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2
뉴비가 너무 강함 182화
엘로이
“들었는가?”
“아, 마탑주가 바뀌었다고…….”
“재료 조달에 차질이…….”
거리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는 주민들을 스쳐 지나가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밟아대는 구름은 푹신하면서도 단단해, 꽤나 이질적이었다.
‘오랜만이네.’
18층에서 푸르먹사귀를 잡았을 때와는 다른 감회가 차올랐다.
그때는 감정이 메말라, 시련의 클리어만 생각했었다면.
‘동영상에서는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별 호들갑을 다 떨었지.’
지금은 옛 기억이 절로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허전한 느낌에 채팅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래라면 자신이 웃는다고 뭐라고 했을 채팅창은.
고요했다.
시련의 종료를 알리기 하루 전날부터는 아예 후원 음성 메시지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입을 다물라고 명령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뚝배기를 입버릇처럼 달던 ‘너도나도한방’이라는 시청자도 잠깐 왔다가 볼일이라도 생긴 듯 나가버렸고.
‘왕따 당하는 기분인데.’
묘한 불쾌감에 미간을 찡그리고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렇게 구름 마을의 중앙 광장에 도착해, 포탈 앞에 서서는 몸을 돌렸다.
마탑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다들 바쁘겠지.’
클라파, 쇼라키, 에르키오스, 로덴까지.
많은 마법사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마탑 안에서 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폴리온.’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하고 불편했던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고, 관리자의 수작에 휘말리면서는 죄책감까지 생길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끝내는 게 맞겠지.’
딱히 누구에게 말하고 나오지 않았다.
굳이 얘기할 이유도 없고, 설명할 방법도 없었기에.
한숨에 미련을 털어버리고는 포탈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가면 진기선 씨랑, 한성민 씨부터…….’
김재주가 눈앞에 있는 포탈로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제자야.”
“!”
익숙한 목소리에 김재주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눌러쓴 로브가 젖혀지며 김재주의 놀란 얼굴이 드러났다.
“폴리온 님?”
“떠나는 게로구나.”
폴리온이 씁쓸한 표정으로 포탈을 쳐다봤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해 봉인된 포탈이라고 불렸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야.”
“여긴 어떻게?”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밖을 나가는데, 수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하지.”
“……제가 떠날 걸 확신하시는 것 같습니다.”
폴리온은 이전과는 달리,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넌 애초에 마탑에 있던 적도 없었지 않더냐?”
“전에 말씀하셨던, 진짜 기억이라는 겁니까?”
“그래. 난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였다. 세계의 흐름을 찾는 것에 매몰되어 친우도, 연인도, 그 어떤 것도 생길 수 없었지.”
폴리온은 담담하게 말하면서, 푸른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데, 네가 나타난 게다. 또 다른 기억이 들어왔던 처음에는, 내가 무슨 정신병에 걸린 줄 알았지.”
다시 김재주를 마주한 폴리온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올곧았다.
“하지만 점점 기억이 섞이고, 고민하면서 깨달았다. 너 또한 세계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는 걸. 신의 장난이 너와 나를 묶어놓은 게야.”
김재주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마법사다운 모호한 말이네요.”
“껄껄. 항상 의심하는 게 마법사의 소명이니까.”
잠깐의 침묵이 감돌고, 먼저 입을 연 건 김재주였다.
“원래 지금 학파장님들과 수련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더 가르칠 게 없다더구나. 이미 충분하다고. 게다가 오늘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거든.”
폴리온은 아이같이 눈을 반짝이며 구구절절 얘기를 늘어놨다.
자신과 같이 들어온 원로 마법사들과 식사 중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내기까지 했다면서 말이다.
“그놈이 내게 ‘상급의 경지까지 익힌다면 내 기꺼이 폴리온 네놈의 신발을 핥아주겠다!’ 이러길래, 내 당장 놈의 눈앞에서 마력을 일으켰지.”
마치 손주에게 동화를 들려주듯 과장된 몸짓으로 폴리온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김재주는 얌전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은 신발에 청결 마법을 안 써도 될 것 같구나.”
잠시 두 사람은 입을 꾹 다물고 서로를 쳐다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다른 마법사들의 부정적인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네놈 소원대로, 내가 정말 마탑주가 되게 생겼어.”
“잘됐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재주는,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는 걸 깨닫고, 묘한 기분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폴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만날 순 없는 게냐?”
“……저도 모릅니다.”
“아쉽구나.”
“…….”
폴리온은 수염을 매만지다가, 김재주가 발걸음을 떼려던 순간 품에서 오브를 꺼내들었다.
“혹시 그것 아느냐?”
“네?”
“마탑주가 되면 자신만의 마법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는구나.”
“그건 몰랐네요.”
“골치 아픈 일이지. 범용성이 있어야 하며, 상징적이어야 하고, 모든 마법사들이 쓸 수 있게 간단해야 하니.”
“혹시 제 도움이라도?”
“허허. 됐다 이 녀석아. 이미 만들었으니 말이다.”
김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저에게 자랑하려고 얘기를 꺼낸 겁니까?”
“싫으냐?”
“……아닙니다.”
폴리온이 피식 웃고 오브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고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를 ‘엘로이’라고 불렀다.”
“호칭 같은 겁니까?”
“호칭보다는, 수식어에 가까웠지. 누구나 동경하면서도, 함부로 갖다붙이기 어려운 그런 종류로 말이다.”
“그렇군요.”
오브에서 마력의 실이 여러가닥 새어나와, 하나의 문양을 만들었다.
“대개는 3원소에 통달하고, 지혜로워야 하며, 남을 위해 헌신해야한다는 기준도 있었고 말이다.”
문양은 역삼각형으로 그려지며, 그 안에 원소를 상징하는 물, 불, 대지의 문양이 꼭짓점에 새겨졌다.
“엘로이를 상징하는 문양이지, 거기에 빛을 내어 어두운 길을 밝히는 범용성도 갖췄고, 수식도 최대한 줄여 간단하게 만들었다.”
문양의 중심에서 제국의 언어가 하나씩 새겨지며, 이내 완성된 글자가 번역되었고,
“대단하네ㅇ…….”
맞장구를 치던 김재주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위대했던 엘로이. 김재주를 기리며』
문양의 중심엔, 너무나도 선명하게 하나의 이름이 각인됐으니까.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지 않느냐?”
폴리온의 입가에 더없이 환한 미소가 걸렸다.
* * *
60층.
“클랜장 님!”
수면 안대를 차고, 의자를 눕혀 기댄 남자가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다.
“왜.”
“40층에 블랙 아웃이 일어날 거랍니다.”
“믿을 만한 거야?”
“한신 쪽 정보입니다.”
“헛소리는 아니네.”
남자가 수면 안대를 벗고는 상체를 바로했다.
짧게 자른 머리에 회색 양복, 거기에 듬성듬성 난 수염은 피곤에 찌든 회사원처럼 보였다.
남자의 이름은 황인제.
60층을 주름고 있는, 현월 클랜의 수장이었다.
“들어가도 됩니까?”
“어, 잠 다 깼으니까 들어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남자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황인제를 쳐다봤다.
“또 자고 있었습니까?”
“아니, 네가 큰 소리로 깨우는 바람에 다 못 잤는데.”
“하루에 11시간을 주무시면서, 그것도 부족하다고…… 아니, 그것보다, 다른 클랜은 지금 40층 갈 준비한다고 난리인데, 태연한 것도 정도가!”
목소리를 높이던 남자가 말을 말자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헤드 시니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이 남자에게 좋은 말 듣기가 어렵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던 탓이다.
“아, 됐고. 본론이나 빨리 얘기해.”
“……타겟이 35층을 벗어났습니다.”
“예상되는 변화는?”
“마탑주의 교체 및 학파장들의 권력 구도가 바뀔 것 같습니다.”
황인제가 계속하라는 듯 눈썹을 들썩이며 턱을 쓰다듬었다.
“어느 정도로?”
“다른 쪽은 예상 가능한 범위지만, 로덴이 문제입니다. 저희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골렘 제작 쪽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
황인제가 턱에서 손을 떼자, 어느새 듬성듬성 난 수염들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 새끼들이랑 마찰 일으키기 싫은데.”
“클랜장님. 잘 생각하십쇼. 당장 우리 사업을 떠나서, 관리자 권한입니다. 관리자 권한.”
“요즘 관리자 하는 것도 없잖아.”
“그래서 우리에게 넘기겠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예전에는 원하던 재료 퍼주고, 탑 구조 마음대로 바꾸고, 이제 그걸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건데. 그냥 지켜만 보실 겁니까?”
따박따박 쏟아지는 말에 황인제가 인상을 찌푸렸으나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침음을 흘렸다.
“그래서 요는, 김재주라는 애만 죽이면 된다는 거지?”
“뭐, 그렇죠.”
“아니, 관리자는 대체 뭐에 꽂혀서 그 지랄인 거야?”
“……제가 저번에 보고서 올린 거 안 읽었다는 거 티 좀 내지 마십쇼.”
“아주 내 마누라야. 잔소리는 그쯤 하지?”
남자는 잠시 황인제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지난 보고서의 내용을 읊었다.
“오…… 오? 그건 좀 재밌는데.”
처음엔 귀찮다는 표정으로 얘기를 듣던 황인제는, 점점 고개를 끄덕이다가, 남자의 얘기가 끝날 때쯤엔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야, 그거 대박이네. 관리자가 눈 돌아갈 만한데? 전투력이 거의 웬만한 애들 씹어먹는 수준이네.”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최근 마탑에서는 국소적으로나마, 초월급 수준까지 달했답니다.”
“진짜 괴물이 따로 없네.”
“못 잡을 수준은 아니니까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그건 나도 아는데, 좀 애매해. 진짜 혼자 그렇게 돌아다닌다고 하기엔, 너무 자신만만해 보이잖아. 빽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얌전히 얘기를 들으며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던 황인제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근데 말이야. 난 그것보다 외국인이 더 신경 쓰이는데.”
“예?”
“추정으로는 마도 공학 상급 스킬까지 익혔다며?”
“네. 추정입니다. 추정.”
“30층대에 그렇게 익힌 놈이 어딨어?”
“그런 미친놈은 없죠. 50층은 와야 빛을 보는 기술인데.”
황인제가 답답하다는 듯 눈쌀을 찌푸렸다.
“진식아, 우리 골렘 제작 차질 생길 것 같다며?”
“네. 로덴의 상태가 영 불안해 보였으니까요. 아니면, 40층 가서 고문이라도 해볼까요?”
“아니, 그러니까 그 외국인. 마도공학만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를 엄청 잘 다루는 거 아니냐고.”
“왜, 욕심 나세요? 저희 쪽도 기계공학 다루는 사람은 꽤 있는데요.”
“그건 그런데, 이상하게 난 거기에 더 신경 쓰인단 말이지.”
이번에 남자는 황인제의 말에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황인제가 저렇게 직감적으로 끌리면, 대부분 정답이었으니까.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황인제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우리는 다르게 접근하자고, 김재주는 죽이든 납치하든, 다른 쪽 클랜이랑 딜할 용도로 두고…….”
“그리고요?”
“우린 레이놀드라는 알맹이만 빼 먹는 걸로. 판 좀 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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