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0
뉴비가 너무 강함 160화
누군가의 제자로
김재주는 불편한 침묵의 중심 속에 있었다.
“…….”
말없이 팔짱을 낀 채 발을 까닥거리는 진기선과.
“이걸 또 여기서 뵙네요.”
그런 어색함 따윈 상관없다는 듯,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건네오는 한성민 사이에 앉아서 말이다.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김재주가 따가움이 느껴지는 진기선 쪽을 슬쩍 쳐다봤다.
묘한 시선이 마치 한성민을 알고 있었냐는 표정이었다.
“왜 멀쩡한 본부 놔두시고 여기에 계십니까?”
김재주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돌렸다.
“여기도 멀쩡했었어. 조금 전까지는 말이야.”
진기선이 퉁명스레 말하며 구멍이 뚫린 벽을 쳐다봤다.
벽 너머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던 레이놀드와 진기선의 눈이 마주쳤다.
“죄, 죄송합니다!”
레이놀드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숨겼다.
-아ㅋㅋ
-무슨 두더지냐고ㅋㅋ
“제가 그런 거니까 진정하시죠.”
“아무 말도 안 했어.”
“표정에 심통 난 거 다 보이는데요.”
“나 그렇게 속 좁은 사람 아니야.”
“아…… 네.”
김재주의 떨떠름한 표정에 진기선이 앉은 의자가 끼익하고 떨렸다.
“됐다……. 거기, 한성민 씨라고 했나?”
진기선이 한숨을 쉬고는 구겨진 표정을 풀었다.
“네.”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았어. 결과는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오늘은 돌아가.”
한성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럼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한성민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슬쩍 김재주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에, 진기선의 미간이 다시 좁혀졌다.
마치 결정권자가 김재주라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후우.”
문이 닫히자마자 진기선이 팔짱을 풀고는 마른세수를 했다.
“괜찮으십니까?”
“어…… 내가 좀 저런 타입한테 약해서.”
“저런 타입이요?”
“속에 구렁이 몇백 마리쯤 감춰놓은 게 분명한데 순진한 척을 하는 타입 말이야.”
“음.”
반박할 수 없는 말에 김재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살았네. 계속 그 녀석이랑 둘이 있었다간 내가 벽을 부쉈을 거야.”
피식 웃은 진기선이 의자에 등을 기대 늘어졌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한창 바쁘다고 들었는데 여긴 어쩐 일이야?”
“이제 35층으로 가려고요.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미리 인사차 들렀습니다.”
“오, 그래?”
진기선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 노망난 영감들 수발들려면 고생할 텐데, 혼자서 괜찮겠어?”
“네.”
김재주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그래. 너라면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네.”
진기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구멍 난 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둘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우던 레이놀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숨어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죠?”
“타조야? 머리만 파묻는다고 안 보이게?”
“하하…….”
레이놀드가 멋쩍게 웃으며 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그러다 벽에 걸려서는 어어 하는 소리를 내다가 바닥에 엎어졌다.
“……이거 완전 허당이네.”
* * *
여행자의 거목.
김재주는 포탈 앞에서 간단한 점검을 마쳤다.
레이놀드가 챙겨준 반중력 가동 장치 하나.
예비용 중하급 마력석 10개.
“35층에선 방송 이탈 안 되는 거 아시죠?”
김재주가 경고하듯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아니ㅋㅋ 니가 당연히 안다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사용자 ‘로크다르’님의 1,000코인 후원!]
[뭐임? 김재주 35층 처음 아님?]
-저거 봐 저거 봐. 우리야 익숙하니까 그렇지 저런다니까?
-ㅋㅋㅋ마! 김재주 탑 2회차인 거 아직 모르나!
“나갈 거면 지금 나가세요.”
[현재 시청 인원: 3,439명]
김재주의 무심한 말투에도 시청 인원은 줄지 않았다.
[현재 시청 인원: 4,147명]
오히려 떠나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기 싫다는 기세로 사람들이 더 불어나기 시작했다.
‘소문이 어디까지 난 건지…….’
김재주로서 나쁠 건 없었다.
그렇게 시청자들이 늘어난다면, 탑에서 10명도 달성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만 명 팔로우 보상을 챙길 수 있을 테니까.
“라하, 코딘, 베린.”
김재주가 무릎을 굽혀서는 똘망똘망한 눈동자 세 쌍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포포이!”
“미안해. 이번엔 좀 오래 들어가 있어야 할 거야.”
김재주가 하나씩 포포이들을 쓰다듬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포포이!”
포포이들은 괜찮다는 듯 씩씩한 소리로 외쳤다.
-마! 너무한 거 아이가!
-이건 어쩔 수 없지;
-ㄹㅇ 마법사 새끼들 신기한 거 보면 환장하자너.
-ㅇㅇ 숨기는 게 맞음.
마탑의 존재들은 호기심이 강한 자들이 넘쳐난다.
세계수의 정령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자신의 호기심을 억누를 자가 몇이나 될까.
‘따로 두고 갈 수도 없고…….’
혹시나 싶어 레이놀드에게 맡겨둘까도 했지만, 포포이들은 싫다는 듯 김재주의 몸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
김재주가 배낭의 덮개를 열자 라하와 코딘, 그리고 베린이 차례대로 배낭에 뛰어들었다.
‘그럼…….’
김재주가 배낭을 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십쇼!”
그러자 거목 안에서 김재주를 주시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아, 네.”
김재주는 이제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포탈로 향했다.
* * *
따뜻한 바람이 김재주의 볼을 간질였다.
천천히 눈을 뜨자 회백색의 내부가 보였다.
한눈에 다 담기도 힘들 정도로 둥글게 굽은 벽들 덕에, 김재주는 여기가 마탑 내부라는 걸 깨달았다.
멀리서 보이는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점처럼 보일 정도였다.
-?
-??
-머임?
하늘에서 본다면 마탑의 내부는 속이 뻥 뚫린 대롱처럼 보였으리라.
복도는 사람 열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로 넓었다.
김재주가 침착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허리까지 오는 난간으로 걸어갔다.
‘왜…….’
난간 벽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처음 느꼈던 훈풍이 솟구쳐 김재주의 머리를 훑고 지나쳤다.
김재주는 그제야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눈치챘다.
일반적인 건물의 10층 높이.
내려다본 바닥엔 공원처럼 풀과 나무, 의자들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이번…… 차례…… 여행자…….”
“오만하…… 그러…….”
훈풍에 섞여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바닥에서 마법사처럼 보이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얘기를 나누는 소리였다.
‘여긴 분명…….’
마탑의 상층부다.
학파장급과, 상급 마법사들만이 거주가 허락된 공간이다.
거기에 내려다보이는 공원 같은 곳은.
‘지식의 휴식처.’
50층을 기점으로 저런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바로 밑은 19층 시련에서 겪었던 입체 미로가 길을 막고 있다.
허락하지 않은 침입자들을 경계하는 명확한 벽을 세운 것이다.
-아니ㅋㅋ
-김재주 왜 여기 있냐고.
-원래 밖에 있어야 정상 아님?
-관리자! 또 너야?
-ㄹㅇ; 돌았누 밀당 보소.
시청자들의 말대로, 사용자들은 처음 시작 시 마탑 밖 구름 마을에서 시작한다.
18층에서 푸르먹사귀를 잡았던 그곳에서, 앞으로의 여정을 결정해야 할 텐데.
‘관리자인가.’
김재주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4,750기. 4,774기. 4,776기. 4,864기. 4,865기. 4,887기. 4,890기. 4,891기. 난이도 상 총 50명 입장 완료.]
[조건 인원이 충족되었습니다.]
[35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시청자들의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35층은 재도전이 불가능합니다.]
-관리자 어딨어! 관리자 나오라 그래!
-뭔 진상손님처럼 말하냐ㅋㅋ
-ㄹㅇ 브란브란한데;
[사용자 ‘익마이룡’ 님의 1,000코인 후원!]
[뭔 상황임? 누가 설명 좀.]
-우리도 몰뤄요^^
채팅창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당신은 마탑의 경이를 받드는 사용자로서 일주일간 마탑과 구름 마을에 머물게 됩니다.]
[35층을 통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법사 1명 또는, 주민 5명 이상의 추천서를 받아내시ㅂ]
천천히 메시지를 출력하던 시스템창이, 고장이라도 난 듯 멈췄다.
-?
-뭐임?
-지금 메시지 멈춘 거냐?
-소름;
이내 메시지가 시간이 되감기듯 지워지더니, 새로운 메시지를 출력했다.
[당신은 50명의 사용자들 중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마족의 꾐에 넘어가 마탑을 멸망시키는 주문을 완성 시키고 있는 마법사가 있습니다.]
[그를 찾아내 막으십시오.]
[일주일 내 막아내지 못할 시, 35층에 갇히게 됩니다.]
-않이;
-이게 말이야 방구야?
-말이 갇히는 거지 그 주문 완성되면 뒤진다는 얘기 아님?
-허허…….
-ㅅㅂ 진짜 관리자 찾아가서 족쳐야 되나?
-족쳐지는 건 님이 아닐까요……?
-찾고 싶어도 안 보이잖슴.
‘마탑의 멸망을 막으라고?’
김재주는 알고 있었다.
마족의 꾐에 넘어갔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복잡한 주문을 완성시킬 수 있는 존재가 누군지 말이다.
‘마탑주.’
탑의 정상층에 있는 마탑주.
라키온.
그가 마탑을 붕괴시키는 원흉이다.
‘침착하자.’
김재주가 주위를 둘러보며 마탑주를 만날 방법을 떠올렸다.
-원래 여기 재료나 마법 배우러 샤바샤바 하러 오는 거 아니었냐?
-ㅇㅇ 그게 정상이지.
-재주 난이도on
시청자들의 말대로, 일단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원래라면 사용자들은 아스트로드 제국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는 얘기로 시작된다.
‘구름 마을에서 사절단이라는 명목으로 입장해야 정상일 텐데…….’
난이도가 ‘중’이라면 사절단 대신 순례자로.
난이도가 ‘하’라면 순례자도 아닌 여행자로.
각각 입장이 다르기에 얻을 수 있는 보상도 다르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35층에서 반드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상 난이도를 고른다.
마법의 중심이자, 가장 얻어갈 곳이 많은 장소였으니까.
-일단 좀 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동의함. 정보가 있어야 뭘 하든 말든 하지.
-마탑주가 100층 꼭대기에 있지 않냐?
-뚝배기 깰라믄 일정 잡고 개난리 떨어야 하는 걸로 아는데.
-아 일주일밖에 없는데 언제 만나냐고ㅡㅡ
-뒤지라고 용을 쓰네 아주;
김재주는 말없이 둥글게 이어진 복도를 주욱 걸었다.
그리곤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제국의 양식이 가득한 코트를 입고 있는 자신을 보고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10명째.’
지나간 10명이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이자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줄 알았다.
말이라도 걸라치면 발걸음을 빨리해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무슨 김재주가 역병이냐고ㅋㅋ
-뭐지 얘들?
-다 상급 마법사들일 텐데?
그래서 김재주는 저 끝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또 다른 마법사도 같은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허! 한참을 찾아다녔어. 또 어디 숨어 있었단 말이냐?”
늙은 마법사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김재주에게 성큼 다가왔다.
-띠용?
-저희 초면인데요?
-근데 이 사람 어디서 낯이 익은데?
“……저를 아십니까?”
김재주가 가까이 다가온 그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예끼 이놈! 또 스승을 보고 장난을 칠 생각이더냐.”
“네?”
“시간이 없다. 조금 있으면 사절단이 올 시간이니 얼른 내려가자!”
-아 기억났다.
-폴리온 아님?
-ㅇㅇ 맞음 비주류 학파라서 거의 왕따 취급받는 걸로 아는데.
그것까진 김재주도 알고 있었다.
-근데 왜 김재주가 이 사람 제자가 됐냐?
-???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