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bie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89
88화 – 23층.
“어떻게 된 겁니까?”
하백현이 뼈가 드러나 보이는 다리를 질질 끌며, 바닥에 주저앉은 나이트들에게 따지듯 물었다.
“저, 저희도 모릅니다.”
사정 청취는 간단했다.
그들도 하백현과 같은 종류의 괴물이 튀어나와 악전고투를 벌이던 중, 김재주가 나서서 한 번에 정리시켜버렸다는 얘기였다.
“그렇군요.”
하백현이 벌벌 떠는 나이트들을 뒤로하고는 상점 창을 열어 포션을 구매했다.
“어쩌시려고요? 지금 저 안은 지옥입니다. 지옥!”
“도와야겠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하백현이 쓰라린 고통과 함께 아물어가는 다리를 쳐다보며 말하다,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김재주가 들어간 마지막 통로였다.
콰앙!
요란스레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고는.
키에에에엑!
끔찍한 괴성이 뒤따랐다.
“·········.”
“·········.”
누가 먼저 가서 안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23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 [20층으로 진입하는 통로가 열립니다.]중앙에 열린 포탈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끔찍한 모든 괴물들이, 김재주 단 한 사람에 의해 정리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죽은 거 아닐까?”
“우리야 상관없지.”
나이트 둘이 불안감을 감추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자신들은 살아남았으니 말이다.
“지금 그게 할 소리입니까?”
하백현이 미간을 찡그리자 둘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부상자 챙기시고 다들 불러 모으세요.”
둘은 찍소리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움직였다.
‘이기적인 놈들.’
그 모습에 한숨을 쉰 하백현이 마지막 통로로 걸어갔다.
나머지 통로에서는 클리어 메시지를 본 사람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지나쳐 통로 입구에 도달한 하백현은 눈을 좁혔다.
‘어두워.’
안은 횃불마저 사라져 사물의 분간이 어려웠다.
“···김재주 씨?”
“네.”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대답에, 하백현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
상황은 빠르게 정리됐다.
김재주가 으스대며 자신의 전공을 치켜세운 것도 아니었고, 다들 그의 눈치를 보며 쩔쩔매느라 쉽게 입을 열지 못했으니까.
특히 이시연은 머리가 홀라당 타버렸음에도 눈물만 글썽일 뿐, 김재주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렇게 부상자는 치료받고, 죽어버린 동료에 대한 슬픔을 속으로 삼키는 분위기 속에서, 하백현이 입을 열었다.
“김재주 씨.”
“네.”
김재주는 그런 분위기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기계 장갑을 점검 중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강하실 줄은,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도 살아야 했으니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엎드려 절받는 기분에 김재주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난이도가 올라갈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이제야 김재주의 위대함을 깨달았느냐 아이이즈원!
-라-찬타
-황-제
-포…우리 포포이들 어짜누ㅠㅠ
-ㄹㅇ;
“무슨 소리십니까. 김재주 씨가 아니었다면 전부 죽었을 겁니다.”
하백현이 당치도 않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에 동조하듯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김재주는 난감한 기분에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시련은 통과했으니 가보시죠.”
김재주는 그들을 먼저 보낼 생각이었다.
보상을 확인하고 다음 층으로 바로 넘어갈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하백현은 오히려 그 모습에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는 허리를 숙였다.
“이렇게 겸손까지 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만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네?”
-?
-??
“부디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저까짓 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신다면 언제든 돕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김재주라는 이름이 가명인 건 알고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립니다. 부디 친구 신청을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ㅋ
-ㅋㅋ
-아ㅋㅋ…
-김재주2! 내 안에서 나가아!!
김재주가 황당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봤으나, 하백현과 다를 바 없었다.
“저도, 시청자들이 꼭 알려달라고···.”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생존에 대한 욕망과, 김재주에 대한 경외가 그들의 입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악수 요청;
-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
-ㄹㅇ; 눈에 안 띄는 게 이상하자너ㅋㅋ
-그래서 우리 재주의 선택은?
“·········.”
김재주는 자신이 입을 열지 않으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그 분위기에, 숨을 늘어트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제 이름은.”
그의 말에 다들 숨소리를 죽였다.
“김재주가 맞습니다.”
“네?”
하백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이름 끝에 숫자 2를 붙였습니다. 큰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ㅋㅋ아
-마! 남자가 혓바닥이 길다!
-그냥 김재주2 라고 하면 되지 뭘ㅋㅋ
김재주의 말에 하백현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친구 신청 알림]김재주는 커뮤니티 창이 반짝이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백현의 눈동자가 커졌다.
“진, 진짜네요.”
“···네.”
“감사합니다!”
그 반응에 다들 너 나 할 것 없이 김재주에게 친구 신청을 요청했고, 김재주의 시스템 창이 끝없이 반짝거리며 메시지를 알렸다.
-ㅋㅋㅋ이 쉑들
-황-제
-이 와중에 이시연도 신청했네ㅋㅋ
-뻔뻔하누;
김재주는 정신 사나운 시스템 창을 꺼버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볼 일 다 보셨으니, 가보시죠.”
김재주의 말에 그제야 다들 정신을 차리고는 같이 온 동료들과 뭉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아쉬운 표정을 짓는 이는 있었지만.
“저 죄송한데, 시청자 분이 방송이 켜져 있긴 한데 안 들어가진다고······.”
“제한 걸어놨으니 나중에 오라고 하세요.”
“네, 넵!”
싸늘한 말투에 남자가 화들짝 놀라서는 포탈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하백현만이 포탈 앞에서 망설이다, 김재주를 보고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떠났다.
“·········.”
-마! 부끄럽나!
-ㅋㅋㅋ생각 해보니까 김재주 처음으로 닉네임 깠네
-와 입장 제한 풀리면 시청자들 이제 바글거리겠누;
-혼돈, 파괴, 망…
-으아아악!
“보상 확인할게요.”
김재주가 채팅창을 무시하고는 보상 알림 창을 눌렀다.
쾅.
예의 화려한 보물 상자가 떨어졌고, 반쯤은 예상한 김재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첫 번째로 나온 건 5천 코인 주머니 였고.
그다음으로 손에 걸려 나온 건 자그마한 반지였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녹색 에메랄드가 박혀있는 투박한 모양이었다.
[그림자의 지배자 샤크닐의 반지.] [등급 : 영웅] [서부 사막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샤크닐의 반지. 그의 군세를 다스리는 힘이 담겨져 있습니다.] [기능 : 1일 1회 ‘그림자의 밤’ 사용 가능.]-ㅋㅋㅋ영웅 등급인 건 좋은데…
-왜 똥 같은 것만 주냐고!
-이거 별로임?
-눼^^마력이나 오러만 겁나 잡아 먹고 쓰잘데기 없서요
-그냥 쓰면 주위 어두워짐
-그게 끝임?
-ㅇㅇ
-??
시청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했으나, 김재주는 반대였다.
바로 반지를 끼워 능력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림자의 밤.’
시청자들의 말대로, 얼핏 보면 쓸데없는 능력에 다들 학을 떼는 아이템이었다.
나름 알아본다고 분신을 소환해 보거나, 어두워진 공간을 뛰어다니는 등.
별별 짓을 다 해보아도 결론은 하나였다.
아무런 효과도 없음.
‘인식의 차이였지.’
진짜 효과는 따로 있었다.
바뀐 공간 자체가 하나의 그림자였으나, 쉽게 그 생각을 떠올리는 이는 없었다.
몸 안에서 쭉 빠져나가는 마력이나 오러에 식겁하며 반지를 빼기 급급했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아이템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있었다.
‘아르세니.’
러시아 출신의 나이트였다.
그가 그림자의 밤을 발동시켜 괴물들을 집어삼키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다.
21층에서 도플갱어가 보여줬던 것처럼, 커다란 그림자의 해일을 일으켜 적들을 쓸어버리곤 했으니까.
-왤케 멍 때림?
-설마 그거 써 볼려고?
-아무리 김파고라도 로톤토 쓰고 그거까지 쓰면 님 쓰러져요ㅋㅋ
-걍 팔아
“고민해볼게요.”
김재주는 반지를 배낭에 집어넣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런 손길로 다른 것을 꺼내 들었다.
“·········.”
깨어날 생각이 없는 포포이들이었다.
이젠 손바닥 안에 모두 담기는 포포이들은,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어도 반응이 없었다.
-ㅠㅠ
-더 작아진 것 같은데?
-않이; 이러다 진짜 계속 작아지면 없어지는 거 아님?
김재주는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호흡을 가다듬고는, 다시 포포이들을 배낭에 넣었다.
“다음 층으로 가겠습니다.”
***
[4890기. 4891기. 난이도 상 총 2명 입장완료.] [조건 인원이 충족되었습니다.] [23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데스 매치] [시작까지 남은 시간 : 10분]이제는 익숙해진 감각으로 포탈을 나서자 직사각형의 대련장이 김재주를 반겼다.
어둑한 공간 속에서, 모서리마다 걸린 횃불이 대련장을 비췄고.
“왔어?”
돌로 만들어진 바닥의 중심에서, 더벅머리의 남자가 김재주를 보고는 씨익 웃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치킨, 피자, 햄버거 등.
음식을 가득 늘어놓고 입에 우걱우걱 밀어 넣는 모습은 며칠 굶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뭔데 친한 척이고
-얘는 왜 민소매만 입었냐?
-먹방 애반데ㅋㅋ
“저를 아십니까?”
“알지. 클랜에서 너 모르면 목 날아간다 그랬거든.”
“히포크리트?”
“어. 너도 먹을래? 다 못 먹겠다 야.”
남자가 친근하게 굴며 치킨 다리를 들어올렸다.
“괜찮습니다.”
“너 기다리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야. 나는 운 좋게도 일찍 만났지만.”
-뭔 소리임?
-아ㅋㅋ 데스 매치에 힙찔이들 짱 박아 놓은 것 같은데
-김재주 만날 때까지?
-ㅇㅇ
-미친놈들 보소ㅋㅋ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데, 여유가 넘치시네요.”
“당연하지.”
남자가 음식을 옆으로 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끝을 튕기며 일어나는 모습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죽는 건 너니까.”
“그럴 일은 없습니다.”
김재주의 무덤덤한 반응에 남자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20층에서 김석민. 그 약쟁이 새끼한테 좀 까불었다고 기고만장한가 본데.”
이내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며 빙글빙글 돌리는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난 좀 다를 거야.”
남자의 신형이 순식간에 흐릿해졌다.
“!”
김재주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으나 어디에도 상대방은 보이지 않았다.
‘암살자.’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한 번.”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김재주의 목에 단도가 닿았다.
죽일 기세로 찔러왔으나, 단도는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듯 튕겨 나갔다.
쉬이익!
뒤늦게 반응한 코트가 날을 세웠으나, 이미 남자는 뒤로 물러나 있었다.
[시작까지 남은 시간 : 6분]아직 시작까지 남은 시간 덕에 공격이 무효화 된 탓이다.
“다음엔 심장을 찔러줄게.”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장난을 치듯 흐물거리는 몸짓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냐 이 새끼ㅋㅋ
-개빠른데?
-마! 쌈 좀 하나!
-저런 애들이 방어력 형편 없음. 한 방만 먹여라 재주야
“·········.”
김재주는 그런 남자를 보며 팔을 천천히 늘어트렸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나?”
“네.”
“알아서 뭐하게.”
쉬이익.
김재주의 검은 장갑이 흐물거리더니, 검은 도끼로 변했다.
“죽인 상대방이 자기 이름도 모른다고 하면, 억울할 것 같아서요.”
남자의 인상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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