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59
58화 – 태양의 돌.
김재주가 느긋한 태도의 팔라함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몸을 덮은 모포가 흘러 내리고 짚은 손바닥으로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김재주의 곁에 딱 달라붙은 포포이들은 거슬리는 소음이 들려도 눈을 뜨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라하와 코딘, 마지막으로 베린을 쓰다듬었으나 반응은 없었다.
그저 미약하게 숨을 내쉬며 살아있다는 걸 알릴 뿐.
‘치료하려면 20층까지 가야해.’
마계의 기운을 정화하는 성수는 20층까지 가야 구매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
포포이들도, 김재주도, 마지막으로 이 상황을 모르는 49명의 사용자들까지.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야, 야. 괜찮냐?
-이 미친놈아ㅡㅡ
-와 진짜 개쫄았음;
-엌ㅋㅋ 본인 방금 김재주 죽는 상상함
-근데 포포이는 괜찮은거임?
-계속 잠만 자던데ㄷㄷ
-지금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네;
김재주와 포포이들을 걱정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쏟아졌다.
‘집중하자.’
그 마음은 고마웠으나 지금은 더 중요한 얘기를 들어야 할 때였다.
심호흡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닥불로 다가갔다.
르토와 케룬은 그런 김재주를 빤히 쳐다볼 뿐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몸은 괜찮은가?”
팔라함은 기다란 나뭇가지에 작은 고기를 꿰어 굽고 있었다.
“네.”
팔이 약간 아리긴 했으나 감각이 살아있었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김재주는 팔라함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상하군. 정령들도 저렇게 앓아누웠는데 자네는 멀쩡하다니.”
“그건······.”
포포이들은 마계의 기운에 취약하다고 말하려다 망설였다.
‘팔라함은 종의 심장이 뭔지 몰라.’
그렇다면 경험에 의해 나오는 말일 터.
김재주가 왜 멀쩡한지 의문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제 옷 덕분인 것 같습니다.”
분명 팔목 보호대가 가진 파마의 성질 덕에 무사했을 것이다.
“쓸모가 많은 옷이야. 그 덕에 자네를 옮기는데 애 좀 먹었지만.”
-ㅋㅋ코트가 지 혼자 꿈틀대서 못 다가오게 함
-팔라함이랑 코트랑 맞짱 떴자너ㄷㄷ
“······감사합니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어째서 살려주신 겁니까? 괜히 저 때문에 멸망의 시기만 앞당겨졌을 텐데요.”
김재주가 슬쩍 산 중턱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깜깜한 숲속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욱 단단해지고, 끔찍한 괴물들을 품은 채 말이다.
팔라함은 김재주의 질문에 뚱한 표정으로 르토를 쳐다봤다.
“르토.”
“예.”
“우리 타르하의 전사들이 찬타를 버리는 경우가 언제지?”
“죽었을 때와 겁쟁이처럼 도망쳤을 때입니다.”
“이 찬타는 둘 중 하나라도 해당 되는가?”
“아뇨.”
팔라함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김재주를 쳐다봤다.
“그렇다는군.”
“······네.”
“먹게.”
팔라함이 씨익 웃고는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를 김재주에게 건넸다.
“그보다 묻고 싶은-”
“먼저 먹게.”
마지못해 고기를 받아들고는 억지로 씹었다.
“맛이 어떤가? 케룬이 각종 조미료를 듬뿍 쳐서 맛이 나쁘진 않을 거야.”
“······맛있네요.”
고기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김재주는 자신도 모르게 고기를 다 먹어치우고는 팔라함이 건네는 노란 액체의 술까지 받아 마셨다.
“하하! 기운이 좀 도는 것 같군. 다행이야.”
“이제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래. 얼마든지.”
“그 태양의 돌. 얼마나 작습니까?”
팔라함이 손을 들어 검지와 엄지를 작게 오므렸다.
그래도 김재주의 손가락 3개는 들어갈 정도였지만 말이다.
“이만큼?”
“돌의 위치는 알고 계십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여왕님을 봬야겠습니다.”
김재주의 말에 술을 홀짝이던 케룬이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아니. 찬타.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요.”
르토는 케룬과 반대로 미소를 지으며 김재주를 빤히 봤다.
“난 궁금한데. 그 돌이 왜 필요한 거지?”
팔라함도 마찬가지였던지 르토의 무례한 말투를 나무라지 않았다.
셋의 시선이 단박에 김재주에게 집중됐다.
“종의··· 아니, 악마의 꽃을 없앨 겁니다.”
숲속에 소름 끼치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띠용?
-갑자기?
-ㅋㅋㅋ포기한거 아니였냐
요란하게 따닥거리는 불똥이 팔라함의 팔뚝에 튀었다.
그제야 팔라함이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진심인가?”
“네.”
“상당히 흥미롭긴 한데. 어떻게 말인가?”
김재주가 바로 몸을 일으키고는 배낭 옆에 놓인 기계 장갑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걸로요.”
“아까 마력포를 뻥뻥 쏴대던 게 이거였구만?”
“네.”
팔라함이 손을 내밀자 김재주는 순순히 기계 장갑을 건넸다.
“마력은 어디서 충당하나?”
김재주가 손등의 스위치를 누르자 내부가 모습을 드러내고는 반짝거리는 혈류석이 보였다.
“혈류석이군. 타르하의 특산품이라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운이 좋았습니다.”
팔라함은 잠시 기계 장갑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어. 태양의 돌을 여기 박아넣고. 종의 심장에 때려 박겠다. 이 말이지?”
“네.”
“자네 혹시 태양의 돌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나?”
“·········모릅니다.”
“케룬!”
둘의 대화를 경청하던 케룬이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바짝 세웠다.
“왜요?”
“계산해보게. 이 정도 크기의 혈류석이 몇 개 있어야 태양의 돌과 비슷한 힘을 낼 수 있지?”
케룬은 즉각 대답했다.
“11950개 정도겠네요.”
“들었는가?”
팔라함이 냉정한 눈빛으로 김재주를 노려봤다.
“그걸 쓴다면 자네 몸은 뼛가루도 남지 않을 걸세. 혹시 쪼개서 쓰면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하지도 말게. 그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자네는 몰라.”
“괜찮습니다.”
“위험한 물건이라는 건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김재주의 담담한 표정에 팔라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면, 할 수 있는 걸 해보려고요.”
김재주의 무심한 눈빛 속에서 꺾을 수 없는 고집을 발견한 팔라함이 피식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만나게 해주실 겁니까?”
“그래. 내성에는 내가 전해놓지.”
“감사합니다.”
술기운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온몸에 고통이 몰려왔다.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는 김재주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서 자는 겁니까?”
“그래.”
“몸이 말을 안 듣네요. 먼저 눕겠습니다.”
“푹 쉬도록 하게. 내일부터는 힘든 하루가 기다릴 거야.”
“······네.”
김재주는 다시 포포이가 잠들어 있는 모포로 돌아갔다.
포포이들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혹시 몰라 배낭에서 마력석을 꺼내 내밀었으나 반응은 없었다.
“찬타!”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팔라함이 김재주를 불렀다.
“네?”
“잠이 오지 않는가?”
“조금 심란하긴 하군요.”
“하하! 그럴 땐 노래를 부르는 게 최고지.”
“······네?”
-뜬금 노래타령이누ㅋㅋ
-불난데 부채질하냐 ㅅㅂ;
케룬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전사장님. 찬타는 원래 여행자였습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건 실례일지도 모릅니다.”
“자네가 설명해주게.”
“예?”
“싫은가?”
팔라함의 팔뚝이 꿈틀거렸다.
케룬이 움찔하고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찬타.”
“네.”
“타르하에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개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정말 기쁜 일이 있거나 그럴 때만 부르죠.”
“······무슨 노래입니까?”
“보통 전사들의 무훈을 담아서 부릅니다. 그 용맹함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니. 그래서 타르하의 전사들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가 만들어지는 걸 인생 최고의 명예로 여깁니다.”
팔라함이 헛기침을 하며 슬쩍 끼어들었다.
“내 이름이 들어간 노래는 20개 정도 된다네.”
케룬이 왠지 한심한 눈빛을 보냈다.
“아. 예. 좋으시겠습니다.”
“케룬 자네가 한 번 불러보게.”
“제 이름이 들어간 노래는 없는 거 아시잖습니까.”
“이런. 그랬군. 그럼 내 노래라도 부르게.”
“······싫은데요.”
팔라함의 팔뚝이 꿈틀거렸다.
“부르겠습니다.”
-팔라함 이 쉑ㅋㅋ 결국 지 자랑이였누
-케룬 강제 멜론행;
케룬이 목을 가다듬고는 목소리를 높게 내었다.
음색은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김재주는 모포를 덮고 누웠다.
저도 모르게 감기는 눈을 막지 않았다.
노래가 주는 편안함에 어느새 의식은 멀어져갔다.
***
아침이 되어 도시에 도착하는 길은 평화로웠다.
김재주는 종의 심장이 뱉어낸 문지기들이 걱정되어 슬쩍 케룬에게 물었다.
“아. 그거라면 팔라함님이 정리하셨습니다.”
라는 말로 일축되긴 했지만.
팔라함은 김재주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그럼에도 종의 심장을 어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여왕과의 만남은 순식간에 성사됐다.
팔라함이 집에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자. 이제 가보게.”
“어디를 말입니까?”
“당연히 여왕이 있는 곳이지.”
“······얘기가 된 거 확실합니까?”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는가. 걱정말고 가게.”
김재주는 품에 안은 포포이들을 팔라함에게 건넸다.
“잠시 맡아주시죠.”
“그래.”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자신의 곁에 있다간 포포이들도 무사하진 못할 테니까.
***
내성의 통과는 팔라함이 길 안내로 붙여준 케룬과 추천서 덕에 막힘이 없었다.
가는 길마다 마주친 사람들이 김재주의 옷을 보고 수상쩍다는 눈빛을 보내긴 했지만 말이다.
“찬타. 길을 잘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착각입니다.”
“그런 것치곤 저보다 앞서가시는데요.”
“착각입니다.”
“···네.”
마음이 급하다 보니 티가 난 모양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틈은 없었다.
해가 뜨고 모습을 드러낸 종의 심장은, 벌써 꽃잎이 3개나 피어 있었다.
남은 7개의 꽃잎이 모두 피어오르기까지는 이틀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여왕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태양의 돌이 숨겨져 있다고 예상되는 곳을 모두 뒤지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케룬이 알현 예약을 하고는, 복도에서 기다리자는 말을 따라 움직였다.
여왕의 집무실로 이어진 복도는 이렇다 할 화려한 물건은 없었다.
벽에 최고 전사들을 기리는 석상들만이 주욱 늘어서 흉흉함만 가득했다.
“들어 오시랍니다.”
전사가 굳은 표정으로 문을 열며 말했다.
케룬과 김재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가려던 순간.
“케룬 님은 여기서 기다리시라는 명령입니다.”
“뭐?”
케룬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전사의 표정은 단호했다.
“괜찮습니다.”
김재주가 그렇게 말하고는 순식간에 문 안으로 사라졌다.
***
여왕의 집무실은 회의실을 겸해서인지 넓었다.
입구를 지키는 전사 둘을 제외하면 있는 사람이라곤 김재주와 다른 한 명뿐이었다.
긴 테이블 상석에 늙은 여인이 앉아있었다.
기다란 잿빛 털 망토와 머리에 얹은 철왕관이 아니었다면 여왕인지 모를 정도로, 겉모습은 위엄이 없었다.
김재주가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타르하의 여왕님을 뵙습니다.”
“하하.”
여왕의 웃음소리는 힘이 넘쳤다.
“일어나게.”
김재주가 즉각 몸을 일으켰다.
여왕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재주를 쳐다봤다.
“팔라함이 여행자에게 추천서를 써 준 경우는 처음이라서. 얼굴이라도 볼까 싶었지.”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실례는 내가 자네를 올려다보는 거야.”
말에 담긴 가시와 달리 여왕의 표정은 느긋했다.
“제가 시간이 없어서.”
입구를 지키던 전사 둘이 움찔하며 김재주를 노려봤다.
허리춤에 얹은 손은 금방이라도 무기를 꺼내 들 기세였다.
“내 앞에서 이렇게 건방진 놈은 오랜만이군. 아니, 그래서 팔라함이 추천서를 써 준 건가?”
여왕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 기대둔 나무 지팡이를 양손으로 짚어 김재주에게 걸어왔다.
낡은 부츠와 타르하의 하층민들이나 입을법한 단색의 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않이; 여왕이 이렇게 생겼다고?
-처음 보네ㄷㄷ
-입은 옷은 그냥 동네 할머니 같은데ㅋㅋ
“그래. 용건이 뭔가. 놀러 온 건 아닌 것 같고.”
“태양의 돌이 필요합니다.”
여왕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말려들었다.
“이유는?”
“악마의 꽃을 없애 드리죠.”
“필요 없다네. 그런다고 운명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
“그래도 주셔야 할 겁니다.”
“내가? 왜지?”
“저는 태양의 돌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여왕이 지팡이를 탁 내리쳤다.
“그래? 지금부터 조금이라도 헛소리라고 생각된다면 피를 흘려야 할 걸세.”
“좋습니다.”
확실한 방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인 건 확실했다.
김재주의 도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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