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9
뉴비가 너무 강함 189화
혼자가 아니다
김재주는 포탈에 들어서고, 하얀 구름 대신 살기가 가득한 사용자들과, 세 명의 클랜장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어서 와.”
“반갑습니다.”
레이놀드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먼저 말을 걸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싸움의 끝을 계산했다.
짐작이지만.
‘할 만해.’
불안하진 않았다.
죽음의 위기보단 자신이 준비한 게 어디까지 통할까라는, 약간 붕 뜬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 혹시 포탈로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지금 아무도 41층에 간 사람이 없거든? 너 죽기 전까진 계속 없을 거고. 거기 가면 진짜 굶어 죽어.”
목인서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예측시가 그리는 7초 후의 미래에 집중했다.
“아, 네.”
김재주는 목인서를 안다.
건틀렛 마디마디에 오러를 뿜어내 클로처럼 휘두르며 적들을 찢어버리는 능력과.
압도적인 오러 양, 그리고 그걸 받쳐주는 신체 능력은 예측시로도 따라잡기 힘들 게 분명했다.
‘다가올 때 끝낸다.’
방심하는 순간이자, 가장 틈을 보이기 쉬운 순간이다.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네?”
“그러게요. 목인서 씨.”
아는 척을 하자 표정이 변했다.
옆에 있던 장만준은 흥미로운 표정이었고, 뒤에 멀찍이 선 박채문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너…… 나 알아?”
목인서를 도발하는 건 쉬웠다.
자기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목이 뻣뻣하니 참기 힘들 터.
“너 진짜 미친놈이네?”
김재주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7초 후에 목인서가 달려오는 걸 확인했기에.
하지만.
“관리자랑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서 조금은 더 살려줄 생각이었는데, 안 되겠다.”
또 다른 잔상이 목인서보다 빠르게 자신으 앞에 도착하는 걸 확인하자.
끌어올린 마력으로 심상을 풀어내지 못했다.
자신을 믿는다는 듯 당연하게 등을 보이며.
“꺼져.”
콰-앙!
단숨에 목인서를 날려 보내는 존재가 눈앞에 서 있었으니까.
“재주야. 형 왔다.”
분명 처음 듣는 굵은 목소리였으나, 익숙한 기분에 얼이 빠졌다.
“……누구세요?”
“아, 형이라고.”
어쩐지 알 것 같았다.
“설마.”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을 쳐다보며 씩 웃는 남자는.
“뚝배기 임마. 어?”
자신의 시청자였다.
“혼자 왔어요?”
“그럴 리-”
아쉽게도, 반가운 재회를 나눌 틈은 없었다.
“씨X아아아아아알!”
가느다란 목소리가 둘 사이를 가르며 울러퍼졌다.
뒤로 튕겨나간 목인서가 피를 뱉으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뒤에 있던 박채문이 목인서를 받아내 멀리 튕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 자체가 자존심이 상해, 목인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깐.”
다시 달려나가려는 목인서를 막아 세운 건 장만준이었다.
“왜에에에!”
“조용해봐 좀.”
장만준의 서늘한 시선이 목인서에게 꽂혔다.
육중한 덩치와는 다르게 차가운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목인서는 숨을 거칠게 내쉬다, 어깨를 늘어트렸다.
“……뭐.”
장만준이 한숨을 쉬고는 김재주와 박천상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는 박천상에게로 말이다.
“우리 구면인 것 같은데.”
“어. 맞아.”
박천상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때, 황인제랑 같이 있던 애송이 맞지?”
“언제 적 얘기야.”
“그 녀석 지시인가?”
“지랄하지 마. 클랜 나온지 꽤 됐으니까.”
“독자노선이다?”
“그래.”
“못 믿겠는데.”
“믿든 말든 맘대로 하쇼.”
장만준은 직감했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능구렁이같은 황인제도 컨트롤하기 힘들어 보이는 녀석이었다.
“상관없겠지.”
장만준이 피식 웃고는 박천상의 옆에 선 김재주를 쳐다봤다.
“김재주.”
“네.”
“너에 대해서 올라온 보고는 꼼꼼히 읽어봤다.”
“영광이네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넌 탑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
“지금 상황에 대해선 애석하게 생각한다. 겨우 너 하나 잡자고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왔으니까.”
“말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장만준은 김재주의 능청스런 태도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하지만, 관리자가 승인한 일이다. 그 말은 즉, 넌 탑에 머물 자격이 없다는 뜻이지.”
“염병.”
박천상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괜찮아요.”
김재주가 그런 박천상에게 담담히 말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어차피 죽을 거라면 편하게 죽어라. 너도 알고 있으니까 그 기계 장난감을 안 끼고 나온 거 아닌가?”
장만준이 눈짓으로 김재주의 오른팔을 가리켰다.
“무슨 소린지.”
장만준이 보란 듯이 양팔을 활짝 펴서는 주위를 훑었다.
“마력 구속 그물은 물론이고, 네 기계 팔을 망가트릴 붉은 지빠귀 기름병 수백 개를 준비했다.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쪽도 인력 손실을 감수하긴 싫어서.”
김재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장만준을 따라 주위로 향했다.
전방에 선 나이트들은 물론이고, 뒤에선 마법사들의 수준은 알만했다.
하나하나가 초월급 마법사들과 최정예 나이트.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꺼내들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만약 관리자가 내 건 조건이 김재주를 죽인 사람에게 권한이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면, 진작 집중포화가 쏟아졌을 터였다.
“……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은데요.”
“네가 숨겨놓은 패까지 감안하면 적정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순순히 저보고 죽으라는 얘기네요?”
“싫다면 네가 아끼는 동료는 물론이고, 이뤄놓은 모든 것들을 망가트릴 수 있다.”
김재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예를 들면요?”
“네가 지나온 층에 남은 사용자들에게 코인을 쏟아부어서, 힘을 준 다음.”
장만준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탑의 존재들을 갖고 노는 건 일도 아니지.”
“…….”
“어려울 거라 생각하나?”
얘기를 듣고 있던 목인서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나보다 더 대단하다니까. 누가 수문장 아니랄까봐.”
박천상이 주먹을 부르르 떨며 슬쩍 시선을 마을 건물로 돌렸다.
저 위층에서 분명, 채널을 옮겨 도와줄 녀석들이 올 것이다.
“재주야. 저 새끼들 말 들을 필요도 없어.”
김재주는 뒤에 있는 박천상에게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그에 목인서가 삿대질을 하며 씨익 웃었다.
“하, 하하하! 설마 지금, 포탈로 도망치려는 거 아니지? 그게 네 발악이야?”
김재주는 목인서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대신 박천상의 팔을 잡고는, 뒤로 끌어당겼다.
“물러나요.”
“……왜 그래? 너 설마 진짜 도망……”
“빨리.”
속삭이듯 조용하면서도, 다급한 목소리에 박천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러났고.
김재주는 천천히 고개를 올려 저 멀리 한 곳을 쳐다봤다.
마탑을 향해서 말이다.
예측시로 관측한 7초후의 미래가 경고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엄습할 거라고.
“……뭐야?”
장만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재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김재주의 시선이 자신들을 지나쳐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고.
자연스럽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
마탑에서 마력의 향연이 일었다.
구름을 갈아엎듯 바닥에서는 대지가 해일쳐 이쪽으로 몰려왔고.
허공에서는 불로 이루어진 새가 날아오고 있었다.
구름을 뒤덮어가는 대지를 밟으며 얼음의 군마가 맹렬히 달려왔다.
숨이 막힐듯한 마력의 폭풍이, 이쪽을 향해 쏘아졌다.
“1부대!”
장만준이 다급히 소리쳤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마법사들이 몰려오는 마법의 군세를 향해 커다란 장막을 둘러쳤다.
나이트들은 장막의 뒤에 바짝 붙어 무릎을 꿇고는 진을 형성했고.
등에 맨 방패를 앞으로 내밀어 비스듬히 세웠다.
김재주의 마력포를 대비한 항마용 카이트 실드였다.
“지원해!”
박채문도 경악한 표정으로 2차 방어선을 구축했고.
“이런 미친!”
목인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댔다.
순식간이었다.
마력의 군세가 코앞에 도달한 것은.
콰-아앙!
솟구치는 대지에 마력의 장막이 흔들렸다.
얼음의 군마가 부서지는 걸 두려워 하지 않으며 부딪치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수백의 불새들이 화염의 깃털을 쏘아내자 장막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이건 말도 안 돼…….”
박채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분명, 40층의 수준으로는 장막에 흠집을 내는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또 옵니다!”
끝이 아니었다.
저 뒤편에서, 2차 공습을 알리기라도 하듯, 마탑이 쉴새없이 빛나고 있었으니까.
곧바로 새로운 마력의 군세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성도원인가?”
장만준이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의 헤드 시니어에게 소리쳤다.
“아닙니다! 방금 메시지를 보냈는데 수신자가 없다고 떴습니다.”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장만준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예상 외의 장소에서, 예상외의 공격이 들이닥쳤다.
대체 왜?
장만준은 혼란스러움을 애써 눌러내며, 빠르게 판단했다.
“우리 목표는 어차피 하나다!”
김재주를 죽이는 것.
“버텨! 타겟은 내가 처리한다!”
장만준이 성난 표정으로 뒤로 몸을 돌려 김재주를 찾았으나.
김재주는 무언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건 바로, 수십 아니, 수백의 사용자들이었다.
“……뭐?”
행색은 제각각이었다.
마치 같은 소속이 아니라는 듯.
누군가는 화려한 로브를.
또는 순백의 로브를.
또는 평범한 일상복을.
아니면 두꺼운 갑옷을.
“뭐야 너희?”
마치 짜맞춰지지 않는 퍼즐 조각을 한데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
“이야.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네.”
“이게 성덕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지렸다.”
“채팅어 쓰지 마. 역겨우니까.”
“말이 너무 심해요!”
저마다 떠들며 웃음꽃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서 한 여자가 걸어나왔다.
너무나도 당당한 걸음걸이와, 결연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재주가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강소아였다.
“너?”
장만준은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히포크리트 클랜이 주로 관리자와 접선하는 쪽이었기에 50층에 자주 내려갔으니까.
“업보라고 생각해요.”
강소아가 차갑게 뱉으며 장만준을 노려봤다.
“하, 하하. 단체로 미쳤구나. 너네?”
목인서가 그 상황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드안체로 미쪄꾸나 느네?”
“으베베베.”
무리 속에서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목인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눈치 없네 진짜.”
“방송 오래 보면 미친다는 게 맞다니까?”
“왜 넌 아니라고 생각해?”
김재주는 그 틈에 파묻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여러분…….”
“어?”
“굳이 안 그러셔도.”
“그게 뭔데.”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안 도와주셔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하, 하하…….”
김재주가 머쓱하게 웃고는, 오른쪽 건물 위로 고개를 돌렸다.
[사용자: 크리스 레이놀드]
[내용: 준비됐습니다. 오른쪽 옥상입니다.]
짤막한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김재주가 자신의 시청자들을 조심스럽게 헤쳐나와, 강소아의 옆에 서서는.
부르르 떠는 장만준을 보며 말했다.
“장만준 씨.”
“…….”
“아까 답을 못한 것 같아서요.”
“뭐?”
“무덤은 만들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