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6
뉴비가 너무 강함 136화
모여드는 시선
당황은 잠시였다.
중년 남자는 30층에서 나름 유명한 클랜인 ‘하늘 물고기’ 소속의 헤드 시니어였고, ‘박상훈’이라고 하면 감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박상훈의 침착함과, 빠른 판단이 크게 작용했고 탑에서 그런 성격은 클랜장이라면 누구나 탐내하는 요소다.
“산개 대형으로! 플랜 C로 간다!”
박상훈의 명령에 따라 18명의 클랜원은 6명씩, 좌, 우, 가운데로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흉신의 오른팔이 움직였다.
찌르는 게 아니라 뭉개 버릴 정도로 커다란 창이 왼쪽으로 빠지는 클랜원들을 노렸고, 휘어진 방극도는 바닥을 쓸 듯 횡으로 베어왔다.
“막아!”
창이 그들의 머리에 닿을 때쯤 마법사들의 영창이 터져 나와 투명한 막을 형성했고, 그에 가로막힌 창이 주욱 미끄러져 바닥을 찍었다.
“하나!”
횡으로 베어오는 칼을 보며 전방의 세 나이트가 소리쳤다.
손에 든 워해머를 새총처럼 힘껏 당기고는.
“둘!”
다가오는 흉신의 커다란 칼에 맞춰 동시에 휘둘렀다.
결코 우연으로 나올 수 없는 완벽한 합이었고.
콰-앙!
파란 오러에 둘러싸인 해머는 훌륭히 제 역할을 해냈다.
해머에 튕겨 나간 칼을 놓지 않은 흉신은, 균형을 잃고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나이트들도 멀쩡한 건 아니었다.
강철 부츠로 바닥을 긋고는 뒤로 주르륵 밀려났는데 부츠에 패인 잔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몇 분 남았어?”
말하는 나이트의 얼굴엔 고통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나도 몰라! 아파 뒤지겠네!”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해머를 등에 걸치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클리어까지 남은 시간: 13분]
“삼각점으로 흩어져!”
남은 시간을 확인한 박상훈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는, 클랜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들 침착한 눈빛으로 흉신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당황하는 이 하나 없었다.
‘좋아. 이대로만 버티면…….’
세 점으로 흩어진 클랜원들은 어느새 진형을 굳게 갖췄다.
한쪽이 주의를 끌고 다른 쪽에선 방어 마법을 준비하는 식으로 버틴다면, 사상자 하나 없이 클리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허?”
흉신의 팔이 변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쿵. 쿵. 쿵. 쿵.
흉신의 손에 있던 무기들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풍압으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칼, 창, 메이스, 도끼.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크기의 무기들이 떨어지며 바닥을 울릴 때마다, 클랜원들이 움찔거리며 동요했다.
“왜, 왜 저래?”
“이런 얘기는 못 들었잖아.”
흉신의 팔은 뼈가 부러지는 듯 꾸드득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팔이 하나로 합쳐졌다.
사람 하나 정도는 가볍게 쥐어짤 수 있을 것 같은 팔은, 이제 4배로 커졌다.
마치 너희들의 생각을 안다는 듯, 그 알량한 잔꾀를 부숴주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뭉쳐!”
박상훈이 재빠르게 소리쳐 동요하며 웅성거리는 클랜원들의 입을 막았다.
‘……뭐 하는 거지?’
그 와중에 뒤로 물러나 느긋하게 무언가를 팔에 끼우고 있는 남자가 박상훈의 시야에 잡혔다.
클랜원들의 기수를 꿰고 있었기에, 저 사용자가 온 지 얼마 안 된 애송이라는 걸 알았다.
그 애송이는 로브가 불편한지 팔목 부분을 걷었다가, 흘러내려서 잘 안 끼워지자 끙끙대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급박한 상황에 저런 여유로움이라니, 정신을 놓아버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가 아니야.’
박상훈은 저도 모르게 시선을 뺏긴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변화를 끝낸 흉신은 양손을 깍지 끼고 내려칠 듯 들어 올리고 있었다.
방향은 가운데인 이쪽으로 달려오는 진형 중 왼쪽.
‘안 돼. 늦어.’
박상훈의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양쪽의 진형은, 가운데까지 절반도 도착하지 않았다.
마법사들도 달리면서 영창을 하느라 집중이 흐트러져 있다.
오브에 빛이 들어오지 않았으니 주문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
다른 진형 마법사들도 시선을 끌기 위해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시간이 없었다.
‘못 버틸 거야.’
팔 하나를 막는데도 나이트 세 명이 합을 맞춰야 하는 컨트롤을 요구했다.
지금 저 무식하게 커다란 팔을 막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대로 다진 고기가 될 게 뻔했다.
저 커다란 팔이 한쪽 진형을 뭉개버린다면 나머지가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
죽음이 주위를 아른거렸다.
“박진석! 방패 들어!”
박상훈이 나이트인 동생에게 소리치고는 카이트 실드를 꺼내 들며 달려갔다.
“형! 오지 마!”
그러나 흉신의 팔은 방패를 들어 올리고 있는 박진석에게로 쇄도했고, 박상훈은 무력하게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주마등처럼 모든 게 느리게 보였다.
울퉁불퉁한 흉신의 주먹이 박진석을 포함한 6명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고.
‘안 돼.’
그냥 클랜원이었다면 침착함을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동생이 눈앞에서 다진 고기가 되는 꼴은, 차마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
박상훈의 고개가 저도 모르게 옆으로 돌아갔고, 눈을 질끈 감으려던 순간.
쉬이익.
뱀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앙!
홀 전체가 무너질 듯 커다란 소리였다.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박상훈의 머리를 따끔하게 두드렸다.
박상훈은 순간 귀가 먹먹해졌고, 그랬기에 현실감이 떨어져 모든 게 멀어져 보였다.
어쩌면 지금이라면, 동생이 죽더라도 담담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남은 클랜원들이라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렸다.
“……아.”
박상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동생은 죽지 않았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흉신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런 여유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애송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주먹이었다.
“이게, 이게 대체…….”
주먹 부분이 마력 회로로 밝게 타오르며,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진 기계 팔을 끼운 남자의 자그마한 주먹이, 거대한 흉신의 공격을 막아내며 부르르 떨렸다.
막아낸 정도가 아니다.
마치 드릴이 파고드는 것처럼 흉신의 주먹 쥔 손가락이 갈려 나가기 시작했고.
위이잉.
기계 팔의 주먹에서만 타오르던 빛이, 이내 팔꿈치까지 치달았다.
그러자 남자의 주먹은 더욱 거세게 안으로 파고들었고, 이내 쩌적거리며 흉신의 손 전체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쉬이익!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다시 뱀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김재주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흉신을 관통했다.
주먹에서 팔꿈치로, 팔꿈치에서 심장으로, 돌이 부서지는 굉음과 함께 어느새 김재주는 천장에 닿을 듯한 위치에서 부서져 가는 흉신을 내려다봤다.
쩌-저적.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흉신은 움직임을 뚝 멈췄다.
온몸에 금이 가기 시작해 금세라도 부서져 내릴 듯했다.
“히, 히익!”
눈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박진석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는 뒤로 팔을 기며 물러났다.
그대로 있다간 깔려 죽을 것 같았기에.
박진석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쿵! 쿵!
결국 조각 조각난 흉신의 몸이 중력을 버티지 못해 바닥에 떨어졌다.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32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
[30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
클리어 메시지가 떠오르자 안전하다고 판단한 박상훈이 서둘러 동생에게로 달려갔다.
“박진석! 괜찮아?”
“혀, 형. 방금 봤지? 내가 꿈꾸는 거 아니지? 나…… 혹시 지금 죽은 거야?”
두서없이 말을 쏟아내는 동생을 보며 박상훈은 적당히 힘을 조절해 뺨을 때렸다.
“정신 차려 새끼야. 우리 살았어.”
박상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중심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하는 사람이야?’
39층까지 간 고인물?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일 순 없다.
더군다나 마도공학으로 말이다.
「전투용으로 만들었으니 제 몫은 할 겁니다.」
시작 전 애송이라 생각했던 남자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때는 자신이 없어 대충 넘기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제 몫?’
제 몫 정도가 아니라, 모두의 몫까지 다 해버렸다.
“분명 방금, 저 돌덩어리 새끼가 날 죽이려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한 소리를 내뱉던 박진석이 말끝을 흐렸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그 상황에서, 흙먼지가 걷히고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로브는 온데간데없이, 제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코트를 입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기계 팔을 점검하듯 까닥거리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남자의 모습이 말이다.
“……진, 진짜였어.”
박진석의 그 말에, 박상훈도 한숨을 내쉬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옆으로 커다란 포탈 두 개가 시련의 종료를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그래. 진짜였네.”
박상훈은 젊은 남자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반성했다.
30층에 오면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속으로 되새겨 놓고, 스스로에게 한 방 먹은 기분이었으니.
그 둘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17명의 클랜원들도 경악 어린 표정으로 김재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홍, 홍보용으로 방송 켜놨지?”
“어, 어…….”
“물어봐! 저 사람 아냐고. 빨리!”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린 몇몇이 수군거렸고, 김재주는 쏟아지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에니안을 다시 배낭에 집어넣었다.
‘나쁘지 않네.’
아니, 상상 이상이었다.
로톤토의 예측시와, 다른 기능을 동시에 이용하면서 싸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매리트였다.
에니안의 출력 보조 기능만으로도 전투가 수월할 정도였으니까.
-와 지렸다;
-저거 웬만해선 안 부서지게 설계 되어 있을 텐데?
-않이ㅋㅋ 부수라고 만든 거 아니잔슴.
[사용자 ‘얼음전도사’ 님의 1,000코인 후원!]
[재주야. 뭐 좋아하는 거 있어? 음식? 차?]
-아 고만 찝적거리쇼ㅡㅡ
-ㄹㅇ; 굴러온 돌이 박힌 돌 성질 건드리네.
-포포이는 내가 제일 먼저 쓰다듬는다. 찜했다.
-응^^ 그전에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또 또 서로 킬각 잡는다ㅋㅋ그러다 님들 진짜 쫓겨나요?
‘이게 끝인가?’
전투는 관리자의 수작이 들어간 것 치고는 확실히 쉬웠다.
-근데 좀 허전하네?
-ㄹㅇ; 난 관리자가 이번엔 남작 다음에 자작 불러들일 줄 알았는데.
-밀당 쌉고수ㄷㄷ
시청자들도 의아함을 느꼈으나 답을 알고 있는 이는 없었다.
“저기!”
김재주가 전투의 여운을 되새길 틈도 없이, 박상훈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얼떨떨한 박진석을 끌고 오는 그의 표정엔 다급함이 가득했다.
-아 누가 보면 김재주 도망가는 줄 알것소ㅋㅋ
-전에 그런 적 있었지 않냐?
-아…… 그러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제 못난 동생 놈인데, 그쪽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겁니다.”
“아……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재주는 민망한 마음에 어물쩍 대답을 넘겼다.
애초에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위험해질 일도 아니었고, 그들도 무사히 시련을 넘겼을 테니 말이다.
“야, 뭐 해?”
김재주의 미지근한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상훈이 박진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박진석이 화들짝 놀라서는 허리를 숙였다.
“아, 감, 감사합니다.”
조금 전 전투의 이미지가 아른거려 박진석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아뇨. 그럼 이만.”
김재주가 서둘러 인사를 건네고는 나가려던 순간, 다가오던 클랜원들 중 누군가 소리쳤다.
“저기! 포포이 맞죠?”
포탈로 향하던 김재주의 발이 순간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