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6
뉴비가 너무 강함 186화
조진식.
그는 60층을 대표하는 현월 클랜의 헤드 시니어다.
황인제를 곁에서 보필하며 수많은 일을 처리하고, 담당해 왔다.
그랬기에 누구보다 황인제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클랜장인 황인제는, 60층이 안정세에 접어든 뒤로부터 죽은 듯 지내왔다.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에게 떠넘기며 귀찮다고 잠이나 처자고 있었으니 말이다.
황인제는 정말로 죽은 듯이 지냈다.
웃지도 울지도 않고, 인형처럼 말이다.
「뚝배기 잘 닦고 기다려요.」
방송 창에서 흘러나오는 무덤덤한 목소리는, 눈앞에 있는 황인제도 듣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식은땀이 났다.
대등한 것도 아니고 사냥감에 불과한 존재가 도발을 걸어왔다.
“하하하!”
황인제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난 놈일세.”
“미친놈이죠.”
방송창을 보니 조민혁은 건물 밖을 벗어난 상태였다.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채팅창을 쳐다보고 있길래, 꺼도 된다고 하고는 방송을 나왔다.
“난 마음에 드는데?”
“그런다고 살려주실 거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눈치챈 걸까요?”
“모르지. 의심이 많은 성격일 수도 있고.”
“나쁜 제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상관없잖아. 어차피 올라오게 돼 있어.”
황인제가 소파에 벌러덩 누워서 발을 까닥거렸다.
“진짜 40층에 안 내려갈 겁니까?”
“애들 다 보냈는데 나까지 뭐하러 가.”
“다른 데서는 기 싸움한다고 난리입니다.”
“우린 안전이 제일이잖아? 지들끼리 싸우게 냅둬.”
“그러다 틈 보이면 뒤통수 치려는 거 다 압니다.”
“알면서 뭐하러 물어.”
황인제의 귀찮다는 듯한 손짓에 조진식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겟이 36층 진입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조진식은 나가는 문을 잡을 때쯤 돼서야 깨달았다.
황인제가 저렇게 웃었던 게 몇 년 만이라는 걸 말이다.
* * *
김재주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개운한 느낌으로 눈을 떴을 때는 흐릿한 꿈만이 머릿속을 잔류했다.
침대에 일어나 기억을 되짚어봐도, 떠오르지 않는 그런 종류의 꿈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남는 건.
「후회할 거다.」
관리자의 최후통첩과도 같은 발언.
‘후회라…….’
그때를 떠올리며 멍하니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뜻이었나.’
두루뭉술한 경고가 명백한 적의가 되어 돌아왔다.
거의 모든 사용자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수가, 자신을 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포포이!”
침대맡에서는 포포이들이 투닥거리고 있었다.
포포이들은 분명 김재주의 배 위에서 잠들었으니, 먼저 일어난 것 같았다.
“잘 잤어?”
“포포이!”
라하, 코딘, 베린이 재깍 반응해서는 김재주를 올려다봤다.
‘신호등 같네.’
파랑, 빨강, 초록.
세 쌍의 눈동자가 제각기 색으로 어우러져 묘한 느낌이 들었다.
김재주는 배낭에서 마력석을 꺼내서는 포포이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마력석도 더 이상 구입이 불가능하다.
지금이야 진기선 쪽이 비축해 놓은 물자로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게 분명했다.
‘계속 여기 있다가는, 진짜 풀이나 뜯으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네.’
김재주는 새삼 실감했다.
탑은 관리자가 없으면 당장 굶어 죽어야 할 정도로 이상한 곳이다.
“포포이?”
김재주가 멍하니 있자 라하가 마력석을 입에서 내려놓고는 빤히 쳐다봤다.
걱정해 주는 기분이 그대로 전해져, 쓴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해 볼까.’
나갈 채비를 했다.
간단하게 씻고는 배낭에 포포이를 넣어 복도로 나섰다.
“…….”
숙소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1층에 내려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관리하던 건물의 주인마저 사라진 것이다.
사실상 경제 활동이 정지됐으니, 사람들은 하나둘 40층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숙소도 얼마 가지 않아 사람의 손길을 타지 못해 폐건물이 될 것이다.
‘레이놀드는 연구실에서 산다시피 그랬고.’
진기선의 당부도 있어 레이놀드는 아예 연구실 건물에 눌러산다고 들었다.
김재주도 똑같은 권유를 받았으나, 잠시 밖의 분위기를 살피고 싶어 나왔다.
“왔다.”
“쉿!”
거리에 나오니 수군대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마도 감시역이리라.
몇몇은 눈에 익은 사람들도 있었다.
분명 김재주에게 잘 보이려 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감시를 한다기보단, 불안한 표정으로 김재주에게 말을 걸듯 망설이고 있었다.
‘어수선하네.’
무리도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 몰랐고, 그 때문에 섣불리 말을 걸기 어려울 테니까.
김재주는 괜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로브로 바뀐 코트의 후드를 눌러쓰고는 걸음을 빨리했다.
* * *
레이놀드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마력 용접기에서는 쉴 새 없이 불꽃이 튀었다.
김재주가 35층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새하얗던 작업복은, 이제 낡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헐어 있었다.
“잘 잤어요?”
김재주의 무심히 던지는 말에 용접기의 불꽃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용접 마스크를 올린 레이놀드는, 선명한 푸른 눈동자로 김재주를 마주했다.
“오셨습니까.”
레이놀드가 웃으며 김재주에게 다가왔다.
“아침부터 열심이네요.”
“저야 할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요.”
김재주는 그 한결같은 모습이 적잖이 안심됐다.
레이놀드는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용접기를 붙잡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좀…… 크네요?”
레이놀드가 만들고 있던 건 원통형의 기계였다.
천장에 닿을 듯해서 김재주가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레이놀드가 머쓱한 표정으로 마스크를 벗고는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이제 여기서 만들 수 있는 재료로는 웬만한 건 다 만들다 보니…… 좀 더 크기를 키워보고 있습니다.”
김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계로 다가갔다.
두 팔로 감싸 안아도 한참은 남을 크기였다.
한쪽은 조작패널이 보였고 그 외에는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했다.
손가락으로 퉁퉁 두드리자 텅 빈 소리 대신 묵직함만이 전해졌다.
“무슨 용도입니까?”
“저번에 보셨던 그겁니다.”
“그거요?”
“반중력 가동 장치 말입니다.”
“……네?”
김재주의 손가락이 뚝 멈췄다.
“반중력 가동 장치요.”
“정말입니까?”
김재주의 되물음에 레이놀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무게 균형도 안 맞을 테고, 원격 제어도 안 될 텐데요.”
김재주는 레이놀드의 성격을 안다.
그는 설계 단계에서 이미 결과물을 예상한다.
그랬기에 실패작이 없다.
용도가 애매한 건 있어도, 작동이 되지 않는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 혹시 다른 데서 이런 걸 본 적 있습니까?”
레이놀드가 당혹성을 흘렸다.
김재주의 지적은, 이 기계를 처음 보는 사람이 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네.”
김재주는 이 기계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보다 훨씬 세련되고, 많은 기능이 있었지만 기본적인 틀은 똑같았다.
동영상 속에서, 레이놀드는 이 기계로 마도공학의 입지와, 판도를 뒤집어놨으니까.
“이 정도 크기는 처음이지만, 절반 정도의 크기는 성공했습니다.”
레이놀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지만, 받아들이는 김재주는 그렇지 못했다.
“……혹시, 지금 작동시킬 수 있습니까?”
“네. 물론이죠.”
레이놀드는 테이블에 놓인 직사각형의 제어 패널을 들고는 전원을 작동시켰다.
위-이잉.
고요한 시동음과 함께 원통형의 기계 패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기계는 이내 허공에 살짝 떠올랐다.
“말씀하신 대로, 균형 문제가 골치였습니다. 고민하다 사이드에 반중력 장치를 여러 개 붙여서 해결했죠.”
기계는 미동도 없어, 천장에 매달아놨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거라면…… 혹시.’
김재주는 저도 모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체공 가능…….”
김재주의 말끝이 흐려졌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뒤늦게 여기가 좁은 내부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거 밖으로 꺼낼 생각은 안 하셨죠?”
김재주의 질문에, 레이놀드가 입을 멍하니 벌렸다가 손에 힘이 빠져 제어 패널을 떨어뜨릴 뻔했다.
허둥대며 미끄러지는 패널을 잡은 레이놀드가 머리를 긁적였다.
“용접으로 이어 붙인 거라 해체도 곤란한데…… 하하.”
그러고는 중얼거리다 김재주의 눈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허당 기질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없던 척하는 거였나.’
김재주가 한숨을 쉬고는 레이놀드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마치 제어 패널을 달라는 듯한 제스쳐에 레이놀드가 얌전히 패널을 넘겼다.
“튼튼합니까 이거?”
“네. 누가 만든 건데요. 하늘에서 처박혀도 끄떡없을 겁니다.”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이고 패널의 조작 방법을 물었다.
레이놀드는 들뜬 목소리로 친절히 알려주다가, 흠칫하는 표정으로 김재주를 쳐다봤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김재주가 별거 아니라는 듯 뒤로 물러났다.
불안함을 느낀 레이놀드도 뒷걸음질을 쳤고.
“레이놀드는 모르는 일인 겁니다.”
“네? 그게 무-”
레이놀드의 말이 끝나는 것보다, 김재주의 손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쿠-웅.
순식간에 원통형의 기계가 천장을 뚫고 사라졌다.
쉬이익!
김재주의 코트가 늘어나서, 떨어지는 돌덩이와 잔해들을 잡아챘다.
그와 동시에 닫혀 있던 작업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진기선이었다..
“무슨 일이야!”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치다가, 태연한 김재주와 멍하니 있는 레이놀드를 보고 몸이 그대로 굳었다.
“……습격?”
진기선은 자다 일어난 듯 묶지 않은 장발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아뇨.”
“그러면?”
“작업 실수입니다.”
진기선이 험악한 눈초리로 레이놀드에게 홱 고개를 돌렸다.
“아, 아닙니다.”
레이놀드가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김재주가 손에 든 제어 패널을 흔들었다.
“제가 그랬어요.”
“이런 미친…….”
“죄송합니다.”
김재주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어휴…… 됐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쓰지도 않을 건데.”
그에 진기선이 짜증을 꾹 눌러 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몇 마디 더 잔소리를 늘어놓고 한숨을 쉬며 다시 돌아갔다.
“김재주 씨!”
레이놀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김재주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셨습니까.”
“사출대는 있어야죠. 수리는 제가 개폐형으로 새로 하겠습니다.”
김재주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놀드를 진정시키고, 구멍이 뚫린 천장으로 다가갔다.
“보세요.”
김재주가 손짓으로 레이놀드를 불러서는 위를 올려다 봤다.
선명하게 푸른 하늘에는, 점처럼 보이는 원형 기계가 있었다.
“……잘 떠 있네요.”
레이놀드도 기계가 저렇게 높게 띄워진 건 처음 보는 일이라, 방금 전의 일조차 까맣게 잊은 채 중얼거렸다.
김재주는 패널을 조작해 원통형 기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기계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부드럽게 하늘을 유영했다.
‘가능할지도.’
김재주는 감탄했다.
레이놀드가 이런 기계를 만드는 건, 50층에서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말 그대로 재능의 개화(開化)였다.
김재주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정리했다.
상호 공유 네트워크나, 인식 체계로 개개인을 추적하는 기능까지 바라는 건 힘들겠지만.
“레이놀드.”
“네.”
“혹시 저 기계 안에, 마력포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김재주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