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2
101화 – 각성.
김재주는 직감했다.
저 씨앗들마저 뿌려져 성장이 시작되면, 오염은 100%에 치달을 것이라고.
“마침 잘됐네. 구경꾼도 없어서 심심했는데.”
레피아가 씨익 웃으며 두 개의 씨앗을 꺼내 들자, 김재주의 몸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고.
간신히 틀어막고 있던 아찔한 기운이 구멍 뚫린 댐처럼 쏟아졌다.
‘안 돼.’
속으로 부정하며, 안간힘을 써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몸에 남은 마력을 모조리 밀어내며 전신을 지배하는 기운에 김재주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거기서 지켜봐.”
레피아가 씨앗을 장난스레 던지는 동시에, 김재주의 눈이 반쯤 감겼다.
눈앞의 레피아에게 복종해야 할 것 같았고,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로톤토의 팔목 보호대에 있는, 파마의 기운 덕에 간신히 버티던 정신은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정령의 숲이 죽는 모습을 말이야.”
이제는 제집 안방처럼 김재주의 몸속을 돌아다니던 현혹의 기운이, 단 한 군데의 목적지만을 남겨두었다.
세차게 몰아쳐도 철벽처럼 틈을 주지 않는 그곳은.
두근.
심장이었다.
화가 난 듯 재빠르게 심장 주위로 뭉친 기운은.
쾅.
심장에 부딪히며 충돌을 일으켰고.
두근. 두근.
미약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틈을 만들었다 생각한 현혹의 기운이 기세 좋게 다시 한번 부딪혔고.
문을 열어주듯 심장은 부드럽게 현혹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현혹의 기운이 그에 만족하며 다시 몸을 돌아다니려던 순간.
두근.
심장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김재주의 전신에 퍼지며 현혹의 기운을 거칠게 잡아먹은 그것은.
태양의 마력이었다.
낯선 이를 환영하지 않는 순백의 마력이, 현혹의 기운을 삼키며 전신을 내달렸다.
“!”
눈 깜짝할 사이였다.
본능적으로 태양의 마력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방법을 떠올린 김재주는.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배낭에서 기계 장갑, 에니안을 꺼내 끼웠다.
위이이잉.
에니안이 순백의 마력을 받아 밝게 타올랐고.
김재주가 팔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눈을 마주친 레피아를 향해 말이다.
“······아?”
파-앙!
섬광이 포효했다.
멍한 표정인 레피아의 얼굴로 순백의 마력포가 작렬했고.
기기기긱!
레피아의 목이 쇳소리가 나며 뒤로 꺾이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쏘아지며 밀어내는 마력포 덕에, 턱이 고장 난 알람시계처럼 미친 듯이 떨려왔다.
“고, 고작···.”
레피아의 입에서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쿵.
그녀가 밀려나던 몸을 바닥에 발을 박아 고정시키고는.
이내 손을 들어 마력포를 막자 여유가 드디어 여유가 생겼다.
“죽여버릴 거야!”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그녀가 이를 까드득 씹어댔다.
결국 힘이 다한 모양인지 마력포는 힘을 잃고 사라졌고, 숲에는 다시 어둠이 내려앉았다.
“인간의 마력따위로···.”
자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자신의 몸을 뒤로 밀어낸 정도다.
“···아.”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턱에서 주르륵 흐르는 액체에 입이 벌어졌다.
멍하니 고개를 내리자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액체가 보였다.
“아아···.”
조심스레 손으로 턱을 더듬자 살갗이 벗겨진 매끈한 뼈의 감각이 느껴졌고.
그녀는 그제야 다친 곳이 턱뿐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아아아···.”
마력포를 막아 낸 손에서도 짙게 살이 타는 냄새가 풍겼다.
피가 묻은 붉은 뼈가 그녀의 신경을 사납게 긁어댔다.
“구경꾼이 없어서 아쉽게 됐습니다.”
고개를 홱 돌리자.
키에에엑!
갓 자라난 종의 심장을 뜯어내는 김재주가 보였다.
“대신 제가 오염을 막는 거라도 구경하시겠습니까?”
“·········.”
너무나도 여유로운 그 태도에 그녀의 미간에 힘줄이 솟아났다.
“아?”
“싫으시면 말고요.”
레피아의 고개가 90도로 꺽였다.
“너, 뭐야?”
“인간입니다.”
퉁명스러운 대답에 레피아의 목에서 쇠가 긁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 하하하.”
“재밌으신가 보네요. 다행입니다.”
규칙적으로, 다시 쇳소리가 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뚝.
이내 웃음소리가 끊기고는.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죽여···.”
레피아가 미친 듯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삐거덕거렸으나.
쾅!
그녀의 고개가 바닥에 처박혔다.
김재주가 낀 기계 장갑에 움켜잡혀서 말이다.
“닥치세요. 상정 외에 있던 건 당신의 잡스러운 기운뿐이었으니까.”
-박ㅡ력
-레피아ㅎㅇ 오랜만이누
-재주야 나 죽어!
-방송으로 보니까 확실히 낫네.
-ㄹㅇ; 직접 보면 정신 차리기 힘들지
-김파고 멀쩡한 거 보소;
-역시 로봇ㄷㄷ
김재주는 손으로 타고 올라오는 기운에, 재빨리 레피아를 검게 죽은 나무 쪽으로 내던졌다.
죽어버린 나무들이 우지끈거리며 부러졌고.
사아아아아-!
그제서야 이상을 느낀 숲의 나무들이 요란스레 울어댔다.
-야, 야 죽었냐?
-가짜긴 하니까 킹능성 있지ㅋㅋ
그럴 리 없었다.
아무리 마계 서열 최하위에 속한 그녀라 해도, 엄연한 마계의 군주였다.
본체의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레피아가 이대로 무너질 리 없다.
‘도발이 먹혀야 할 텐데.’
김재주가 자세를 가다듬고는 어두운 숲 너머를 주시했다.
“·········.”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멀리서부터 아주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히힛.”
계속해서 웃어대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달빛이 비추는 경계 너머에서 드러난 레피아의 얼굴은, 검은 산양의 뿔을 가진 괴물로 변해 있었다.
“인간. 인간. 인간.”
번데기처럼 주름 가득한 얼굴에 박힌 붉은 눈동자가, 김재주를 쏘아봤다.
“부르셨습니까?”
“히힛. 히힛. 결정했어.”
레피아가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을 낼름 거리며 로브를 벗었고.
인간의 피부를 벗겨낸 듯한 몸과, 흉악하게 갈라진 손톱이 드러났다.
“산 채로 너의 내장을 구경시켜 줄게.”
“싫다면요?”
“선택권은 없어. 죽여버릴거야아아아아!”
흉폭한 기운이 숲 가득히 퍼지며 숲을 흔들었다.
팟-.
레피아의 몸이 잔상을 그리며 흐릿해졌다가, 김재주의 옆에서 나타났다.
“눈알부터-”
긴 손톱을 뒤로 뺀 레피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팔을 앞으로 쏘아냈다.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조차 주체할 수 없는 빠른 손톱에 인간의 얼굴이 꿰뚫릴 거라고.
그러나.
카-앙!
손톱은 쇳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김재주가 낀 기계 장갑에 의해서 말이다.
마치 예측이라도 한 듯, 하나하나 낭비되는 움직임 없이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
레피아가 헛숨을 들이키고는 다급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그녀가 있던 자리에 김재주가 오른발을 차올리는 중이었고.
자신을 괴롭혔던 순백의 빛이 인간의 다리에 몰려 있었으니까.
레피아가 물러나자마자 다리를 거두는 김재주의 모습은 여유가 넘쳐 보였다.
“너··· 뭐야?”
레피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인간의 표정은 무심한 듯 변함이 없었고.
대치하는 둘 사이로 무거운 정적만이 가라앉았다.
사아아아아아-!
이변을 눈치챈 숲의 나무들이 크게 울어대는 소리만이 울렸다.
“끝입니까?”
“···뭐?”
“방금 들으셨겠죠. 아무리 당신이라도, 혼자서 숲의 존재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레피아의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이이익! 너, 너 대체 누구냐고!”
“알아도 의미는 없을 겁니다.”
레피아는 시련이 만들어 낸 가짜였으니까.
그랬기에 의미는 없었다.
그때였다.
“여기, 여기야!”
“우리를 도와준 인간도 있어!”
“빨리 여왕님께 알려야 해!”
소란을 눈치챈 요정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당황한 레피아가 사방으로 휙휙 고개를 돌렸으나, 위험을 감지한 요정들은 빛마저 꺼트린 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 꺼지세요.”
애초에 그는 태양의 마력이 없는 상태에서 레피아를 상대하려 했었고.
태양의 마력이 더해진 지금의 상황은.
“·········.”
완벽한 체크메이트였다.
***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관리자가 주위를 둘러봤다.
순백의 공간은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생명은 커녕, 흔한 돌맹이 하나조차 없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관리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고.
목소리 대신 텍스트의 나열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기록 일지. 982회차.]관리자는 하나의 시스템 창으로 변한 텍스트를 옆으로 살짝 밀어냈다.
그의 입이 다시 열렸고.
[생성]자그마한 폴리곤 조각들이 바닥에서 솟아나, 한곳에 뭉치기 시작했다.
[구축]차근차근 높이 쌓여가던 폴리곤 조각들은, 관리자의 말을 따라 하나의 형태로 모습을 갖춰갔다.
지구에서도 볼 수 있었던 ‘탑’이었다.
[매개체 분열]그렇게 한 층씩, 한층 씩 모습을 갖춰가던 탑은.
지구의 탑과 비교하자면 3분의 1도 안되는 높이에서.
쿵.
무언가에 부딪힌 듯, 커다란 굉음을 내며 움직임이 정지했다.
쿵. 쿵. 쿵.
이내 몇 번의 굉음이 다시 울리고는.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관리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무너진 잔해가 바닥을 덮으며 붕괴를 끝냈고, 바닥에 녹아 사라졌다.
[982회차] [실패] [원인 분석] [결과: 알 수 없음]관리자는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 시스템 창을 멍하니 쳐다봤다.
관리자가 스르르 손을 뻗어서는 글자들을 하나씩 지워냈다.
[결과: 알 수 없] [결과: 알 수] [결과: 알] [결과:]왼쪽으로 미끄러지듯 밀어내던 그의 손이 멈칫하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나아갔다.
[결과: 진] [결과: 진짜] [결과: 진짜란]한 글자씩 떠오르던 창에서, 이내 하나의 문장이 완성됐다.
[결과: 진짜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결국 그 시스템 창마저 유리처럼 깨져서는,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
김재주는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지원군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김재주에게 상황을 듣기도 전에, 파수꾼들은 본능적으로 레피아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임을 깨달았다.
짙게 풍겨 나오는 마계의 기운은, 세계수를 오염시키고 있던 그것과 닮아있었으니까.
“무릎을 꿇어라!”
커다란 뿔을 자랑하는 파수꾼 셋이 창을 들이밀었다.
라울과 페이론, 그리고 코드란이었다.
삼각형을 그리며 선 그들의 포위 뒤로 파수꾼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투창을 겨누고 있었고.
요정들이 날아다니며 창 날에 날개 가루를 뿌렸다.
“이, 이 하찮은 것들이!”
레피아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듯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러나 움찔거릴 뿐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호장들의 창은 금세라도 그녀를 꿰뚫을 듯 좁혀오고 있었기에.
“사악한 기운이 가득하구나!”
파수꾼들 사이가 갈라지고는 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뿔과 일그러진 얼굴은, 쉽게 다가가기 힘든 흉흉한 기세가 가득했다.
“선택해라! 지금 당장 목이 꿰뚫리던지, 아니면 얌전히 이 악독한 짓을 거두고 그 죄를 늬우치던지 말이다!”
서슬퍼런 경고와 함께 장로의 몸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물론, 무엇을 선택하던 죽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마력의 폭풍은, 김재주의 솜털이 쭈뼛 설 정도였다.
‘됐어.’
장로라면 마계의 군주와도 견줄만 하다.
이제 레피아는 꼼짝없이 죽거나, 심어 둔 종의 심장을 다시 파헤쳐야 할 것이다.
“흐, 흐윽.”
그 기세에 압도된 걸까.
레피아가 눈물을 글썽거리고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어느새 그녀는 다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죄, 죄송해요. 전, 전 결코 제가 원해서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었어요.”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수호장들이 침음을 흘렸고, 장로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아니야.’
그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순간에서, 김재주만이 등에 소름이 돋았다.
‘레피아는, 저런 성격이 아니야.’
그가 다급히 축소 시켰던 시스템 창을 불러들였다.
‘제발.’
괜한 기우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 창은.
[현재 오염 진행도 : 99%]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종의 심장을 제거했기에 오염도가 내려갔어야 할 수치는, 거꾸로 상승해 있었다.
‘말도 안 돼.’
김재주가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는, 크게 소리치며 다가갔다.
“레피아!”
김재주가 레피아의 머리를 잡고는 홱 꺾어 올렸다.
“나 불렀어?”
“당신, 설마 세계수에 직접 씨앗을 심은 겁니까?”
“어머, 그건 어떻게 알았대. 그것도 카프닐?”
어느새 그녀의 눈물 가득하던 눈가는 장난스럽게 휘어 있었고.
“그러니까 주제를 알아야지.”
입꼬리는 찢어질 듯 올라가 있었다.
“세계수를 두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인데, 내가 가만있을 거라 생각했어? 카프닐 아저씨도 참, 매정하셔라. 나에 대해서 어지간히 입을 다물었나 보네.”
김재주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인간. 무슨 일인가?”
숲의 오염도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파수꾼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김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미친ㅋㅋ
-그러면 시련을 어떻게 깨라고 관리자 또X이 새X야
-아주 죽으라고 난리다 난리;
관리자의 농간은, 생각보다 더 꼬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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