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42
뉴비가 너무 강함 142화
악당만 음모를 꾸미는 건 아니다
“……진짜라고?”
진기선은 탑에서 제일가는 덕목이 ‘침착함’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30층까지 살아남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으며, 무슨 일이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포포이!”
그런 진기선의 발이, 불안함에 쉼 없이 까딱거리고 있었다.
소문 중에 제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한신 쪽에서 무리수를 던지는구나 싶었던 그 소문이 진짜였을 줄이야.
“안 돼.”
김재주의 단호한 목소리에 포포이들이 꼬물거리던 움직임을 멈췄다.
“포포이…….”
그러고는 김재주의 뺨을 핥는 모습에 진기선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배고픈 거야?”
김재주가 한숨을 쉬고는 포포이들을 바닥에 내려놔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마! 포포이들이 배고프다는데 걍 주라!
-미친놈아ㅋㅋ 저기 있는 마력 응집기만 해도 5만 코인은 넘어가는데;
-ㄹㅇ 비싼 거만 골라놨네 무슨 연구실이여?
포포이들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김재주를 빤히 쳐다봤다.
그에 김재주가 작업대와 테이블 가득 늘어져 있는 기계를 흘끔거렸고.
“안, 안 됩니다!”
레이놀드가 기겁하며 기계 앞을 막아섰다.
“그거 당신 거 아닌데.”
진기선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레이놀드는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었다.
“서, 설마 이 기계들을 먹이로 주실 생각은 아니겠죠?”
“아니, 그거 내 거라고.”
-그건 맞지ㅋㅋ
-레이놀드 표정 절박한 거 보소;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김재주는 피식 웃으며 레이놀드를 진정시키고는 자유 경매장에서 중하급 마력석을 사들였다.
“먹어.”
“포포이!”
김재주가 바닥에 마력석을 내려놓자 라하, 코딘, 베린이 차례대로 다가와 마력석을 입에 물었다.
-커지니까 잘 먹네ㅠㅠ
-작았을 땐 굴려서 깨물어 먹었는데ㅋㅋ
-큰 게 낫긴 함ㅇㅇ
레이놀드는 마력석을 먹는 포포이들을 보고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몸을 돌려서는 기계들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쓰다듬었다.
“탑에서 이런 기계들을 볼 줄이야…….”
마치 애인을 보는 표정으로 실실 웃는 모습에 진기선이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얘 뭐야?”
이미 레이놀드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라는 걸 파악한 진기선이 김재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도 공학을 좋아하는 분이죠. 뛰어나기도 하고요.”
김재주는 굳이 얼마나 레이놀드가 대단한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그 가치가 드러나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일 테니까.
“그래?”
진기선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레이놀드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헤헤…….”
아무리 봐도 정상처럼 보이진 않았다.
-레이놀드 개쩐다고요ㅋㅋ
-ㄹㅇ; 흙 속의 진주였지
-팔라함이 좀 무리하다 싶게 요구한 거 다 뚝딱 했자너;
-대체 어케 찾은 거냐? 아무리 봐도 신기하네
-2회차 on
“원래 저런 분은 아니고…… 좀 흥분하셔서 그래요.”
진기선은 팔짱을 풀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신이 여기 온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약간은 회의감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김재주, 나랑 얘기 좀 해. 커피 좋아하나?”
“아뇨, 물이면 충분합니다.”
“휴게실로 가지.”
그에 레이놀드가 아쉬운 눈빛으로 진기선을 쳐다봤다.
“저도 따라가야 하는 겁니까?”
“……인제 보니까 공방 이용할 사람은 김재주가 아니라 당신인가 보네.”
“네!”
레이놀드가 눈을 빛내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매뉴얼 책자도 있으니까 보면서 익혀둬요.”
진기선의 말에 레이놀드가 말 그대로 폴짝 뛰어서는 기계들의 꽃밭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네. 아마도요.”
김재주도 레이놀드의 저런 광적인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 * *
“여긴 다목적으로 신축한 건물이야. 한 쪽은 연구실 겸 마도 공방, 다른 한 쪽은 연구실, 다른 한 쪽은 휴게실.”
진기선의 간단한 내부 소개에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랐다.
포포이들은 식사를 만족스럽게 했는지 김재주의 어깨에 올라타서는 미동도 없이 잠들었다.
“……그건 볼 때마다 적응 안 되네.”
“포포이들이요?”
“어.”
진기선은 조금 전 포포이들이 자신에게 털을 부풀리며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을 떠올리자, 몸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30층에 꽤 오래 있어서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8층의 악몽 같은 기억이 다시 그를 괴롭혀 왔다.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네. 포포이를 안 죽이고 8층을 통과할 수가 있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킹쩌다 보니 on
-ㅋㅋㅋ 가능은 하지.
-1층에서 포포이를 따라 똑같이 오리걸음을 하며 가끔 포포이! 라고 외치면 쌉가능.
-거기에 같이 마력석도 씹어줘야 되자너ㅋㅋ
-어떤 미친놈이 그렇게 하냐고ㄷㄷ
-여기 잉네?
복도 반대 끝에 위치한 휴게실은 깔끔했다.
하얀 벽에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간이 침상까지.
말 그대로 목적에 충실한 장소였다.
아늑해 보이기도 했으며, 쌀쌀한 밖의 날씨와 대비되는 따뜻한 기운이 맴돌기도 했다.
“거기 앉아. 물이라고 했지?”
“네.”
벽 끝 책상에 놓인 플라스틱 생수통의 뚜껑과 믹스커피를 뜯으며 커피포트를 조작하는 진기선의 모습은 익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재주야, 신기하지 않냐?
-와, 전기!
-와, 커피!
-ㄹㅇ 탑도 살 만하다니까?
-30층부터는 진짜 사람 사는 냄새 남ㅋㅋ
-근데 지금은 관리자 건의도 못해서 약간 불편하지 않냐?
-어차피 만들 줄 아는 기술자들 다 있는데 뭐ㅋㅋ
얼마 안 가 진기선이 종이컵 두 개 중 하나를 김재주의 앞에 놓고는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뭐, 일단 포포이는 둘째 치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재주가 테이블 위에 잠든 포포이들을 내려놓자, 진기선이 몸을 뒤로 바짝 당겼다.
“말씀하시죠.”
“계획이 뭐야? 네 말이랑 정보를 취합해 보면, 요정왕이 인정한 인간이 너인 건 확실한 것 같고……. 아예 여기 눌러앉아서 힘을 기르고 올라갈 생각이야? 아니면…….”
김재주는 진기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탑에서 영원한 아군은 없다.
그로서는 김재주가 호의적이니 서로 돕는 관계를 취하고 있었지만, 만약 김재주가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한다면 성가심을 넘어 목이 간당간당해질 수도 있었으니까.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준비만 끝나는 대로 바로 올라갈 생각이니까요.”
“40층으로?”
“아뇨.”
“그러면 50층?”
김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 제가 탑에만 있을 것처럼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요?”
“아니야?”
“지구로 가야죠. 언제까지 갇혀 있을 순 없으니까요.”
김재주의 말은 진기선에게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
평생 죽을 걱정만 하면서 탑에서 눌러살 생각이냐고 말이다.
“음…….”
진기선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고민에 빠진 듯 눈을 감았다.
“너 아직 모르는구나.”
“뭘 말입니까?”
“관리자가 지구 없애버린다고 한 얘기. 정말로 몰라?”
김재주는 급하게 되물으려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동영상에서도 그런 얘기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는 건, 관리자의 변덕이라는 얘기고.
그 얘기가 진기선의 입에서 나왔으니 헛소문이라고 넘기기도 힘들었다.
“……진짜입니까?”
김재주의 시선이 오른쪽 아래에서 반짝이는 채팅창으로 향했다.
진기선에게 묻는 질문이자, 시청자들에게 향한 질문이기도 했다.
-음? 몰랐누?
-어쩐지ㅋㅋ 지구 간다길래 이상하다 했어?
-난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ㅋㅋ
-근데 좀 갑작스럽긴 하지 않았냐?
-ㅇㅇ 근데 난 관리자한테 직접 들은 거라 확실함
“아는 소식통한테 들은 정보야. 99%는 확실하다고 생각해. 어중간한 정보였으면 말도 안 꺼냈을 거야.”
김재주는 천천히 얼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여기선 백날 고민해 봐야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이다.
김재주는 지난 경험을 통해, 관리자와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가야겠네요.”
“어디를?”
“35층이요.”
* * *
“우와,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박시우가 대회의실로 와서는 호들갑을 떨었다.
“왜? 아까 결계 부서졌더라. 기습은 아니야.”
강소아가 테이블에 늘어져서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나도 알아. 어휴, 추워.”
박시우가 제 팔을 쓱쓱 쓰다듬고는 강소아의 옆에 앉았다.
“그러다 너도 감기 걸리겠네. 대타는 잘 뛰었어?”
“어. 보고서만 놓고 오면 되는데 뭐 어렵진…… 아, 이게 아니지. 30층은 초상이 났는데…… 아니, 그보다!”
박시우는 넋이 나간 듯 중얼거리다 갑작스레 흥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계가 부서졌다고?”
“괜찮아. 수리 중이니까.”
“태평한 거 봐. 누가 보면 언제 기습 오는지 다 알고 있는 줄 알겠어?”
“…….”
강소아가 시선을 테이블로 돌렸다.
“하하, 농담인데 뭘 그렇게 뚱하게 반응해.”
“시끄러.”
“그래서, 별일 없었지?”
강소아가 몸을 일으키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보다시피.”
“아……. 생각해 보니 별일은 내가 있었네?”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클랜장님이 폭발이라도 했어?”
“아니, 거의 그럴 분위기야.”
“뭔데.”
“아, 이거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강소아가 눈매를 좁히고는 박시우를 노려봤다.
“말 안 할 거면 분위기를 잡지 말던가.”
“오케이. 이건 너니까 말해주는 거다?”
“어.”
박시우가 의자를 끌어 몸을 바짝 당겨서는 목소리를 낮췄다.
“얼음 전도사 알지?”
강소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왜?”
“왔다니까. 방금 결계 부서진 것도 그 사람 때문이야. 날아서 유리창을 통째로 부수는데……. 어휴, 난 무슨 유성인 줄…….”
“그게 지금 여기 있다고?”
강소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모습은, 어지간히 짜증이 올라온 상태라는 걸 박시우는 알고 있었다.
“왜, 왜 그래?”
박시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강소아를 올려다봤다.
“……그 미친년이 여긴 왜 왔대?”
“야, 미친년이라니……. 나름 전설이신 분인데 말 좀 가려서…….”
“전설은 무슨! 장난해?”
드문 강소아의 성난 모습에 박시우가 의자를 뒤로 쭈욱 빼서는 물러났다.
이럴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쳐다만 보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휴우, 그래서 왜 왔대.”
박시우의 시선에 한숨을 내쉰 강소아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음. 얼핏 듣기로는 얼음 전도사가 클랜장님 스승이라는데?”
“하. 진짜 끼…….”
강소아는 ‘끼리끼리 논다’라고 말하려다, 박시우의 의문 가득한 시선에 말을 삼켰다.
“나 좀 갔다 올게.”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져나가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몰라도 돼.”
“평소엔 일도 안 하는 게 요즘 자꾸 어딜 쏘다녀?”
“알면 다쳐.”
“예이, 그러시겠죠.”
강소아는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왔던 결실을, 이제 터뜨릴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혼자서라면 결코 해내지 못할 일이, 이제 50층에서 일어날 거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