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90
뉴비가 너무 강함 190화
싸움의 끝에서
김재주가 40층에 진입하기 전.
마탑은 혼란스러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폴리온은 갑작스레 변한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섞여 들어가는 기억 속에서 이곳이 신의 장난이 깃든, 탑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으며.
자신이 마탑주가 됐다는 것도 깨달았다.
한 여행자의 도움으로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다른 학파장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이 제일 먼저 한 건 마탑에 섞여든 기생충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대외적으로 활동한 벌레 하나를 붙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를 정신의 공간에 가두어 고문을 반복했고, 이내 하나둘 벌레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마탑 중앙엔 관측대가 있다.
마을을 내려다보며, 주위의 풍경이나 날씨를 살피는 그런 관측대가.
폴리온은 커다란 관측경에서 눈을 떼고는 침음을 흘렸다.
마을 밖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처음 보는 여행자들이 집결해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기에.
“영감.”
뒤에 있던 클라프의 목소리에 폴리온이 몸을 돌렸다.
쇼라키, 에르키오스를 포함한 모든 학파장들이 관측대에 모여 있었다.
“어떡할 건가?”
“글쎄. 나도 모르겠구먼.”
“그 망할 벌레 녀석 말이 맞다면,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저 녀석들이 모였다는 건데.”
“그래…… 그것도 우리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을 말일세.”
폴리온은 수염을 쓰다듬다가, 마음을 굳혔다.
“모든 마법사들에게 전투 태세를 갖추라고 전하게.”
클라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게 나올줄 알았어.”
쇼라키와 에르키오스도, 그리고 다른 학파장들도.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자신들이 신의 장난에 어울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보이는 포탈에서 한 사람이 등장했고.
폴리온은 그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봤다.
“……제자야.”
이내 자리를 비웠던 학파장들이 하나둘 다시 관측대로 모였고.
“영감! 나는 준비됐다.”
“저도 끝이에요.”
“음.”
클라프, 에르키오스, 쇼라키.
세 학파장이 가장 빨리 모습을 드러냈다.
폴리온은 그들을 돌아보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력으로 돕게.”
세 학파장은, 말없이 웃었다.
* * *
“……아저씨.”
레이놀드는 옆에 들리는 안도의 한숨이 섞인 목소리에, 어깨 힘이 풀렸다.
그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심정이었으니까.
‘……괜찮은 겁니까?’
보기만 해도 질리는 광경이었다.
사람 100명이 주욱 늘어서 길을 막아도 될 만큼 커다란 거리다.
그곳에 흰 구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찼다.
개개인이 짐작도 되지 않을 수준이며, 단 한 명을 죽이기 위해 모였다는 생각까지 이르자, 호흡이 가빠질 정도였다.
대장처럼 보이는, 건틀릿을 낀 남자가 김재주에게 달려드는 순간엔 깜짝 놀라 손에 든 제어 패널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어서 마탑에서 쏟아지는 마력의 향연에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세하가 옆에서 지켜주고 있지 않았다면 벌써 벌벌 떨었으리라.
“준비됐어요?”
다급히 묻는 이세하의 말에 레이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준점도 잡았고, 마력도 모두 충전됐습니다.”
레이놀드는 어느새 아군이라 생각되는 사람들 속에 갇힌, 김재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 *
“……뭐?”
장만준이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뱉었다.
마치 죽여달라는 듯 앞으로 나온 김재주가 어이없기도 했고, 그런 김재주를 믿는다는 듯 미동도 없는 일단의 무리들이 믿기지 않았다.
“너네, 지금 단체로 죽으려고-”
장만준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고는 오러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김재주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공격? 마법인가? 아니면 숨겨둔 기계? 아이템?’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
그게 끝이었다.
김재주는 어정쩡하게 손을 들어올린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장만준의 전신에서 오러가 김빠지듯 새어 나왔다.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더니, 긴장했어요?”
“이 새끼가 지금…….”
장만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내려꽂혔다.
세 가닥의 섬광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천 명이 밀집한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누구 하나 눈치챌 틈이 없었다.
마탑에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마력의 군세를 막기도 버거웠으니까.
정면으로만 세워진 마력장벽은, 하늘에서 내려꽂힌 섬광을 직격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고.
섬광은 밀집된 사람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
“어…… 어?”
폭격의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장만준은 뒤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
구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살아남은 이는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일부 클랜원들이 덜덜 떨며 주저앉아 있었다.
마력의 군세를 막아내던 장막은 깨진지 오래였다.
마주하는 시선엔 공포만이 가득했다.
무엇에 당한지도 알지 못했으니까.
미지의 공포였다.
“클, 클랜장 님.”
장만준은 누군가의 애처로운 물음에 답할 여유가 없었다.
“막, 막아!”
그저 번쩍 들어 올린 검지로, 마탑을 가리켰다.
마력의 폭풍이, 3차 공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장만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에선 정체모를 섬광이.
마탑에선 강력한 마법이.
그리고…….
장만준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김재주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끝입니다.”
김재주는 에니안을 낀 오른팔을 장만준에게 겨눈 상태였다.
에니안의 모습은 전과 달리 특이했다.
어깨부터 시작해 손목까지, 외면부가 튀어나와 마치 거대한 대포를 손에 끼운 듯 했다.
『출력 : 60%』
장만준은 빠르게 판단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직감적으로 울리는 경종이 말하고 있다.
위-이이잉!
저 대포처럼 보이는 사출구에서 모여드는 빛은.
맞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이다.
사출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동시에 장만준의 몸이 흐릿해졌다.
구멍이 뚫린 건너편으로 넘어갈 수 없으니, 건물 위로 뛰어오를 생각이었다.
그러나 장만준이 옥상에 닿기도 전에,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어?”
장만준은 마력포가 자신의 몸을 꿰뚫는 걸 느꼈다.
소리보다 먼저 닿은 빛에 하체가 증발했고, 허공에서 그의 상체만이 남았다.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몸이 더 이상 통제가 안 돼 허공에 멈추고, 잘려 나가듯 사라진 몸뚱이에서 빠져나가는 오러로 직감했을 뿐이다.
자신은 죽었다고 말이다.
* * *
김재주는 푸스슷 김을 내뿜는 에니안을 재빨리 거둬들였다.
온몸의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가 현기증이 일어 비틀거렸고, 그런 자신을 지탱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괜찮아?”
강소아였다.
“……어, 네.”
김재주는 강소아가 누군지 모른다.
반대로 강소아는 자신을 알고 있었고.
기묘한 친숙함에 어색할 틈도 없었다.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허억, 허억.”
섬광의 직격에 살아남은 목인서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머리로 이해하지 못했고.
눈으로 담은 광경은 수천의 클랜원들이 증발한 것과, 믿었던 장만준이 상반신만 남은 채 바닥에 차갑게 누워 있는 것뿐이었다.
“흐, 흐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괴리감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박채문이 있던 자리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구, 구멍에 빨려 들어간 건가?’
모른다.
지금 알 수 있는 거라곤.
“재주야. 쟤 어떻게 할까?”
“아니, 재주한테 묻는다고 알겠냐 그걸.”
“아 포포이단 수장님이신데 물어볼 수도 있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뿐.
김재주의 뒤에 있던 그들들이 목인서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뒤늦게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마력에 짓눌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이 녀석들 대체 정체가…….’
그중에는 박천상도 있었다.
그가 성큼 걸어 나와 목인서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황인제.”
“……뭐?”
“황인제 어딨어?”
“몰, 몰라.”
“거짓말하지 말고 빨리 불어. 뼈마디를 다 분질러 버리기 전에.”
목인서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떨렸다.
수십 쌍의 눈동자가 서늘한 눈빛으로 무력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력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모, 모른다고! 그 음흉한 새끼는 애초에 여기 오지도 않았어!”
“정말로?”
“그래!”
“흐음.”
박천상은 목인서를 그대로 들어 구멍이 뻥 뚫린 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목인서가 손에 낀 건틀렛을 벗기고는, 구멍 쪽으로 팔을 쭉 뻗었다.
대롱대롱 매달린 목인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자, 손에 자유는 준다. 지금 황인제한테 메시지 보내.”
목인서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뭐, 뭐라고 보내면…….”
“여기로 안 튀어 오면, 60층 전체를 다 부숴 버릴 거라고 전해.”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목인서를 보며, 박천상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어디에 있든 찾아가서 죽여 버릴 거니까, 추하게 도망치지 말고 지금 오라 그래.”
* * *
박채문은 운이 좋았다.
김재주가 손을 들어올려 신호를 보내는 순간, 자신을 오랫동안 살려왔던 직감이 발동했기 때문에.
경고하는 직감을 따라 하늘로 고개를 치켜들었고.
작렬하는 섬광을 발견했다.
거의 본능적이었다.
건물 옥상으로 도망칠 수 있었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지상은 난리가 났으니까.
구멍이 뚫리고, 클랜원들은 증발했으며, 장만준은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죽었다.
“……허억. 허억.”
무리한 움직임으로 요동치는 오러를 안정시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제야 건물 옥상엔 자신만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바로 두 블록 앞으로 두 명의 남녀가 보였다.
‘레이놀드?’
그들도 지상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정신이 팔렸는지 이쪽은 눈치도 못채고 있었다.
‘……뭐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소리에, 청력을 집중했다.
“와. 방금 레이놀드가 한 거죠?”
“……출력을 높여서 쓰는 건 처음인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박.”
장만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하늘에서 내려 꽂힌 빛의 기둥이, 저 남자의 작품이라는 걸.
‘잡아야 돼.’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살려면 레이놀드를 끌고 가야 한다고.
‘김재주가 그렇게 애지중지한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어.’
그의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한 블록을 넘어 빠르게 도약했고, 추진력으로 높게 뛰어 둘에게 달려들었다.
“어?”
이세하와 레이놀드가 그제야 다가오는 박채문을 눈치챘다.
‘늦었다.’
박채문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주먹을 뻗었다.
필요 없는 이세하를 가장 먼저 죽여버릴 요량으로 말이다.
그러나.
“뭐야?”
이세하는 박채문의 주먹을 피하는 것도 아닌, 맞받아쳤다.
쿠-웅!
사람의 주먹끼리 부딪혔다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리가 울렸고.
“으아아아아악!”
박채문은 주먹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미쳤어요?”
이세하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주먹을 거두며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