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1
뉴비가 너무 강함 181화
성장
“흥미로워.”
클라프가 얌전한 솜뭉치를 내려다보며 무릎을 굽혔다.
솜뭉치는 아까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고, 눈은 붉게 반짝였다.
“포포이?”
코딘이 마치 ‘너는 누구야?’라는 듯 동글동글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이 녀석 봐라.”
클라프가 검지를 뻗어 코딘을 살포시 찔렀다.
“포포이!”
깜짝 놀란 코딘이 김재주의 머리로 뛰어올랐다.
“허, 참.”
클라프가 머쓱한 표정으로 일어나 김재주와 코딘을 번갈아 봤다.
무심한 검은 눈동자와 붉게 반짝이는 동글동글한 눈동자.
클라프는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 테고, 탑에 오기 전부터 길들인 건가?”
“길들였다기보단…….”
자신이 길들여진 건 아닐까 라고 생각해 쓴웃음을 지었다.
“말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고.”
“늦은 시간에 죄송했습니다.”
“한 마리가 아니지?”
“네?”
클라프는 훤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정령이 갑작스레 튀어나왔는데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으니, 이미 한 번 겪었던 일 아닌가?”
“……아.”
김재주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쉬었다.
급하게 달려왔으니 티가 났던 모양이다.
“그게.”
굳이 변명을 할 여지도 없었다.
클라프의 뻔히 내려간 시선에 끝에는 김재주의 배낭이 있었고, 살짝 열린 덮개엔 두 쌍의 눈동자가 있었으니까.
“둘도 아니고, 셋이라…… 쇼라키도 놀랄 만해. 내 제자들이 보면 아주 좋아 죽겠군.”
“딱히 거짓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김재주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클라프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기고만장하던 네 녀석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으니까.”
“……하하.”
“그래도 심상을 구현해 냈다는 거짓말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방금 보여준 감응력만 봐도 충분히 놀랄 자빠질 정도였으니.”
“네?”
클라프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쇼라키에게 어쭙잖게 들어서 모르나 보군. 심상이란 건 단순히 재능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닌-”
“아뇨. 그게 아니라……”
클라프가 말이 끊겨 불편한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였다.
“정말로 구현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어허, 이 녀석이 끝까지.”
“…….”
김재주가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자, 클라프가 눈썹을 들썩였다.
꽤나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다.
“아무래도, 마법사는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걸 먼저 가르쳐야겠어.”
클라프가 팔짱을 끼고 김재주를 노려봤다.
“심상이란, 말로 의지를 행하는 걸 넘어, 마음만으로 의지를 행함이다.”
클라프의 전신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이내 내부를 가득 메운 열풍을 따라, 주위의 풍경이 변했다.
오로지 불꽃만이 가득한 화염의 세계였다.
화염의 벽이 김재주를 사방에서 압박했다.
그 너머에서, 클라프의 목소리가 뚫고 들어왔다.
“타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거라.”
화염의 벽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음.”
김재주는 잠시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어느새 바닥에 착지한 코딘을 바라봤다.
코딘의 몸은 미약한 흰 빛무리에 둘러싸였고, 눈동자는 붉은빛이 넘실댔다.
불꽃 따윈 두렵지 않다는 듯, 코딘은 좁아지는 화염의 벽을 두고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건 김재주도 마찬가지였다.
베린에게서도 느꼈던, 무언가를 이어주는 끈이 코딘에게도 닿은 것을 느끼며.
김재주는 클라프를 따라 하듯 팔짱을 꼈다.
‘아까 분명…….’
클라프의 마력 배열은 쇼라키와 달랐다.
손짓 대신 말로 세계를 구현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김재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만.”
말을 잘 듣는 강아지처럼, 화염의 벽이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췄다.
“……허?”
벽 너머로 클라프의 당혹성이 터져나왔다.
“그만하시죠.”
화염의 벽이 커튼을 걷듯 젖혀지며, 벙찐 표정의 클라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했잖습니까. 거짓말 아니라고.”
“포포이!”
* * *
“무슨 자신감이야?”
조민재가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알던 박천상이라면, 귀찮다며 돌아갔어야 정상인데.
“말했잖아. 뚝배기 깨러 왔다고.”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아예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듯 거센 압력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왜 이렇게 성질이야?”
조민재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들었다.
“닥쳐. 너랑 말 섞으러 온 거 아니니까.”
“나 혼자 온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잘나신 60층 클랜장님도 오셨냐?”
“그럴 리가. 나랑 두 명 더, 그 정도.”
조민재는 안전거리라 생각하는 범위까지 물러나 발걸음을 세웠다.
“원래 관심도 없었는데, 좀 흥미롭더라고.”
조민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
“도대체 그 놈의 김재주가 뭐길래, 관리자까지 안달을 내나 싶어서 찾아봤거든? 근데 말이야……”
조민재가 뒷짐을 지었다.
“블랙 아웃이라고 하지? 꼭 5층 단위로 녀석이 시련을 끝낼 때마다 자유 구역이 이상하게 변하더라고.”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블랙 아웃만 끝나면, 다 몰려들 거야. 70층, 80층, 90층에 있는 녀석들까지 다.”
“어쩌라고.”
조민재가 당황스럽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내 말 듣고 있는 거 맞지? 이건 개인이 욕심낼 건이 아니라는 얘긴데.”
“그래서, 나보고 얌전히 꺼져라?”“그렇지! 이제 좀 말이 통하네.”
조민재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사납게 마력을 흩뿌리는 박천상이 전혀 두렵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얌전히 꺼져. 너랑 그 노친네가 도망쳤을 때처럼, 이 겁쟁이 새끼야.”
박천상의 마력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뭐라고 했더라? 지구가 부서지든 말든 사욕만 챙기는 우리가 역겹다고?”
조민재가 얌전해진 박천상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입매를 비틀었다.
“진짜 역겨운 건 박천상. 너 같은 위선자 새끼들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박천상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병신.’
그런 박천상을 보며, 조민재가 피식 웃고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기척을 감추고 있던 자신의 클랜원들에게로 말이다.
둘은 암살자였다.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니었기에, 사각을 파고들어 박천상에게 다가가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고.
“천상아. 이제 끝내자. 악연은 오래 가는 거 아니라더라.”
조민재는 그의 신경을 긁어댔다.
어느새 준비를 끝마친 두 암살자가 박천상에게 달려드는 걸 보며, 조민재가 표정을 풀었다.
‘끝났네.’
만약 녀석이 끝까지 싸운다면 피곤했을 것이다.
녀석은…….
“!”
조민재의 상념이 뚝 끊겼다.
“……그래.”
암살자들의 쭉 뻗은 팔, 그 끝에 있는 단검이.
박천상의 코앞에서 움직임을 멈췄으니까.
“나도 인정해. 내가 찌질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거.”
암살자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움직이려고 애써도, 전신은 무언가에 칭칭 감긴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근데 말이야. 요새 재밌는 녀석이 자꾸 눈에 밟히더라.”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이…….”
조민재가 허리춤으로 빠르게 손을 뻗었다.
튕기듯 다시 앞으로 나온 손에는 칠흑색의 단도가 들려 있었다.
“뭔가 눈을 뗄 수 없는 녀석이 나를 꾸짖는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
박천상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 싶었지.”
그 타오르는 듯한 눈빛에, 조민재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자신이 알던, 마법사 주제에 전사처럼 날뛰던, 그 박천상의 눈빛이었다.
박천상은 마력을 거둔 게 아니었다.
압축시키고 압축시켜서, 손에 휘감았을 뿐.
“조민재.”
박천상의 주먹이 흐릿해졌고, 암살자의 머리가 지워지듯 사라졌다.
그 끔찍한 광경을 마주 보던 맞은편의 암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몸을 덜덜 떨 뿐.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새 자신의 의식도 끊어졌으니까.
“오늘.”
박천상이 주먹에 묻은 피를 털며 조민재를 노려봤다.
“둘 중 하나는 뒤진다. 이 개새끼야.”
* * *
잠 못 드는 새벽이었다.
클라프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괴물 같은 놈.”
결국 클라프도 피곤하다며 김재주를 쫓아 보내듯 문밖으로 떠밀었다.
“그래도 마법은 계속 배우는 게 좋겠군. 그 한 번으로 탈진할 지경이라니. 재능이 울부짖으며 널 저주할 거다.”
무언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한마디를 덧붙이며 말이다.
“……알겠습니다.”
“수련 방식은 에르키오스와 쇼라키에게 내가 따로 전해놓지. 너에게 딱 맞는 방법을 내가 찾아주마.”
김재주는 눈치껏 클라프의 집무실에서 물러났고, 곧바로 에르키오스에게까지 찾아갔다.
같은 반복이었다.
“잠이 없는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네.”
의아해하는 그에게 심상을 구현해 냈다는 말로 흥미를 이끌고는.
“대지란 곧 자연을 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르침을 받아, 마력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포포이!”
라하가 배낭에서 튀어나와 김재주가 흩뿌린 마력을 흡수하더니, 변화했다.
“……설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라하의 눈동자를 보며, 에르키오스가 눈을 비볐다.
“늦은 시간에 죄송했습니다.”
“아니, 좋은 구경을 했어.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감응력이군.”
에르키오스와 대화를 좀 더 나눈 후. 김재주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뻗어버렸다.
태양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탓에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라하, 코딘, 베린. 모두 좋아했었지.’
잠들기 전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김재주는 수마에 빠져들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폴리온은 세 학파장의 가르침을 받아, 어느새 상급의 경지까지 이르렀다.
그 소식을 김재주는 학파장들에게 귀동냥으로 전해 들었다.
“역시라고 해야 할지, 기존 마력과 이론적 부분은 완벽하게 꿰고 있더군. 요령만 알면 되는 상태인지라 가르치는 나도 편했다.”
클라프가 피식 웃으며 김재주를 쳐다봤다.
“그런데, 왜 처음 듣는 표정인지 모르겠군. 한때는 제자와 스승이었던 사이 아닌가?”
김재주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피했다.
폴리온은 태양의 마력을 받아 변화가 일어난 이후론, 김재주와 대화를 꺼려 했던 탓이다.
“지금은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뭐, 내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지만.”
“얘기가 딴 데로 샌 것 같은데요.”
“물어본 건 네 녀석이잖느냐.”
“안 물어봤습니다.”
“금붕어가 비웃겠구나.”
“…….”
“됐다. 마력이나 다시 일으키거라.”
“예.”
김재주도 학파장들의 가르침을 받아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처음엔 이게 과연 탑을 오르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반신반의했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30층으로 가야겠어.’
처음엔 분명 그런 마음이었지만.
심상을 구현해 낸다는 게 생각보다 심오하고, 뛰어난 능력이란 걸 깨닫자 생각이 바뀌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라.”
단순히 따라 하는 걸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하는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이 속도라면, 완성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겠군.”
“빠른 겁니까?”
“빠르냐고? 허, 만약 네 녀석이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다면 바로 마탑주로 내세우고 싶을 정도다.”
김재주의 성장 속도는, 클라프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남은 시간: 15시간 28분]
어느덧 시련의 끝은 순식간에 다가오고 있었고.
-재주야 형 왔다ㅋㅋ
뚝배기를 입버릇처럼 달던 시청자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