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3
32화 – 이후의 이야기.
동영상 속 김재주가 관리자를 처음 만난 곳도 10층이다.
바로 이 공원에서 말이다.
“·········.”
김재주의 말에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모이를 던지다가, 던지다가, 던지다가.
비둘기 한 마리를 재빠르게 낚아챘다.
파드득.
그에 놀란 비둘기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노인의 얼굴이 잠시 가려졌다.
“10층까지의 유희는 재밌었나?”
힘없던 목소리가 젊은 청년의 장난스러움으로 변했다.
비둘기의 목을 잡고 자신의 얼굴로 끌어당긴 다음, 김재주에게 고개를 돌렸다.
관리자가 손목을 틀자, 비둘기의 고개도 김재주에게로 향했다.
“유희였습니까?”
“나에겐 아니지만, 사용자들에겐 유희가 아닌가?”
“저는 아닙니다.”
“자네도 사용자야. 능력을 사용하고, 탑을 오르기 위해 코인을 사용하는, 그런 사용자 말일세.”
김재주가 배낭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벤치에 등을 기댔다.
그간의 노고를 달래듯 편안함이 몰려왔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맑은 하늘로 향했다.
“지켜보고 계셨으니 아실 텐데요.”
“들켰는가?”
관리자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저는 동영상 속 김재주와 다릅니다.”
꾹. 꾹. 꾹. 꾹. 꾹.
관리자의 손에 잡히자 얌전해졌던 비둘기가, 김재주의 말을 비웃듯 울음소리를 냈다.
“그 동영상이 왜 자네에게 넘어갔는지는 알겠는가?”
“모릅니다.”
김재주가 본 마지막 동영상에도, 그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다.
그가 끝으로 기억하는 건 관리자의 자리를 받아들이는 김재주였다.
“그걸 알고 싶다면, 이후의 이야기를 알아야하네.”
“·········.”
“마지막 동영상 이후의 얘기가 궁금하다면 해주겠네.”
김재주는 팔을 뒤로 당겨 벤치에 걸고는, 그 서늘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으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싫으면 말고.”
관리자의 말투는 별거 아니라는 듯 가벼웠다.
김재주는 손가락을 두드리다가, 두드리다가.
“해주시죠.”
결정했다.
“좋네. 그 선택에 후회는 없는가?”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김재주의 앞으로 서서는, 내려다보며 시선을 마주쳤다.
능글맞은 미소와는 달리 그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관리자는 뭘까?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나?”
“······말 그대로 탑을 관리하는 자를 말하는 거겠죠.”
관리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아스트로드 세계는?”
“·········.”
“단순히 사용자들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나?”
김재주는 그 말에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5층의 시련 속에서 그 세계가 가짜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김재주는 황자를 연기하기는 커녕, 비웃으며 이선재의 목을 날렸을 것이다.
꾹. 꾹. 꾹. 꾹. 꾹. 꾹.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조금 더 높아졌다.
“아닌가 보군. 사실, 자네 말고도 관리자의 자리를 이어받겠다고 한 사용자들이 몇 있었지.”
“제가 탑을 오르기 전 얘기입니까?”
“물론.”
“······관리자가 여러 명이란 소리입니까, 아니면.”
“관리자는 하나 밖에 있을 수 없네.”
“퇴직도 가능하고, 여유로운 자리네요.”
“좀 끌리는가?”
김재주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아쉽구만. 자네라면 분명 잘 해낼 텐데 말이야.”
“퇴직한 사람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관리자가 몸을 돌려 손을 들고는 비둘기를 던지듯 날려 보냈다.
“재미없는 자리였군요.”
“낸들 알겠는가. 사람 마음이란 게 참 모를 일이야.”
쫓아낸 비둘기가 멀리 하늘을 유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관리자가, 다시 김재주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탑을 만들고, 새로운 관리자를 임명하고, 자네들에게 익숙한 방송이란 시스템도 넣어보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네.”
관리자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도 이 망할 아스트로드 세계는, 몇번을 고쳐도, 고쳐도, 고쳐도.”
관리자의 말투가 빨라졌다.
“끊임없이 고장 나더군. 한쪽을 틀어막으면 다른 한쪽이.”
쿵.
관리자가 가볍게 한쪽 발을 구르자 땅이 파동을 그리며 울렁거렸다.
김재주는 앉아 있음에도 어그러지는 균형 감각에, 다급히 팔을 내려 벤치를 꽉 잡았다.
“또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이.”
쿵.
시야 끝에 보이는 나무들이 있을 수 없는 형태로 휘기 시작했다.
모든 것들이 춤을 추듯이, 공간 자체가 일그러졌다.
그 발길질은 왠지 짜증이 가득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었지. 마치 자네가 만든 그 기계 장갑처럼 말일세.”
“그 깨진 부분을 고치는 게 어려웠습니까?”
김재주의 말에 관리자의 성난 발길질이 뚝 멈추었고, 어긋난 공간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런, 자네만 보면 이상하게 흥분을 하는군.”
관리자가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엉망이 된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관리자란 건 말일세, 일종의 항아리 같은 거야. 물을 받는 항아리 말이야.”
관리자가 항아리라면, 담아야 하는 물이 뭔지 묻지 않았다.
“아스트로드 세계는 내가 담아야 할 물이고 말이야.”
“그래서 본인의 깨진 부분은 고칠 수 없다는 얘기입니까?”
관리자가 고민하듯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음. 맞아. 한국식 속담으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이해하기 어렵군요.”
“이해해주길 바라고 한 얘기가 아닐세, 듣고 싶어 했으니 들려주는 것뿐이지.”
“제가 듣고 싶은 얘기는 전혀 안 나온 것 같습니다만.”
“성질이 급하군. 그럼 빠르게 얘기해주지. 일어나게.”
김재주는 관리자의 그 일어나란 단순한 한마디에 움찔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 항아리의 역할을 맡았어.”
관리자의 몸이 여성의 곡선적인 선으로 변하고, 얼굴은 어딘가 본 익숙한 모습으로 변했다.
짧은 반팔티와, 스키니진이 어울리는 몸이었다.
“내가 최초로 관리자를 맡았던 이유가 기억나지 않고, 자아가 무뎌질 정도로 말이야.”
목소리는 천진난만했다.
김재주의 얼굴을 쓰다듬는 그 가녀린 손에는 피가 짙게 묻어 있었다.
“우리 재주야. 누나가 하지 말라는 데, 꼭 그렇게 나서서······날 죽게 만들어야 했어?”
그 얼굴은 누가 봐도 진하연이었다.
배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면서, 눈가가 그렁그렁한 모습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장난이 지나치시군요.”
“하하,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이게 설명이 빠르잖아.”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고 뒤로 물러난 관리자의 모습은.
어느새 정장을 입고, 음울한 표정의 사내로 변해 있었다.
“김재주.”
“·········.”
“그 년은 망할 년이었어. 자기 목숨을 위해 동료 수십 명을 죽음의 위기로 몰았다고. 일벌백계가 필요한 시점이었지.”
“그만.”
사아아아아아.
김재주가 눈을 감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고.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가득했다.
다시 눈을 뜬 김재주의 모습에 보인 건.
“헥. 헥. 헥. 헥.”
노인의 모습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양손과 양발을 개처럼 오므린 관리자였다.
“······뭐하십니까?”
“왈···왈왈!”
김재주의 말에 튕기듯 네발로 엎드린 관리자가, 개처럼 걸어서는 김재주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그 인간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본질적 혐오감에, 김재주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혓바닥을 내밀며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관리자가, 천천히 일어나서는.
“···나는 이미 망가졌네. 인간에 대한 애정도, 증오도, 슬픔도 없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남은 거라곤, 항아리에 딱 맞게 물을 채워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뿐이지.”
김재주가 그 이해할 수 없는 광기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른 관리자들도 당신처럼 미쳐간 겁니까?”
“아니, 관리직을 맡으면 다들 뭐에라도 홀린 것처럼. 나와 같은 사명감을 띠더군.”
관리자가 굳은 몸을 풀듯 허리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어떻게든 자신이 만든 항아리에 물을 딱 맞춰 채워놓으려고, 강박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야.”
“모두 실패했습니까?”
“그래. 항아리가 너무 작아서 물이 넘치기도 했고. 강도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크기만 넓혀서·········.”
관리자가 양 손바닥을 합장하듯 마주해 미세하게 얇은 틈을 만들었다.
“얇아지고는 물의 무게를 못 버티고 깨지기도 했지.”
“그래서 그런 항아리들을 직접 깨트리셨습니까?”
“아니!”
관리자의 눈썹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여유로운 몸짓은 사라지고, 김재주를 향해 고정된 시선은 화난 듯 타올랐다.
“난 그저 단 한마디만 했어. ‘힘든가?’. 힘드냐는 그 한 마디에 다들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트렸다고! 마치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마냥!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어.”
관리자의 입이 찢어져라 올라갔다.
“자네 하나만 빼고 말이야.”
“·········.”
김재주는 이야기가 본론에 들어갔다는 것을 직감했다.
동영상 이후의 얘기라는 것을 말이다.
“자네 하나만은 달랐어. 관리자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해냈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 딱 맞춰진 물과 항아리 끝의 수평선을 보고·········.”
관리자의 시선은 여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으며.
무언가를 떠올리듯 황홀한 표정을 짓다가도, 신기루를 본 여행자처럼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드디어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벌레처럼만 느껴지던 인간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아기가 태어나는 걸 본 기분이었어.”
관리자의 그 말투는,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아버지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김재주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동영상은 뭡니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든 거겠지. 인간의 마음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성질이야.”
“그 말은, 동영상을 보낸 건······.”
“그래. 바로 관리자직을 맡은 미래의, 아니 이젠 과거인가. 동영상 속 자네라고 하는 게 낫겠군.”
김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유가 뭔지 알 수 있습니까?”
“나도 모르지. 단순한 변덕인지. 관리자 직이 지겨워서인지.”
관리자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기억을 들여다본다는 건 말일세. 영혼에 다가간다는 얘기야. 그게 가능했다면 항아리 따위로 고민하지 않았겠지.”
“결국 미래의 제가, 지금의 저한테 동영상을 보냈다는 거고, 그 이유는 관리자님도 모른다는 얘기를 정말 쓸데없이 길게 하셨군요.”
도발적으로도 들리는 김재주의 말투를 관리자가 피식 웃어넘겼다.
“그게 중요한가? 관리자가 된 미래의 자네도, 탑에 들어오기 전 자네도, 현재의 자네도. 모두 김재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
“틀리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다르다고는 하고 싶군요.”
“미래의 자네는 나와의 약속으로 관리자가 되었어.”
“말했을 텐데요. 저는 그딴 약속 한 기억 없습니다.”
“아직 납득하긴 어렵겠지. 시간이 필요할 거야······.”
관리자가 혼자 중얼거리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뼉을 마주쳤다.
“그래! 이제 어느 정도 의문은 해소되었을 거라고 보는데, 더 궁금한 점은 없나?”
관리자는 김재주를 다른 사람들과 다른, 그 무엇으로 보고 있었다.
그의 목적은 어떻게든 김재주에게 관리자 자리를 맡기는 거고.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10층 평화 지역은 5층의 시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5층의 시련 이후 제가 알던 10층의 풍경이 달라졌는데······이유가 있습니까?”
“하하하! 우문현답이란게 이런 건가 보구만!”
관리자는 무엇이 우스운지 크게 웃다가 눈물을 찔끔 흘리고는 입을 열었다.
“관리자직을 맡은 미래의 자네가, 항아리의 물을 알맞게 채웠다고 한 건 기억나는가?”
“·········네.”
“지금 자네가 시련 속에서 해왔던 행동들이 불러일으킨 결과가, 항아리의 물을 딱 맞추는 그 과정과 비슷하다네.”
김재주의 말문이 막혔다.
5층에서 단순히 자기만족일 뿐이었던 그 모든 행동들이, 미래의 자신을 따라 했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래서 바꾸신 겁니까?”
“그래. 그 비틀어진 세계를 하나씩 알맞게 고쳐가는 그 모습을 보며, 결국 김재주 자네는.”
관리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네.”
어찌 보면 궤변이고, 어찌 들으면 정곡을 찌르는 말이기도 한 그 말에.
김재주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마침내 김재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리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엿이나 드시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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