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76
076화
강림.
플레이어의 사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플레이어를 돕는다.
그중 강림은 가장 직접적으로 플레이어를 돕는 스킬이다.
‘네’를 누르려던 성운은 다시 냉철해졌다.
‘라크락이 사도가 된 건 좋지만, 그냥 복수를 하겠다는 이유로 내려 보낼 수는 없어.’
성운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도 라크락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뭐야?’
성운은 눈을 껌뻑였다.
‘강하잖아?’
승천한 사도는 생전의 명성과 여러 호칭을 능력치와 스킬에 반영하게 된다.
‘사도가 된다는 건 그야말로 이야기 속의 존재가 된다는 말이니까.’
성운은 라크락의 강림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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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즐은 비탈 아래로 병력을 내려다 보냈다.
퀘즐 자신이 마지막이었다.
라크락의 희생 덕분에 모두가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올에게 라크락의 죽음을 이야기해야 한단 사실에 마음이 미어졌다.
자올은 무던한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정말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내면을 갈무리하는 솜씨가 훌륭할 뿐.
그럼에도 퀘즐은 라크락의 최후가, 향후 리자드맨들뿐만 아니라 흑린의 모든 백성들, 어쩌면 이 대륙 전체의 사람들에게 지표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도덕률.
‘지금까지 대륙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 귀한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싸웠다. 앞으로도 그런 사람이 사라지진 않겠지. 하지만 라크락 님이 이 대륙에 남긴 거대한 흔적 또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퀘즐은 아쉽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저 악신을 완전히 물리치지 못했구나.’
그때, 마치 하늘이 퀘즐의 한탄에 대답을 하는 듯, “우르릉”하고 대기를 흔들었다.
그 소리에 퀘즐이 고개를 들었다.
퀘즐만이 아니라 리자드맨들, 그리고 뱀파이어 노예들과 뱀파이어, 심지어 악신 癤우삤瑜쇰씪 마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보이는 마른하늘이기에 천둥이 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癤우삤瑜쇰씪는 그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癤우삤瑜쇰씪는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주춤하며 물러나더니 들고 있는 무기들을 치켜세우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공세를 취했다.
퀘즐을 포함한 필멸자들 모두가 의아하게 여겼다.
‘…뭘 노리는 거지?’
악신이 바라보는 곳은 산성도 아니며, 리자드맨도, 뱀파이어 노예나 뱀파이어도 아니었다.
바로 그 정체가 밝혀졌다.
-콰광!
거대한 빛줄기가 내리쳤다.
그리고 빛이 잦아들기도 전에 癤우삤瑜쇰씪가 망치로 빛이 떨어진 자리를 내리쳤다.
이상하게도 망치는 지면에 닿지 못했다.
망치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고, 癤우삤瑜쇰씪의 거대한 육체가 휘청거렸다.
-너… 이놈…!
이제서야 모두의 눈에 癤우삤瑜쇰씪가 공격하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검은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이었다.
강건한 육체에 무구를 갖춘 전사였지만,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선 끊임없이 푸른 번개가 튕기고 있었고 대지는 그 힘이 닿을 때마다 파직 파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분명 구분할 수 없는 먼 거리인데도 날카로운 눈매 안의 금색 눈동자가 빛났고, 머리 위로 마찬가지의 금빛 후광이 왕관처럼 맴돌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라크락!”
퀘즐이, 그리고 라크락의 희생에 구원받은 목숨들이 그 이름을 외쳤다.
라크락의 손에는 금으로 만든 아름다운 조형의 창이 들려 있었다.
癤우삤瑜쇰씪는 라크락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듯했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라크락은 癤우삤瑜쇰씪의 분노를 무시하고 몸을 비틀고,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힌다.
癤우삤瑜쇰씪가 칼을 내리쳤다.
하지만 라크락이 더 빨랐다.
라크락은 지면을 두 다리로 쳐 내며 癤우삤瑜쇰씪의 어깨로 쏘아졌다.
-쾅!
라크락의 궤적이 그 자체로 하나의 번개가 되어, 癤우삤瑜쇰씪의 어깨를 꿰뚫었다.
-…!
단순히 癤우삤瑜쇰씪를 어깨를 관통한 것이 아니다.
癤우삤瑜쇰씪의 몸에 1미터는 될 법한 새카만 구멍을 남겼다.
-어떻게, 이런 일이…!
癤우삤瑜쇰씪는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죽기 전까지 라크락은 癤우삤瑜쇰씪에게 제대로 된 상처도 남기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성운은 라크락의 능력치를 알고 있었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라크락(전사 Lv.6/왕 Lv.6/사도 Lv.13)
힘 167(+d13)
지능 155(+d13)
사회성 132(+d13)
의지 287
지도력 115
속임수 82
인내 74
(…)』
제사장 레벨이 모두 사도 레벨로 전환되며 능력치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뻥튀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능력치는 현신한 癤우삤瑜쇰씪의 능력치보다 낮았다.
癤우삤瑜쇰씪의 신성 레벨은 16, 즉 거대화된 신체에서 나오는 힘을 제외하고도 d로 표기되는 신성력이 3이나 더 높다.
이것만으로는 라크락이 癤우삤瑜쇰씪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긴 해도, 이기긴 힘들 것이다.
‘그래. 이 능력치는 사도가 가지게 된 힘의 일부일 뿐이야.’
사도의 진정한 힘은 스킬에 있었다.
『(…)
무구 창조: 자신만의 무구를 만들어 낸다. 무구의 레벨은 사도의 레벨과 같다.
거수 사냥꾼: 자신보다 거대한 적을 상대할 때 힘+d4.
천둥 도마뱀: 신앙을 소모해 전기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자세히 보기).
첫 번째 선택받은 자: 현재 신앙 자원에 비례해 능력치가 추가 상승한다.
검은 비늘 대족장: ‘검은 비늘 리자드맨’을 대상으로 추가 사회성+d4.
흑린의 왕: 국가 ‘흑린’ 출신의 사람에게 추가 사회성+d4.
길을 여는 자: ‘라크락’이라는 이름을 아는 이에게 추가 사회성+d4』
라크락이 얻은 호칭들이 반영된 고유한 스킬들.
‘처음에 망치를 튕겨 낼 수 있었던 건 거수 사냥꾼이란 스킬 덕분이었지.’
癤우삤瑜쇰씪는 활을 들고 다시 시위에 화살을 먹였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관통하고 날아간, 허공의 라크락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하지만 라크락도 단순히 추락 중인 게 아니었다.
라크락이 손을 뻗자, 허공에서 금빛 활이 만들어졌다.
‘무구 창조 스킬.’
라크락은 ‘빈 시위’를 당겼다.
‘…거기에 천둥 도마뱀, 인가.’
라크락이 빈 시위를 당기자 허공의 전류들이 모이며 화살이라는 구체적인 형상으로 변했다.
-…죽어라!
癤우삤瑜쇰씪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라크락의 몸을 그대로 짓뭉갤 만한 크기의 화살이었다.
라크락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시위를 최대로 당겼다가, 놓았다.
-콰가가가광!
고압의 전기에 대기가 터져 나갈 듯한 굉음을 냈다.
활을 떠난 빛줄기가 癤우삤瑜쇰씪의 화살을 그대로 증발시켰다.
그 번개는 癤우삤瑜쇰씪의 옆구리까지 닿았다.
-…커헉!
癤우삤瑜쇰씪는 한 손으로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내가, 갓… 신성을 얻은, 사도 따위에게…
순간 라크락의 몸이 또 번개로 변하며 癤우삤瑜쇰씪에게 쏘아졌다.
癤우삤瑜쇰씪의 신성력 또한 결코 무시 못 할 수준.
癤우삤瑜쇰씪의 창날이 달려드는 라크락을 찔렀다.
-…당할 것 같은가!
라크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癤우삤瑜쇰씪가 찔러 넣은 창대 위에서 가볍게 미끄러졌다.
라크락은 그대로 癤우삤瑜쇰씪의 창대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놈!
癤우삤瑜쇰씪이 창을 거두는 순간, 라크락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어림잡아도 한 번의 도약으로 이백 미터는 넘었다.
癤우삤瑜쇰씪는 고개를 치켜들며 라크락을 올려다봤다.
‘검은 비늘 대족장, 흑린의 왕, 길을 여는 자 모두 특정한 집단을 대상으로 라크락의 사회성을 대폭 상승시키는 스킬.’
라크락이 두 손으로 창을 쥐고, 다시 일렁거리며 푸른빛으로 변했다.
‘여기에 스킬 첫 번째 선택받은 자는 신앙 자원에 비례해 능력치를 추가 상승시킨다.’
라크락이 癤우삤瑜쇰씪의 미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癤우삤瑜쇰씪의 무기들 또한 빛으로 변한 라크락을 향했다.
‘라크락이 얻는 신앙은, 그 자신의 사회성, 즉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하지. 라크락에 대한 기도가 쌓일수록 라크락은 강해진다.’
그리고 신화 속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는 모두가, 라크락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누군가 외쳤다.
“라크락! 악을 멸하소서!”
그 뜻대로, 푸른빛이 악신을 꿰뚫었다.
─┼
癤우삤瑜쇰씪의 현신이 반으로 짜갈라졌다.
악신의 시체는 곧 떠오르는 햇빛을 받자 재 가루가 되었고, 비탈을 타고 올라가는 바람에 흩어져 하늘로 사라졌다.
저 지평선에 걸친 산란된 붉은 여명에 사람들이 하나둘 라크락을 바라보았다.
비탈 가운데 선 라크락은, 작은 바위 위에 다리 하나를 올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크락의 시선은 뱀파이어와, 뱀파이어의 노예들, 그리고 자신의 전사들에게 향했다.
퀘즐은 멍하니 있다가 라크락을 향해 달렸다.
“라크락 님! 왕이시여!”
퀘즐이 달려오자, 라크락은 미소를 지었다.
퀘즐은 라크락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절했다.
라크락이 말했다.
-퀘즐.
“예, 말씀하시지요.”
-난 이제 떠나야 한다.
퀘즐은 고개를 들었다.
“안 됩니다. 기껏 돌아오셨는데, 다시 가시다니요?”
-이는 하늘의 법도다.
“하지만 궁에 돌아가 마지막 인사라도 하셔야…”
-어허!
라크락이 호통 쳤다.
-너는 하늘이 우스우냐?
퀘즐은 입을 다물었다.
라크락의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퀘즐은 눈물 때문에 아른거려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라크락은 들고 있던 창에 癤우삤瑜쇰씪 죽이고 남은 신앙 자원을 소모했다.
겉보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시스템적으로 그 창은 사도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구가 아니라, 필멸자도 쓸 수 있는 무구가 되었다.
-이 창을 받으라.
“이건…”
라크락이 창을 내밀자, 퀘즐은 두 손으로 창을 받았다.
-흑린에 악신을 죽인 창을 남기겠다. 이는 신물이니 귀히 다루어야 한다.
“물론입니다. 나라의 보물로 삼고 위기가 닥칠 때 사용하겠습니다.”
라크락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내 비록 떠나가도, 신의 사도로서 흑린을 지킬 것이다.
“이 땅에 라크락의 이름이 잊히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퀘즐.
“예?”
라크락이 퀘즐의 어깨를 두드렸다.
-넌 이미 이해했을 것이다.
그 말에 퀘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퀘즐은 물론, 알고 있었다.
라크락이 보여 준 신념은 모든 리자드맨과 흑린의 백성들에게 끝없이 회자될 터였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오웬이 라크락의 이야기를 전한다면, 퀘즐 자신은 라크락의 신념이 무엇인지 기록할 생각이었다.
라크락은 퀘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남은 일을 부탁한다.
퀘즐은 감히 목이 메여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주억였다.
“예, 물론, 그러겠습니다.”
퀘즐이 코를 훌쩍이며 겨우 눈물을 훔쳐 냈을 때, 그 자리에 라크락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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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년의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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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왕(安平王) 23년, 흑린의 오라즌.
궁 한쪽, 왕족과 귀족들이 사용하는 제2 서고에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리자드맨이었다.
인간은 안뜰을 내다보다가, 리자드맨을 돌아보았다.
“그러니… 자네 말은 이건가? 셋째 왕자님이 세자 자리를 받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