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9
뉴비가 너무 강함 169화
모두의 힘으로
푸른 깃털의 학파장.
쇼라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은 ‘평정심’이다.
물과 얼음, 생명의 순환을 다루는 그녀의 마음속은 잔잔한 수면 같아야 했다.
그러나 김재주가 다가오자.
“히- 히히.”
-?
-누나?
웃음을 참으려다 안면 표정이 일그러지고, 억누른 숨소리와 섞여 괴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음속 수면에 격랑이 몰아쳤다.
거친 해일이 몸 내부를 휘저으며 심장을 격렬하게 두드렸다.
“흐, 흐윽.”
어느새 쇼라키의 볼에 눈물이 흘렀다.
체면마저 잊은 채 눈가를 문질렀으나, 눈물샘은 이미 고장 나 있었다.
쇼라키가 뒷걸음질 치며 김재주를 노려봤다.
“당, 당신 대체 저한테 무슨 짓을…… 훌쩍.”
김재주는 당황한 표정을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해야 했다.
‘나도 저랬었나?’
예상한 것보다 과한 반응이었다.
평정심이 뛰어난 그녀에게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려는 목적이었는데.
마음의 문을 두드린 정도를 넘어 아예 부숴 버렸다.
‘그냥 닿은 것뿐인데.’
[일곱 마리 뱀의 주인 로톤토의 가죽 브레]
[등급: 영웅]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뱀을 부리던 로톤토의 브레. 새끼를 낳으면 죽는 뱀의 가죽으로 만들어 그 능력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기능 : 감극독(感極毒)]
-아 눈치챘다. 바닥에 실 저거. 바지 아님?
-감극독 그거?
-미친ㅋㅋ 색깔까지 바꿔서 이제 봤네.
-어케 늘렸누;
-로톤토 아재 생각나네. 뱀 겁나 잘 썼었는데.
-이걸 이렇게 쓴다고?
-로톤토 재평가 시급ㄷㄷ
당황은 잠시였다.
김재주는 뒷걸음질 치는 그녀 덕에 벌어지는 거리만큼, 바지의 길이를 늘이는 데 집중해야 했으니까.
조금이라도 거리 조절에 실패했다간 발목에 무언가 묶여 있다는 걸 눈치챌 게 뻔했다.
‘조금 약하게.’
휘감은 실의 강도를 느슨하게 만들자, 쇼라키가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발을 멈췄다.
“이게 어떻게 된…….”
쇼라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김재주는 잠시 말이 없다가.
“제가 당신에게 저주를 걸었습니다.”
계획을 변경했다.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으로.
“뭐, 뭐라고요?”
“심장이 미칠듯이 두근거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저주를 멈추지 않았다면, 그대로 심장이 터졌을 겁니다.”
“거짓말.”
쇼라키는 고개를 느릿하게 저으며 눈살을 찌푸렸으나, 몸으로 겪은 증상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랬다면 제 로브가 반응했을 거예요.”
“확신하십니까?”
고지식한 마법사들의 허점이다.
마탑 내에서 공격받을 일이 마법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김재주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다시.’
김재주가 늘여낸 실을 다시 쇼라키의 발목에 휘감았다.
“히-! 흐하하하!”
“뭔가 알고 계시죠?”
다시 풀고 질문을 건넸고.
“제게 이런 짓을 하고도- 흑. 왜 눈물이!”
“알고 계십니까?”
“모른다고! 흐히히힛!”
“사소한 거라도 좋습니다.”
“알, 았으니 제발…… 그만…….”
-표정변화 무엇;
-나랑 얘기할 땐 쌉정색이었잖아!
-아ㅋㅋ 이쯤 되니 짠한데…….
-어쩔 수 없제; 뒤지게 생겼는데 지금.
실을 풀어내자 쇼라키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여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귀로 김재주의 침착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게는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이익!”
쇼라키가 김재주를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그녀의 로브가 화난 듯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살을 에는 한기가 김재주의 주변을 장악했으나, 김재주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그에 쇼라키는 어쩐지 힘이 빠지는 기분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정말 당신, 목숨이 중요해서 이러는 건가요?”
“네.”
“이상한 사람…… 절박한 사람의 눈이 그렇게 올곧다고요?”
한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죄송합니다.”
“아니까 다행이네요. 같은 마법사에게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정말 괴짜라는 거니까.”
쇼라키가 모든 마력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 온몸에 탈력감이 가득했다.
“귀찮아졌어요. 당신의 저주와 제 얼음 중 무엇이 더 빠른지는 나중에 겨루도록 하죠.”
김재주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다시 고개를 치켜든 김재주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쇼라키의 시선을 마주했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습니다.”
“…….”
쇼라키는 말을 고르듯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에리세드 님의 시신을 보존하러 갔을 때 이상하다고 느낀 점은 딱 두 가지뿐이에요.”
“네.”
“첫째로, 모리스 그 사람, 진짜로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스승을 잃었는데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스승을 잃었다는 상실감보다 분노가 가득했죠. 제가 마법을 거는 내내 발을 쾅쾅 구르질 않나, 자신의 수행 마법사들에게 계속 소리를 치고…… 평소에 제가 아는 그와 달랐어요. 아무리 스승을 잃었다지만 그런 무례한 태도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요.”
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김재주는 생각에 잠겼으며, 쇼라키도 지난 기억을 회상하고 있었기에.
“두 번째는 뭡니까?”
“이건 정말 제 개인적인 느낌인데…….”
쇼라키는 망설이듯 말을 흐렸다.
“상관없습니다.”
“……좋아요. 그때 당시에는 모리스가 난리를 쳐대는 통에 몰랐는데, 에리세드 님의 시신이 마치 뭐랄까…… 텅 비어 있는 느낌이었죠.”
김재주의 눈이 반짝였다.
“텅 비어 있다는 게 혹시, 마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아시다시피 마법사가 죽고 나서 마력이 빠져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려요.”
쇼라키가 신중히 말을 고르기 위해서인지 입술을 한번 축였다.
“보존 마법을 걸기 위해 시신을 만졌을 때, 모든 게 메마른 느낌이었죠. 그 미친 클라프와 견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에리세드 님이요. 아무리 마력 역류로 모든 마력들이 뒤틀렸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었죠.”
김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왜, 회의에서는 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확실하지 않았으니까요. 모리스는 스승을 잃은 상태에서 미쳐 날뛰고 있었어요.”
쇼라키가 분한 듯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럼 모리스가 뭘 숨기고 있다는 건데.
-흠…… 터레스팅.
“저한테도 화를 내며 긴급회의를 열어야 하니, 제 밑의 마법사들을 불러 모으라고 쫓아냈어요. 게다가 회의장에 그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제가 이견을 제시하라고요? 맙소사.”
김재주가 팔짱을 끼고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상해.’
아무리 이성을 잃었다지만, 일개 마법사가 한 학파의 장을 무작정 쫓아내다니.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예요.”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생긴 의문은, 쇼라키가 답해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저한테 볼일은 없는 거겠죠?”
“충분합니다.”
“차라리 로덴에게 가봐요. 그는 마법사가 아니라 정치꾼 같은 사람이라, 저보다 더 잘 알 테니까.”
“네.”
김재주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는 문을 밀자 쇼라키가 소리쳤다.
“저주는요!”
“이미 풀렸습니다.”
쇼라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 * *
복도는 고요했다.
마치 역병이 퍼진 듯 사람 하나 없는 복도에서, 김재주만이 정처없이 걸었다.
‘뭘까. 뭘 숨기는 거지?’
가서 따져 묻는다고 한들, 답이 나올 리 없다.
‘모른 척하며 화만 내겠지.’
그러다 김재주는 자신이 목적지가 없이 걷고 있다는 걸 깨닫고, 발걸음을 세웠다.
수많은 잡념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관리자의 농간일까.
답이 없는 문제를 내놓고 끙끙대는 자신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을까?
‘아니, 만약 그랬다면 카프닐이 나섰을 거야.’
「그는 시스템이라는 규칙에 얽매여 있어. 자네를 죽음에 내모는 시련에도 한계치가 있어, 그리고 후에 합당한 보상을 내려야 하지. 만약 그냥 자넬 죽이려 한다면 탑 전체가 무너져 내릴 거야.」
‘아니야. 분명 답은 있어.’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야 야야.
-우냐?
-울어?
“……안 울어요. 그냥 좀 답답하네요.”
-재주 답답해하는 거 보니 내가 안타깝누;
-마! 남자가 우는 거 아이다!
“안 운다니까요.”
-???: 아눈드느까오오.
-에베베베.
-이 상황에 놀리고 싶냐 니들은 지이인짜ㅋㅋ
김재주는 우울할 틈도 없이 놀려대는 채팅에 눈매를 좁혔다.
“……그렇게 잘나셨으면, 의견 좀 내보시죠?”
-우리한테 훈수를 듣는다라?
-김재주가?
-철 들었어?
-어디 머리 좀 써봐?
-집단지성on
유독 35층에 도착하고 나서 뜸했던 채팅창이 활발해졌다.
-사실 모리스가 죽인 거겠지.
-ㅇㅇ 킹능성 높지.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아ㅋㅋ
-내가 봤을 땐 쇼라키 누나가 죽인 것 같은데.
-차라리 폴리온이라고 해라ㅋㅋ
-시체가 이상하다잖아 시체가.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갔고.
김재주는 묵묵히 채팅창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가장 높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
-??
-폴리온이라고?
-누나라고?
-모리스 뚝배기 깬다고?
-뭔데 혼자 깨달았냐고ㅋㅋ
-김파고ON?
“일단 잠시만요.”
김재주는 말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 같이 알자고!
-오늘 김재주 우리 훈수 처음 수용한 날 메…… 모…….
-그걸 왜 메모하는데ㅋㅋ
-솔직히 우리 말 들어서 뿌듯하긴 해?
-쒸,,,뿔,,,,나때는 말이여,,,공원에서 바둑 두면,,,사방이 훈수러였는데,,으이?
-……할아버지?
-탑골공원에서 오셨어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 1. 음성 도네 무료 2. 훈수 오짐 3. 시청자들이 선 넘으면 판 엎고 빡종.
-이거 완전?
-최초는 따로 있었누ㅋㅋ
김재주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 하나의 방 앞에 도착했다.
골렘 학파의 수장.
로덴이 연구실 겸 집무실로 쓰는 곳이었다.
“계십니까?”
김재주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 돌아다닐 사람은 자네밖에 없겠지. 들어오게.”
문을 열자, 어색하게 웃고 있는 로덴이 보였다.
그는 책상 앞에서 서류 뭉치와 씨름 중이었다.
-표정 보소ㅋㅋ
-속으로 빨리 죽어라! 이러는 것 같은데?
-킹리적 갓심 ㅇㅈ
김재주가 일부러 표정을 굳히고는,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그 소리에 로덴이 움찔하며 얼어붙었다.
“로덴 님.”
“뭐, 뭔가?”
“하나 묻고 싶습니다.”
“하, 하하…… 얼마든지.”
“로덴님은 학파장 분들에게 하나씩 골렘을 만들어 선물하셨죠?”
“그, 그렇지. 폴리온 그분만 빼고 말이야……. 하하, 혹시 그게 기분 나빠-”
“아뇨. 폴리온 님 말고도.”
김재주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의 손짓 하나, 사소한 표정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사나운 눈빛으로 말이다.
“마탑주인, 에리세드 님께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아…… 그게.”
로덴이 눈을 굴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다 김재주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고는, 트라우마라도 걸린 것처럼 황급히 말을 쏟아냈다.
“아, 알다시피 그분께서 검소하셨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만들어 드리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부하셨어. 이유는 그게 전부일세!”
“……그렇습니까?”
“그렇대도!”
김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덴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그의 옆에 놓인 커다란 금고로.
김재주가 금고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로덴을 노려봤다.
“이 금고, 설계 도면이 들어 있는 금고죠?”
“그, 그건 왜…….”
“보여주시죠. 확인만 하겠습니다.”
로덴이 손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하! 내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어줄 것 같은가? 내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설계도를? 차라리 날 죽여라!”
김재주는 개의치 않았다.
“강제로 열겠습니다.”
“하! 네깟 놈이? 마탑주님도 그 금고를 부수려면 일 년은 걸릴 게다, 이 멍청한 녀석아!”
김재주가 한숨을 쉬고는, 로덴을 빤히 쳐다봤다.
둘의 시선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이러니까 더 확신이 드는데.’
김재주가 한 발자국 물러나 금고를 노려봤다.
그러다 배낭을 손에 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니안을 쓸까.’
아니, 그 과한 출력으로는 탑 전체에 진동이 울려 소란이 일어날 게 뻔했다.
‘더 좋은 방법이…….’
김재주는 로덴의 콧방귀도 무시한 채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라하, 코딘, 베린.”
“포포이!”
배낭 덮개를 열고 포포이들이 튀어나왔다.
“먹어.”
“포포이!”
로덴의 입이 찢어져라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