는 시커먼 숯덩이로 변해 있었다.
“이 망할 놈이…”
욕을 내뱉던 룬다=유베이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네지에게 들이닥쳤던 번개가 자신에게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신의 힘을 지닌 육체는 날렵할 뿐만 아니라 신과 같은 감지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룬다=유베이가 황야를 갈지자로 내달리자, 지나간 자리에 뒤늦게 번개가 꽂혔다.
룬다가 생각했다.
‘…안 되겠다. 강신을 해제해야겠어.’
룬다는 강신 스킬을 해제했다.
다만 강신 스킬은 스킬을 사용할 때도, 해제할 때도 딜레이가 있었다.
상태창이 떠올랐다.
「10초 뒤, 강신이 해제됩니다.」
룬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강신을 유지한 상태로 죽게 되면 추가 페널티를 받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베이를 살릴 방법은 없었다.
‘네지가 죽는 걸로 벌써 1레벨은 떨어졌나? …하지만 내가 강신한 상태로만 죽지 않으면 다음 레벨로 떨어지진 않을 거야.‘
「9초 뒤, 강신이 해제됩니다.」
룬다는 자신의 종족에게 더 없는 결실의 신이라 불린다.
룬다가 얻은 최초의 소영역은 바로 ‘열매’.
룬다=유베이는 수풀을 훑어 존재하지 않는 열매를 찾아냈다.
붉고 윤기가 도는 탐스러운 열매로, 그것을 곧장 입에 넣었다.
와작 소리와 동시에 룬다=유베이의 상처가 치유되었다.
‘좋아, 이제 7초만 버티면… 응?’
다가오던 스라티스와 성운=라크락을 바라보던 룬다는 시야를 가리는 검은 벽에 당황했다.
시야를 돌리자, 여전히 새카만 벽이 있었고, 그 벽은 곧 하늘을 가렸다.
벽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벌레!’
하늘을 뒤덮는 딱정벌레 떼였다.
딱정벌레의 벽은 삽시간에 다가와 룬다=유베이를 덮쳤다.
룬다=유베이는 주먹과 칼로 딱정벌레들을 후려치면서 물러났다.
「5초 뒤, 강신이 해제됩니다.」
‘이것들은 공격용이 아니야. 시야를 가리기 위해서다. 이대로 있으면 죽어!’
다행히 룬다=유베이의 눈에, 무수한 딱정벌레 사이로 스라티스의 그림자가 보였다.
스라티스는 거체를 움직여 룬다=유베이를 향해 낫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발을 내려찍고 있었다.
「3초 뒤, 강신이 해제됩니다.」
‘저 공격만 피하면…!’
룬다=유베이는 전력을 다해 지면을 박찼다.
스라티스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간 유베이의 몸은, 생각과 달리 딱정벌레의 그림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여기 있었군.”
성운=라크락의 손아귀가 룬다=유베이의 목을 쥐었다.
「1초 뒤, 강신이 해제됩니다.」
“…아.”
성운=라크락이 목을 움켜 쥐엇다.
-와직.
유베이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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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라티스를 소환하고, 동시에 강신을 했으며, 마성의 정령을 통해 번개를 비처럼 뿌리고, 대량의 딱정벌레 떼 소환까지.
성운은 한 번의 전투에 신앙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덕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라크락은 강신이 해제된 뒤, 자신을 따라온 코카트리스에 올라타 기병을 이끌고 르나르의 후위를 공격했다.
르나르의 왕 하티는 자신의 신이 패배했다는 걸 알면서도, 이성적인 선택을 취했다.
적을 막을 최소한의 병력을 남기고 도주하는 것이다.
하티는 배탈이 나는 바람에 제대로 싸울 수 없는 보병들을 남기고 도주했고, 그 이후로도 조금이라도 전투가 유리할 수 있는 지형이 나타나면 병력들을 남겨 두고 후퇴를 반복했다.
하루 만에 르나르의 1100명의 군사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200으로 줄어들었다.
기병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사를 잃은 것이었다.
반면 라크락의 군대는 사실상의 패잔병을 상대했고 병사를 거의 잃지 않았다.
르나르의 병사 200은 유격전을 위해 겨우 자신들의 고향으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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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다는 자신의 추락한 레벨을 확인했다.
「신성 레벨: 5」
‘9에서 5까지 떨어지다니.’
많이 떨어져도 7일 거라고 짐작했던 룬다에겐 이 한 자리 숫자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크람푸스가 화상 채팅으로 말을 걸어왔다.
“룬다 님? 듣고 있어요?”
“네? 네.”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7이요.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진…”
적당히 거짓말을 하려던 룬다에게 크람푸스가 말했다.
“이런, 많이 떨어졌네요.”
“…그, 그렇죠?”
“그 정도면 신앙이 모자라서 내정 관리가 어렵겠어요.”
“아뇨. …아슬아슬하게 괜찮아요.”
룬다는 표정이 드러나질 않길 바라며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신성 레벨이 높으면, 지속해서 사용하게 되는 기적이나 창조물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모하게 되는 신앙이 존재하는 법이다.
룬다는 레벨이 다운되면서 이번 해에는 열매를 맺게 하는 기적으로 만들어 냈던 르나르의 과수원들이 모두 황폐화될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열매를 통해 얻어 들이던 수익도 사라질 것이며, 르나르들은 굶주리고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릴 터였다.
게다가 제사장인 유베이도 죽었다.
젊은 유베이는 늙은 왕 하티 이후에 나라를 이끌 다음 세대였다.
내정 관리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야 했다.
이걸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전투는 포기하고 신앙과 경험치를 얻기 위한 계획을 짜야 했다.
‘절대 이 사실이 들통나서는 안 돼.’
네뷸라는 물론이고, 적대하고 있는 다른 세 종족, 여기에 더해 크람푸스에게도 들켜서는 안 될 정보였다.
크람푸스는 동맹이라 해도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사이였다.
크람푸스는 룬다의 세력이 생각보다 더 약해졌다는 걸 알면 태도를 바꿀지도 몰랐다.
룬다가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말했다.
“그나저나 사티로스들은 공격을 위해 이동하고 있나요?”
“네.”
크람푸스는 지도를 확인하며 말했다.
“배신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동을 시작했으니, 내일 모레면 국경 마을에 도착할 겁니다. 여기서 다시 나흘을 가면 자동성이죠.”
“더 빨리 도착할 수는 없죠?”
“음. 자동성은 텅 비어 있을 테니 기병들로만 공격해도 될 겁니다. 그게 낫겠네요. 파브에게 그렇게 하라고 암시를 줘야겠습니다. 그럼 국경 마을에서 말을 바꿔 타고 기병 150명 정도가 하루 하고 반나절이면 자동성을 공격할 수 있겠죠.”
“좋네요. 제가 리자드맨들을 이틀하고 반나절만 붙잡고 있으면 된단 이야기죠?”
“예.”
룬다는 르나르들의 유격전에 기대를 걸어 볼 생각이었다.
보병들은 전멸했지만 고급 병종인 기병들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르나르의 큰족제비 기병은 다른 기병들과 달리 길이 아닌 지형에서도 부담 없이 날렵하게 움직였다.
리자드맨들의 발을 약속한 기간까지만 묶어 둔다면 수가 생겼다.
‘그때쯤이면 나도 신앙이 조금 생길 거야. 그걸로 다시 강신을 하면 리자드맨 군대와 붙어 볼 만해져. 네뷸라는 자신의 부대를 싸우기 위한 싸움보다 자동성을 보호하기 위한 싸움에 주력할 테고.’
그 반대라면 성운은 자동성을 내줘야 할 텐데, 룬다는 그럴 확률이 낮다고 보았다.
리자드맨 부대는 신의 지원이 있어도 유격전을 벌이는 르나르들을 일격에 격퇴하긴 힘들다.
반면에 자동성은 신앙을 투자한 만큼 막을 확률이 올라간다.
‘네뷸라가 신앙을 엄청나게 소비한 건 사실이야. 둘 중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룬다는 가급적이면 그렇게 되길 희망했다.
‘나 혼자 망하면 안 돼!’
크람푸스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레벨 차이가 극적으로 난다면 플레이어의 관계가 대등할 수 없다. 룬다는 그 사실이 싫었다.
그런 이유로 룬다는 자신의 패배를 축소해서 말했고, 네뷸라에 대해서도 전투에 자신이 없어서 나름 계책을 짰다는 둥의 이야기를 해 두었다.
하지만 룬다의 희망 또한 헛된 꿈이 되었다.
“어?”
크람푸스가 얼빠진 소릴 내자 룬다가 되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발을 묶어 두는 거 아니었어요?”
“네? 네. 그렇죠.”
크람푸스는 의아하다는 듯 화면을 띄웠다.
사티로스의 왕 파브가 보고를 받고 있는 장면이었다.
보고의 내용은, 리자드맨 군대가 사티로스를 향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룬다는 문제를 알아차렸다.
병사를 너무 많이 잃었기에 리자드맨들이 르나르들의 전선을 뚫어 버린 것이다.
아니, 그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엘다르가 준 잘못된 정보 덕분에, 리자드맨 군대가 너무 빨리 등장했다.
그래서 흑린의 국경 안에서 일어날 거라 생각했던 싸움은 르나르의 영토에서, 이제는 사티로스의 영토에서 일어날 판국이었다.
크람푸스가 말했다.
“…이건 안 되겠네요. 놈들이 아마 국경 마을로 가는 거 같아요. 여긴 제대로 된 성곽도 없으니 리자드맨을 못 막습니다. 국경 마을을 내주더라도 사티로스 군대를 돌려세워서 수도에서 진을 쳐야겠어요.”
크람푸스는 충분히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룬다는 사티로스의 수도 데이머릿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있었다.
스라티스는 강력한 창조물이다.
이런 창조물은 그 자체로 공성 병기의 역할을 한다.
성벽이 무너지면 다음은 그야말로 순수한 힘의 싸움.
‘사티로스의 병력은 겨우 800이야. 동수라도 불리한데, 리자드맨 군대는 1700, 두 배 이상의 차이.’
네뷸라와 한 번 싸워 본 룬다는 크람푸스가 필시 패배하리란 걸 알았다.
‘아니, 오히려 잘됐어. 이건 기회야. 망하도록 두자.’
생각보다 시기가 앞당겨졌지만, 지금 타이밍이 새로운 동맹을 찾을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르나르는 외교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었다.
‘역시 다음 동맹은 위즈덤이 좋겠지. 괴팍한 성격이긴 해도 이성적이니까, 재물을 넘겨주면 최소한의 보호는 해 줄 거야.’
룬다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크람푸스가 말했다.
“그럼, 동맹의 지원을 좀 받읍시다. 룬다 님, 병력을 이끌고 좀 내려와 주세요. 놈들이 공성을 시작할 때 양쪽으로 습격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아, 그보다는 제 병력이 자동성을 공격하면 어떨까요?”
“이중 전선을 펼치기엔 시간이 안 맞지 않나요?”
“…그렇겠네요.”
룬다는 인상을 쓰지 않기 위해 검지로 미간을 살짝 눌렀다.
당장 크람푸스를 돕지 않으면 수상하게 여겨질 테고, 그렇다고 돕게 되면 얼마 없는 병력도 잃게 된다.
중간에 내려가는 척하면서 공격을 하지 않게 하면 좋겠지만, 신이 제사장에게 내리는 계시는 일관성이 있어야 했다.
룬다는 이미 배신을 생각했지만, 르나르들은 사티로스들을 여전히 동맹 관계로 생각할 테니 생기는 오류였다.
‘젠장, 어떻게 하지?’
크람푸스가 룬다의 고민을 증폭시켰다.
“근데 그 아이디어도 좋은 거 같네요. 자동성을 공격한다는 거. 어차피 비어 있으니 적은 숫자만으로 공략이 가능하잖아요? 기병은 자동성으로 보내고 보병만 절 지원하면 어떨까요?”
룬다는 당황해서 말실수를 했다.
“그러기엔 제 병력이 부족해서…”
“네? 병력 5백이 있다면서요?”
“…아. 그렇죠.”
“어차피 적도 4백 정도 줄여서 1천 3백 정도라고 했고. 르나르 보병 3백에 제 사티로스 8백. 수성전을 하는데 숫자가 엇비슷하니 틀림없이 이길 수 있어요.”
“…음.”
“게다가 룬다 님은 네뷸라의 창조물도 죽였다고 했으니 성벽도 안전하겠죠.”
룬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
그래도 룬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거짓말이 들통날 쯤에는, 크람푸스와 동맹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것 또한 룬다의 착각이었다.
크람푸스는 상태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또 뭐예요?”
“귓속말 요청이에요.”
“누군데요?”
“네뷸라요.”
“잠깐, 받지 마세…”
룬다가 말리려고 했지만 크람푸스는 이미 귓속말을 받아들인 뒤였다.
네뷸라, 성운이 말했다.
“슬슬 항복할 생각이 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