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93
뉴비가 너무 강함 193화
한 걸음을 남겨둔 채, 한 걸음 앞으로
상황은 금세 정리됐다.
진기선의 부하들이 남은 잔당들을 끌고 사라졌으며.
뻥 뚫린 구멍은 마탑의 마법사들이 나와 해결했다.
늙은 마법사 셋이었는데, 주문을 외워 금세 구멍을 메꿔 버리더니 김재주에게 다가와서는.
“…….”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이 말이다.
“……하실 말씀이라도?”
“인사를 하러 왔소이다.”
셋은 하나인 듯 동시에 말했다.
“마법사들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소. ……하지만.”
그들이 동시에 영창을 시작했다.
김재주는 예측시로, 7초 후에 무슨 마법이 펼쳐질지 눈치채고는.
“그만.”
“음?”
“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례를 저지르기 바란단 말이오?”
“……부탁입니다.”
마법사들이 탐탁찮은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로이의 부탁이라니, 어쩔 수 없군.”
“나중에 꼭 마탑으로 오시오.”
“마탑주께서 그대를 기다리니.”
“…….”
김재주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어색하게 미소 지을 뿐.
그에 마법사들은 툴툴거리며 다시 마탑으로 돌아갔다.
“김재주.”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진기선이 보였다.
그 너머에는 자신의 시청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고.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개뿔, 너 혼자 다 해놓고 난 뒤처리만 했는데 무슨 고생.”
“그래도요.”
“됐고. 그것보다 너…….”
무언가 말을 하려던 진기선은, 뒤쪽으로 힐끔 고개를 돌리더니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중에 얘기해. 나도 지금 정신없으니까.”
진기선은 그 말만 남긴 채 바닥에 쓰러진 박채문을 들쳐 엎고는 벽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고문이라도 할 생각인가.’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놔두기로 했다.
‘업보겠지.’
해가 지고 있었다.
주황빛으로 물든 구름을 따라간 시선의 끝에서, 사이좋게 노는 레이놀드와, 권율이라 불린 꼬마 아이가 보였다.
“와, 저 날아가는 거, 형이 만든 거예요?”
“아, 네. 빨간 건 코딘, 파란 건 베린, 녹빛은 라하입니다.”
“어? 그 이름, 포포이 아니에요?”
“맞습니다.”
“나도! 나도…… 조종해 봐도 돼요?”
“물론입니다. 어렵지 않을 테니 제가 가르쳐 드리죠.”
그런 둘을 제외한 채, 시청자였던 그들이 하나둘 김재주에게 모였다.
“재주야! 판 깔자!”
“술은 내가 삼!”
“안주는 내가 쏨.”
“콜.”
“급할 거 없지? 재주야.”
김재주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정말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런 그들을 하나하나 훑던 김재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박천상 씨는 어디 가셨어요?”
“아 뚝배기? 걔 아까 황인제랑 어디 가던데.”
“둘이서요?”
“같이 안 가도 되냐니까, 자기 혼자 가야 된다고 그러더라고.”
“하여튼 걔는 독고다이라니까.”
“우리가 남말할 처지는 아니긴 한데, 좀 심각해 보이더라.”
“금방 오겠지. 제 한 몸 간수 못 하는 애도 아니고.”
“저번에 배빵 난 건?”
“아…….”
“됐고! 일단 판 깔아!”
* * *
달빛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하얀 건물의 옥상.
구름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전경이었다.
시청자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커다란 돗자리를 하나둘 이어 붙여 깔고 술상을 마련했다.
옥상에는 사람으로 그린 작은 원이 여러 개 만들어졌다.
어둡진 않았다.
마치 배려라도 하듯, 멀리서 마탑 전체가 환하게 빛나며, 달빛과 같이 어울리고 있었으니까.
“마! 특제 폭탄주 무봤나? 디진다 아이가!”
“소주랑 콜라 섞은 걸로 유난은.”
“내 지금 무시하나?”
“아 됐고. 김재주 건배사!”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의 이목이 김재주에게 쏠렸다.
김재주는 어색하면서도, 약간의 긴장감이 서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반갑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이네요.”
“으으…… 내 손발.”
“조용해 인마.”
군데군데 웃음소리가 터졌다.
김재주는 어색하게 따라 웃다가, 소란이 진정되자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말하면 어색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김재주가 목소리를 높였다.
“좋네요.”
“그래. 나도 좋다!”
“우리 재주 오빠 너무 멋져!”
“덜렁덜렁은 왜 빼먹냐?”
“진짜 흔들 순 없잖아.”
“그건 그러네.”
웃음꽃과 함께 다들 잔을 들었다.
“김재주 넌 안 마셔?”
“아 저는, 술이 진짜 약해서요.”
“우리가 잘못했네. 술이 아니라 WD-40을 줬어야 됐는데.”
“그건 맞지.”
“그만해 미친놈들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언니…… 저도 마시면 안 돼요?”
강소아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이세하가 애처로운 척 목소리를 깔았으나.
“세하는 자 여기, 무알콜 맥주.”
“……너무해.”
“야, 여기가 지구도 아니고, 좀 봐 줘라.”
“탑에선 미성년자가 어른이야?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
“딱딱하긴.”
“전 괜찮아요. 헤헤.”
금세 친해진 둘은 마주 보며 씨익 웃더니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재주 아저씨, 정말 특이한 거 알죠?”
“그럼. 내가 나름 열혈 시청자였는데.”
다 들리게 소곤거리는 게 문제였지만.
장난스러운 앞담화에 김재주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야, 재주 울겠다.”
“표정 굳은 거 봐.”
김재주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괜찮은데요?”
“갠차느은데요?”
“오늘 재주 울리기 내기했냐?”
“직접 보니까 반가워서 그렇지.”
시청자들도 마치 지금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걸 아는 것처럼,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웃고 떠들었다.
그 소란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김재주가 뒤편에 놔뒀던 배낭의 덮개가 꿈틀거렸다.
“…….”
“…….”
“…….”
소리는 분명 나지 않았는데,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포포이?”
배낭의 덮개가 살짝 들리고 똘망똘망한 눈동자 세 쌍이 모습을 드러내자.
“포포잉!”
“뽀뽀이!”
“포포이이이!”
“포포이잇!”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쳤다.
그에 깜짝 놀란 포포이들이 배낭에서 폴짝 뛰쳐나왔다.
“포포이!”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재주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와, 괜히 재촉하는 것 같아서 말 안 하고 있었는데.”
“존버는 승리한다!”
“미쳤다. 이 세상 귀여움 맞냐?”
“진짜 포포이는 전설이다…….”
“우리 보고는 안 도망치네? 원래 김재주 빼고 엄청 싫어하지 않았냐?”
“진화의 힘인가?”
“뭐래.”
누군가의 말대로 포포이들은, 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제는 김재주를 이해하는 포포이들에게, 시청자들은 경계할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쓰, 쓰다듬어도 될까?”
이채린이 흥분한 표정으로 성큼 걸어나와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김재주에게 물었다.
“……제가 뭐라 얘기할 부분이 아니라서. 포포이들한테 물어보세요.”
“응! 응! 알았어!”
“이채린 왜 이렇게 흥분했냐?”
“아니, 우리도 그런데. 이채린은 무슨 광신교야.”
“클랜 이름 정한 것도 쟤잖아.”
그들은 그런 이채린을 이해한다는 듯, 포포이들에게 다가가는 이채린을 지켜봤다.
“아, 안녕?”
이채린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살며시 다가가서,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포포이?”
그에 빨간 눈의 베린이 살짝 앞으로 나왔고.
“네가 베린이지? 반가워.”
이채린이 베린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포포이!”
베린은 기분 좋다는 듯 눈을 살며시 감으며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세상에. 너무 부드러워. 어떡해…….”
이채린은 소중한 공예품을 다루듯, 천천히 베린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대박.”
“저게 성덕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그거 맞는 듯.”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들 중, 누군가가 김재주에게 물었다.
“야 근데. 탑 부서지면, 포포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러네. 생각해 보니 그거만 쏙 빼고 얘기했어.”
사람들의 이목이 김재주에게 집중됐다.
“아마도…….”
김재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청자들도 뒷말을 재촉하지 않았고, 이채린도 쓰다듬던 손을 떼고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김재주를 쳐다봤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니지? 재주야?”
“방법 없냐?”
“레알?”
“마! 장난이라고 말해라!”
김재주는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포포이들을 쳐다봤으며.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김재주는 그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으나.
“에라이! 모르겠다. 술 더 가져와!”
“니가 코인 상점에서 사 인마.”
“콜! 내가 오늘 다 쏜다! 오늘 죽자 그냥!”
누군가 과장스레 목소리를 높이며 양주, 소주, 맥주까지 수북하게 병을 쌓아가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마셔!”
“그래. 마셔!”
저마다 술을 챙긴 사람들은 다들 자리에 앉아서, 넘칠 듯 잔에 붓고 너 나 할 것 없이 잔을 들이켰다.
“크으.”
“캬아!”
“야, 이세하! 넌 왜 마셔! 내놔.”
“저도 다 컸다고요! 잔 이리 줘요!”
김재주는 배낭에서, 최상급 마력석 세 개를 꺼내 포포이들에게 하나씩 앞에 놓아주었다.
“포포이!”
라하, 코딘, 베린.
셋은 처음 보는 크기의 마력석을 보더니 눈동자를 반짝이며 덥썩 물었다.
“야, 근데 마탑도 변하긴 하는구나.”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 아니겠냐.”
“그렇긴 하지.”
화제는 마탑으로 돌아갔다.
“근데 왜 저렇게 빛나는 거냐?”
“저런 적이 있던가?”
“없지.”
“없음. 분명히.”
“그러고 보니, 아까 마법사들이 김재주한테 무슨 마법 쓰려던 것 같던데.”
“진짜?”
“마력 흐름 보니까 위험한 건 아니다 싶어서 냅뒀지. 근데 중간에 취소했더라.”
“왜?”
“그거야 나도…….”
떠들던 그들의 입이 순식간에 다물어졌다.
우-웅.
마탑에서 쏟아지던 순백의 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해졌기 때문이다.
모두의 시선이 마탑으로 향했고.
『위대했던 엘로이. 김재주를 기리며』
상공에서, 커다란 글자가 떠올랐다.
어둠과 대비돼는 하얀빛으로 새겨진 글자가 말이다.
“……아.”
“뭐냐 저거?”
“미친.”
“김재주는 진짜 전설이다…….”
그들은 그제야 마법사들이 무슨 마법을 쓰려던 건지 깨달았고.
김재주가 왜 그 마법을 막으려고 했던 건지 눈치챘다.
“…….”
김재주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재주야! 형 왔다. 저거 뭐냐?”
뒤늦게 올라온 박천상이 유쾌한 목소리로 마탑을 삿대질하며 소리쳤으나.
김재주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 *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술이 센 몇몇마저도 나가떨어져 돗자리에 그대로 뻗어버렸고.
‘다 잠들었나?’
정신이 멀쩡한 건 김재주와 포포이들뿐이었다.
레이놀드와 권율은 남들이 술을 마실 동안에도 계속 위성을 가지고 놀다가 일찍 잠들었고.
이세하는 강소아가 놓아준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라하, 코딘, 베린.”
김재주는 배낭의 덮개를 열어, 포포이들을 불렀다.
“포포이…….”
포포이들도 졸린 모양인지 뽈뽈뽈 다가와서 하나둘 쏙쏙 들어갔다.
‘갈까.’
김재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청자들을 눈에 담았다.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은 해후였다.
누구 하나 알지 못할 게 분명한데도, 김재주는 그런 그들에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감사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네고 이내 등을 돌렸다.
옥상에서 사뿐히 뛰어내려 이내 포탈에 도착했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쯤.
“재주야.”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흠칫하며 몸을 돌려보니, 슬픈 표정의 강소아가 보였다.
“강소아 씨?”
“지금 가는 거야?”
“……네. 아무래도 작별인사를 하기엔 어색해서요.”
“사람들한테 주소 물어본 이유가 그거였어? 다시 만나려고?”
“그분들이 원한다면요.”
강소아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래. 너답네.”
“……설마 저를 1층부터 봐온 분인 줄 몰랐습니다.”
“말했잖아. 오랫동안 봐왔다고.”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봐요. 지금처럼…… 또 술도 마시고요.”
강소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중에는 싫어. 나도 같이 가.”
“……네?”
“민폐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사막에는 용도 있을 거니까 내가 도움 될 텐데.”
강소아는 억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침착한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차분히 말했다.
“어…… 그래도 되긴 하는데.”
“됐네. 그럼 같이 가자.”
강소아는 소풍을 가는 것처럼, 별거 아니라는 듯, 김재주에게 성큼 다가왔다.
활짝 웃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