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9
뉴비가 너무 강함 159화
예상과는 다르게
쿵.
보상 알림창을 누르자 동색 보물 상자가 떨어졌다.
관리자가 보내오던 화려한 모양이 아닌, 섬세한 문양으로 테가 짜여있는 상자.
김재주는 이제 상자 모양만 봐도 알 것 같았다.
‘……카프닐이네.’
상자 앞으로 살랑거리며 떨어지는 메시지 카드까지.
익숙한 모양새였다.
-아 동색은 너무한 거 아니오!
-재주 난이도 아니었자너ㅋㅋ
-대충 감 잡히네. 관리자가 뭔가 ㅈㄹ하면 보상 더 좋아지고 아니면 말고.
-나도 감 잡음. 님 지금 숨 쉬고 있죠?
-?
-당연한 얘기 뭣하러 하냐고 까는 거 같은데ㅋㅋ
-그랬음?ㅋㅋ…… ㅎㅎ…… ㅈㅅ;
“포포이!”
김재주의 어깨와 머리에 있던 포포이들이 뛰어 내려와 상자 근처를 빙빙 돌았다.
마치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듯 말이다.
‘그러고 보니 카프닐에겐 묘하게 경계심이 낮네.’
특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카프닐도 마족이었으니 그와 극상성인 포포이들이라면 당연히 싫어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의식 시작됐누ㅋㅋ
-안에 마력석 있는 거 아니냐?
-아 추억이네 김재주 후레시맨일 때ㅋㅋ
-앗! 더 이상 그 얘기를 함부로 해선 안 돼! 김재주의 체력은 이미 0에 가깝다고ㅋㅋ
-ㄹㅇ; 방송 끌지도 모르니까 선 지켜야지.
김재주가 피식 웃으며 빙빙 도는 포포이들을 넘어 바닥에 놓인 메시지 카드를 집어 들었다.
『뒤를 조심하게.』
의미심장한 메시지였다.
김재주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시련이 끝나 골렘마저 연기처럼 사라진 자리엔, 횃불만이 외로이 일렁이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관리자의 살.인.예.고.
-소름 돋누ㄷㄷ
김재주가 찝찝한 마음에 카드를 바닥에 다시 내려놨다.
상자를 열어 손을 집어넣었고 딸려 들어온 건 3천 코인 주머니와, 한 손에 다 쥐기 힘들 정도로 큰 중급 마력석이었다.
“포포이!”
포포이들이 빙빙 돌던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김재주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봤다.
-포포이들 난리 난 거 보소ㅋㅋ
-근본니뮤ㅠㅠ
-마! 포포이 주라!
-아니, 저거 1만 코인짜리야 미친놈들아;
-별 기대 안 했는데 대박 터졌누ㅋㅋ
-진짜 운 좋아야 뜨는 건데ㄹㅇ;
“배고픈 거야?”
“포포이!”
김재주는 중급 마력석은 배낭에 집어넣었다.
하나뿐이기도 하고 크기 때문에 먹기 불편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배낭에서 예비용으로 챙겨놨던 중하급 마력석 3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놨다.
“포포이!”
라하, 코딘, 베린이 뻘뻘뻘 다가와 마력석을 입에 물었다.
-어구! 어구 잘 먹는다!
-편ㅡ안
-재주야 이제 어쩔 거냐?
-바로 35층 갈 거?
김재주는 포포이 너머로 보이는 두 개의 포탈을 쳐다봤다.
“일단 간다고 얘기는 하고 가야죠.”
이제 김재주는 혼자가 아니다.
같이 온 동료에게 최소한의 얘기는 하고 가는 게 맞으리라.
35층이 하루 이틀 만에 깰 수 있는 시련도 아니었으니.
* * *
여행자의 거목 안.
김재주가 포탈에서 나오자 왁자지껄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러고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허리를 숙였다.
“…….”
-아ㅋㅋ
-누가 보면 조직인 줄 알겠네.
-진짜로 접.수 해버렸달까? 크큭…….
-ㄴㄷ^^
김재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 명원 쪽에서 신나게 굴려지고 있을 테니.
아마도 김재주에 대한 소문이 더욱 커진 것 같았다.
‘모른 척. 모른 척.’
김재주는 어깨를 펴고 그들의 시선을 외면하며 문을 향해 걸었다.
따라붙는 시선엔 호기심과 동경이 가득했다.
“……저기.”
그때 누군가 조심스레 김재주에게 다가왔으나.
“포포이!”
포포이들의 외침에 움찔하고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마치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슬쩍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에, 김재주가 문을 열고 나가는 동안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다.
-근ㅡ본
-눈치 까버렸자너ㅋㅋ
-ㅋㅋㅋ
-더럽좌 안 보이더니 다시 왔누?
-주작이랑 같이 왔네? 둘이 아주 수상해?
-모야모야?
* * *
50층.
부서져 내린 폐건물의 잔해 위에 6명의 남녀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어머, 어떡해 우리 포포이들. 배고팠나 보다.”
이채린이 방송 창을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김재주 부끄러워하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요?”
강소아도 마찬가지였다.
“35층 가서도 잘하겠지?”
박천상은 무언가 찝찝하다는 듯 팔짱을 낀 채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재주 형은 다 알고 있을 걸요?”
키가 작은 남자아이도.
“확실히 관리자의 간섭이 줄어들었어.”
치렁치렁 늘어지는 옷을 입은 남자도.
“항상 잘해왔으니까 난 별일 있어도 괜찮을 거라 믿어.”
나른해 보이는 한 눈빛을 한 여자도.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김재주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
저 멀리서, 혹시나 건물 밑에 깔린 사람이 없을까 확인하던 중년의 남자가 6명을 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야! 니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그에 강소아가 서둘러 방송창을 최소화시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아저씨! 수색 끝났죠?”
“그래. 이 자식들아. 잘살고 있던 사람 데리고 와서 개고생만 시키는구나 아주.”
“헤헤…….”
강소아가 멋쩍게 웃자 중년의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 만든 아지트 놔두고 뭐하는 짓이냐 이게.”
“그게…….”
강소아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박천상이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풀이 같은 거지. 그동안 힙찔이들한테 오죽 쌓인 게 많겠어.”
중년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그 건물 위에서 축제를 벌이는 중이시다?”
“아 영감 잔소리는, 얼른 갑시다. 내가 맛있는 걸로 쏠 테니까.”
자리를 파하는 박천상의 말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봤다면 깜짝 놀라다 못해 믿지 못했을 것이다.
결코 한자리에 뭉칠 수 없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으니 말이다.
“역시 바깥 공기가 좋긴 좋아.”
박천상이 건물 더미를 지나 휑해 보이기까지 하는 풍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싸늘한 바람이 스치는 공터 너머에서 지는 해가 모든 걸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놈아, 니가 불러놓고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니냐?”
슬쩍 다가온 중년이 박천상을 게슴츠레 쳐다봤다.
“누가 보면 억지로 끌려 나오신 줄 알겠습니다.”
“어허,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탁한 건…….”
“같은 시청자끼리 좀 돕고 살자니까 바로 좋다고 하신 게 누구였더라…….”
“크흠.”
헛기침을 한 중년은 다가오는 네 명의 남녀 중, 강소아를 보며 말을 돌렸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냐.”
“체계를 만들어야죠.”
아까와는 달리 강소아가 또렷한 목소리로 당당히 중년의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체계?”
“탑을 좀먹는 바이러스들을 잡는 백신 같은 체계를요.”
그제야 중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 * *
“벌써 35층을 가신다고요?”
얼굴에 묻은 기름을 닦던 레이놀드가 손을 뚝 멈췄다.
“네. 어차피 큰 준비가 필요한 곳도 아니다 보니, 빨리 가려고요.”
김재주가 넓은 테이블에서 술래잡기를 하는 포포이들을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맙소사. 저희 이제 30층에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건 알고 계시죠?”
레이놀드가 걱정이 가득한 말투로 김재주를 빤히 쳐다봤다.
약간 돌려 말하긴 했지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는 뜻이다.
“확실히 빠르긴 하네요.”
김재주는 그게 어쨌냐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태연한 반응에 레이놀드가 윤활유를 한쪽에 밀어 넣고는 작업을 중지했다.
“같이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네…… 아직은요.”
확신할 수 없었다.
35층은 아스트로드 세계의 큰 축 중 하나다.
관리자는 항상 5층 단위로 김재주에게 힘든 시련을 내려왔고, 25층까진 그 규칙이 유효했다.
‘만약 이번에도 별일 없다면…….’
그렇다면 괜찮을 것이다.
레이놀드와 함께 탑을 올라도 말이다.
‘게다가 35층 시련 자체도 예측이 힘들지.’
사용자들이 오르는 탑의 구조가 사실 마탑의 구조를 따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특이한 곳이었고, 시련 자체도 종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측이 힘들기에 준비가 무의미하다.
그게 사용자들 간의 정론이었다.
“알겠습니다.”
김재주의 단호한 태도에 레이놀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대신 이걸 가져가시죠.”
레이놀드가 준비라도 해놨다는 듯 구석에서 손바닥 크기의 기계를 가져왔다.
“이건?”
김재주가 레이놀드에게서 조심스레 기계를 받았다.
차가운 금속의 느낌과 손에 착 달라붙는 그립감이 전해졌다.
“반중력 가동장치입니다.”
기존의 기계와는 생김새가 달랐다.
원판 안에는 점점 작아지는 형태로 3개의 동그라미가 더 있었다.
“어떻게 쓰는 겁니까?”
“김재주 씨가 마력을 잘 다룬다는 가정하에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마력석을 갈아 끼워 넣던 공간을 없애고, 대신 성능을 대폭 높였죠.”
이어지는 설명에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벌써…….’
레이놀드가 30층에 와서 처음으로 반중력 장치를 만들어냈을 땐 그러려니 했다.
동영상 속에서도 하도 자랑스레 떠들어댔으니 때가 됐구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 기억대로라면, 40층에 가서나 완성되었어야 할 물건이다.
“마력의 주입 양에 따라 안의 원들이 튀어나오며 출력을 보조할…… 김재주 씨?”
김재주의 멍한 시선에 레이놀드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아, 죄송합니다.”
“제 말 안 듣고 계셨죠?”
레이놀드가 눈매를 좁히며 말하자 김재주가 어색하게 웃었다.
“다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엔 제가 사용법을 설명할 때 계속 멍한…….”
레이놀드의 말끝이 흐려졌다.
김재주가 원판의 옆면에 달린 스위치를 능숙하게 눌러서, 기계를 허공에 띄워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하는 거 맞죠?”
“오우…….”
-와! 채신 기술!
-안이 근데 반중력이라는 게 가능한 거냐?
-지금 보고 있으시잖아요ㅋㅋ
-나도 반신반의하긴 했는데…… 레이놀드 ㄹㅇ 천재였누.
-근데 저거 어따 써먹음?
-글쎄? 부유 장치?
김재주는 감회가 남달랐다.
눈으로만 봐오던 걸 직접 쓰게 됐으니.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김재주가 허공에 붕 뜬 원판을 옆으로 세우고 출력 방향을 벽으로 돌렸다.
‘분명 여기에 마력을 주입하면…….’
능숙하게 다룬다면 타이머처럼 일정 시간 후에 작동도 가능했다.
‘조금만 해볼까.’
김재주가 넣은 마력에 원판 안의 동그라미들이 계단형태로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동그라미는 두 개.
총 4단계 중 3단계의 형태였다.
“어…… 잠시만요.”
멍하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레이놀드가 깜짝 놀라서 주머니에 적어놓은 매뉴얼을 꺼내 들었다.
“정해진 마력대로 주입하지 않으면-”
위이잉-
폭음 따위는 없었다.
마치 조용한 암살자처럼 원판의 출력구를 따라 벽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마치 찰흙을 주먹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내 김재주가 불어넣은 마력이 모두 떨어졌고, 반중력 장치가 바닥에 텡그르르 떨어졌다.
“아…….”
레이놀드가 허망한 시선으로 구멍이 뚫린 벽을 쳐다봤다.
-저기 탕비실 쪽 아니냐?
-음…… 뭐 괜찮지 않을까?
김재주는 뚫린 벽 너머로 보이는 얼굴을 보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뭐야?”
진기선이 그곳에 있었다.
-재주야 빨리 35층 가자ㄱㄱ
-ㅌㅌ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