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5
뉴비가 너무 강함 135화
생명의 순환
레이놀드의 방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커다란 침대, 한켠에 놓인 책상, 바닥마다 가공되지 않은 재료들이 가득했다.
-라켈, 폴루아, 드라늄…… 이걸 다 산 거여?
-종류별로 하나씩 다 사놨네ㅋㅋ
-으이구! 내가 방 좀 치우라고 했어 안 했어?
-으아아악! 잔소리의 악몽이……내 예전 자취방 보는 것 같누
-자취하면 장점: 엄마 없음.
-단점은?
-장점과 똑같음
-ㅇㅈ합니다…… 마마…….
김재주는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공간에 한숨을 쉬었다.
“전부 35층 마탑에서 나온 재료들이라고 하더군요. 이 플라쉬 잎은 마력의 윤활…….”
책상에 놓인 붉은 잎을 집어 들며 아이같이 눈빛을 반짝이던 레이놀드는, 김재주의 무덤덤한 표정을 그제야 눈치채고는 입을 뚝 다물었다.
“……제가 너무 신났나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레이놀드가 머쓱하게 웃었다.
“당연히 먹었…….”
말이 무색하게 레이놀드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졌다.
김재주는 말없이 배낭에서 잎에 말아놓은 멧돼지 고기를 꺼내 레이놀드에게 내밀었다.
“열심히 하시는 것도 좋지만, 건강도 챙기셔야죠.”
레이놀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고기를 받아 들었다.
-???: 건강도 챙기셔야죠(제 때 밥 안 먹음, 심심하면 싸움질함, 말 안들음)
-아ㅋㅋ 그렇게 보면 김재주 완전 나쁜놈이네
-재주맘 등장ㄷㄷ
-저건 악성맘 아니냐ㅋㅋ
바닥에 늘어놓은 재료들은 김재주도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대부분이 마탑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전부 마력 관련 재료들만 사셨군요.”
잎을 조금 까내 고기를 우물거리던 레이놀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떻게 아셨죠?”
“……어쩌다 보니.”
“……하하. 김재주 씨는 알면 알수록 모를 분이네요.”
-킹쩌다 보니ㄷㄷ
-ㅋㅋ 재주야 그냥 솔직하게 2회차라고 말해라
-[사용자‘론데스’ 님의 100코인 후원!]
-[2회차라고? 진짜임?]
-안알랴줌ㅎㅎ
-재주가 킬각 잡지 말랬자너ㅋㅋ 걍 뇌피셜이니까 흘려 들어~
레이놀드는 눈치껏 캐묻지 않았지만 김재주도 사실대로 말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많았다.
과거의 자신이 탑에 오르는 동영상을 봤다고 한다면 미친놈처럼 보지 않으면 다행이다.
‘나중에 사실대로 말할 기회가 있을까.’
아마도, 레이놀드가 김재주에 대해 조금 더 겪는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순식간에 고기를 먹어치운 레이놀드는 기운이 생겼는지 목소리에 힘이 돌아왔다.
“일단 마도 공방부터 빌려야겠네요.”
김재주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옅게 웃었다.
“안 그랬다간 숙소가 엉망이 될 것 같으니까요.”
레이놀드가 머쓱한 표정으로 고기에 말았던 잎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며 화제를 돌렸다.
“31층은 언제 가실 거죠?”
“내일 아침에 바로 가려고 합니다. 지금 30층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라, 조금 지켜보려고요.”
당장은 30층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명원 클랜의 반응이 어떨지 몰랐다.
그쪽에서 호의적인 태도라면 김재주는 어느 정도 양보할 생각이었고.
‘……아니라면.’
아마 명원 클랜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같이 가는 건 아니고요?”
“음…… 네. 저랑 같이 있으면 위험하실 겁니다. 아마도.”
-위험한 수준이 아니지ㅋㅋ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데
-???: 하앍 하앍 재주쨩! 넌 내 꺼야.
-으아아악!
김재주의 두루뭉술한 말에도 레이놀드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지금은 등반보단 마도 공학에 더 힘쓰고 싶었으니, 잘됐네요.”
김재주는 왠지 모를 미안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에 레이놀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야 물주님이 계시니 걱정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제가 괜찮다고 판단되면…… 그때 같이 가시죠.”
“네. 끝내주는 것들로 서포트해 드릴 테니, 무리만 하지 마세요.”
그렇게 레이놀드와 앞으로의 일정을 짧게 정리하고는, 김재주는 바로 옆 방으로 들어갔다.
“씻어야 하니까 블라인드 처리할게요.”
-마! 우리가 남이가!
-그래 이쯤 됐으면 걍 블라인드는 안 하는 게 맞지ㅇㅇ
-뭐가 맞아 미친놈아;
-더럽좌 또 급발진 하누ㅋㅋ
“그만하시고 다들 주무시죠?”
-시른뒈? 시른뒈?
-재주야, 나도 순정이란 게 있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내 순정을 짓밟으면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 어!
“……말을 말지.”
그 뒤로도 시청자들은 심심한 모양인지 놀리는 채팅이 이어져, 김재주는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러그가 있었던가?’
그러다 문득 발에 부슬부슬한 감촉이 느껴져 고개를 내려다보니, 포포이들이 숨죽인 채로 김재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라하, 코딘, 베린?”
“포포이!”
발목에 슬며시 달라붙어 있다가, 눈을 마주치자 포포이들이 뽈뽈뽈 거리며 침대 쪽으로 도망쳐 숨었다.
‘……심심한 모양이네.’
마수학 스킬로 전해지는 포포이들의 의사는 김재주와 놀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지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약간은 답답함을 느꼈다.
‘마수학 스킬을 좀 더 배워 볼까.’
-아 포포이 소리 다 들었음ㅋㅋ
-방장! 블라인드 풀어!
-빨리! 빨리!
김재주는 벽에 걸린 가운을 입고는 블라인드 처리를 풀었다.
그리고는 침대 쪽으로 다가가며 모르는 척 목소리를 높였다.
“어딨을까…… 모르겠네.”
-모.르.겠.네
-아 김재주 연기 왤케 어색한데ㅋㅋ
-황ㅡ제 때는 잘만 해놓고 어?
-그때는 목숨 걸어야 했자너ㅋㅋ
김재주는 열심히 찾는 척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다, 재빨리 엎드려 침대 밑을 쳐다봤다.
“여기 있었구나.”
“포포이!”
포포이들이 들켰다는 듯 눈망울을 동그랗게 뜨고는 김재주의 얼굴로 달려들었다.
-커ㅡ엽ㅋㅋ
-김재주 얼굴 방금 말렸는데 바로 축축해졌누ㅋㅋ
-뭔 소리임ㅡㅡ 건조할까 봐 로션 발라주는 거잖슴.
-……예?
-그건 좀…….
-아ㅋㅋ
김재주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포포이와 놀아주었다.
극세사같이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기도 하고, 자신의 손을 따라다니는 포포이들을 따라 손을 이리저리 휘젓기도 했다.
“포포이!”
포포이들은 그제야 만족했는지 서로 그루밍을 해주며 얌전해졌다.
김재주는 그런 포포이들을 쳐다보며 왠지 모를 편안함에 빠졌다.
-어휴 김재주 아빠 미소 보소ㅋㅋ
-역시 근ㅡ본이였나
-[사용자 ‘로키도키’ 님의 1000코인 후원!]
-[와…… 포포이랑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함?]
-그건…… 깊고 깊은 흑역사까지 되돌아가야 하지.
-사실 김재주 아니면 불가능하지ㅋㅋ 누가 그딴 미친 짓을 하냐고
-재주야, 말해줄까?
“……아니요.”
김재주는 민망함에 서둘러 포포이들을 손바닥에 올리고는, 눈을 감았다.
“포포이?”
포포이들은 의아했는지 잠시 꼼지락거리다가, 김재주의 손이 하얗게 빛나는 걸 보고는 얌전해졌다.
자신들에게 흘러들어 오는 태양의 마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불안해서 시도도 못 했지만…….’
김재주는 작아진 포포이들을 볼 때마다, 미약한 죄책감이 심장을 콕콕 찔러오는 기분을 느꼈다.
‘이젠 가능할 것 같아.’
전처럼 태양의 마력이 위험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드디어 김재주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눈부신 빛은 순식간에 포포이들에게 파고들었고.
김재주는 천천히 눈을 떠 확인했다.
“포포이!”
이제는 한 손에 다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커져,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온 포포이들의 모습을 말이다.
* * *
드넓은 홀이었다.
동그란 구조로 벽 끝의 대리석 기둥이 촘촘히 박혀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악신의 석상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 높이만 해도 20미터가 넘어 보는 것만으로 기가 질리는 크기였다.
거기에 더해 양쪽을 합쳐 8개의 팔에 달린 저마다의 무기들은, 감히 인간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위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
그 석상을 무덤덤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구라 석상 업그레이드 버전 왔누?
-시련 내용은 다르지 않냐?
-ㅇㅇ 이번엔 걍 대규모 레이드 느낌이지
로브를 푹 눌러쓴 남자의 정체는 김재주였다.
‘이번엔 내가 먼저 왔네.’
김재주는 해가 뜨자마자 바로 31층으로 입장했다.
기다린 시간이 1시간쯤 되자,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고 포포이와 놀며 기다릴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쯤 되어서야.
“솔직히 나 혼자서도 막지.”
“헛소리한다 또.”
포탈이 열리며 사람들이 입장했다.
[4770기. 4775기. 4779기. 4891기. 난이도 상. 총 20명 입장 완료.]
[조건 인원이 충족되었습니다.]
[31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악신의 흉상이 당신의 성장을 시험합니다. 15분 동안 살아남으십시오.]
[시작까지 남은 시간 : 10분]
-바로 시작이네ㅋㅋ
-19명 한번에 온 거 보면 클랜 소속인 듯?
제각각 떠들면서도, 진형을 흩뜨리지 않는 모습은 군기가 잡혀 있었다.
“어? 바로 시작이라고?”
“누가 먼저 와 있나 보네.”
“우리야 땡큐지.”
“저기 있네.”
“로브? 마법사 같은데.”
“그 20층 버릇 버리라고 안 했냐? 암살자인지 뭔지 아무도 모른다고.”
“또 잔소리는.”
소풍이라도 나온 듯 시끌벅적한 모습에, 선두에 선 중년 남자가 쥐고 있는 창을 탕탕 내리쳤다.
“다들 정숙.”
거짓말처럼 적막이 감돌았고.
“반갑습니다.”
중년 남자가 정중한 태도로 김재주에게 몸을 돌려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네.”
김재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으나, 후드를 벗지는 않았다.
그러자 무리에서 혀가 차는 소리가 들려 왔으나, 중년이 살짝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바로 조용해졌다.
-훈련 좀 됐나 본데?
-갑옷에 명원 클랜 마크 없는 거보니 하꼬 같은데
-음 마법사 8명에 나이트 8명? 3명은 모르겠고. 괜찮은데?
“31층은 처음입니까?”
중년 남자는 이름을 묻지도, 자소개를 하지도 않았다.
“네.”
“스킬은?”
“마도 공학을 배웠습니다.”
“만든 물건이 있습니까?”
“네. 전투용으로 만들었으니 제 몫은 할 겁니다.”
“마력 폭탄 같은 위험 물건은 자제해 주길 바랍니다.”
“네. 걱정하지 마시길.”
필요한 것만 묻는 질문에 깔끔한 대답이었다.
“정면으로!”
중년 남자는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18명을 통솔했다.
사각형으로 짜여진 진형은 김재주를 휑하니 지나쳐서는 흉신의 정면으로 향했다.
“전열은 방패 머리 위로 치켜들고, 흘려내기만 한다. 시야가 가려졌으니 지시에만 잘 따르도록.”
“예!”
“마법은 4명씩 2교대, 방어 위주로! 섣불리 자극하면 피해만 커진다. 15분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해라!”
이어지는 대답과 통솔은, 대규모 클랜에서나 볼법한 절도 있는 모습이었다.
다들 날카로운 눈빛으로 흉신을 노려보며 전투를 기다렸고.
“그쪽은 일단 뒤로 물러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쪽이 이미 진형을 짜 둔 상태라.”
중년 남자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김재주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김재주는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에 순순히 대답했다.
관리자가 수작을 부렸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아, 처음이라고 하니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건데…… 5분 정도 남았을 때 세 개의 눈이 모두 떠질 겁니다. 그때는 최대한 벽에 붙으세요. 미쳐 날뛰느라 저희가 지켜드리기 힘듭니다.”
-ㅇㅇ저 말 맞다
-버서커 모드 아니냐?
-미친놈처럼 돌아다니면서 다 뿌수고 다니는데 위험하긴 해ㅋㅋ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재주는 친절한 경고에 얌전히 뒤로 물러났고.
[시련을 시작합니다.]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던 석상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패 올려!”
중년 남자가 진형을 쳐다보며 명령을 내렸고, 재빨리 전열에 있던 나이트들이 방패를 올렸다.
“방어 마법 준비!”
하지만 뒤에 있던 마법사들 영창해 두었던 마법을 쓸 생각도 못 한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헤, 헤드 시니어님!”
그중 정신을 차린 마법사 한 명이 다급히 소리치며 손을 들어 석상을 가리켰고, 중년 남자의 고개가 석상의 얼굴로 향했다.
“……이게 무슨.”
돌가루를 부스스 흘리며 바닥을 쿵쿵 울리는 석상은, 세 개의 눈이 모두 뜨여져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김재주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배낭에서 에니안을 꺼내 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