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48
뉴비가 너무 강함 148화
오랜 친구
김정훈은 정말로 후회했다.
이명선이 괜찮은 코인 벌이가 생겼다면서 꼬드겼을 때 넘어간 것도.
32층에서 탈락한 후 수상한 징후에 바로 도망치지 못한 것도.
망할 갑옷을 입은 것마저도 말이다.
“허…… 허어억.”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자 자신을 지켜주던 갑옷은 이젠 반대로 숨을 조여왔다.
목이 꾸욱 눌려 호흡이 불편했다.
로프에 묶여 압박감이 느껴지던 발목도 이젠 무감각했다.
옆에서는 수금이 한창이다.
“아 그러니까, 500코인밖에 없다고요?”
“예, 예!”
“이명선 씨한테 듣기로는 개인당 2,500코인이라고 했는데, 나머지 어쨌어요?”
“포션이랑 이번에 무기 바꾼다고 썼습니다.”
대답하는 암살자의 숨소리는 불규칙했다.
“아, 그렇구나.”
김정훈은 그 와중에 잔꾀를 부린 이명선에게 속으로 감탄하면서 동시에 욕이 나왔다.
‘5천 코인씩 나눈 걸 절반이라고 후려쳐?’
대담하다기보단 코인에 미친 놈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마당에 거짓말을 할 용기를 시련에선 써먹질 못해 빌빌댔으니까.
자기도 그걸 알고 열등감이 쌓였는지, 패배를 약속한 판에서 난리를 쳤나 싶기도 했다.
‘이젠…… 한계야.’
자신의 순서는 맨 끝 마지막이었다.
오러는 진작 바닥났고, 정신력도 끝을 보였다.
‘……졸려.’
시야가 흐릿해져 모든 게 뭉개져 보였다.
악마가 풀을 밟아 짓이겨지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렸다.
“괜찮아요? 이대로 자면 큰일 나요.”
김정훈의 숨통이 트였다.
악마가 목을 조여오는 갑옷을 슬쩍 올려준 덕이다.
“자, 거래 걸게요. 있는 거 전부 넘겨주시면 됩니다.”
김정훈은 시스템창마저 흐릿하게 보여 더듬거리는 손으로 거래를 수락했다.
‘다 가지고…… 빨리 꺼져…….’
정확하게 숫자를 입력할 수 없어 막 눌렀다. 그러면 알아서 최대 코인으로 보정될 테니까.
[거래가 완료됐습니다.]
“음…….”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듯 얕은 한숨이 들렸다.
‘제발…… 꺼지라고!’
바람이 통하기라도 한 걸까, 발소리가 멀어졌다.
김정훈은 갑옷이 다시 숨이 조여오자 어지러움을 넘어 속이 메슥거렸다.
“자, 이제 대충 끝났네요. 아까 말씀드렸죠? 있는 거만 다 주면 문제없을 거라고.”
“예!”
“잘못했습니다!”
이제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대답하는 모두의 목소리에 희망이 섞였다.
김정훈은 대답할 기운도 없어 눈이 반쯤 감겼다.
“근데 문제가 좀 있겠네요.”
수금할 땐 능글맞던 김재주의 목소리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
“네?”
“그, 그게 무슨!”
“코인만 전부 넘기면 풀어준다고 했잖습니까!”
터져 나오는 반발에 김재주는 아무런 말도 없이 팔짱을 끼고는 그들을 천천히 훑었다.
멀리 사용자 구역 쪽 불빛에 김재주의 얼굴이 어렴풋이 비쳤다.
무심한 눈빛에 다들 움찔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차라리 죽여…….’
김정훈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눈이 완전히 감길 즈음.
“분명 그랬죠. ‘전부’ 넘기면요.”
쉬이익.
김정훈은 발목에 피가 도는 시원한 기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쿵.
머리가 바닥과 충돌해 눈물이 찔끔 흘렀다.
“……아?”
그러고는 거꾸로 돌던 세상이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자잘한 거 제외하고 5천 코인만 주면 그냥 넘어갈까도 생각했는데, 그런 분이 한 명밖에 없네요.”
김재주의 말에 반발은 금세 튀어나왔다.
“아까는 2,500코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요?”
“네!”
“언제요?”
“분명 방금…….”
“5천 코인이라 그랬는데요?”
“…….”
김정훈은 그제야 깨달았다.
풀려난 건 자신뿐이다.
흐릿한 시야는 고개를 세차게 털어도 회복되지 않았다.
‘헛것을 보나…….’
바닥에 하얀 솜뭉치 셋이 꾸물거리며 뭉쳐 있었다.
빤히 쳐다보자니 솜뭉치가 움직였고 동그란 눈동자 같은 게 보이기도 했다.
“포포이!”
그게 김정훈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눈이 저절로 감겼다.
* * *
김정훈을 제외한 12명도 남은 코인을 뱉어내고 나서야 풀려났다.
손목에 밧줄이 묶인 채로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서 말이다.
“뭐야?”
“필라이스 맞지?”
“누가 게시판에 헛소리 싸질러 놨나 했더니 진짜였나 보네.”
사용자 구역의 길거리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소문의 김재주가 나타났다는 얘기가 돌자 하나둘 호기심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잘 듣습니다.”
이명선을 필두로 죄인처럼 묶인 그들이 푹 숙인 고개를 들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에 얼굴이 빨개졌다.
기절해서는 코트에 휘감겨 딸려오는 김정훈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여러분은 이제 여기 1거주 구역부터, 잡화 시장인 2구역, 공방 구역인 4구역까지 한 바퀴 돌아서 옵니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오리걸음으로요.”
“!”
울먹거림과 자그마한 욕지기가 새어 나왔다.
“아 누가 욕하셨네. 밧줄은 안 풀어줄래요.”
-띠ㅡ껍ㅋㅋ
-사탄: 교수님 이 부분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오리걸음하면 김재주 아님?
-?
-1층에서 근ㅡ본이랑 같이 오리걸음했자너ㅋㅋ
-아ㅋㅋ
“전 귀찮아서 안 따라갈 건데,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거목 안에 있을 거니까.”
드디어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제한 시간 안에 못 돌아오면, 제가 직접 찾으러 갈 겁니다. 저 멀리 숲속으로 도망치는 것까진 안 말릴게요. 대신 포탈이나 이쪽은 얼씬도 못 할 겁니다. 제가 명원이랑 친한 건 알죠?”
김재주의 말 하나하나가 그들의 가슴에 박혔다.
행여 도망친다면 정상적인 탑 생활은 포기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명원이 사용자 거주 구역 곳곳에 눈을 두고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저…… 제한 시간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언제인지…….”
“그건 비밀입니다.”
“네?”
벙찐 대답에도 김재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 지었다.
“제 마음에 드는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한 번 더 굴려질 겁니다. 자, 출발.”
쉽게 무릎을 굽히지 못했다.
기절한 김정훈을 힐끔거리며 망설이다가.
“아, 그냥 깔끔하게 끝낼까요?”
김재주의 무심한 말투에 다들 허겁지겁 무릎을 굽혔다.
아예 김재주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등을 돌려서는 엉금엉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귀찮게 하는 사람은 없겠지.’
김재주는 조금씩 멀어지는 그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고는, 거목 안으로 향했다.
끼-익.
공기에 섞인 술 냄새와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했다.
그것도 잠시, 김정훈을 허공에 끌고는 바에 다가가는 김재주를 보고는 다들 숨을 죽였다.
“저 사람이……”
“쉿”
“가서 친구……”
“미친 소리……”
탕.
낮게 수군거리는 소리에도 개의치 않으며 김재주는 바닥에 기절한 김정훈을 내려놨다.
그리고는 바에 앉자 근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서는 옆으로 물러났다.
-쫄?
-쪼오오올?
-아 거 안 잡아먹으니까 마저 드셔도 되는데ㅋㅋ
-근데 나였어도 쫄았을 듯.
-ㄹㅇ;
“뭐로 드시겠습니까?”
바텐더가 조심스레 다가와서는 물었다.
“물이요.”
“네.”
바텐더가 내놓은 물잔을 집고 김재주가 웃어 보였다.
“저희 구면이죠?”
“……알아보시는군요.”
“물을 두 번이나 주셨는데 모를 수가 있나요.”
바텐더는 박자훈이었다.
명원 클랜 본부에서 팀장과 진기선을 만날 때 옆에 있던 사람.
“저 감시하라고 보낸 거죠?”
바텐더는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클랜장님께서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진기선이?
-오호?
“그래요?”
김재주는 속으로 웃었다.
자신이 아는 진기선이라면 무조건 우호적으로 나올 리가 없다.
확인 그리고 또 확인.
그 신중한 성격은 압도적인 무력이 앞에 있더라도 변할 성질이 아니다.
‘그랬으니 30층에 박혀 있는 거겠지.’
김재주는 손가락으로 바를 톡톡 두들기다가 조금 후 입을 열었다.
“여기 필라이스 클랜원인데, 괜찮은지 좀 살펴줘요.”
“네.”
박자훈은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그리고 밖에서 오리걸음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다 끝나면 그쪽에서 잡부로 쓰던지 좀 굴려주세요. 명분은 충분하죠?”
“네. 시련 조작을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김재주는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두 명. 정령의 숲으로 갈 사람 데려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대화는 끝이었다.
김재주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는 동안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김정훈의 얼굴과 자신이 겹쳐 보였으니까.
‘보자…….’
김재주는 나가자마자 바로 메시지를 작성했다.
[사용자 : 김재주2]
[레이놀드, 밥은 먹었죠? 지금 어디예요.]
한참을 지나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잡아놓은 숙소로 가봐도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김재주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보다 더하네.’
-레이놀드 아직 거기 있는 거임?ㄷㄷ
-근성 무엇;
시청자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신축 건물의 불빛은 2층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망설일 것 없이 바로 2층으로 향했다.
삐-빅.
진기선에게 받은 예비 카드키로 공방 입구 문을 열자, 예상대로 한 사람이 있었다.
“레이놀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작업대로 만든 넓은 중앙 테이블에서, 따닥따닥 용접 불꽃이 튀었다.
레이놀드는 얇고 긴 광물 막대를 작은 집게로 잡아 녹이고 있었는데, 김재주가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지이이이-잉.
눈부신 빛이 번쩍이고 얼마나 흘렀을까.
“후우…….”
레이놀드가 용접 마스크를 벗으며 숨을 골랐다.
“……김재주 씨?”
이마 가득한 땀을 닦다가 그제야 바로 앞에서 팔짱을 낀 김재주를 발견했다.
“하루 종일 여기 계셨어요?”
김재주의 굳어진 표정에 레이놀드가 머쓱하게 웃으며 시선을 회피했다.
“하하…… 그게.”
“식사는요?”
“탕비실에서 먹었습니다.”
-거기에 커피랑 물밖에 없던데?
-뭘 먹었단 건데ㅋㅋ
김재주가 말없이 노려보자 레이놀드가 화제를 전환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김재주 씨! 이건 혁명이라고요!”
“뭔데요.”
“반중력 가동 장치라고요. 반중력! 단순한 비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죠!”
“아. 네.”
“이걸 김재주 씨가 가진 에니안에 접목시키면…… 아니, 팔뿐만 아니라……!”
흥분해서 눈을 빛내며 떠들던 레이놀드는 김재주가 뚱한 표정으로 말이 없자 입을 다물었다.
“배 안 고프세요?”
“하하. 고작 하루 안 먹은 정도로는-”
꼬르륵.
레이놀드의 배에서 난 소리가 공방을 울렸다.
“하, 하하하…….”
레이놀드가 슬며시 물러나서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귀 다 빨개지셨는데요?
-참 거짓말 못 해?ㅋㅋ
-ㄹㅇ; 구라칠 거면 김재주처럼 해야지.
-이미 명원이랑 다 얘기됐다고 협박한 거?
-ㄹㅇㅋㅋ 난 언제 그랬나 싶었는데 박자훈한테 통보하는 거 보고 구라였다는 거 깨달음.
“밥 먹고 오세요. 얘기는 나중에 하죠.”
김재주의 냉정한 말투에 레이놀드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업복을 벗었다.
‘저러다 쓰러지면 누가 책임진다고…….’
문밖으로 나가는 레이놀드를 보며 김재주가 한숨을 쉬었다.
“보상 확인할게요.”
레이놀드도 보냈으니 김재주도 밀린 보상을 확인할 차례였다.
-아니 근데 31층은 좀 애매하지 않았냐?
-32층은 그냥 평범했자너ㅋㅋ
-근데 트롤 땜에 빡치긴 함;
김재주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무심하게 보상 알람 창을 눌렀고.
쿵. 쿵.
은색 보물상자와 동색 보물상자가 떨어졌다.
“…….”
바닥에 작은 메시지 카드와 함께 말이다.
김재주가 허리를 굽혀서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
[자네의 오랜 친구. 카프닐이.]
-?
-??
-그 카프닐?
-잘못 보내셨는데요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