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5
뉴비가 너무 강함 115화
마무리되어 가는 준비
“괜찮습니다.”
김재주는 레이놀드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태양의 마력이 보조하는 신체 능력이라면 충분히 감당될 만한 수준이라고 계산하고 만든 설계도였으니까.
“차라리 기존 기계 장갑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번에 보여주신 성능이라면, 29층까지는 무리 없을 것 같은데요.”
레이놀드가 작업대에서 물러나 미간을 좁히며 그를 쳐다봤다.
환한 불빛 아래로 비추는 김재주의 표정은 얼핏 보면 무심했다.
“꼭 필요한 겁니까?”
그로서는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김재주가 위험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었기에, 다시 한번 되물었다.
“만약을 위해서라도 필요합니다.”
레이놀드는 김재주의 상황을 모른다.
지금은 설명한다고 해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 관리자가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고요? 알겠습니다.’ 할 것 같지도 않았고.
아직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서 이해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출력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드는 식으로. 어떻습니까?”
“음…….”
레이놀드가 팔짱을 끼고는 고민하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주제도 아니니, 못 들어드릴 것도 없죠.”
“정 내키지 않으시면 조금 더 고민해 보시죠. 만드는 사람이 망설인다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진 않을 테니까요.”
레이놀드는 이제 김재주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내키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망설일 것도 없습니다.”
고집이 세며, 신중했고,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저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도구는 도구로서 가치가 있는 거지, 쓰는 사람을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재주는 레이놀드의 목소리에 깔린 걱정을 느끼고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허락하신 겁니다?”
“물론이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료비는…….”
“저번에 주신 1만 코인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나중에 오시죠. 완성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레이놀드의 목소리에서 더 이상 어리숙함이라거나, 떨림 따윈 없었다.
며칠 전 그라고는 믿을 수 없는 변화에 김재주는 옅게 미소지었다.
‘이게 본모습이겠지.’
-아따; 갑자기 자신감이 넘치시네잉?
-찌질대던 레이놀드 어디갔누ㅋㅋ
-멋있는데?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레이놀드는 벌써 용접 마스크를 쓰고 기계의 뼈대를 제작 중이었으니까.
새하얀 용접 불꽃에 반사된 레이놀드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나도 슬슬 준비를 끝내야겠지.’
김재주는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공방을 빠져나온 후, 팔라함의 거처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마사카…….
-또 샤크닐 쓰러 가냐?
-포기해라 이제ㅋㅋ
-ㄹㅇ;; 로톤토랑 같이 못 쓴다니까?
“조금만 더 해보고요.”
그렇게 거리를 걷던 중, 저 멀리 휑한 거리에서 익숙한 인영이 김재주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김재주 씨.”
여유로운 미소로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한성민이었다.
‘이 양반은 질리지도 않나.’
반대로 김재주는 심드렁했지만.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외에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한성민은 어떻게든 주변의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건 이용하고 보는 타입이었으니.
설령 그게 이레귤러적 존재인 김재주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요즘 자주 보이시네요.”
김재주가 짧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한성민을 지나쳤고, 한성민은 자연스럽게 김재주의 옆에 따라붙었다.
“아직은 헤드 시니어다 보니 여유롭네요. 하하.”
한성민의 태도는 10층에서와는 달리 묘하게 저자세로 바뀌어 있었다.
김재주는 그 태도가 무언가 이용하기 위한 처세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좋게 보진 않았고.
“그러면 더 바쁘실 거라 생각했는데.”
“네?”
“20층 클랜장 자리가 코앞 아닌가요?”
“에이, 제가 무슨.”
“팔라함 님께서 괜찮은 여행자가 왔다고 좋아하시던데.”
따라오던 한성민의 발걸음 소리가 뚝 끊겼다.
슬쩍 돌아본 그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 띤 채였지만, 속으론 당황했을 게 뻔히 보였다.
“……이거 제가 그 사실을 간과했네요. 타르하에서 실질적 서열 1위인 라찬타가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죄송합니다. 하하하!”
한성민이 능청스럽게 말을 돌리며 뒤처질세라 다시 따라붙었다.
-서열 1위라니?
-ㄹㅇ; 김재주는 3위에 불과하지.
-2위는 팔라함이고 진짜 1위는 포포이다 이 말이야.
-근ㅡ본
-여왕이 들으면 혈압으로 쓰러질 소리들 하고 있네ㅋㅋ
“한성민 씨.”
김재주가 한숨을 쉬고는 몸을 멈춰 세워 그를 쳐다봤다.
“네. 말씀하시죠!”
“사실 20층 클랜장 자리도 관심 없으시죠?”
한성민의 미소 가득한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볼을 씰룩였다.
“네?”
“30층에 진입하시는 게 진짜 목표잖아요. 거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1기 쪽에 영향을 끼칠 테니까, 맞죠?”
“……어.”
한성민은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짓다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고는 미소를 지웠다.
“역시, 김재주 씨는 속이기가 어렵네요.”
“속아드려요?”
“그러면 재미없죠. 이 추위에 밖에 돌아다닌 보람이 있네요. 역시 재밌어요, 당신은.”
한성민은 따라올 생각을 버렸는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저희는 딱 기브앤테이크로 가죠. 괜히 친한 척, 이런 건 서로 불편하잖아요.”
김재주의 선을 긋는 듯한 태도에, 한성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신기해서요. 탑에 당신 같은 사람도 있구나 싶어서. 제가 또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한성민은 아까와는 다른, 어딘가 나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여튼 탑에 있는 사람은 정상이 없다니까.’
김재주가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억지로 마주 웃어 보였다.
“어쨌든, 지금은 볼일 없으신 거죠? 나중에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김재주의 말에 한성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맨입으로요?”
“그럴 리가요. 이번에 식자재 건으로 20층은 한신이 꽉 쥐어 잡았으니, 다음엔 더 큰 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와, 무서워라. 또 얼마나 대단한 정보를 주시려고. 망신 안 당하려면 저도 제대로 도와드려야겠네요.”
“그러니까 이제 여유 있는 척은 그만하시고, 돌아가시죠? 사실 엄청 바쁘시잖아요.”
“…….”
김재주의 꿰뚫어 보는 듯한 태도에, 한성민의 말문이 턱 막혔다.
“……이것 참. 할 말이 없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그야 김재주니까 당연하지ㅡㅡ
-재주가 재주했누ㅋㅋ
한성민이 졌다는 듯 양팔을 장난스레 들어 올렸다.
“가보겠습니다. 이제 귀찮게 안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근데, 묘하게 성격이 바뀌신 것 같은데…… 착각이죠?”
“네.”
-단ㅡ호
-아ㅋㅋ 우리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먼?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한성민은 짧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사라졌다.
-아 한성민이랑 좀 더 놀지 그럤냐ㅡㅡ
-김재주 이제 또 수련한다고 뻘짓할 거 아니여ㅋㅋ
-내가 봤을 떈 글렀음. 로톤토나 샤크닐 둘 중 하나는 빼야 함.
-ㄹㅇ; 욕심 그득그득 하자너.
“갈게요.”
김재주가 채팅창을 애써 무시하고는 다시 팔라함의 거처로 향했다.
‘이해 못 할 반응도 아니지.’
반쯤은 김재주 본인도 무리하는 감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했다.
로톤토와 샤크닐을 동시에 다룬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았지.’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수십 개의 팔로, 제각각 다른 도형을 손으로 그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필요해.’
그래도 김재주는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25층에서 보인 관리자의 모습은, 김재주의 경계심을 최대치로 이끌기에 충분했으니까.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근데 타르하는 보는 것만으로도 춥지 않냐?
-ㄹㅇ; 한국은 4계절인데 여기는 일 년 내내 한겨울 느낌임
-뭔 소리임ㅡㅡ 한국도 ㅈㄴ 덥거나 ㅈㄴ 춥거나 둘 중 하나인데 4계절은 개뿔.
-ㅇㅈ; 4가 죽을 사였던 것
-死계절 ㄷㄷ
그렇게 김재주는 싸늘한 바람이 맴도는 거리를 지나, 팔라함의 거처에 도착했다.
“끼잉!”
앞마당에 있던 개는 이제 자동반사적으로 김재주를 보자마자 개집에 숨어버렸다.
그가 있으면 배낭에 있던 포포이들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고 학습한 탓이다.
“…….”
앞마당은 조용했다.
팔라함은 요즘 사용자들을 통제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느라 모습을 자주 비치지 않았고, 그나마 저녁이나 되어서 김재주와 대련을 해주는 정도였다.
‘미적거릴 거 없겠지.’
김재주는 울타리에 배낭을 내려놓았고.
“포포이!”
포포이들이 동시에 폴짝 뛰어나왔다.
“안 답답했어?”
김재주가 왠지 모를 미안함에 차례대로 포포이들을 쓰다듬었다.
“포포이!”
포포이들은 괜찮다는 듯 김재주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손가락을 핥다가, 이내 만족한 듯이 개집으로 폴짝폴짝 뛰어갔다.
-우리 포포이들 답답해서 으짜누ㅠㅠ
-마! 근본 대우 안 하나!
“누가 들으면 제가 억지로 배낭에 넣어 놓은 줄 알겠습니다.”
김재주가 다시 개와 추격전을 시작하는 포포이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머쓱;
-김재주가 답답할까 봐 앞마당에 놔뒀는데 갈려니까 알아서 배낭에 들어왔잔슴ㅋㅋ
-ㄹㅇ;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듯.
잠시 즐겁게 노는 포포이들을 바라보던 김재주는, 이내 배낭에서 단도를 꺼내 들었다.
[그림자의 지배자 샤크닐의 단도.]
[등급 : 영웅]
[서부 사막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샤크닐의 단도. 그의 군세를 다스리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기능 : 그림자 분신 강화 – 지속 시간 10초. 분신의 신체 능력 20% 증가.]
날 끝이 살짝 휘어진 형태로 손잡이는 황금과 화려한 보석이 잔뜩 박힌 단도였다.
‘단도가 군세를 다스리는 힘의 중심이야.’
김재주는 장난스레 단도를 휙휙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목덜미 안에 손을 넣고는, 아직은 조금 어색한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 줄을 만지작거렸다.
[그림자의 지배자 샤크닐의 목걸이.]
[등급 : 영웅]
[서부 사막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샤크닐의 목걸이. 그의 군세를 다스리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기능 : 그림자 분신 생성 – 1개. 지속 시간 10초. 본체의 10% 능력 구현.]
목걸이는 줄 자체가 가느다란 편이라 큰 불편함이 없었기에 계속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에 손에 낀 반지까지 더하면.
[세트 효과 발동 (3/7) : 그림자 군세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강화된 기능 : 그림자 분신 지속 시간 1분. 본체의 48% 능력 구현. 그림자 수 – 3개]
-야 야야 터번은 안 끼냐?
-저번에 못 봄?
-ㅇㅇ 잔다고;
“거추장스러워서요.”
-거추장이 아니라 의미가 없는 거였구연ㅋㅋ
-소환시키고 1분도 못 버텼잖슴 ㅋㅋ
-그냥 로톤토를 빼던가;
-근데 지금은 로톤토가 풀셋이라 더 좋지 않음?
-애매하긴 해?
김재주가 호흡을 가다듬고는 널찍한 앞마당의 중앙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는, 단도에 기존의 푸른 마력을 불어넣었고.
[그림자 분신 생성]
단도의 날 끝에서 검은 연기가 울컥울컥 흘러나왔다.
그렇게 흘러 흘러 바닥을 타고 가던 검은 연기는 김재주의 의지를 따라 점점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고.
키, 체격, 모든 게 똑같은 그림자 분신이 김재주와 마주 섰다.
‘천천히.’
김재주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더듬는 심정으로 분신을 조종했다.
‘움직여.’
김재주의 의지를 따라, 분신이 느릿하게 움직이더니 비틀거리는 발짓으로 김재주의 주위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집중.’
마치 없던 날개가 생겨 날갯짓을 배우는 기분이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분신의 발이 꼬이거나, 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져 버렸으니까.
‘그만.’
그렇게 한 바퀴를 돌리고 다시 분신을 세운 김재주가, 이번엔 로톤토의 코트를 조종했다.
쉬이익.
꾸물거리며 늘어나, 날을 세운 코트가 분신의 몸을 찔러 들어갔다.
-?
-??
-씹ㅋㅋ 뭐임.
-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