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3
82화 – 태동.
비둘기였다.
아주 큰 비둘기가 머리맡에서 누워있는 김재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탑에서 생긴 비둘기 혐오증에 김재주의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퍽.
비둘기의 고개가 휙 돌아갔고.
“정신을 차렸나보군.”
김재주의 정신도 돌아왔다.
“······팔라함님?”
김재주가 뻗은 손에 의해 팔라함의 고개도 돌아가 있었다.
가볍게 친 게 아닌지 수염이 가득한 얼굴에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걱정했는데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 다행이야.”
팔라함이 방긋 웃으며 김재주의 손을 내렸다.
“걱정하셨다면서 손을 너무 꽉······.”
김재주는 손목이 아스라질 것 같은 고통에 미간을 찡그렸다.
그제야 팔라함이 손목에 힘을 풀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주방 벽은 난데없이 구멍이 나 있고, 자네는 픽 쓰러져버리고 말이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습니까?”
“하루 정도.”
“···그렇군요.”
팔라함은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어깨를 두드렸다.
“어쨌든 몸조심하게. 내가 요즘 바빠서 집에 없으니 자네에게 신경을 못 쓸 걸세.”
“저를 아기 취급하시네요.”
“하하! 내가 설마 위대한 라찬타를 그렇게 대할 수야 있겠는가.”
팔라함은 금방 나갈 듯 말하면서도, 한참을 전사는 이래야 한다는 둥 잔소리를 퍼붓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멍하니 팔라함이 닫고 간 문을 바라보던 김재주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살아남은 건가.’
그는 살아남았다.
관리자는 다시 한번 그에게 관리자직을 제의했고,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포포이들의 도움이 컸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김재주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라하, 코딘. 베린?”
탁자 위에 놓인 배낭을 보며 이름을 불렀으나 돌아온 건 창문을 두드리는 세찬 바람 소리뿐이었다.
“라하! 코딘! 베······.”
몸을 돌려 침대에 걸터앉고 나서야,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
포포이들은 바닥에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빛은 어느새 꺼져 있었고, 크기는 더 줄어든 채로 말이다.
이제는 셋을 손바닥에 올려도 여유가 남을 정도였다.
“무슨 일인가!”
김재주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팔라함이 문을 박차며 등장했다.
잠시 그런 팔라함을 멍하니 보던 김재주는 포포이들을 조심스레 손에 올렸다.
“라하, 코딘, 베린?”
“·········.”
이상했다.
평소라면 김재주가 부르지 않아도 침대맡에서 뺨을 핥거나, 폴짝대었을 텐데.
반응이 없었다.
“······자네가 쓰러졌을 때 정령들도 눈을 감고는 뜰 생각을 못 하더군.”
팔라함이 천천히 다가와서는 무릎을 굽혔다.
이내 손가락으로 살짝 포포이를 찔러도 움찔거리는 반응조차 없었다.
“자네가 이 모습을 보면 몸 상태가 더 악화될까 말을 못 했는데······.”
김재주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소용없는 짓이었군.”
“······아픈 겁니까?”
“모르지. 케룬도 시간을 내서 들렀다 갔는데, 모르겠다더군.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밖에.”
김재주는 천천히 포포이들을 내려놓고는 눈을 감았다.
‘······생각해.’
상황에 근거하자면, 관리자의 영향이 분명했다.
그가 주변의 시간을 정지시켰고.
포포이들은 통제를 벗어나 김재주를 지키려 했으니 말이다.
“가봐야겠습니다.”
김재주는 몸을 일으켜 벗어둔 옷과 배낭을 챙겼다.
“어딜 말인가?”
“여행자는 여행을 떠나야죠.”
김재주는 최우선 순위를 정했다.
탑을 올라야 한다.
25층은 세계수가 부러진 아스트로드 지역.
최남단 정령의 숲에서 시련이 일어난다.
‘정보가 필요해.’
포포이들의 상태를 봐주고 정확히 말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거기밖에 없다.
흔들림 없는 그의 눈빛을 본 팔라함이 씨익 웃었다.
“기운을 차린 것 같군.”
“네.”
“다행이야.”
팔라함이 나간 후 김재주는 배낭 옆에 놓인 기계 장갑, 에니안을 살폈다.
‘괜찮네.’
태양의 마력까지 받아들여 망가질 줄 알았던 에니안은 겉이 약간 그슬리긴 했지만.
위이잉.
김재주가 손을 끼워 넣자 세차게 반응했다.
혈류석이 흘리는 마나에 따라 마력회로가 타올랐고. 사출구에서 환한 빛이 났다.
‘여기까지.’
집 안에서 마력포를 쏴댈 수는 없었다.
‘그 다음은.’
눈을 감고 몸 안의 마력을 점검했다.
충만하게 차오른 마력이 그의 몸을 휘돌았고, 의지를 따라 심장을 거쳐 머리로.
끝없이 순환했다.
‘태양의 마력은······.’
딱히 반응은 없었으나, 전처럼 거세게 저항하지는 않았다.
마력이 심장은 건드려도 귀찮아하며 순순히 보내주는 느낌만 들 뿐.
게다가 마력은 더욱더 양이 불어나 있었다.
어림잡아 관리자와 싸우기 전보다 1.5배 정도.
계속 쓰다 보니 최대치가 증가한 듯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순수 마력만으로 지금 에니안을 두 번 정도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김재주는 최소화되어 작아진 시스템 창을 눌러 확대시켰다.
[방송을 시작합니다.] [입장 제한 남은 시간 : 5일 11시간.]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김재주!
-5252 믿고 있었다구! 젠장!
-ㅅㅂ; 뭔 일 생긴 줄 알았네
-야 괜찮냐?
-비둘기 보고 관리자라고 그러길래 미친줄 알았자너;
-99999
“괜찮아요.”
-포포이는?
-포포이는 어딨누!
-진정하셈; 김재주도 멀쩡한데 죽었겠냐
“·········.”
김재주는 허리를 굽혀 포포이들을 손바닥에 올려 보였다.
-자네?
-근데 왜 더 작아진 것 같냐?
-괜찮은거임?
-뭔일이고ㅠㅠ
“조금······상태가 안 좋아서요. 일단 25층에 빨리 가보려고 합니다.”
-뭔 소린교 의사양반!
-포포이가! 포포이가아!!
-이거 설마, 힙찔이 새끼들 때문 아니냐?
-킹리적갓심on
-ㄹㅇ; 그새끼들 이상하게 김재주한테 칼 X나 갈고 있잔슴
“아닙니다.”
-이거 봐. 이거. 김재주 기죽은 거. 협박 당하고 있는게 분명함
-김재주씨 힙찔이한테 협박 당하는 거라면 한쪽 눈을 3번 감아주세요.
-그리고 한쪽 발을 들어 올리고, 다시 내려주세요.
-청기백기냐 미친놈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일 없을 거니 진정하세요.”
-이상한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나서기도 찝찝하고ㅋㅋ
김재주는 자칫하면 깨질 유리라도 대하듯, 포포이들을 배낭에 천천히 넣었다.
“보상 확인할게요.”
18층과 19층을 깬 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쿵. 쿵.
순차적으로 보상을 누르자 평범한 나무 상자 두 개가 차례대로 떨어졌다.
18층 보상은 2천 코인 주머니와, 중급 뇌속성 마법 스킬북.
19층 보상은 마찬가지로 코인과 희귀 등급 손목 방어구인 ‘성기사의 성전’이었다.
-오 체인 라이트닝이네? 쏠쏠한 거 걸렸누 ㅋㅋ
-ㅇㅈ 저거 최소 3천 코인.
-방어구도 쓸만한데.
-ㅇㅇ 항마 속성이라 20층에서 꽤 비싸잔슴
보상은 의외로 쏠쏠했다.
김재주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지만.
「대신 고집불통인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겠지? 이제 봐주는 일 따위는 없을 거야.」
관리자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시련의 난이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뜻이다.
‘원한다면.’
그러나 상관없었다.
이제 관리자는 김재주의 명백한 적이다.
‘해보죠.’
앞길을 막는다면 뚫고 나가면 그만이다.
“가볼게요.”
-아 김재주 너무 급한 거 아님?
-그니께ㅋㅋ
“네?”
-특별 보상 깜박하누ㅋㅋ
-시스템 창 늘어나서 그럴만두 하지;
-나도 게시판 생기고 나서는 특별 보상 하단에 꼬라박혀서 까먹은 적있음ㅋㅋ
-특별 보상 받은 척 오졌고요;
“······아.”
김재주는 그제야 15층 명예의 전당을 떠올렸다.
거기서 그는 분명 1위를 했고.
그에 따라 특별 보상이 주어진다.
정신 없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그제야 떠올랐다.
[특별 보상 도착!]시청자들의 말대로, 시스템창의 스크롤을 주욱 내리자 하단에 보상 알람 창이 보였다.
쿵.
화려한 보물 상자가 떨어졌고.
-?
-아니. 특별 보상인 건 알겠는데ㅋㅋ
-관리자 빡대가리쉑ㅋㅋ 겁나 차별하네
-???: 하지만…
-ㅅㅂ;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림자의 지배자 샤크닐의 목걸이.] [등급 : 영웅] [서부 사막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샤크닐의 목걸이. 그의 군세를 다스리는 힘이 담겨져 있습니다.] [기능 : 그림자 분신 생성 – 1개. 지속 시간 10초. 본체의 10% 능력 구현.]-띠용?
-30층은 가야 뜨는 영웅 템이 왜 여기서 나오냐고ㅋㅋ
-진짜 쓰읍
-근데 지금 로톤토 쓰고 있어서 저거까지 쓰면 머리 깨질텐디?
-ㄹㅇ; 아무리 김파고라도 동시에 쓰는 건 선 넘었지
수수한 은줄에, 콩알만한 붉은빛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김재주는 일단 목걸이는 배낭에 집어 넣었다.
‘지금 쓰는건 확실히 무리야.’
시간이 필요했다.
샤크닐의 목걸이는 확실히 좋은 아이템이었으나, 로톤토와 상성이 좋지 않았다.
생성되는 그림자마저 조종하며 로톤토를 다룬다는 건, 손이 여덟개인 사람이 그 손으로 각각 다른 행동을 하는 수준이었으니까.
‘나쁘진 않아.’
아직은 무리라도, 나중에 적응하면 분명 같이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가볼게요.”
-ㄱㄱ
-아 빨리 포포이 살려내시라구요ㅡㅡ
-누가 보면 진짜 죽는 줄 알겄네 ㅋㅋ
-진짜 힙찔이 아니냐? 난 왜자꾸 거기에 의심이 가지.
-ㄹㅇ;
“아니에요.”
그렇게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며 방을 나섰다.
팔라함은 확실히 바쁜 모양인지 자취를 감췄고, 샬레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21층에 진입하기 위해 한참을 걸어가던 중,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김재주가 발걸음을 멈췄다.
타르하의 주민들도, 전사들도 없는 휑한 시가지였다.
“나오시죠.”
김재주의 문득 뱉어진 말에 반응하는 이는 없었다.
바람에 굴러가는 빈 술병소리만이 또르륵 울려퍼졌다.
-?
-??
시청자들의 의문에 찬 채팅을 치려던 찰나.
“김재주. 맞지?”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고.
으쓱한 골목길 사이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씩 튀어 나왔다.
단검을 돌리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암살자.
투박한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나이트나, 근접전의 전사들.
주문을 마쳤는지 오브나 지팡이를 빛내는 마법사들.
그 수가 어림잡아 30명은 넘어보였다.
어느새 포위한 무리가 김재주의 앞 뒤를 둘러싸 퇴로를 차단했다.
“맞냐고 묻잖아. 이 새끼야.”
그 중 제일 화려한 갑옷을 입은 이가 앞으로 나섰다.
아까 들려온 목소리와 동일했다.
“···누구?”
“이 새끼 건방진 거 봐라?”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했다.
“너 때문에 말이야. 괜히 타르하 새끼들 족치고, 딴 데서 소란 일으키고, 시선 돌리느라 몇 명이 투입됐는지 알아?”
암살자의 단검엔 피가 묻어 있었다.
조용한 거리와, 주민들의 침묵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었다.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알 거 없고, 나 좀 따라와야겠다.”
-뭐야 이 병X들은?
-딱 봐도 클랜 소속 놈들인데ㅋㅋ
-힙찔이 각 나오죠?
-아 포포이 상태 안 좋은 거 힙찔이 짓 맞잖아 ㅅㅂㅡㅡ
-재주야 잠깐만^^ 볼 일이 생각 나서
-ㄴㄷ? ㄴㄷ!
성격 급한 시청자 몇명이 방송을 나갔다.
“대답을 안 하네. 그럴수록 너만 힘들어져.”
“싫습니다.”
“······뭐라고?”
“싫다고요.”
“하, 이 새끼가 진짜······.”
단순한 20층 풋내기 포획명령이라고 알고 있던 그였다.
강할테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 봤자 막 20층에 올라온 새끼가.’
아무리 봐도 형편없어 보였다.
“조용히 따라-”
그런 판단도 잠시였다.
“꺼지세요.”
쉬이익.
로브가 꿈틀거리며 성난 소리를 내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풋내기는 보지 못했으니까.
건들대던 남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