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81
081화
“저를 큰형님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예?”
“저는 코카투를 탈 줄 모르니 수렵대신께서 저를 함께 태워 데려 달란 말입니다.”
데아닌은 카일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됩니다. 한시가 급한 이때 왕자님을 신경 써 드릴 수는 없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데아닌. 저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카일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데아닌을 올려다보았다.
‘야천께서 바센 왕자님을 노리는 와중에, 이 수렵대신이 바센 왕자를 그냥 보내 주었다고 협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니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데아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그게 아니구나.’
데아닌은 이제서야 숨을 완전히 고르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왜일까요?”
“만약 야천께서 정말로 첫째 왕자님을 노린다면, 그 이유는 다른 왕자에게 세자 자리를 주기 위해서겠지요.”
최근에는 야천이 기적을 보이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흑린의 왕가에 야천의 힘이 개입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제 착각이 아니라면, 아마 야천께서는 첫째 왕자님이 아닌 셋째 왕자님에게 세자 자리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오, 수렵대신께선 그리 생각하시는 모양이지요?”
데아닌은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으나, 카일이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아무튼 야천께서 아무리 마눈을 잘 유인하더라도, 제가 큰형님 옆에 붙어 있는다면, 큰형님을 해치긴 어려울 겁니다. 마눈의 앞발이나 턱이 그렇게 섬세하진 않을 테니 말입니다. 잘못했다간 한 번에 왕자를 둘이나 잃게 되겠지요.”
“네,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사실 데아닌은 그런 식으로 야천의 뜻을 거슬러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했지만, 이것저것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니, 야천께서는 오히려 기뻐하실 지도 모른다. 신의 뜻을 이렇게 잘 읽어 내는 왕자가 있으니. 어차피 이번에만 기회가 있겠나? 사람이 살고자 노력하는데 그걸 탓하실 리가 없지.’
데아닌이 말했다.
“그럼 빨리 수렵대에 다녀왔다가 코카투들을 끌고 오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지요. 그래도 큰형님이 떠난 건 방금 전이니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데아닌은 제발 그 말이 사실이길 바랐다.
─┼
“왕자님, 아마 이쪽인 것 같습니다.”
“‘아마’라고? 이래서야 눈을 감고서라도 쫓을 수 있겠는데.”
첫째 왕자 바센은 피식 웃었다.
마눈의 몸길이는 25미터에 이르지만 산 속의 나무들은 마눈의 어깨 높이보다 훨씬 크다.
선산이라지만 산맥은 이어져서 저 자동성을 넘어 대륙 중앙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깊은 산세다.
마눈이 산중에 툭 떨어져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산속에서 마눈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마눈은 어디에 그런 활력이 있었던 것인지 여기저기 난장을 피우며 자신이 지나간 흔적을 남겨 놓고 있었다.
지나간 자리마다 나무가 부러지고 꼬리가 닿은 자리의 흙이 움푹 패여 모르고 지나치려고 해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바센은 마눈을 이해할 수 있었다.
‘1백 년은 넘게 정원 안에서 살았을 테니 당연하지. 몸이 찌뿌둥했나 보구나, 녀석.’
마눈이 살고 있는 정원은 대단히 넓긴 하지만 마눈에게는 가장자리에서 몇 걸음 걸어가지 않아도 반대편에 닿을 정도이니 비좁아 했을 거라 짐작되었다.
‘그간 참고 있었던 게 기특하다.’
-쩌저적…!
부러지는 소리에 산새들이 날아오르고, 이어 땅을 때리는 굉음이 뒤이었다.
-쿵!
하늘을 보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다 왔나 보군. 생각보다 멀리 가진 않았던 모양이다.”
바센의 생각대로 언덕을 넘어서자 마눈이 보였다.
하지만 마눈은 몸을 똬리 틀고 잠을 자던 중이었는지, 잠결에 제 꼬리가 밀어 부러트린 나무를 힐끗 바라봤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하, 짐승이라고 얕보았더니 뇌룡대왕의 기개가 있긴 하구나.”
하지만 바센을 제외한 다른 사냥 친구들은 마눈이 그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것뿐인데도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술기운에 호기롭게 바센을 따라오긴 했지만 마눈의 거체를 바라보자 뒤늦게 실감이 온 것이다.
“저… 이제 어떻게 합니까, 왕자님?”
“놈을 깨워 궁으로 몰아가야지 않겠느냐?”
그 말에 사냥 친구들의 안색이 굳었다.
하지만 명가의 자제들이다 보니 꾀가 돌아가는 이도 있었다.
“제게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뭐지?”
“놈이 한바탕 신나게 뛰놀다가 지쳐서 곯아떨어진 듯한데, 오는 동안 사냥당한 짐승은 보지 못한 듯합니다. 사슴이나 멧돼지라도 잡아와 유인을 하면 어떨지요.”
“흠, 그거 좋은 생각이군.”
바센이 자신의 사냥 친구들을 향해 돌아서서 말했다.
“난 마눈이 혹시 잠에서 깨어 다른 곳으로 가 버리지 않는지 감시해야겠다. 너희끼리 마눈의 요기가 될 것들을 잡아 와라.”
평소라면 잔심부름으로 생각해 표정이 좋지 못했을 이들도 바센의 말을 반기며 코카투를 보채면서 언덕을 내려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바센은 흥 하고 콧김을 내뿜었다.
‘겁먹은 얼굴들하고는. 이리저리 핑계 대며 도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 아마 수렵대나 금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겠지.’
어차피 바센은 자신의 사냥 친구들에게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야 내가 마눈을 데리고 가도 제대로 인정받긴 힘들 테니.’
바센은 잠깐 ‘인정’에 대해 생각했다.
어렸을 때의 바센은 자신이 인정받는 것에 그리 관심을 쏟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물론이고 좌수관과 그렇게 공부를 많이 했다는 대신들도 바센이 뭔가를 해낼 때마다 칭찬을 했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동생들이 생겨나면서 그것이 자신이 타고난 핏줄 때문이란 걸 깨달았다.
특히 셋째 동생의 존재는, 바센에게 있어 단순히 겉보기로서의 칭찬이 아니라 진짜 인정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었다.
‘사람들은 정말로 무언가를 인정할 때 호들갑을 떨며 감탄하거나 탄성을 내지르지 않아. 내게 듣기 좋은 말을 해 주지도 않지. 진짜 인정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니야.’
동생들과 함께 라뷘에게서 공부를 배웠을 때 바센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다.
사이란 무엘의 신학서 ‘야천’을 함께 읽고, 라뷘은 왕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그때 별다른 대답 없이 책을 골똘히 내려다보고 있던 셋째 카일이 말했다.
“라뷘 선생님, 야천께서 선하시다고요?”
“예?”
“그리고 전지전능하시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왕자님, 뭔가 문제라도…”
“단순히 의문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카일이 말했다.
“야천께서 진정으로 전지전능하며 동시에 선하시다면, 그분께서는 왜 전쟁과 고통, 슬픔과 불행이 있도록 가만 놔두시는지요.”
“아, 저… 그건…”
라뷘은 뜸을 들였다.
바센조차도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라뷘은 답을 몰랐던 것이다.
라뷘은 솔직하게 말했다.
“왕자님, 죄송합니다. 제가 야천교의 사제는 아닌지라 신학에 대해서는 또렷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음번에 답을 구해 오겠습니다.”
그날 라뷘은 왕자들에게 책을 읽게 시키곤 창밖을 보며 고심하는 표정을 짓다가, 서둘러 공부를 끝냈다.
그게 진짜 인정이었다.
더 고통스러운 사실은 그게 진짜 인정이라면, 바센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진짜 인정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바센은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위험하고 무모한 일에 뛰어들었다.
바센이 세자라는 지위에도 미치광이 같은 짓을 벌이면 사람들은 허례허식이 섞인 칭찬이 아니라, 어김없이 진짜 감정을 드러내곤 했다.
그것은 인정이 아니지만, 적어도 진짜긴 했다.
‘옳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궁의 사람들은 바센이 영리하진 못하다고 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바센에겐 마치 사냥꾼의 자질이라고 해도 좋을, 날카로운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은근한 힐난을 보내는 눈빛을 잘 잡아냈다.
너는 세자감이 아니라고.
왕이 될 재목이 아니라고.
‘이리 태어난 걸 어쩌란 말인가?’
바센은 그런 눈빛을 가진 이들에게 짓궂게 굴긴 했지만 미워하진 않았다.
진정으로 미워하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이었다.
그저 첫째로 태어났으니 세자가 됨이 마땅하고 거짓 인정으로 비위를 맞추는 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탐하는 이들.
왕이 된다면 이들을 서로 가려내어 논공행상이라도 해 볼 참이지만, 바센은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도 세자감이 아니며 왕이 될 재목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제 자신의 눈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았다.
‘자신이 없구나. 하지만, 그래도 좋다.’
바센은 혼자서 마눈을 데려와 볼 작정이었다.
잠을 깨우면 누구라도 신경질을 내는 법.
바센의 작전은 마눈을 깨워 유인해서 궁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마눈이 덩치가 크긴 하지만 바센의 코카투는 특별히 발이 빠른데다 바센도 코카투를 다루는데 자신이 있었다.
만약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야천을 믿어 볼 생각이었다.
‘그럼 내가 정말 왕이 될 자인지 재어 보자꾸나.’
바센은 코카투의 고삐를 잡아당겨 마눈에게 향했다.
바센의 코카투는 이쪽으로 가라는 게 진심이냐는 듯 바센을 슬쩍 돌아봤지만 바센이 옆구리를 살짝 차자 체념한 듯 내려갔다.
“형님!”
카일의 목소리만 들려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
“형님, 멈추세요!”
카일은 데아닌의 코카투가 멈춰 서자마자 훌쩍 뛰어내렸다.
하지만 발을 잘못 디뎠는지 내려오자마자 발목을 잡고 웅크렸다.
“앗, 이런.”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카일!”
“괜찮습니다. 발목을 삐었나 봅니다.”
바센은 마눈과 카일을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코카투에서 내려와 카일에게 달려갔다.
바센이 데아닌에게 말했다.
“수렵대신, 애는 왜 데리고 온 겁니까?”
“아니, 그게…”
“됐습니다. 저기 산등성에 산지기 움막 있는 건 압니까?”
“예. 압니다. 바로 다녀오죠.”
산지기 움막에는 산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이 항시 채워져 있었고, 그중에는 붓기를 가라앉히는 약과 상처에 대거나 부목을 감을 깨끗한 천도 있었다.
바센은 사냥을 좋아해 산을 타고 다니고 데아닌은 명색이 수렵대신이니 모를 리 없었다.
“어디 보자, 꼬마야. 조심 좀 하지 그랬니?”
카일은 발목을 쥐고 있다가 데아닌이 코카투와 함께 움막으로 달려 올라가는 걸 보고 웃었다.
“괜찮습니다, 형님.”
“응?”
“발목은 삔 게 아닙니다. 데아닌이 저랑 형님이 하는 대화를 듣지 않았으면 해서 연기를 한 겁니다.”
“뭐라고?”
바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카일을 바라봤다.
카일은 두 발로 가볍게 통통 뛰어오르며 멀쩡하다는 걸 보여 주었다.
“대화라니? 그전에 여긴 왜 올라온 것이냐? 마눈이 지척에 있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닐 테고.”
“그 때문에 여기 온 것입니다.”
“설명해 보거라.”
카일은 데아닌에게 했던 추리를 설명했다.
마눈을 가둔 나무 창살에 벌레 먹은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벌레 먹은 자리가 없다면 마눈이 빠져나갈 때 큰 소리가 났을 테니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것, 하지만 사람의 짓이라기엔 너무 신이(神異)하다는 것, 따라서 마눈을 산으로 유인한 것은 야천의 뜻이라는 것까지.
그 말을 듣고 바센은 주저했다.
“…그럼 야천께서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말이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데아닌은 제 말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내 옆에 널 붙여 놓아야 한다고 생각한 거로군.”
“예. 그래야 형님이 안전해질 테니.”
바센은 씁쓸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랑스러웠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동생이었다.
“…허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그런 거냐?”
“예?”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넌 가만히 있어도 왕이 될 거다. 첫째는 죽었고 둘째는 야천교의 사제가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세자 자리는 너에게 가겠지. 꼬마, 너는 왕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냐?”
카일이 쑥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왕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 넌 그 욕망을 가져도 남들이 탓하지 않을 게다. 타당한 바람이지. 그럼 왜 이곳에 온 것이냐?”
카일이 저 아래에 잠자고 있는 마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거 아십니까?”
“무얼?”
“옛 서책들을 펼쳐 보면 야천께선 좀처럼 실패하시는 일이 없으십니다. 뜻한 바가 있으시면 뭐든 성공하십니다.”
“그야…”
“신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신들을 보십시오. 교묘한 말로 속이며 패배를 포장하기 바쁩니다. 특히 마왕 샤이븐 때 많이 드러나지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계획에 실패하는 신들이 있는 것을 보면, 제 생각엔 야천께서도 그럴 수 있습니다. 단지, 야천께서는 더 많은 준비를 하시는 거죠. 마눈이 형님을 노릴 수 있었던 건 단 한 가지 기회에 불과합니다.”
바센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카일이 계속 말했다.
“그 후, 이렇게 둘 뿐인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발목을 잡고 연기할 때 형님은 서둘러 달려오셨죠. 제가 어리다곤 하나 독검이라도 준비해 왔다면 꼼짝없이 당하셨을 겁니다. 야천의 계획에 기회가 두 번만 있을까요? 마눈 잡기에 성공은 없습니다. 이미 궁을 지켜야 할 금군이 동원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패이니, 그 대가를 물을 수 있지요. 그 과정에 희생된 사람들의 목숨 값을 형님에게 물어 세자 자리를 폐할 수도 있습니다. 제 시야가 좁긴 하나, 아마 다른 기회가 또 오겠지요. 하지만 저는 발견하는 족족 형님에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바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야천께서 주신 그 세 번의 기회를 무르고도 또 무르겠다는 것이냐?”
“예. 그리할 것입니다.”
“왜? 왕 자리에 대한 욕심 이전에, 너는 야천이 두렵지 않으냐?”
카일은 새카만 눈동자로 바센을 바라보았다.
“예. 전 야천의 뜻을 알고 있으니, 두렵지 않습니다. 야천께서 만들어 주신 길들도 제가 왕에 이르는 길이나, 제 의지를 반하고 형님을 상하게 만듭니다. 때문에 저는 그 길들을 버리고 형님을 상하게 하지 않고 야천께서 만족하실 더 좋은 길을 찾아 그 길로 가려는 것입니다.”
“그 길이 뭐길래?”
“저는 야천께서 준비한 모든 계획을 무르고, 감히 청하겠습니다.”
“말해라.’
카일이 바센에게 말했다.
“형님, 제게 세자 자리를 넘겨주세요.”
“…!”
그 말에 바센이 웃기 시작했다.
급기야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껄껄 웃었다.
그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카일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형님?”
“아, 미안하구나. 너무 웃겨서.”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바센은 가로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누구보다 현명하면서 올곧은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너의 마음이 기뻐서. 그래서 웃었다.’
하지만 바센은 형님으로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말을 내진 않았다.
바센은 웃다가 나온 눈물을 닦아 냈다.
“꼬마… 아니, 카일.”
“예.”
“너의 말대로 하마.”
바센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생이라면, 마땅히 그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