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95
뉴비가 너무 강함 195화
THE END
모래를 간질이던 바람도, 산들거리던 풀들도.
권태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케드낙까지.
모든 게 멈췄다.
우-웅.
오직 빛나는 세계석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김재주는 강소아를 돌아봤다.
“……아.”
움직임을 멈춘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세계가 그녀를 밀어내듯, 강소아의 모습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 강소아의 손을 붙잡았으나, 잡히지 않았다.
신기루처럼 흩어지며, 빛무리에 휩싸여 반짝이며 사라졌다.
『아이야.』
괜찮은 걸까, 라는 걱정이 생길 틈도 없이 김재주의 머릿속으로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퍼졌다.
케드낙은 아니었다.
그 목소리는.
“관리자?”
사막의 풍경도 희미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무채색의 공간만이 남았다.
환하게 빛나는 세계석이 아니었다면, 바닥마저 가늠하기 힘든 공간 속에서.
노인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할 말이 있어서 온 겁니까?”
『아니, 그저 내가 만든 탑의 최후를 지켜보러 왔을 뿐.』
노인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랬기에,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후회합니까?”
『무엇을?』
“저를 탑에 들인 것을요.”
『후회란 무의미한 감정이다. 파묻히고 가라앉으면, 무엇마저 후회하는지 모르게 되어 잡아먹히는, 그런 녀석이지.』
“후회하는군요.”
노인은 말없이 무릎을 굽혀, 세계석에 손을 뻗었다.
“!”
관리자의 손은, 세계석에 닿기도 전에 바스라져 흩어졌다.
『나를 거부하는구나.』
“그만두십시오.”
『탑이 무너지면, 나 또한 사라진다.』
하지만, 관리자는 입에 피를 토하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팔꿈치가 사라지고, 어깨마저 재가 되고, 온몸이 흐트러져가면서도 세계석에 자신의 몸을 들이밀었다.
『모순이야. 내가 원하는 세계가, 나를 거부하다니.』
“…….”
김재주는 말없이 그런 관리자를 쳐다봤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관리자는 그저 세계를 원하고, 사랑하고, 이제는 후회 속에 파묻혀 사는 과거의 망령이다.
『하지만, 그 또한 규칙에 의한 것일 터.』
이제 관리자는 얼굴밖에 남지 않은 모습으로, 김재주를 올려다봤다.
『그에 따르면, 너에겐 아직 35층의 보상을 주지 않았지.』
“이제 와서…….”
김재주는 떨리는 목소리에,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이게 너에게 주는, 내 마지막 보상이다.』
화려한 보물상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떨어진 건, 관리자의 반쯤 사라져가는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눈물은 볼을 타고 흐르며, 허공을 부유하다, 세계석으로 향했다.
세계석은 그것만은 허락하겠다는 듯 눈물을 흡수했다.
『이것만은, 후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관리자는 그 말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웅.
세계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꽃잎 사이에서, 아주 작고 초라한, 노란색 꽃잎이 피어났다.
그와 동시에, 김재주의 몸이 붕 떠올랐다.
마치 아스트로드 세계가 그를 밀어내듯, 천천히 위로 떠올랐다.
로톤토의 옷들이 조금씩 흐릿해지며 사라지고, 김재주가 메고 있던 배낭은 끈부터 사라져 갔다.
그 안에 있던 아이템들도 모두 풀려나와 사라졌고, 이내 남은 건.
“포포이!”
라하, 코딘, 베린이었다.
김재주는 부유하는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안간힘을 써서 손을 뻗어도, 바닥으로 가라앉는 포포이들에게 닿지 않았다.
점점 멀어지고, 작아지는 모습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제발, 제발!’
포포이들이 털을 길게 늘려 김재주에게 뻗었다.
가닥가닥 뻗을 때마다 사라지고, 흩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포포이들은 계속해서 털을 뻗었다.
결국.
“포포이!”
김재주의 손에 털이 칭칭 감겼다.
‘안 놓을 거야.’
김재주는 라하, 코딘, 베린에게 감긴 손을 반대쪽 손으로 꽉 잡았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털은 조금씩 끊겨 나갔다.
“포포이…….”
이제는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에서, 김재주는 끝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랬기에, 자신의 손에 모든 힘을 불어넣었다.
할 수 있는 걸 한다.
그런 생각으로 몸에 남은 모든 태양의 마력을 불어넣었다.
점점 작아지는 포포이들의 몸이 환하게 빛나며,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는 걸 끝으로.
김재주의 몸이 뒤로 빨려가듯 튕겨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시야가 정전되고, 의식을 다시 차렸을 때쯤.
김재주는 감긴 눈을 떴다.
‘……여긴.’
압도적인 부유감 속에서 김재주의 시야 가득히 한 물체가 잡혔다.
탑이었다.
구름을 찢고 솟아난 거대한 탑은, 끝부터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석양빛을 받으며 붉게 물든 탑이 산산이 무너져 내리며, 끝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김재주의 의식이 끊어졌다.
* * *
김재주는 해가 지는 공원을 걸었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풀과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가 기분 좋게 김재주의 얼굴을 쓰다듬고 갔다.
이어지는 길을 걷다, 텅 빈 벤치가 보이자 자연스럽게 앉아서는 등을 기댔다.
“…….”
김재주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동영상 플랫폼의 메인 화면으로 가서는, 제목을 훑었다.
[탑이 무너지고 난 후 한 달! 그 후 각성자들의 근황은?]
[생환자들의 인터뷰! 지금 전격 공개!]
[무너진 마도공학 체계. 대체 할 새로운 신소재는?]
세상은 시끌벅적했다.
탑이 무너지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중 가장 이슈가 된 건 각성자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국방력의 척도가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과시했던 그들은, 탑이 무너지고 모두 힘을 잃었으니까.
[자, 오늘은 각성자였던, 이신하 씨를 찾아가 볼 건데요.]
김재주가 재생한 동영상에선 그런 각성자들 중에서도, 오만한 태도로 사람들에게 미움을 샀던 한 사람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동영상이었다.
인터뷰 자체가 직설적이고, 평소 그를 아니꼽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던 탓인지.
동영상의 조회수는 일주일도 안 돼 수백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업보네.’
김재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보다가, 이내 흥미를 잃고 저장된 동영상이 보관된 라이브러리 창을 눌렀다.
“…….”
[보관된 동영상: 0개]
동영상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있을 때.
멀리서 들리는 꼬마 아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 조심해요!”
시야를 가득 메운 건 야구공이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코앞까지 닿은 상태.
“으아악!”
꼬마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재주에게 달려오다가,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입을 멍하니 벌렸다.
분명, 부딪히는 소리가 날 줄 알았는데 야구공이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꼬마는 멍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다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이 헛것을 봤나 싶어, 또 다른 목격자가 있나 둘러봤으나, 아쉽게도 그 광경을 본 건 자신뿐이었다.
“자.”
김재주가 손에 쥔 야구공을 다가온 꼬마에게 내밀었다.
“와…… 방금 어떻게 한 거예요?”
“마술.”
“거짓말! 아저씨 각성자죠?”
“믿기 싫음 말고.”
김재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쩐다.”
이후 꼬마는 김재주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으나, 김재주는 귀찮은 표정으로 일관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꼬마도 제풀에 지쳐서는 물러났다.
“다음에는 이렇게 안 넘어가요!”
“그러든가.”
그 말만 남긴 채 말이다.
김재주는 해가 완전이 저물어가자 공원을 벗어났다.
‘왜 나만 그런 걸까.’
동영상에서 떠들었듯이, 모든 각성자들은 힘을 잃었다.
오직 김재주만 빼고 말이다.
그는 탑에서 쌓았던 마력을 여전히 쓸 수 있었다.
심지어 태양의 마력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유를 고민해 봤지만, 답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렇게 집에 다 와 갈 때쯤,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야, 김재주.
“어, 소아야.”
-올 때 맥주.
“너 또 내 방이야?”
-왜, 그래서 꼽다고?
“늘 사 가던 걸로?”
-응. 빨리 와.
김재주는 통화를 끊고 잠시 스마트폰을 응시했다.
‘자기 집은 안 보여주면서.’
어떻게 알았는지, 강소아는 주소도 알려주지 않은 자신의 집을 찾아왔다.
그것도 매일 말이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사고는 자취방으로 향했다.
도어락을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문 앞에 서 있는 강소아가 보였다.
누가 봐도 제집처럼 편한 차림이었다.
“설마, 센스 없게 맥주만 사온 건 아니지?”
“걱정은.”
김재주도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에 아무렇지 않게 봉지를 떠넘기곤 안으로 들어섰다.
“아, 육포 뭐야.”
“치킨 시킬까?”
“콜.”
김재주는 옷을 갈아 입으려다, 뭔가 바뀐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강소아.”
“응?”
“TV가, 좀 커진 것 같은데?”
“어. 영화 보기 불편해서 바꿨어.”
“…….”
비단 TV뿐만이 아니었다.
새삼 안 쓰던 커피 포트와, 인덕션, 캔들 방향제까지.
방 안 곳곳에 강소아의 손길이 넘쳐났으니까.
“집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데.”
“이사 가면 되겠네!”
“너 금전 감각이 좀 이상한 거 알지?”
“아, 그것보다 김재주. 이거 너지?”
강소아가 화제를 돌리듯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동영상을 재생했다.
제목은 꽤나 길었다.
[의문의 영웅? 갑작스레 나타나 화재 현장에서 모두를 구한 그의 정체는?!]
동영상에선 하얀 가면을 쓴 남자가 불이 난 건물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남자가 지나가는 길마다 불이 저절로 꺼지며, 건물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듯 움직이고 있다는 것.
“……티 나?”
“어, 아주 많이.”
“하하.”
“너 그러다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안 걸리게 조심하고 있어. 걱정하지 마.”
강소아의 잔소리가 쏟아졌지만, 결국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넘어갔고.
같이 영화를 보며 하루가 끝이났다.
* * *
이제는 강소아와 단둘이 방안에서 영화를 보다가, 맞잡은 손이 어색해지지 않을 때쯤 되어서야, 강소아는 자신의 집을 소개해 줬다.
“……너 부자였구나?”
초고층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김재주가 가장 먼저 뱉은 말이다.
“내가 부자인 건 아니고.”
반면 강소아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김재주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감탄을 내뱉을 틈도 없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어서 오게.”
“어…….”
“계속 서 있을 셈인가?”
중년의 남성이 테이블 상석에 앉아서는 김재주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왔어?”
강소아도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남성을 쳐다봤다.
“탑에 돌아오고 나서 맨날 밖에 싸돌아다녔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구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시끄럽고. 둘 다 이리 앉아라.”
김재주의 짐작대로, 중년의 남성은 강소아의 아버지였다.
강소아가 커피를 내오고 나서야, 그의 입이 열렸다.
“그래. 같이 탑에서 만난 사이라고?”
“……네.”
“지금은 뭐 하면서 지내는고?”
“아직 정하진 못했습니다.”
“어허. 젊은이가 벌써부터 방황을 하는구먼.”
강소아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빠를 노려봤다.
“이건 예의가 아니지. 말도 없이, 무단 침입으로 찾아오는 게 어딨어?”
“다 너를 걱정해서 그런 게다.”
“그놈의 인수인계, 경영 공부. 다 끝났잖아. 아직 안 까먹었어.”
“그래. 약혼자였던 놈 다리도 부러트린 너한테 내가 뭘 더 바라겠느냐. 다만…….”
유명 그룹의 회장이라고 소개한 강소아의 아버지는, 탐탁찮은 눈빛으로 김재주를 바라봤다.
“자네.”
“네.”
“우리 소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네?”
“이래 봬도. 보통 말괄량이가 아닐세. 어렸을 때부터 나를 울리던 사람은 이 녀석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아빠!”
결국 강소아가 붉어진 얼굴로 자리를 박차서는 자신의 방으로 문을 쾅 닫고는 들어가 버렸다.
“쯧쯧. 저 성질은 언제 버릴꼬.”
“……하하.”
잠시 말없이 김재주를 응시하던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전엔 내 욕심만 그득해서, 딸내미를 입맛대로 꾸미려던 시절이 있었지.”
“…….”
“근데, 그런 녀석이 탑에 끌려 들어간 뒤에야,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어.”
김재주는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정(父情)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제 앞가림을 못하는 애도 아니니, 내 그저 이 한마디만 하겠네.”
강소아의 아버지는, 김재주의 손을 굳게 쥐었다.
“내 딸을 잘 부탁함세.”
“아, 네.”
김재주는 고개를 끄덕이곤, 어색하게 웃었다.
“근데, 저희가 아직 정식으로 사귄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서…….”
“소아가 웬만한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탑에 돌아오고 나서는 자네 얘기만 하더군.”
“……아. 네.”
“이상하다 싶었어. 처음엔 잠깐 반짝이는 감정일 거라고 여겼지. 근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자네 얘기만 하고, 자네를 찾는데. 내가 더 부정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김재주는 뭐라 말할지 몰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네. 그저 옆이 휑하지 않을 정도면. 그 정도면 딱 좋아.”
강소아의 아버지가 헛기침을 터뜨리곤,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앗 뜨!”
하지만 너무 급하게 들이켠 탓에, 혀가 데였고.
저도 모르게 잔을 놓치고 말았다.
“……허?”
하지만 잔은 떨어져 깨지지 않았다.
허공에 붕 떠서, 정지한 듯 못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멍한 표정으로 시간이 되돌아가듯 테이블에 놓이는 커피를 바라보던, 강소아의 아버지는.
“자네, 설마?”
김재주가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한참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강소아마저 의아해하며 방에서 나올 때 쯤.
그의 입이 열렸다.
“자네. 우리 회사와 계약하지 않겠나?”
* * *
알고 보니, 강소아의 아버지는 마도공학을 이용한 사업을 연구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탑이 무너져 모든 마력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연구는 무산될 수밖에 없었고.
“꼭 부탁함세.”
이제 김재주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알았으니까, 오늘은 돌아가요. 피곤해하는 거 안 보여요?”
“크흠. 그럼. 그럼.”
강소아의 아버지는, 이제 김재주의 눈치까지 볼 정도로, 처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얌전히 물러났다.
“미안해.”
강소아가 보기 드물게 축 처진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김재주에게 사과했다.
“그럴 수도 있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아버님도 너 걱정해서 그런 건데.”
“아버님?”
“……그럼 뭐라 불러?”
“아니야.”
금세 활짝 웃으며 돌아오긴 했지만.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어?”
“난 맨날 너네 집에서 잤는데, 너도 자고 가야지.”
“무슨 논리야.”
“됐고. 무조건 자고 가. 명령이야.”
“…….”
김재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소아가 직접 요리한 저녁을 먹고, 평소와 같이 영화를 보는 걸 끝으로.
따로 내준 방에서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모두가 잠든 새벽쯤 슬며시 거실로 나왔다.
“…….”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꺼진 TV를 응시했다.
그러다가,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튕겼다.
우-웅.
일순간 사위가 환해지며, 포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재주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포탈에 발을 들이밀었으나, 조금도 들어가지지 않았다.
마치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거면 왜…….’
이제는 의식처럼 굳어진 습관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멍하니 열린 포탈을 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었다.
한참을 포탈 앞에서 머뭇대다가, 결국 한숨을 쉬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하아.”
김재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순간 일렁이는 빛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우-우웅.
포탈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김재주는 이내 포탈 밑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자.
“…….”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지난 만남이 머릿속을 스쳐 가,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런 김재주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자그마한 세 솜뭉치가.
“포포이!”
김재주의 품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