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0
뉴비가 너무 강함 180화
싸움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천장에 맺힌 미적지근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너무나도 고요해서, 물방울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뒤늦게 쇼라키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
김재주는 자신이 방금 무슨 일을 한 건지 몰라서, 경직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봤다.
‘내가 방금 뭘…….’
단지 추웠을 뿐이다.
거기에 예측시가 더해졌다.
7초 후의 미래는, 발목까지 덮인 눈에 파르르 떠는 자신을 비췄고, 그게 싫었다.
그런 자신의 의지가 흘러가 어깨에 닿은 베린에게까지 흘러갔고.
변화가 일어났다.
쇼라키가 그려내는 마력의 배열이, 수식마다 주입하는 마력의 양이.
모든 것들이 보였다.
쇼라키가 그려낸 심상이, 의도가, 행동이 그 모든 것들이 김재주의 눈에 훤했다.
그랬기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쇼라키가 그려낸 심상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단박에 무너졌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쇼라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마법사로서의, 한 학파의 수장이라는 자존심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걸음마는커녕 기지도 못하는 사람이 지금 뭘…….”
쇼라키가 봤을 때, 김재주는 걷지도 못하는 아기였다.
그런 아기가 걷는 걸 넘어, 뛰다 못해 날아다니는 신기를 보였으니 이게 꿈이라고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죄송한데, 잠시만요.”
김재주는 방황하는 그녀의 말에 답할 겨를이 없었다.
심장에 가득 차올랐던 태양의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현기증이 일었다.
잠깐 쇼라키가 두 명으로 보이다가, 비틀거리는 걸음에 잔상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포포이.”
베린의 푸르게 빛나던 눈이 점점 가라앉아, 고요한 바다처럼 돌아왔다.
걱정된다는 듯 조용히 울며 김재주의 뺨을 핥았다.
차분하게 전해지는 감정에, 흔들거리던 김재주의 발이 균형을 되찾았다.
“네가 도와준 거구나.”
“포포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연결된 기분이었다.
이젠 마수학 스킬이 없더라도, 베린의 자그마한 감정 하나마저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용자 ‘플레이포럼’님의 1,000코인 후원!]
-[너 진짜 뭐냐?]
-[사용자…….]
-[재밌는 놈이네ㅋㅋ]
-[우리 클랜 마법사들 지금 눈 뒤집혔다]
김재주는 무심한 눈빛으로 채팅창을 훑었다.
어쩐지 기존의 시청자들이 없는 채팅창은, 무기질적으로 느껴졌다.
‘나한테 좋은 감정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동영상 속 김재주가 된 기분이었다.
그때의 김재주는 분명, 자신을 회유하려는 시청자들에게 짜증을 내며 방송을 꺼버렸었는데.
‘나도 그래야 할지도.’
지금의 상황은 이상했다.
그래서 바로 30층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포포이?”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베린이 속성의 마력에 반응했다.
“다, 다시 해 봐요!”
쇼라키가 이젠 거의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네?”
“방금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으니까, 다시 해보라고요.”
“마력이 바닥났어요.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같은데요.”
김재주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긴장이 풀리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쇼라키를 올려다봤다.
“정말…… 정말인가요?”
“네. 탈진 직전입니다.”
“하, 하긴……. 당신 같은 초보가, 아주 작은 심상의 구현도 멀쩡하게는…… 아니, 그것 자체가 대단한 건가…….”
쇼라키가 이성을 되찾으려는 듯 끝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김재주의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네요.”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감각이었다.
만약 다시 하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손안에 금방 떠나버릴 듯한, 아른거리는 공기를 쥐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게 재능이라는 거겠죠.”
쇼라키가 어깨를 늘어트리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해주시겠어요?”
김재주는 잠시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도, 이 녀석의 도움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김재주가 어깨에 있는 베린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령의 도움이 있었다는 건가요…… 정령에게 그런 힘이 있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군요.”
“저도 몰랐습니다.”
“설마 몰랐다는 얘기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죠?”
쇼라키가 눈에 힘을 주고는 김재주를 내려다봤다.
“……좋습니다.”
김재주는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으로 베린에 관한 얘기를 털어놨다.
조금은 이야기를 각색해, 이름 모를 동굴에서 만나 지혜의 여신과 비슷한 이름을 지어준 것까지.
“그렇군요. 이름이라…….”
쇼라키는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다가 의외의 부분에서 관심을 보였다.
이름이라는 부분에서 말이다.
“그게 문제라도?”
“아뇨. 문제라기보단…… 그게 정령에게 힘을 준 게 아닐까 싶어서요.”
“이름을 지어줬을 뿐인데 말입니까?”
쇼라키가 한숨을 쉬었다.
“어디까지나 마법사의 견해에요. 마법이란 것도, 속성과 기술에 이름을 부여하죠.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서, 의지를 세우기 위해서요.”
“……그럴듯하네요.”
“가설에 불과하지만요. 애초에 아스트로드를 떠난 지혜의 여신이, 이름에 반응해 힘을 줬다는 것도 말이 안 되니까요. 진짜 신의 힘을 가진 성기사단이나 사제가 있었다면 모를까.”
김재주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자, 쇼라키가 헛기침을 하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어쨌든, 이름은 중요한 거예요. 마법사들에겐 이름 자체에 영혼이 깃든다고 믿을 정도니까요.”
“……영혼이요?”
“괜히 저희가 원래의 이름을 버리는 게 아니에요. 저는 고대 정령의 이름을 본떠서 제 이름을 지었고, 그 후에 더 강해졌어요.”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롭네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제야 쇼라키는 진정한 듯 무표정하게 돌아왔다.
“포포이?”
그러다 베린이 갑작스럽게 뛰어오르자 바로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베린?”
김재주의 부름도 무시한 채 베린은 구석으로 뽈뽈뽈 다가갔다.
배낭이 놓인 곳으로 말이다.
“……아.”
김재주는 살짝 들린 배낭 덮개를 보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덮개 밑으로 반짝이는 눈 두 쌍이 보였으니까.
“포포이!”
베린이 배낭 앞에서 폴짝 뛰며 소리쳤다.
그러나 배낭의 덮개는 요지부동이었다.
“라하. 코딘.”
“……포포이.”
김재주의 말에, 뒤늦게 라하와 코딘이 배낭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포포이?”
눈앞에 있는 베린이 낯설다는 듯 주위를 빙빙 돌던 둘은.
“포포이!”
베린이 다시 소리치자 이제야 알겠다는 듯 가까이 붙었다.
김재주는 그런 감동적인 재회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나가…… 아니야?”
쇼라키의 표정은 어느새 다시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 * *
김재주는 쇼라키에게 대략적인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한참 진땀을 뺐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쇼라키가 피곤에 찌든 눈으로 축객령을 내렸다.
김재주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고, 텅 빈 복도로 빠져 나왔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김재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배낭을 열었다.
“쉿.”
김재주가 고개를 빼꼼 내민 세 쌍의 눈동자를 마주하고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동그랗게 벌려졌던 포포이들의 입이 순식간에 닫혔다.
라하와 코딘은 모습이 변한 베린에게 몸을 비비적대며, 기분 좋은 듯 눈망울을 반짝였다.
“……하하.”
김재주는 그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그러다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
‘……혹시.’
생각은 잠깐이었다.
마탑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창밖에 비추는 달빛이 강요하는 정숙함에도 아랑곳 않고, 김재주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클라프 님. 계십니까?”
클라프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들어와라.”
대답은 빠르게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담배 파이프를 문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클라프가 보였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김재주를 돌아본 클라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뻐끔뻐끔 뱉었다.
“나와의 약속은 내일일 텐데?”
“궁금한 게 있어서 말입니다.”
“네게 그런 열의가 있었나. 뭐 상관없다.”
김재주는 간단히 설명했다.
자신이 쇼라키와의 수련에서 작은 공간이나마, 심상을 구현해냈다고.
“뭐? 하하하!”
클라프가 박장대소를 하며 파이프를 책상에 내던졌다.
“거짓말이나 하려고 온 건가?”
“보여준 걸 따라 한 정도지만, 거짓말은 아닙니다.”
클라프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김재주를 쳐다보며 턱을 매만졌다.
“그래서 나한테 온 이유는?”
“제가 해낸 게 우연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한마디로, 이 시간에 나에게 가르침을 받으러 왔다?”
“부탁드립니다.”
김재주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흠.”
결국 클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력 감응 정도라면 약식으로 가르쳐도 무관하겠지.”
클라프는 김재주에게 바닥에 앉으라고 말한 뒤 다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작은 불꽃 하나가 네 속에 심어졌다고 생각해라. 모든 걸 태우면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 말이다.”
눈을 감은 김재주는 미동도 하지 않고 클라프의 말에 집중했다.
“처음부터 많은 걸 바라진 않겠다. 그 상태로 3시간 정도면 어렴풋하게나마……”
말을 이어가던 클라프의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김재주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치겠군.”
김재주의 몸에서 마력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쇼라키 때와는 다른, 뜨거운 열기가 내부를 달구며 김재주의 몸이 살짝 떠올랐고.
“포포이!”
뒤에 놔두었던 배낭에서 김재주가 기대했던 소리가 들려왔다.
“……허어?”
클라프의 손에서 파이프가 힘없이 떨어졌다.
* * *
포탈에서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빠져나왔다.
“……하. 진짜로 왔네.”
박천상이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그 사이를 잇는 골목길까지.
평범한 마을이었다.
땅 대신 구름이 그것들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그가 도착한 곳은 40층의 구름마을이었다.
“…….”
한밤의 마을은 그가 알던 것과 달리 고요했다.
원래라면 사용자들로 북적거리며 시장판과 다를 바가 없었는데.
“……안 변한 것도 있긴 하네.”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푹신함에 박천상이 피식 웃었다.
‘전략적 요충지라…….’
그는 강소아의 지시를 따라, 정찰대라는 명목으로 먼저 40층에 도착했다.
다른 인원과 같이 가라는 걸, 박천상이 괜찮다며 혼자 냅다 달려온 것이다.
“어디부터 가볼…….”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던 박천상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골목길에서 누군가 걸어왔기 때문이다.
“조민재?”
게다가 그게 구면이었으니 발걸음을 세우기엔 충분했다.
“이야, 방구석에 처박힌 새끼가 여기까지 왔어? 너도 소식 듣고 왔나 보네?”
조민재라 불린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가 입은 옷은 형태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검은색이었다.
“지랄하네. 60층에서 먹을 거 다 떨어졌나 보네. 여기까지 기어온 거 보면 말이야.”
박천상은 오랜만에 만나는 악연에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천상아, 눈치 없는 건 여전하네. 길게 말 안 할 테니까 지금 그냥 꺼져.”
박천상은 잠시 비웃음을 짓는 조민재를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우두둑 꺾었다.
“내가, 평소라면 네 말대로 그냥 짜져 있었을 텐데 말이야.”
“뭐?”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 괴롭힘당할 예정이라서, 두 눈 뜨고 못 봐주겠더라고.”
“미친놈이 무슨…….”
박천상의 재킷이 해일처럼 쏟아지는 마력에 펄럭였다.
“오늘 뚝배기 하나 깨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