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9
뉴비가 너무 강함 109화
세계석
관리자는 바닥에 엎드린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
김재주는 주먹에서 확실하게 느껴지는 타격감에 의아해하다가,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했다.
“이젠 연기까지 하시네요.”
관리자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저러다가도 금세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신을 괴롭힐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김재주.”
그러나 씹듯이 내뱉으며 일어난 관리자의 표정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하며 입가에 흘러내린 검은 핏자국을 닦는 행동은, 확실히 김재주가 겪었던 관리자가 아니었다.
‘진짜라고?’
지금 김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존재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관리자라고 말할 것이다.
“뭐가 늦지 않았는지 얘기 좀 해주세요.”
그랬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으며, 다시 한번 그 속내를 떠보기 시작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주제에 날려고 하는구나.”
관리자는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그럼 걷는 법부터 알려주세요.”
물론 김재주도 호락호락하진 않았지만.
김재주의 단호한 태도와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관리자가 망설이듯 입을 우물거렸으나.
우-웅.
다시 한번 꽃에서 퍼져 나오는 파동이 관리자의 몸을 관통했고.
“쿨, 쿨럭.”
관리자가 입에서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김재주는 아까 주먹을 뻗었을 때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관리자가 진심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김재주가 앞으로 다가간 만큼, 관리자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뒤로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묻지.”
관리자가 숨을 헐떡거리며 김재주와 시선을 부딪쳤다.
“말씀하시죠.”
김재주는 죽기 직전 유언을 남기는 이를 보는 것 같아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
“대체 뭘…….”
김재주가 답답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으나, 관리자는 좁아지는 투명한 벽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관리자님?”
“나중에 얘기하지.”
이내 조그마한 점으로 변한 관리자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
김재주는 이제는 풀밭만이 남은 바닥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돌겠네.”
* * *
카프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작은 방 안을 서성거렸다.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벼웠으며, 표정엔 여유가 가득했다.
“지금쯤 만났으려나.”
그러다 가뿐한 몸짓으로 소파에 앉아서는,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는 찻잔에 손을 뻗었다.
아쉽게도, 카프닐의 손은 찻잔에 닿지 못했다.
찻잔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공간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
카프닐이 뻗은 손을 거두고는 느긋하게 등을 기대어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창문이 보이는 그곳엔.
“카프니이이이일!”
콰앙!
벽과 유리를 통째로 부수며 모습을 드러낸 관리자가 있었다.
“점잖지 못하게.”
카프닐이 혀를 차며 날아오는 파편을 고개 숙여 피했다.
“어째서지?”
관리자가 죽일듯한 눈빛으로 카프닐을 노려보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뭘 말인가?”
능청스러운 카프닐의 태도에 관리자의 꽉 쥔 주먹이 바르르 떨려왔다.
“내가 지금 자네의 눈동자를 후벼 파고 싶다고 해도 모른다고 할 건가?”
“음.”
“너의 그 미친 장난 하나 때문에.”
관리자가 씹어 뱉듯 말을 이었다.
“25층에 균열이 생겼어. 고치고 고쳐도 지우지 못할 균열이 말이야.”
카프닐이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꽃 정도는 인간에게 선물로 준 적이 있었는데, 혹시 그거 때문인가?”
쾅.
관리자의 주먹이 그대로 테이블을 내려쳤고, 찻잔이 깨지며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뒤엉켰다.
“세계석은 인간에게 쥐여줄 물건이 아니다.”
카프닐이 바닥을 적시며 신발에 닿는 찻물을 내려다보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관리자.”
장난스럽던 카프닐의 표정은 어느새, 고요하게 변해 있었다.
한참을 빤히 관리자를 쳐다보던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자넨 너무 그 자리에 심취해 있어.”
“새삼스러운 소리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피한 얘기지.”
“뭐라고?”
“자네는 그 자리에 매몰되어서 깊게 파묻혔단 말일세. 이제는 주변을 살필 시야마저 없을 정도로 말이야.”
관리자의 입가가 기이하게 비틀렸다.
“내가 할 소리다. 약속을 잊은 건가? 너에게 아스트로드 세계의 일부를 양도하면-”
“난 자네가 탑을 만드는 걸 돕겠다는 얘기 말인가?”
“그래.”
관리자가 빠드득 이를 갈며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하지.”
카프닐이 그 모습에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천천히 소파를 손으로 쓸어갔다.
“이젠 좀 회의감이 든다네.”
“뭐?”
“처음엔 자네의 계획이 재밌다고 느꼈어. 그래서 살아남기로 결정했고, 아스트로드를 사랑하는 자네에게 협력하기로 한 거지.”
관리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지금도 내 마음은 변함없어. 난 아스트로드를 완성시켜야 해.”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카프닐은 벽에 걸린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관리자를 쳐다봤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날 의심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의심을 안 하고 싶어도, 자네가 행동으로 증명했지 않나?”
“……무슨.”
“25층에서 말일세. 왜 죽지 않았지?”
“!”
관리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왜 세계석이 진짜로 만들어내는 세계를 부정하고.”
“아니야.”
“고통스러워하며.”
“아니야. 아니야.”
“도망쳤는가?”
“아니야아아아!”
벽에 금이 가고, 방 안에 있던 모든 가구와 물건들이 벽에 부딪히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물건들은 카프닐의 보랏빛으로 빛나는 옷 끝도 스치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허억…… 허억.”
관리자가 숨을 몰아쉬며 카프닐을 노려봤다.
“……아니, 난 그런 세계를 원하지 않았다. 관리자의 자리도 맡지 못한 김재주가 만들어 낸 아스트로드 세계는…… 진짜가 아니야.”
“이미 아스트로드가 그를 인정했어.”
“고작 25층, 25층이라고! 겨우 그 한 층 때문에 탑이 무너져 가는 걸 지켜보라고?”
카프닐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이제 가짜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망령에 지나지 않아. 솔직하게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게.”
“무엇을!”
“우리의 계획은 실패했다는 것을 말일세.”
카프닐이 입꼬리를 올렸으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자네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조차 뛰어넘지 못했어.”
“아니. 난 인정 못 해.”
“또 멍청한 짓을 반복할 셈인가? 세계석이 자네를 거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텐데.”
꾹. 꾹. 꾹. 꾹.
관리자의 입에서 비웃는 듯한 새소리가 튀어나왔다.
“난 가짜 따위가 아니야.”
* * *
김재주는 결국 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언덕을 내려와야 했다.
‘나중에 알 수 있을까.’
답이 없는 고민이다.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랐기에.
김재주는 여행자의 거목의 문 앞에 서서, 조용히 손에 든 꽃을 바라봤다.
꽃잎의 세 잎 중 하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무슨 변화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고.’
김재주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고는 시스템창을 불러왔다.
[방송을 시작하시겠습니까?]
고장 난 듯 먹통이던 시스템창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Y/N]
망설임 없이 그의 손이 Y로 향했다.
-흐읍-하.
-마! 방송을 멋대로 끄면 쓰나!
-않이 재주야; 깜박이 좀 켜라고ㅋㅋ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끈 건 아니고요. 오류였나 봐요.”
-오류우우?
-오류는 김재주가 난 것 같은데ㅋㅋ
-ㄹㅇ 김파고 평소였으면 ‘네’ 이러고 끝내지 않음?ㅋㅋ
-요즘 슬슬 능글맞아져? 변명도 하고?
“뭐 어쨌든, 그렇게 됐어요.”
-아 예ㅋㅋ
-재주가 그랗다믄 그랗다고 알아야지.
-황-라포가 말하는 건 어쩔 수 없지…….
김재주가 피식 웃으며 다시 시스템창을 닫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 잠시 멈칫했다.
‘지금 확인할까.’
커뮤니티창이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 신청이 대부분이겠지.’
지금 20층의 상황을 모르니 한성민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제 큰 상관은 없겠지만.’
지금 김재주의 수준이면 20층의 가장 강한 사용자라도 손을 쓰지 못하겠지만, 히포크리트 클랜이 눈엣가시였으니 찝찝한 마음이 앞섰다.
“안에서 보상 확인하고 갈게요.”
-네이.
-가즈아아!
김재주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커뮤니티창을 누르며 여행자의 거목 안으로 들어섰다.
-텅 비었구먼.
-진짜로 다 갔네ㅡㅡ 건방지게.
-남아서 뭐 하게ㅋㅋ 김재주도 가라 했는데.
-야, 야. 보상 확인 안 하냐?
시청자들의 재촉에도 김재주의 발걸음은 포탈로 향하지 못했다.
“어…… 잠시만요.”
커뮤니티창에 수많은 친구 신청과 사용자 메시지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무수한 친구 요청ㄷㄷ
-다 받을 거임?
“아뇨. 고민 좀 해볼게요.”
지금은 너무 많아서 추리기가 힘들었다.
-아따; 메시지는 무슨.
-대부분 군필 여고생 쟝 거 같은데?
-뭔 일 있었나?
그리고 사용자 메시지의 대부분은, 이세하가 차지하고 있었다.
‘뭔 일 있나?’
김재주가 표정을 굳히고는 이세하의 메시지를 하나씩 열어봤다.
[사용자: 이세하]
[내용: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무리한 건 아니고요. 그냥 심심해서 왔어요.]
그다음은.
[내용: 여기 분들은 다 친절하신 것 같아요. 제가 클랜을 만들게 돼서 사람들을 많이 데리고 왔거든요? 기존 거주 구역이 비었다고 마음껏 쓰래요!]
김재주는 메시지를 읽어가면서 한숨을 쉬었다.
요약하자면 ‘타르하에 무사히 도착해서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중 가서는 오늘은 뭘 먹었니, 베개가 불편하다느니 하는 내용까지 넘어가자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내용: 아, 저 그리고 긴 머리가 불편해서 단발로 잘랐어요! 훨씬 편해요.]
김재주는 이제 메시지를 대충 스르륵 훑고는 하나씩 지워 버렸다.
-않이; 무슨 일기장을 써놨누ㅋㅋ
-심심한가 보네.
-근데 머리는 왜 자름?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나?
-슬픈 이별이라든가?
-아 그건 좀ㅋㅋ 남자들은 왜 여자가 머리 자르면 무슨 심경의 변화니, 헤어졌니 하는지 모르겠음.
-아님?
-그럼 대머리는 인류랑 결별했음?
-말넘심;
-타노스: 어케 알았누 ㅅㅂ;
-타노스좌는 ㅇㅈ이지…….
-아ㅋㅋ
김재주는 마지막 메시지까지 별 내용이 없자 짜증이 솟구치는 걸 억누르며, 말없이 메시지를 작성했다.
[사용자: 김재주2]
[내용: 무사히 적응해서 잘됐네요. 저도 곧 내려가니까 뵙고 얘기하죠.]
-공손한거 보소;
-마! 황제가 군필여고생 따위한테 쩔쩔매서 되겠나!
“예의죠. 예의. 어려 보인다고 무조건 말 놓으면 꼰대 소리 들어요.”
-내, 내가 꼰대라니?
-김재주 일침잼ㅋㅋ
게다가 이세하는 가볍게 봐선 안 될 존재다.
20층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그녀는, 나중에는 50층까지 막힘없이 오르며 그 존재감을 탑 전체에 알리니까.
괜히 까칠하게 대했다가는 서로 피곤해질 게 분명했다.
‘다음은…….’
한성민의 메시지가 남았다.
[사용자: 한성민]
[내용: 김재주 씨. 별일 없으십니까? 20층에서 좀처럼 소식을 듣기가 힘드네요. 아마 계속 탑을 오르는 중이겠죠. 저는 20층에 도착했습니다. 제 생각보다 여기 상황은 흥미롭게 굴러가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 메시지는.
[내용: 김재주 씨. 오시면 깜짝 놀랄 정도로 재밌는 일이 생겼네요. 확인하시면 답장 주시길 바랍니다.]
-?
-??뭔데
김재주는 한성민에게 바로 답장을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