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73
72화 – 증명.
“무······무, 무슨 소리예요.”
정강혁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림자인 정유미가 나름 연기를 펼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특히 정하선은 자신이 그림자라고 확신하는 듯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세요.”
김재주는 주위를 돌아봤다.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 남자였고, 말했던 특징도 모두 일치합니다.”
“진짜 확실한 거요?”
임진성이 미심쩍은 눈초리로 김재주를 쳐다봤다.
너 또한 마녀사냥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미였다.
“저는 확신합니다.”
“허 참. 뭐에 홀린 기분이네.”
김재주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임진성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다만 정유미로부터 멀찍이 떨어졌을 뿐.
이곳에서 믿을 사람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박창선과 이민하는 진작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저는 김재주 씨 의견에 찬성이에요.”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듯한 긴장 속에서 정하선이 쐐기를 박았다.
“네, 네?”
정유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말로 억울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정유미 씨. 당신 있죠. 김재주 씨가 다가갔을 때 왜 움찔했어요?”
“그, 그야 당연히! 모르는 남자가 다가오는-”
“임진성 씨가 다가올 땐 아무렇지 않으셨잖아요? 선택적 불안장애란 말씀인가요?”
“서, 선택적 뭐요?”
“왜 김재주 씨에게만 불안한 반응을 보였냐는 거죠. 제가 알기로 그 반응은 이미 그 사람에 대해 뭔가 알고 있어서 그렇다는 뜻이거든요?”
“·········.”
정유미가 입을 꾹 다물었고, 정하선의 말을 듣는 내내 눈동자가 흔들리던 임진성이 삿대질을 했다.
“맞아! 내가 다가갈 땐 제발 좀 도와달라는······ 움찔은 커녕 품에 안길 기세였잖아!”
“흐, 흐윽.”
결국 정유미가 내린 선택은 눈물이었다.
지금 상황에선 진실도 거짓으로 몰릴 터.
그저 자신은 힘이 없고 연약하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저도 마녀사냥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시죠.”
정유미의 미약한 울음소리에 다들 질색하며 고개를 저을 때 김재주가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병 주고 약 주고에요? 특이한 분이네.”
이민하가 묘한 눈빛으로 김재주를 바라봤다.
“그게 아닙니다. 남은 5번의 질문도 저에게 주시죠. 마음에 안 들면 도중에 멈추셔도 됩니다.”
분위기는 이미 자연스럽게 김재주에게 넘어가 있었다.
거기에 정하선이 김재주를 돕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렸다간 그 사람이 그림자로 몰릴 판이었다.
그렇게 정유미를 제외한 모두의 동의로 2번째 질문이 시작됐다.
“그림자가 여기 오기 전 저를 만난 적 있습니까?”
석상은 웃었다.
“그림자가 저와 만난 층이 6층입니까?”
석상은 웃었다.
김재주가 손을 떼고는 몸을 돌렸다.
“더 할까요?”
“·········.”
“·········.”
다들 말릴 생각도, 더 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모두의 시선은 정유미에게로 향해 있었다.
정유미는 웃지 못했다.
“왜, 왜 그래요. 저, 저 아니에요. 정말이라고요! 억울해요! 김재주 저 사람이 그림자 아닐까요? 거짓말이라고요!”
그녀에게 잠깐의 연민을 보낸 건 임진성뿐이었다.
짝.
“자, 투표하죠? 시간도 얼마 없는데.”
정하선이 박수를 치고는 상황을 정리했다.
이미 다들 마음을 정한 듯 기다리라는 말이 없었다.
“농, 농담이시죠? 저 개새끼가 날 죽이려고 그런 거라고! 다 죽고 싶어서 그래?”
정유미의 반응으로 오히려 그들은 더 확신을 얻었다.
5명의 손이 재빠르게 시스템 창을 향했다.
시련 알람 창 밑에 활성화된 투표 기능 쪽으로 말이다.
결과는 순식간에 나왔다.
[투표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과] [정유미: 5표] [무효: 1표]숨소리마저 죽인 그 적막 속에서.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초점을 잃은 정유미가 후덜거리는 몸을 주체 못 하고 바닥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멍하니 바닥을 내려보는 그녀의 눈앞에 짙은 그림자가 깔렸다.
누군가가 다가온 것이다.
멍청히 고개를 들어 확인하자 그 곳에는.
“제, 제발.”
웃고 있는 석상이 있었다.
석상의 아가리가 쭈욱 벌려지고는 순식간에 정유미를 집어삼켰다.
[그림자가 제거되었습니다.] [시련을 종료합니다.] [채팅 기능 활성화] [상점 기능 활성화] [스킬 활성화] [18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 [10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메시지가 뜨자 석상은 정유미와 함께 사라졌다.
“진, 진짜였어?”
임진성이 석상이 있던 자리에 생겨난 두 개의 포탈을 보며 중얼거렸다.
포탈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살아남았다고 말이다.
“······토할 것 같네. 거기 김재주라는 양반. 다음에 보면 한턱 쏠게.”
임진성이 미약하게 헛구역질을 하고는 포탈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이래서 17층을 무서워하는 거였군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박창선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고.
“덕분에 살았어요. 안녕!”
격렬하게 손을 흔드며 다급히 사라지는 이민하까지.
모두들 사라졌다.
이곳이 나중에 보자며 친목을 다지기 좋은 곳은 아니었으니까.
정하선만이 할 말이 있는 듯 김재주를 쳐다봤다.
“김재주 씨.”
“네?”
“제 방 시청자가 전해달라는데요.”
“뭘 말입니까?”
“합격이라고요.”
“네?”
“저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전해달래요. 코인 준다면서.”
정하선은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멋있었어요. 시청자들이 이름 좀 알려달라는데요?”
“······지금은 좀 곤란합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본명을 감출 정도면 뭐······ 사연은 누구나 있는 법이니까요. 다음에 봐요.”
이내 그녀도 어깨를 으쓱이고는 포탈로 사라졌다.
-ㅋ
-ㅋㅋ
-김재주 맞다고오오!
-맞는데요.
-아닙니다.
-근데 헬붕이를 여기서 보누;
-정유미 뭐냐고ㅋㅋ
-진짜 개쫄았잔어; 이민하 미친X이 판 존나 흔들길래 답답해 뒤질 뻔
-ㄴㄷ?ㄴㄷ!
-근데 합격은 뭔 소리여?
-대충 너 내 맘에 들었다 이런뜻 아님?ㅋㅋ
-난 한신 때문인 것 같은디?
-에이. 그게 말이 되냐?
그제야 제한이 풀린 채팅창이 터지듯 쏟아졌다.
‘합격이라······.’
김재주도 한신 쪽에서 보낸 감시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김재주와 들어가는 타이밍이 똑같은 사용자들마다 시청자들을 심어놨을 터.
‘경고인가.’
김재주는 그 메시지를 어렴풋이 눈치챘다.
합격이라는 뜻은, 거래를 하겠다는 얘기이자 경고였다.
한성민은 20층 사용자들을 휘두를 정도로 힘이 있었고, 그 수가 적지 않음을 알린 것이다.
‘게다가······.’
언제든 너를 지켜볼 수 있으니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고.
유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는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
김재주가 잠시 생각에 잠겨 서 있는 순간.
-[사용자 ‘THE LOVE’님의 1000코인 후원!]
-[전자 음성 출력]
-[재주야. 형님 왔다^^]
“아, 오셨네요. 후원 감사합니다.”
-더럽좌 오랜만이누ㅋㅋ
-요즘엔 이틀도 오랜만임?
-24시간 내내 있다가 이틀이면 오랜만 맞지ㅋㅋ
-근데 뭐 기분 좋은 일 있음? ‘^^’ 뭐임ㅋㅋ
*
“클랜장님.”
이세운이 한숨을 쉬며 소파에 늘어진 한성민을 불렀다.
“왜요.”
“김재주 씨 시련이 끝났답니다.”
“저도 들었어요.”
“아시는 분이 왜 저한테 매일 보고하라고 하십니까?”
“보는 눈이 있잖아요? 이세운씨가 안 오면 저 진짜 백수처럼 보여요.”
“알면 좀 밖에 돌아다니고 그러세요.”
“네. 네.”
한성민이 능글맞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느긋한 걸음으로 창문으로 걸어가 시선은 밖을 향했다.
“시니어님.”
“네.”
“그림자 게임 몇 번 해보셨어요?”
“두 번이라는 대답을 바라는 거면, 그건 절 정신병자 취급하는 겁니다.”
“그렇죠? 저도 한 번 하고는 재미가 없었으니까.”
“······재미로 하셨습니까?”
창가에 비친 한성민의 눈동자는 분명 빛났다.
이세운은 그럴 때마다 조용한 적이 없다는 걸 알기에 두통이 엄습했다.
“근데 그런 경우는 처음 봐요.”
“뭐가 말입니까?”
“마치 탑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야 하나······ 여튼 묘한 느낌이네요.”
“솔직하게 말하시죠. 그냥 말대꾸 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겁니까? 뭔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한성민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이세운을 돌아봤다.
“20층에서 난리가 났다던데. 들은 것 없어요?”
“10층 애들 관리 하느라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습니다.”
“아쉽네요. 얘기만 들어도 흥미진진하던데. 내일쯤 되면 폭동이라도 날 기세에요. 아시죠? 블랙 아웃.”
한성민은 오랜만에 정말로 즐거웠다.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는 삶이란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니까.
이세운은 블랙 아웃이라는 말에 그제야 표정을 굳혔다.
최근 10층에서, 잠깐이지만 10층의 모든 사용자들이 어두운 공간에 내몰린 적이 있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고.
“10층처럼 변화가 생긴다는 뜻입니까?”
“그럴 수도 있고, 확실하진 않아요. 이런 중요한 정보도 놓치고, 뭐 하세요?”
이세운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아는 한성민은 확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바쁜 거 아시잖습니까. 새로 생긴 클랜이 말썽이라.”
“아. 그 여고생?”
“네.”
“신생이잖아요. 신경 꺼요. 히포크리트가 나설 때 저희는 옆에서 방해 놓는 정도면 돼요. 그러면 알아서 죽거나, 튀어나올 겁니다.”
“예. 특이 사항 있으면 또 보고드리겠습니다.”
“항상 고마운 거 아시죠?”
이세운이 한숨을 쉬고는 등을 돌려 문을 향했다.
그러다 뒤늦게 생각난 듯 문짝을 붙잡고 고개를 돌렸다.
“아, 히포크리트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쥐새끼들이 사라졌습니다.”
“갑자기요?”
“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부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답니다. 정보가 닿지 않는 걸로 봐서 고층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케이. 알겠어요.”
*
김재주는 포탈로 빠져나오자마자 황급히 후드를 뒤집어썼다.
한성민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클랜원들을 데리고 오기로 했으나, 포탈 앞에 대규모로 뭉친 한신 클랜원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바뀐 건가?’
그러나 그게 곧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시하던 히포크리트 클랜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에요?”
4명으로 뭉친 파티원들이 자신들에게 달라붙은 김재주를 보고는 의심쩍은 눈초리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김재주는 사과를 하고 황급히 발을 놀려 성문 안쪽으로 향했다.
‘없어.’
안쪽도 마찬가지였다.
-힙찔이들 어디갔냐?
-그러게? 쉽게 포기할 놈들이 아닌디?
-ㅎㅎ
-더럽좌 오늘 텐션 높네ㅋㅋ ‘ㅎㅎ’ 뭐임
-나같아도 힙찔이들 안 보이면 기분 좋을듯ㅋㅋ
-그건 맞는 말이고연
무슨 사정인지는 몰랐지만 덕분에 김재주는 편하게 한신 클랜의 하우스까지 도착했다.
‘한신에서 손을 쓴 건가? 아냐, 그랬다간 눈에 띌 텐데.’
김재주는 머리를 굴리느라, 이세운의 안내로 2층에 있는 집무실까지 도착하는 동안.
무기를 손질하거나 떠들던 클랜원들이 묘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클랜장님. 도착하셨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간단한 인사와 함께 이세운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김재주와 다시 마주한 한성민의 눈은 흥미로움이 가득했다.
“혹시 16층에 다시 가셨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합격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하하. 눈치 채셨어요? 고생 좀 했어요. 뿌려 놓은 감시망 중에 걸리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무리 좀 했거든요.”
“안 걸렸으면 저와 같이 시련을 진행한 사용자들에게 확인하셨겠죠.”
한성민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김재주 씨.”
“네.”
“진짜 정체가 뭐에요? 운이 좋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렇게 침착하게 17층을 깬 사람은 처음 보거든요.”
“중요한가요?”
“네. 꼭 듣고 싶네요. 이렇게 재밌던 적은 처음이에요.”
김재주는 소파에 느긋하게 등을 기댔다.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김재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러면 거래를 해야겠네요.”
김재주의 말에 한성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죠.”
김재주는 증명했다.
그러니 이제 한성민이 증명할 차례였다.
한성민이 김재주에게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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